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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수많은 실패작들이 있다
우아하고 유쾌하게 나이 든다는 것 개정판
반비 2021.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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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아
누구세요?
저널리즘에 대한 러브 스토리
전설
나의 아루바
나는 상속녀였다
영화 관람
사람들이 지치지도 않고 매번 놀란다는 게
더 충격적인 사실 25가지
나는 말하고 싶다: 달걀흰자 오믈렛
나는 말하고 싶다: 테플론 제품
나는 말하고 싶다: 펠레그리노는 됐어요
나는 말하고 싶다: 세계는 평평하지 않다
나는 말하고 싶다: 치킨 수프
펜티멘토
내 사랑 미트 로프
L-U-V에 중독되다
이메일의 여섯 단계
실패작
크리스마스 만찬
이혼
나이 든다는 것
그립지 않을 목록
그리워할 목록

감사의 글
옮긴이의 글

저자 소개 2

노라 에프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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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a Ephron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영화감독이자 작가. 1950년대 대표적인 로맨틱 코미디 시나리오 작가였던 헨리 에프런과 피비 에프런 사이에서 태어났다. 부모의 영향으로 일찌감치 작가의 길을 결심한 노라 에프런은 웰즐리 대학을 졸업한 후, 《뉴욕 포스트》 기자를 거쳐 《에스콰이어》 《뉴욕》 등 여러 잡지에 기고했으며, 다수의 에세이와 소설, 희곡을 출간하여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명성을 쌓아나갔다. 노라 에프런이라는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리게 된 계기는 로맨틱 코미디의 고전이 된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다. 이 영화를 통해 에프런은 할리우드 최고의 시나리오 작가의 반열에 올라섰으며,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영화감독이자 작가. 1950년대 대표적인 로맨틱 코미디 시나리오 작가였던 헨리 에프런과 피비 에프런 사이에서 태어났다. 부모의 영향으로 일찌감치 작가의 길을 결심한 노라 에프런은 웰즐리 대학을 졸업한 후, 《뉴욕 포스트》 기자를 거쳐 《에스콰이어》 《뉴욕》 등 여러 잡지에 기고했으며, 다수의 에세이와 소설, 희곡을 출간하여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명성을 쌓아나갔다.

노라 에프런이라는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리게 된 계기는 로맨틱 코미디의 고전이 된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다. 이 영화를 통해 에프런은 할리우드 최고의 시나리오 작가의 반열에 올라섰으며, 영국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했다. 이 영화를 비롯한 세 편의 영화가 아카데미 각본상 후보로 지명되었다.

직접 연출을 시작한 에프런은 「시애틀의 잘 못 이루는 밤」 「유브 갓 메일」 등을 연출하며 여성 감독이 많지 않은 할리우드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했으며, 「지금은 통화 중」 「그녀는 요술쟁이」 「줄리 & 줄리아」 등을 연출하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갔다.

또한 최고의 필력을 자랑하는 에세이집 『내 인생은 로맨틱 코미디』 『내게는 수많은 실패작들이 있다』가 미국에서 큰 성공을 거두면서 에세이스트로서도 각광받았다.

노라 에프런을 수식하는 말은 영화감독, 시나리오 작가, 소설가, 저널리스트, 에세이스트 등 다양하지만 이 모두를 관통하는 에프런만의 매력은 특유의 유머와 풍자, 세련되고 지적인 취향, 그리고 예리한 통찰력에서 나오는, 공감을 자아내는 글이다. 일상 속에서 특별한 의미를 발견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에프런의 글은 영화와는 또 다른 매력을 가득 담고 있다.

2012년 6월 25일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인한 폐렴으로 71세의 나이로 작고했다.


[필모그래피]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1989)│각본
시애틀의 잠 이루는 밤(1993)│각본
시애틀의 잠 이루는 밤(1993)│감독
마이클(1996)│감독
유브 갓 메일(1998)│감독
그녀는 요술쟁이(2005)│감독
줄리 앤 줄리아(2009)│감독

노라 에프런의 다른 상품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 비교문학 협동과정을 졸업했다. 영화 전문지 《키노》, 《필름2.0》, 《씨네21》과 장르문학 전문지 《판타스틱》, 온라인 서평 전문지 《프레시안 books》에서 10여 년간 기자 겸 편집자로 일했다. 지은 책으로 『문학소녀: 전혜린, 그리고 읽고 쓰는 여자들을 위한 변호』 『범죄소설: 그 기원과 매혹』이 있으며 『지금 다시, 문예지』 『귀신 간첩 할머니: 근대에 맞서는 근대』 『다시 동화를 읽는다면』에 공저자로 참여했다. 옮긴 책으로 『코난 도일을 읽는 밤』, 『그럼피캣』, 『죽이는 책』이 있다. 현재 미스터리 전문지 《미스테리아》 편집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 비교문학 협동과정을 졸업했다. 영화 전문지 《키노》, 《필름2.0》, 《씨네21》과 장르문학 전문지 《판타스틱》, 온라인 서평 전문지 《프레시안 books》에서 10여 년간 기자 겸 편집자로 일했다. 지은 책으로 『문학소녀: 전혜린, 그리고 읽고 쓰는 여자들을 위한 변호』 『범죄소설: 그 기원과 매혹』이 있으며 『지금 다시, 문예지』 『귀신 간첩 할머니: 근대에 맞서는 근대』 『다시 동화를 읽는다면』에 공저자로 참여했다. 옮긴 책으로 『코난 도일을 읽는 밤』, 『그럼피캣』, 『죽이는 책』이 있다. 현재 미스터리 전문지 《미스테리아》 편집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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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1월 12일
쪽수, 무게, 크기
228쪽 | 348g | 130*205*18mm
ISBN13
9791191187946

책 속으로

이런 모든 일들은 나를 슬프게 하고, 애석하게 한다. 무엇보다 이런 일을 겪으면 내가 정말 늙었다는 기분이 든다. 노화의 징후는 육체적인 것을 제외하더라도 얼마든지 있다. 요즘 나는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말하는 버릇이 생겼다. 또 “내가 젊었을 때는”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종종 농담을 바로 이해하지 못한다. (물론 그 자리에서는 바로 알아들은 척한다.) 영화나 연극을 두 번째로 보러 갔는데, 생전 처음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바로 얼마 전에 봤던 것인데도 말이다. 《피플》 잡지에 나오는 사람들이 누군지 전혀 모르겠다. 처음에는 내 두뇌 용량이 다 찬 게 문제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그 반대가 사실임을 인정할 때가 된 것 같다. 내 머리는 텅텅 비어가는 중이다.
--- p.12-13

나는 구글이 지배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이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리고 여기에는 장점도 있다. 뭔가를 잊어버리면 아이폰을 채찍질해서 구글로 검색해보면 된다. 시니어 모먼트는 구글 모먼트가 되어가고 있다. 이 말이 더 행복하고 그럴싸하고 젊고 현대적으로 들린다. 안 그런가? 검색을 자유자재로 함으로써 당신이 시대에 발맞출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다. 같은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이 내가 이상한 늙은이라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으리라고 스스로를 속일 수도 있다. 잃어버린 고리를 찾는 일은 너무도 간단해졌다. 시니어 모먼트라는 끔찍한 순간은 사라진 것이다. 놓쳐버린 말을 찾기 위한 길고 긴 탐색의 순간, 수수께끼 풀이의 순간, 머리를 툭툭 치면 생각날 듯한 그 순간, 손가락만 튕기는 짜증스런 그 순간 말이다. 그냥 구글로 가서 찾아오면 끝이다.
하지만 자기 자신의 삶을 찾아올 수는 없다.
--- p.20-21

《뉴스위크》에 우편 담당 총각은 없었다. 오직 우편 담당 아가씨들만 있을 뿐이었다. 당시에는 (나처럼) 대학 졸업생이고 (나처럼) 대학 신문사에서 일한 경험이 있고 (나처럼) 여자일 경우, 회사는 그 사람을 우편 담당 아가씨로 고용했다. 만일 (나와 달리) 남자이고, 그 밖의 모든 조건은 나와 같은 경우, 회사는 그를 리포터로 고용해서 미국 곳곳의 사무실로 파견했다. 물론 불공평한 이야기지만 당시는 1962년이었다. 회사는 그렇게 돌아갔다.
--- p.32-33

이런저런 일들을 다 겪고 난 후에 보니, 《뉴스위크》에서 성차별이 얼마나 깔끔하게 제도화되어 있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모든 남성에 대해 여성은 열등한 존재였다. 모든 남성 필자들 아래에 허드렛일을 다하는 여성들이 있었다. 딱히 의미는 없지만 사람들이 잘 모르는 세부 사항들을 화려하게 치장해주는 작업마다, 그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 어린 보조들이 필요했다. 간부들의 실수를 수정해주는 밑줄 긋기 작업이 필요했던 것이다. 하지만 당시의 나는 이런 사실들을 다 알아채기에는 너무 어렸다. 다만 나는 서서히 《뉴스위크》에서는 내가 필자로 승진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설사 승진했다 해도 그 일을 잘했을 것 같지 않다.
--- p.40

이제 와서는 ‘진실’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사람들의 말은 늘 잘못 인용된다. 언론계는 음모론으로 가득 차 있다. (의도치 않은 실수로 정보를 잘못 사용하는 것도 음모에 포함된다.) 정서적으로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기계적 객관주의와 냉소주의는 기자를 사건에서 지나치게 멀어지게 만들 뿐이다.
하지만 나는 오랫동안 저널리즘을 사랑해왔다. 나는 편집실을 사랑했다. 저널리즘에 종사하는 그 집단을 사랑했다. 담배를 피우고 스카치를 마시고 포커 치는 걸 사랑했다. 나는 어떤 것에 대해서도 깊이 알지는 못했지만, 어쨌거나 그 직업에 종사했다. 나는 그 스피드를 사랑했고, 마감을 사랑했고, 사람들이 신문지로 생선을 포장하는 것을 사랑했다.
--- p.51-52

알코올 중독자 부모는 정말 혼란스러운 존재다. 그들은 틀림없이 나의 부모님이다. 나는 그들을 사랑한다. 하지만 그들은 주정뱅이다. 나는 그들을 증오한다. 하지만 그들을 사랑한다. 하지만 그들을 증오한다. 그들에게는 어린 시절 내가 우상화했던 바로 그 모습이 깃들어 있다. 또한 괴물이라고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모습도 있다. 시간이 지나면 그들은 항상 괴물이 된다. 내게 어마어마한 힘을 행사했던 사람들(나는 빨간 코트를 구입하기까지 40년이 걸렸다. 심지어 산 다음에도 딱 한 번밖에 안 입었다.), 그러나 더 이상 내게 어떤 영향도 끼칠 수 없게 된 사람들.
--- p.62-63

얼마 전 내 친구 그레이든 카터가 뉴욕에 레스토랑을 열겠다고 했다. 나는 그 계획에 대해 경고했다. 식당 경영이야말로 모두가 철들면서 버려야 하는 보편적인 판타지의 일종이라는 게 내 지론이다. 그러지 않으면 식당이라는 무거운 짐을 떠안게 된다. 식당 경영에는 수많은 문제점이 따라붙는다. 주인 스스로 매일 거기서 식사를 해야 한다는 건 가장 사소한 문제에 불과하다. 식당을 열겠다는 판타지를 포기하는 것이야말로 심리학자 피아제의 인지 발달 단계의 최종 심급이다.
--- p.143

하지만 진실은, 이런 종류의 로맨스가 끝장날 때에는 어떤 변명이든 늘어놓게 된다는 것이다. 세부 사항만 조금 다를 뿐 이런 이야기는 항상 똑같이 진행된다. 젊은 여성이 나이 든 여성을 우상화한다. 젊은 여성이 나이 든 여성을 따라다닌다. 나이 든 여성이 젊은 여성을 받아들여준다. 젊은 여성은 나이 든 여성이 그저 인간에 불과했음을 깨닫는다. 이야기 끝.
젊은 여성이 작가라면, 언젠가 그 나이 든 여성에 대해 글을 쓰게 된다.
세월이 흐른다. 젊은 여성이 나이가 든다. 그리고 로맨스가 그렇게 끝장난 것에 대해서만큼은 사과하고 싶어지는 순간을 맞는다. 지금 쓰는 글은 바로 그런 종류의 사과문이다.
--- p.142

내게는 수많은 실패작이 있다. 나는 완벽하게 실패한 영화들을 만들었다. 완벽하게 실패했다는 건, 혹평을 받았고 흥행에서도 망했다는 뜻이다. 부분적인 실패작들도 있다. 평은 좋았지만 돈은 못 번 영화들이다.
히트작들도 만들었다. 내 영화가 히트 하는 건 정말 기분 좋은 일이다. 히트는 어디에도 비할 바 없는 것이다.
실패작을 만들었다는 건 끔찍한 일이다. 고통스럽고 굴욕적이다. 고독하고 슬프다. 실패작 중 몇몇 작품은 후에 컬트적인 인기를 모으기도 했다. 이는 실패작에 바랄 수 있는 마지막 희망 사항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실패작은 그냥 실패작으로 남았다.
--- p.165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인생도 계속된다. 차기작을 만들 수 있는 행운을 잡는다. 그래도 실패작은 거기 남아 있다. 지난 삶의 역사 속에, 난폭하고 강력한 힘을 빨아들이는 자기장을 거느린 블랙홀처럼.
한편으로 실패의 장점을 설파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실패를 통한 성공에 대해, 실패의 힘에 대해 책을 쓴다. 그들은 실패가 성장의 경험이었고, 실패로부터 뭔가 배울 수 있다고 한다. 그 말이 맞길 바란다. 내가 보기에 실패로부터 배울 수 있는 가장 큰 교훈은, 앞으로도 언제든 또 다른 실패를 겪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사실이다.
--- p.172

가끔씩 이런 몽상을 한다. 내가 죽어갈 때, 그 작품을 부활시킬 만한 위치에 있는 누군가가 침상에 다가와 작별 인사를 던질 때 내가 이렇게 말하는 거다. “마지막으로 부탁 하나만 들어주시겠어요?” 그 사람은 동의한다. 다른 어떤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사람이 죽어가고 있는데. 나는 덧붙인다. “제 희곡을 다시 무대에 올려주시겠어요?” 너무 애처롭지 않은가.
--- p.173

사람들은 언제나 시간이 약이며 고통을 잊게 될 거라고 말한다. 이런 말은 출산할 때 듣는 상투어기도 하다. 엄마는 아이 낳을 때의 고통을 잊어버린다고들 한다. 나는 이 말에 동의할 수 없다. 나는 그 고통을 기억한다. 진짜 잊어버리는 건 사랑이다.
--- p.194

노화 과정의 최악의 진실 중 하나는 죽은 친구들을 누구로도 대체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하루에 6킬로미터씩 뛰고 견과류와 딸기류만 먹던 사람들도 갑자기 죽는다. 하루에 위스키를 4리터씩 들이키고 담배를 두 갑씩 피우던 사람들도 갑자기 죽는다. 당신은 하루아침에 추첨 게임의 기로에 놓인다. 궁극적인 기회의 게임. 언젠가 당신의 운도 다할 것이다. 모두가 죽는다. 그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하루에 아몬드를 6개씩 먹든 안 먹든, 신을 믿든 안 믿든.
--- p.198-199

어떤 시점에 이르면 나는 그냥 늙었거나, 나이를 좀 더 먹었거나, 늙어 보이는 정도가 아니라 정말 노인이 될 것이다. 나이 때문에 실제로 제구실을 못하게 될 것이다. 무슨 이유에선지 읽거나, 말하거나, 제대로 듣지 못하게 될 것이다. 먹고 싶은 것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동네를 한 바퀴 걷지도 못할 것이다. 여전히 내가 농담거리로 삼고 있는 나의 기억력도 돌이킬 수 없이 희미해져서, 이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그저 아는 척해야 할지도 모른다.
내 앞에 좋은 시절이 단 몇 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깨달음은 어떤 강력한 힘을 불러일으켰다. 나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어떤 심오한 힘에 기대고도 싶었지만, 그러진 않았다. 내가 매일매일 정말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알아내려고 애썼다.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나는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 하고 자문해보았다. 나는 목표를 낮췄다. 셰이크섀크에서 나온 얼린 커스터드와 공원 산책이면 나의 완벽한 오후로 충분하다. (소화제를 지참해야겠지만.) 좋은 연극 한 편과 오르소 레스토랑에서의 식사면 완벽한 저녁으로 충분하다. (마늘은 빼달라. 안 그러면 잠을 못 잔다.)

--- p.199-200

출판사 리뷰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줄리 & 줄리아」
로맨틱 코미디의 대가 노라 에프런이 말하는
여성의 일, 사랑, 실패, 나이 듦에 관하여


“조금 고약하고 많이 재미있는, 알고 보면 유능한 할머니!
그녀가 정말 좋아졌다.” ─이경미(영화감독)


노라 에프런만의 독특한 유머와 예리한 감각으로 무장한
삶과 노년의 진실에 관한 통찰!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여성 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로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줄리 & 줄리아」 등 고전의 반열에 오른 다수의 영화를 만들어낸 로맨틱 코미디의 대가 노라 에프런이 써낸 생애 마지막 에세이다. 고유한 유머 감각과 노골적이리만큼 솔직한 태도, 예리한 감각으로 삶과 노년의 진실에 관한 통찰을 담아낸다. 영미권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올라 노라 에프런에게 에세이스트로서 큰 명성을 안겨주며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받아온 책이기도 하다. 2012년 국내에 처음 소개되었던 이 책을, 번역을 다듬고 새 옷을 입혀 새로운 만듦새로 선보인다. ‘여성의 나이 듦’을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사유하며, 오래 자기 분야를 개척해온, 경험이 풍부한 여성 롤모델이 요구되는 최근의 흐름에 『내게는 수많은 실패작들이 있다』의 목소리가 더없이 시의적절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노라 에프런은 1950년대 대표적인 로맨틱 코미디 시나리오 작가이자 제작자였던 헨리 에프런과 피비 에프런 사이에서 태어나, 일찌감치 저널리스트라는 직업, 글 쓰는 여성으로서의 삶을 꿈꿨다. 그는 웰즐리 대학을 졸업한 후, 《뉴욕 포스트》 기자를 거쳐 뛰어난 저널리스트이자 에세이스트로서 《에스콰이어》 《뉴욕》 등 여러 잡지에 기고하며, 다수의 에세이와 희곡, 소설을 출간해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명성을 쌓아나갔다. 이 책에서 에프런은 신문사에서 여성은 기자가 아닌 ‘우편 담당 아가씨’로만 고용되던 시절부터, 두 번의 이혼 경력보다 나이가 더욱 중요하게 자신을 규정하는 노년에 이르기까지, 인생 전체를 반추하면서 그 속에서 얻은 통찰을 명료하고도 유머러스하게 풀어놓는다.

이 책에서 무엇보다 빛나는 것은 누구도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그만의 따듯한 유머 감각이다. 단순한 냉소나 자기비하가 아닌 유머와 위트는 눈물 나도록 웃기면서도 삶에 대한 사랑과 여유를 품고 있고, 최선을 다해 성실하게 일생을 살아내고 자기 삶을 숨김없이 직시하는 이의 전리품이라 할 날카로운 통찰로 가득하다. 젊은 여성 에세이스트나 남성 에세이스트가 따라올 수 없는 품격과 취향, 자유로움의 일면이기도 하다.


여성의 나이 듦을 직시하는 우아하고 유쾌한 시선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아(I Remember Nothing)’라는 원제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이 가장 주요하게 다루는 주제는 바로 ‘나이 듦’이다. 신체적인 변화뿐 아니라 점점 흐릿해져가는 기억력, 부모에 대한 깊은 애증, 가까운 친구의 죽음, 새로운 기술을 향한 환호와 불만, 실패의 경험과 인생의 아이러니, 요리와 영화에 대한 세련된 취향과 낭만적인 경험 등을 웃음을 머금고, 때론 마음 저릿하게 되돌아본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이처럼 다양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어떤 식으로든 근본적으로는 ‘나이 든다는 것’의 생생한 진실, 그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다. 많은 것을 성취한 사람이 젊은 시절의 열정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로도 이렇게 다정하고 여유롭게 소멸에 대해 사고할 수 있다는 사실이 경이로울 정도다.

에프런은 나이 듦을 직시함으로써 가족, 우정 등 관계와 일에 관한 통렬한 깨달음을 전한다. 슈퍼우먼이라는 말조차 없던 시절부터 살림부터 양육, 일까지 모두 성공적으로 해냈던 어머니가 알코올 중독자가 되면서 순식간에 애증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묘사하는 장면은 특히 인상적이다(「전설」). 젊은 시절 열광했던 선배 작가와의 우정이 식어간 일을 회고하는 글에는, 나이 든다는 것이 곧 삶의 또 다른 단면을 이해하고 인정하게 되는 과정이라는 사실이 강렬하게 기록되어 있다(「펜티멘토」). 실패작들이 안겨주는 “가슴 찢어지는 경험”, 두 번의 이혼이 오래도록 미치는 영향, 사랑과 고통에 대해서도 놀랍도록 솔직하고 생생하게 써낸다(「실패작」 「이혼」). 또한 책에서 가장 감동적인 부분 중 하나는 「그립지 않을 목록」과 「그리워할 목록」이다. 자기연민이나 과장 없이 이 사소하고도 그럴듯한 목록을 통해 남은 시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여성으로서 일과 사랑을 해나간다는 것

이 책은 여성들, 특히 일과 사랑, 열정과 날카로운 감각이 조화된 삶을 꿈꾸는 여성들에게 강력한 본보기가 된다. 경력을 쌓아가고 가족을 꾸리고 우정을 유지하는 일에 대해 여성들이 갖게 되는 고민거리가 다양하고 섬세하게 다루어지기 때문이다. 또 자기계발서식이 아닌, 진솔하고 유쾌한 에프런식 해법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면모는 “성차별이 깔끔하게 제도화되어” 있던 저널리즘 업계에서, 또 여성 감독과 작가가 턱없이 적은 할리우드에서 겪어온 일을 뼈 있는 유머와 미묘한 영역을 오가며 애정 어린 시선으로 서술하는 대목들에서 탁월하게 발휘된다(「저널리즘에 대한 러브 스토리」). 픽션과 논픽션을 넘나들며 ‘글 쓰는 사람’으로서 에프런은 “특히 자주 (남성들의) 오해와 편견을 불러일으키는 감정적인 (사소한) 문제의 전문가”이기도 했다.

성차별이 공고하여 무엇이든 원하는 것을 하려면 ‘예외’가 될 수밖에 없던 시절부터 통상적인 은퇴 시기를 훌쩍 넘겨서까지 활발하게 일을 하면서도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친밀한 관계에서도 중요한 것을 놓치지 않는 에프런의 삶 자체가 여성들에게 참조점을 제공한다. 그는 늘 동료 기자들과 함께하는 편집실이란 장소를, 배우·스태프들과 협업하는 영화 ‘현장’을 열렬히 사랑한다. 요리를 향한 그의 열성은 음식이 친구들과의 만남을 축하하고 활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는 데서 비롯된다(「크리스마스 만찬」). 이 책이 보여주는 가족, 동료에 대한 예리한 인지나 신랄한 통찰이 유쾌한 것은 그 바탕에 단단한 동료 의식과 유대감이 자리하는 덕이다. 이것이 바로 에프런의 글이 결국 삶을 향한 사랑을 일깨우는 이유다.

추천평

어린 시절,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를 보면서 맥 라이언처럼 사랑스러운 여자가 되고 싶어서 흉내도 내봤고,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과 「유브 갓 메일」을 보면서 맥 라이언처럼 이 도시 안에서 평범한 듯 특별한 어떤 인연을 기대도 해봤다. 하지만 서서히 나는 맥 라이언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 판타지는 내 인생과는 상관없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부끄럽지만 노라 에프런을 잠시 잊었던 것 같다.

그런데 노라 에프런의 에세이를 읽고 그녀가 정말 좋아졌다. 조금 고약하고 많이 재미있는, 알고 보면 유능한 할머니! 젠장, 멋진 판타지가 생겨버렸다! - 이경미 (영화감독, 『잘돼가? 무엇이든』 저자)
‘노라 에프런처럼’이라는 생각을 자주 하고 살았다. 언론사에서 일하다가 자기 글을 쓰고 자기 영화를 연출하는 여자가 된다는 일에는, 기적이 아니라 ‘노라 에프런’이라는 이름이 선명하게 붙어 있었다. 이 책이 나온 직후에 열광하며 읽고 10여 년이 지나 다시 읽으며, 새로운 부분에 밑줄을 그었다. 철들면 익숙하던 것에 뼈아파진다. 그리고, 나는 이전보다 더 이 책에 열광하게 되었다. - 이다혜 (《씨네21》 기자, 『출근길의 주문』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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