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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각자 가난한 우리 4
1장 내 가난의 모양 내 가난 증명하기 13 가난하며 건강하기 19 에어컨 없는 여름으로부터 27 베란다 없는 사람들 34 수족냉증인의 겨울 41 다이소 앞에서 만나요, 당근! 47 자, 이제 나가주세요 55 내가 자른 내 머리 63 도무지 닦을 수 없는 바닥 72 2장 이따금 포기하는 것들 취향이 뭐길래 83 생크림케이크 좋아하세요? 94 내가 개복치라니? 100 동네 세탁소에서 109 여행에 대하여 116 수영 오전반 모임 127 선물 잘 받는 방법 132 3장 가족이라는 이름 가장 최신의 효도 143 엄마가 사온 딸기 148 망원동 물난리의 기억 154 깊이 새겨진 절약 DNA 159 딱히 결혼이 하고 싶다기보다는 172 목표는 가장 보통의 결혼식 185 낳고 기르는 일에 대하여 195 4장 소중하고 고단한 나의 밥벌이 조금 더 나은 노동을 위하여 209 프리하지 않은 프리랜서 220 10억을 주실 건가요? 229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까? 236 내가 그린 어떤 그림 245 에필로그: 대체로 행복할 수 있다면 2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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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의 가난에 대해 쓰지 못한다면, 아마 영원히 아무것도 쓸 수 없을 것이다. 나보다 가난한 사람들은 언제나 있고, 우리는 다양한 강도와 형태의 가난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나는 글을 쓸 수 있고, 그것만으로도 내 가난을 기록할 충분한 이유가 됐다.
--- p.5 “난 가난해요” 하는 사람에게 “너 안 가난한 것 같은데?”라고 말하면 그 이후의 일은 그야말로 폭력적이다. 가난한 사람은 자신을 ‘가난해 보이지 않도록 만든’ 물건이나 상황의 출처를 밝혀야 한다. 그 밑에 어떤 사정이 깔려 있는지도 설명해야 한다. --- p.18 내가 사는 집은 지역의 재래시장과 매우 가깝다. 독립하면서 가장 잘된 일 중 하나다. 시장이 없었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덜 건강했을 것이다. --- p.22 문득 궁금하다. 돈이 충분히 있는 사람도, 그러니까 부자도 다이소에 갈까? 가성비를 따질까? --- p.50 그때 알게 됐다. 싸구려에다 오래되기까지 한 장판은 아무리 청소를 해도 깨끗하지 않는다는 걸. 가난한 살림이 더러워 보이는 건 꼭 게을러서가 아니라는 걸. --- p.73 이런 경험을 어렸을 때부터 해봐야 성인이 되어서 취향이 확립된다. 그러니까, 어렸을 때 ‘선택’을 못하는 삶을 살다 보면 이렇게 몰취향의 인간이 되는 건지도. --- p.84 예전의 엄마가 그랬듯 싱크대 앞에 서서 좋은 딸기와 무른 딸기를 골라내면서, 엄마도 나처럼 할인하는 딸기를 사오셨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 p.150 한강이 넘치면 바로 우리 집으로 물이 들어왔다. 같은 망원동이라도 한강에서 좀 떨어진 집들은 그런 자잘한 수해까지 입지는 않았는데 우리 집은 그야말로 직방이었다. --- p.156 그 무렵 집안의 공기는 너무나 무거워서, 상황을 정확히 알지 못했던 나도 그때만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엄마는 언제나 화가 나 있거나 슬펐고 아빠는 말없이 한숨만 쉬었다. --- p.168 “일단 낳으면 어떻게든 키우게 돼 있어.” 경제적인 이유로 출산을 하지 않겠다고 하면 늘 듣는 말이다. 나는 이 말에서 ‘일단’과 ‘어떻게든’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 p.200 프리랜서들은 서로를 더 많이 알고 있어야 한다. 평소에 네트워크를 쌓고 자주 만나고 일감을 나누는 연습도 해보아야 한다. 결국 우리는 연대해야 한다. --- p.214 오늘도 나는 늦게 일어나 밥을 먹고 주섬주섬 옷을 갈아입은 뒤 커피 한 잔을 내려 내 작업실로 간다. 작업실이라고 해봤자 전혀 멋있지 않고 침실 옆에 있는 어수선한 작은 방이지만 말이다. 그 작은 방 안에서 글자를 쌀로, 반찬으로, 옷과 월세로 바꾼다. 책을 만들어 나를 먹여 살린다. --- p.284 조금 가난해도 대체로 행복할 수 있다면 인생이 그리 힘들지는 않을 것 같다. 오늘 치의 행복을 위해 운동을 하고 맛있게 먹자. 열심히 일하고 많이 웃자. --- p.2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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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가난은 어떤 모양인가요?”
세상에 존재하는 수없이 다양한 형태와 강도의 가난들, 그중 어느 한 일상에 대한 솔직하고 담담한 기록 ‘가난’을 말할 때 흔히 떠올리고 언급되는 몇몇 이미지들이 있다. 낡고 어둡고 더러운 집, 허름하고 왜소한 외모, 종종 챙기지 못하는 끼니와 위험에 노출된 건강, 노동의 양에 비해 적은 수입을 받거나 아예 노동하지 못하는 생활 등등. 하지만 이러한 이미지는 모든 가난들을 포괄하지 못한다. 가난한 사람들은 저마다의 가난을 안고 살고, 세상에는 그들의 수만큼 다양한 형태와 강도의 가난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사람들이 각자의 가난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거리낌 없이 이야기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꾸준한 소통과 촘촘한 연대가 더 나은 방향으로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믿는다. 그래서 먼저 자신의 일상을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저자가 말하는 가난은 현실 그 자체다. 에어컨 없이 여름을 나고, 치과에 가기가 망설여지고, 메뉴판을 빠르게 훑으며 가장 저렴한 메뉴를 찾고, 다음 달 생활비를 걱정하며 머릿속 계산기를 두드리는 순간들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상의 일부다. 하지만 어떤 날에는 그 순간들이 묵직하게 어깨를 짓누르고, 가끔은 날카롭게 마음을 할퀴기도 한다. 저자는 그런 순간들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와 생각을 솔직하지만 부담스럽지 않게, 유쾌하지만 가볍지 않게 풀어냈다. “딱 오늘 치의 행복을 위해 살아가는 중입니다” 고단하고 팍팍한 하루 속에서 소박한 기쁨과 위로를 찾는 나와 당신, 그리고 모두의 이야기 조금 더 혹독하게 겪어내야 하는 여름의 더위와 겨울의 추위, 취향보다는 가성비를 택하는 소비, 온 가족의 몸에 배어버린 절약 습관, 좋아하지만 녹록치 않은 밥벌이까지. 책 속의 이야기들은 언뜻 보기에 고단하고 팍팍하다. 그러나 조금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저자가 ‘가능한 행복’을 위해 열심히 매일을 살아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건강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소소한 취미로 마음을 채우고, 출산과 육아를 내려놓은 대신 성실하게 미래를 준비하고, ‘그림책 할머니’라는 꿈을 꾸는 삶은 조금 가난해도 결코 불행하지 않다. ‘오늘을 잘 살아내자’는 다짐이 저자 자신뿐 아니라 글을 읽는 모두에게 건네는 응원과 격려로 다가오는 것은 그래서일 것이다. 물론 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이 가난의 전부는 아니다. 어떤 이들은 ‘가난하다’는 말로는 채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 하지만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각자의 가난에 관해 이야기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은 서글픈 현실에 대한 하소연이나 불평이 아니다. 오늘을 기록하고 내일 더 나아가려는 몸부림이고 우리의 삶을 더 쓰고 말하자는 권유이며 우리의 위치를 숨기지 말자는 주장이다. 삶이 버거워 가슴속에서 무언가가 울컥 치밀어 오르는 어느 날, 이 책이 혼자가 아니란 위로와 다시 마음을 다잡을 힘이 되어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