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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먹는 사람들
벌판 위의 빈집 모여 있는 불빛 오래전 집을 떠날 때 빈집 마당에 관한 짧은 얘기 깊은 숨을 쉴 때마다 해설 | 임규찬 새로 쓴 작가의 말 / 개정판 작가의 말 / 초판 작가의 말 / 수록작품 발표지면 |
Shin Kyung-Sook,申京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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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해준 것만 생각나는 것이 사랑이라면, 나는 여태껏 사랑도 한번 제대로 못해본 셈입니다. --- p.68
울지 마라. 네가 울어도 나는 가야 해. 이 집에 더이상 머물 수가 없단다. 이미 가질 수 없는 것에 눈이 쏠려버려서 여기를 떠나야만 나는 살 수 있어. 그러니 눈물을 그치렴. 세월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으나 한쪽으로 쏠린 내 눈이 제자리로 돌아오면 그땐 어디에 있다가라도 꼭 돌아올게. --- p.139 문을 따고 들어와 타월로 머리를 싸매고서 시간을 들여 샤워를 했다. 고정적인 일자리를 찾아봐야 되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도 같고, 기교에 넘치던 첼로 앞의 요요마 생각을 했던 것도 같고, 서른이란 내 나이를 생각했던 것도 같다. 서른. 나는 청춘이랄 것도 없이 이십대를 지나왔다. 하나의 사건도 없이, 문장이 될 만한 한마디의 말도 없이. 나의 이십대는 침묵과 도보뿐이었다. 나는 말없이 그냥 여기저기를 걸어다녔다. --- p.271 이젠 괜찮아요, 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살 수 있어요. 무슨 힘으로? 그녀는 썼다. 당신이 내 곁에 있는 힘으로. --- p.2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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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이 주는 쓸쓸함,
다시 돌아와 따스한 불을 밝혀야 할 공간 「오래전 집을 떠날 때」와 「마당에 관한 짧은 얘기」는 ‘빈집’을 떠도는 어린 영혼, 어느날 밤에 우연히 만난 소녀를 등장시키며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작품들이다. 두 소설 모두 ‘빈집’이 주는 쓸쓸함이 공포로까지 변모하는 과정을 통해 스산한 현재를 보여준다. 「벌판 위의 빈집」과 「빈집」에서도 그 ‘비어 있음’의 모티프가 이어진다. ‘빈집’과 ‘비어 있음’이 상징하는 절대적인 상실은 화자가 표현하는 일상적인 무서움, 불안, 외로움과 절묘하게 연결되며 소설에 독특한 매력을 부여한다. 「깊은 숨을 쉴 때마다」는 제주도로 여행을 온 주인공이 바닷가 호텔에 머물며 같은 호텔에 투숙하는 한 여자와 그 여자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소녀를 통해 현실에서 멀어져온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작품이다. 그 돌아봄이 자신의 글쓰기로 번져가기도 한다. 「감자 먹는 사람들」과 「모여 있는 불빛」은 평생 가족을 위해 살아온 부친에 대한 애틋한 정이 절절하게 묻어나고 가족에 대한 따뜻한 사랑이 감지되는 작품들이다. 「감자 먹는 사람들」은 입원한 부친을 간병하는 딸이 ‘윤희 언니’에게 쓰는 편지 형식의 작품으로, 인간의 생로병사에 대해 절박하게 생각하게 만든다. 작품에 삽입된 고흐의 그림 ‘감자 먹는 사람들’은 그럼에도 살아가야 하는 인간의 의지와 펄펄 살아 숨 쉬는 생을 가만히 들여다보게 한다. 「모여 있는 불빛」은 일견 ‘소설 쓰기’에 대한 작가의 질문으로 읽히기도 한다. “쓰는 일이란 게 무엇인지?” 스스로 물으며 어린 시절 이야기에 매료됐던 과거를 돌아보는 화자의 질문은 “나의 소설은 무엇을 성장시킬 것인가”라는 물음으로 가닿는다. 이 책 말미에 수록한 ‘새로 쓴 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저자인 나의 자리를 언어의 익명성에 물려주라, 한 블랑쇼를 기억하고 있다. 언젠가 다시 이 책을 향해 작가의 말을 쓸 날이 내게 올 것인지. 온다면 그 미래의 내 마음은 이 몇줄조차 없이 침묵에 가장 근접해 있기를 바라본다.” 25년의 시차를 뛰어넘어 다시 읽는 소설들이 더욱더 깊이 마음을 파고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