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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바람신 영등할망과 함께 따뜻한 봄이 온다
제주 용눈이오름에 오른 지유와 아빠는 몸을 가누기조차 힘든 엄청난 바람을 만난다. “바람이 정말 굉장하다. 영등할망이 지나가나 봐.” “영등할망? 아빠, 그게 뭐야?” 지유의 물음과 함께 영등할망의 여정이 펼쳐진다. 음력 2월 초하루 거센 바람을 이끌고 제주 서쪽 바닷가 마을에 들어온 영등할망은 보름 동안 제주 나들이에 나선다. 가장 먼저 한라산에 올라 영실의 오백장군에게 인사를 건네 보는데 갑자기 안개가 자욱해진다. 산을 내려와 동백나무 숲을 지나면 동백꽃들이 툭툭 지고, 귤밭으로 가면 애써 겨울을 난 귤들이 떨어져 데굴데굴 구른다. 차가운 동쪽 바다에서 노닐던 오리들에게 반갑게 다가가 보지만 거칠어진 파도에 오리들이 흩어져 버린다. 풀이 죽은 영등할망은 잠시 오름에 올라 마음을 달래고 남쪽 바다로 가 돌고래들과 마주한다. 이 마을 저 마을의 마을신을 만난 뒤 바닷가에서 소라와 고둥의 속살을 다 빼 먹고 영등할망은 이제 떠날 준비를 한다. 치마폭의 씨앗 주머니를 꺼내어 오곡과 해산물, 꽃의 씨앗을 뿌리고서는 제주 동쪽 바다를 향해 떠난다. 이윽고 제주에는 따뜻하고 풍성한 봄이 찾아온다. 서로를 쏙 빼닮은 제주의 자연과 제주 사람들 이승원 작가가 실제 거주하며 눈과 마음으로 마주했던 아름다운 제주를 오롯이 담아낸 『영등할망 제주에 오다』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제주의 자연환경과 동식물 그리고 제주만의 독특한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지식그림책이다. 제주는 1만 8천여 개에 달하는 설화가 전해져 내려올 만큼 신기한 이야깃거리가 많은 섬이자 한편으로는 고된 삶을 달래 줄 이야기가 필요했을 만큼 척박하고 고립된 험한 곳이었다. 제주 사람의 삶과 소망이 고스란히 반영된 제주 설화의 바람신 영등할망을 통해 들여다본 『영등할망 제주에 오다』 속 제주는 곧 제주 사람 그 자체이다. 부지런히 먹이를 구하며 둥지를 지키다 떠날 때는 다른 새들에게 보금자리를 물려주는 큰오색딱따구리, 한겨울 눈 속에서 피었다 애달픈 모습으로 지는 붉은 동백꽃, 지혜롭게 자연을 활용해 만들어진 돌담 등 영등할망의 발걸음이 머무는 곳마다 만나게 되는 제주의 숨겨진 역사와 강인하고 정감 어린 제주 사람들의 모습을 이 책은 품고 있다. 지유와 아빠처럼 제주 여행을 하며 체험형 독서활동을 하기에도 좋은 『영등할망 제주에 오다』는 영등할망의 바람길을 따라가며 읽으면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올 지식그림책이다. 포근하고 싱그러운 제주의 향을 그린 『영등할망 제주에 오다』 볼로냐아동도서전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된 바 있는 이승원 작가가 아름답고 단아한 선과 색으로 그려 낸 『영등할망 제주에 오다』의 제주는 친근하면서도 매 시선 새롭다. 선명한 색채로 생동감 가득한 이야기 장면과 색연필의 부드러운 질감이 살아 있는 정보 페이지가 번갈아 구성되어 있다. 책 전체의 분위기는 일관된 톤으로 잘 어우러지면서도 이야기 장면과 정보 페이지가 바뀔 때마다 다른 서술 방식에서 오는 신선함이 눈길을 붙잡는다. 특히 다채로운 색으로 농도 짙게 연출된 제주 풍경 속에 설화의 주인공인 영등할망이 옥색 선과 흰 면으로 가볍게 표현되어 있어, 세련되면서도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신비로운 분위기로 독자의 시선을 잡아 이끈다. 포근하고 싱그러운 제주의 향을 닮은 『영등할망 제주에 오다』를 보며 제주의 품에 들어가 보자. 『영등할망 제주에 오다』가 나오기까지, 작가의 말 작년 한 해 제주도 동쪽 바닷가 마을에서 지냈다. 집 근처 솔밭에서는 조랑말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었고, 하귤이 주렁주렁 열린 어느 집 너머, 해녀 민박의 돌담길 사이를 나가면 지미봉 아래 오리들이 모여 있는 바다가 나왔다. 오리들에게 눈인사를 하고는 구불구불 끝없이 이어진 밭담 사이를 걸었다. 오가는 이 아무도 없는 밭길에는 바람만이 끊임없이 지나갔다. 무밭에는 새하얀 무꽃들이 일렁이고, 당근밭에선 가느다란 당근잎들이 바람 따라 마구 춤을 추었다. 오래된 마을 안길은 고요하기만 했다. 사람들은 도대체 다 어디 있는 걸까. 내가 걷던 길 일부는 제주 올레길에 포함된 구간이기도 했지만 이제는 유행이 지나 걷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관광객이 많은 동네가 아니어서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덕에 가끔씩 마스크를 벗고 다니는 호사를 누렸다. 돌아올 때는 눈부시게 투명한 바다에서 밀려오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걸었다. 검은 바위들 사이로 새파란 물총새가 날아다니고, 아스팔트 위로는 백할미새가 깡충깡충 뛰어갔다. 가끔씩 운 좋은 날은 바다 멀리 돌고래 무리가 지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매일 걸을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영등할망 제주에 오다』를 쓰고 그린 시간은 고되기보단 즐거웠다. 그동안의 책들 중 완성되기까지 가장 짧은 시간이 걸렸다. 제주를 걸으며 벅차오르던 감정이 옅어지기 전에 그림을 완성하고 싶은 욕심도 한몫했다. 그림책을 처음 내는 것도 아닌데, 책이 세상에 나오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설렌다. 이 책은 영등할망 신화를 빌려 제주도의 자연과 문화 이야기를 풀어 낸 책이지만, 동시에 어쩌면 오롯이 나를 담은 책이기도 하다. 늘 바람이 많이 불던 섬, 제주. 옥상 위 잘 널어놓은 빨래를 넘어뜨리고, 애써 열매 맺은 토마토나무 가지를 부러뜨리던 얄미운 제주 바람. 긴 머리 짧은 치마보다는 짧은 머리 긴 치마가 편하고, 예쁜 밀짚모자 대신 끈 달린 등산 모자를 써야 했던 곳. 하지만 그 바람에 마당 텃밭에는 통통한 옥수수가 열리고, 돌담 위로 호박 덩굴이 자라나고, 알록달록 사탕 같은 백일홍이 피기도 했다. 그해 제주를 찾아온 바람신 영등할망은 나에게도 기꺼이 작은 씨앗 주머니 하나를 열어 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