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이장미의 다른 상품
|
술에 취한 아버지가 녹두 빈대떡을 사 오셨다. 나를 보시더니 너 주려고 사 왔다 하시고, 정희를 보시더니 너 주려고 사 왔다 하시고, 엄마를 보시더니 당신 주려고 사 왔다 하셨다.
--- p.22 엄마에게 아버지의 어디가 마음에 들었냐고 물어보면 시계를 찬 손목에 마음이 갔다고 하신다. 엄마는 생전 처음 만난 신랑감을 손목부터 본 것이다. 지금도 이따금 아버지의 첫인상을 얘기해주신다. “진짜 손목이 어찌나 이뻤는지 모른다니까.” --- p.64 덜커덩거리는 창문 소리와 찰랑거리는 풍경이 음악을 대신할 수 있는 날이었다. 노을이 질 무렵 옥상으로 올라가 한참이나 어두워져가는 하늘을 바라보다 내려왔다. 쓸쓸함이 좋다. 따스한 이불도 좋다. --- p.99 친하다는 것은 쓸데없는 말을 할 수 있는 관계인 것 같다. 어제 정희랑 신경전이 있었는데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으니 할 말이 별로 없었다. --- p.211 엄마가 새벽에 찰밥을 만들어서 가져왔다. 자주색 버선을 신고 파란 소파에 기대어 앉아 내가 구운 김에 찰밥을 싸서 먹는 것을 지켜보다가 코사지가 달린 까만 모자를 쓰고 돌아갔다. --- p.244 |
|
“친하다는 건 쓸데없는 말을 해도 되는 관계 아닐까?”
화가 이장미가 17년간 그리고 쓴 소소하고 담백한 가족 이야기 중견 화가 이장미가 17년간 기록한 그림 일기를 책으로 펴냈다. 2004년부터 2021년 최근까지, 3대가 모여 사는 대가족의 소소하고 따뜻한 일상을 보여준다. 매일 아침 6시 반에 모여 아침을 함께 먹고 각자의 학교와 일터로 흩어졌다가 저녁에는 따뜻한 담요 아래 옹기종기 모여 고단했던 하루를 다독이는 가족. 이장미 화가는 작업실에서 5분 거리인 집으로 가 이 가족의 평범한 모습을 손에 잡히는 대로 펜이나 연필을 들어 노트에 그려낸다. 한 장의 그림에 짧은 글 몇 줄로 이루어진 이 소박한 일기는 17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어린 조카가 어른이 되어가고 엄마와 아버지, 언니와 동생이 조금씩 나이 들어가는 과정을 차곡차곡 담고 있다. 늘 새로운 것을 배우는 호기심 넘치는 엄마, 과묵하지만 섬세하고 다정한 아버지, 과감한 패션을 즐기는 호탕한 미녀 큰언니, 차분하고 손재주 좋은 동생 정희, 우애 좋은 두 조카 황기와 정기. 늘 유쾌할 것 같은 가족의 시간을 따라가다 보면, 말썽꾸러기 조카는 고민 많은 청년으로 성장하고 영원히 명랑할 줄 알았던 엄마는 하나둘 아픈 곳이 늘어간다. 싸이월드에서 블로그, 인스타그램으로 매체를 바꿔가며 일기가 쌓이는 동안, 어느새 중년으로 접어든 작가의 그림체도 조금씩 변화해간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가 멀어지고 관계의 소중함이 점점 빛바래는 요즘, 이 책은 일상을 포개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떻게 서로의 삶에 편안한 풍경이 될 수 있는지, 사람이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한다. |
|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살아 있는 이야기다. 사람이 원래 이렇게 살았지 감탄하면서 한 장 두 장 넘기다 보면 나도 이 가족 안의 누군가가 되어 있는 것 같다. 가까이 있지만 서로 가두지 않는, 적당하게 담백한 이 가족의 사랑은 17년 내내 한결같다. 누구보다 허물없을 가족의 일상을 그리면서도 작가는 존중의 거리를 지킨다. 온통 긴장으로 가득한 이 세계의 시간을 잊게 만드는 아름다운 이완의 책이다. - 김지은 (평론가)
|
|
하루 일과를 마치고 터덜터덜 묵직한 발걸음으로 어두운 골목을 돌아 집 대문을 열면 환한 불빛과 함께 냄새가 난다. 집 냄새, 음식 냄새, 사람 냄새, 가족의 냄새. 이장미의 드로잉에선 이런 그리운 냄새가 난다. 가까운 존재들을 권태로워하지 않고 따스한 시선으로 기록하는 일을 지속하는 것. 그녀의 연필 끝에 우리가 익숙해서 잊고 있었던 위로와 사랑이 뜨끈하게 흐른다. - 노석미 (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