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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004
꺼꿀네 011 끝순이 023 훈장댁 039 대복이 053 정님이 083 애기 보살 111 새끼 각설이 143 양순네 16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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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나도 잘은 몰라. 그런데 눈이 안 보이면서 차츰 사람들에게서 나는 냄새 속에는 또 다른 냄새가 나는 것 같았어. 냄새만으로 사람들을 알 수 있다 보니까 어떨 때는 냄새만으로도, 아, 이 사람은 착한 사람이다, 이 사람은 나쁜 사람이다, 이렇게 그 사람의 마음도 알 것 같은 거야. 내가 말하는 깊은 냄새는 바로 그런 냄새야.”
--- p.33 눈먼 끝순이가 바로 눈이 멀었기 때문에 마음속 저 깊은 곳에 있는 이 세상하고 또 다른 세상도 볼 수 있는 것처럼 대복이 또한 미처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벌써부터 각설이들의 가장 약하기 때문에 가장 강하기도 한 어떤 힘을 배우게 된 것인지도 몰랐다. --- p.136 지금 양순이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동생을 지켜 내야 한다는 마음이었다. 뚜렷하게 이유는 모르지만, 양순이는 엄마 뱃속에 있는 동생이 비단 자기만의 동생이 아닌 것처럼 여겨지는 것이었다. --- p.179 어느 순간 양순이는 그만 까무룩 정신을 잃어 갔다. 그렇게 까무룩 정신을 잃고 어디론가 깜깜한 세계로 빠져들어 가면서, 양순이는 누군가가 자신을 향해 아직 다 자라지도 않은 주먹과 다리를 필사적으로 내뻗고 있는 것을 보았다. 누군가는 바로 양순네의 뱃속에 있는 혹부리였다. --- p.1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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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일간지 신춘문예에 시와 소설이 나란히 당선되며 출발부터 비범한 천재임을 알렸던 작가. 이후 단편집과 장편소설, 시집을 꾸준히 출간해 신동엽창작기금, 동인문학상, 오영수문학상, 대산문학상, 김동리문학상을 수상한 송기원 작가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펴낸 청소년 소설이다.
송기원 작가의 파란만장한 삶의 궤적은 그의 문학 작품 곳곳에 녹아들어 있다. 그러나 왜 그가 그런 삶을 살 수밖에 없었는지 자기혐오를 극복하며 밑바닥 삶을 보듬는 작가로 성장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싶다면 이 청소년 소설이 해답이 될 것이다. 청소년 소설 『누나』는 그 열쇠를 품고 있다. 소설은 해방기 전후의 시간대로 거슬러 올라 작가가 태어나기 전의 이야기를 다룬다. 저마다의 슬픔과 가난을 품고 있는 이들을 하나하나 호명하며 그 시대 민중들의 삶을 속속들이 파헤친다. 『누나』는 끝순이, 대복이, 양순이, 듣기만 해도 정겨운 인물들이 어떻게 절망 속에서 살아남는지 살아남아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보여주며 해방기 우리 민족의 슬픔과 애환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작가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펴내는 청소년 소설이라 밝힌 『누나』는 작가 송기원이 일구어온 문학의 기원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밝혀줄 작품이 될 것이며, 청소년들에게는 해방기의 시대상과 민중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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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긴 몰라도 손위 누이를 일컫는 말로 우리의 ‘누나’라는 말보다 더 정답고 아련한 말이 있을까? 이 작품 속에서 ‘누나’는 그 말이 가질 수 있는 깊이의 끝까지 간다. 세상에서 버림받은 아픈 동생들을 품어 안을 뿐만 아니라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혹부리’마저 손 내밀어 끝끝내 지켜 내는 존재인 누나!
또한 이 책은 ‘작가의 말’을 꼭 읽어야 한다. 프롤로그나 에필로그처럼 여겨지는 이 남다른 ‘작가의 말’은 이 작품에서 끊어 낼 수 없는 핏줄이다. 마치 소설 속의 ‘혹부리’처럼. 이것이 있음으로써 이 소설은 사실과 허구라는 장벽을 순식간에 허물며 신비롭게 어울려 더욱 짙은 감동을 불러온다. 모처럼 만나는 문학적 기품이 넘치는 이 책을 눈 밝은 독자들이 놓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 이경혜 (동화작가,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의 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