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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아이
세월은 가고 옵니다 어제는 가고 오늘도 오가고 내일도 오고 또 다가옵니다. 아이로 주인으로 ---------------------------------- 구멍 문어 사냥에 나서려면 구멍 숭숭 뚫린 도기들을 줄줄이 매달아 도처에 내려놓으면 된다 시간을 두고 걷어 올리면 구멍마다 한 마리씩 문어가 들어앉아 있다 이리 잡히는 꼴이 될 것인데 공(孔)을 잊지 못하고 오매불망 사랑한 탓에 구멍 주인을 따라가게 되었다 여기 수컷들도 페로몬 향 따라 구멍을 탐닉하다 보면 포로되어 평생을 모시는 신세이니 문어와 닮은꼴 인생이 아닐는지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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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계간 『스토리문학』 가을·겨울호를 통해 등단한 천영필 시인의 ‘하림시인선’ 다섯 번째 시집 『세월 아이』는 2014년 4월 16일 급변침하며 침몰한 세월호 사건을 연상시키는 제목의 시집이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물론 시인의 시어를 읽다 보면 세월호 아이들의 아픈 상흔이 전혀 보이지 않지만 막상 시집을 덮고 나면 어렴풋이 떠오르는 묘한 시상에 사로잡힌다. 결국 천 시인은 같은 성씨인 천상병 시인을 연상시킬 만큼 천진무구한 시어를 구사하면서 독자들의 마음을 쥐락펴락한다. 언뜻 보면 시가 편안하고 쉽게 읽히기도 하지만 그 배후에 숨겨진 시인의 의도를 뒤늦게 눈치 채면 가슴이 아려온다. 제1부 카스테라, 제2부 바람도 부대껴야 운다, 제3부 길들여진다는 것, 제4부 알아듣게 말해, 제5부 아버지의 술 등 총 5부작으로 100편의 시를 모아 펴냈다. 「세월 아이」, 「하나님」, 「구멍」, 「완도미역」, 「청빈한 가난」, 「남자의 여자」, 「그때가 지금입니다」, 「낙엽의 감정」, 「매월당을 탄핵한다」 등 대표작품의 시 제목들 또한 범삼치 않다. 현재 한국스토리문인협회 회원, 우리시 회원, 대한시문학회원, ‘문학공원’ 동인, ‘친구에게 들려주는 시조’ 동인 등으로 활동 중이다. 그 동안 『하늘재사랑』, 『말잔치』, 『엘리제를 위하여』 등 시집을 출간했다. 〈시인의 말〉 정말 어이없는 바이러스인 코로라19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모든 국민이 함께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하지만 지나고 보면 순간일 것이리라. 하루빨리 이 업보의 찰나에서 벗어나길 고대하며 그동안 써온 시들을 다시 엮어 보았다. 뭔가 남겨 보려고 수년간 생산한 편린(片鱗)들을 정리하는 일이 나름대로 의미 있어 보였다. 늘 그렇지만,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최선을 다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느낌이다. 대가들이 다 작품을 완성하는 데 수정과 교정을 거듭하며 역작을 만들어낸다지만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항상 지나고 보면 쓸데없는 말잔치가 되어 버린 것 같아 씁쓸하다. 아마 그 이유는 우리 한글의 언어적 특성 때문이 아닐까 싶다. 시는 그냥 언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시는 넋두리가 아니며, 시는 길게 쓸 필요도 없고, 더욱이 짧아야 하는 조건도 없다. 시는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를 적확하게 명징하게 나타내야 한다. 그러나 그 반대일 경우도 있다. 그래서 그것이 쉽지는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