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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의 서사
수많은 창작물 속 악, 악행, 빌런에 관한 아홉 가지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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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 편집자의 말 | 악인의 서사,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말라?
· 듀나 | 악인보다 선인의 이야기에 집중할 것
· 박혜진 | 악이 동굴에서 나올 때: 오늘의 한국 소설 속 살인자들
· 전승민 | 조명등, 달, 물고기: 나르시시스트의 선한 얼굴은 어떻게 악이 되는가
· 김용언 | 범죄의 기술(記述): 선정주의를 넘어선 범죄 논픽션
· 강덕구 | 나쁜 놈도 눈물 흘려야 할 이유: 서부극, 공동선과 윤리를 탐구하는 악인 서사
· 전자영 | 현실의 낙인, 무대 위의 매혹: 목소리를 빼앗긴 마녀가 무대 위에서 던지는 물음
· 최리외 | 응징할 수 없는 악에 관하여: ‘빌런’이 득시글거리는 모녀 서사
· 이융희 | 웹소설의 악인이라는 가짜 쟁점: 연대이자 사회운동으로서의 웹소설을 향하여
· 윤아랑 | 악(당), 약동하는 모티프들

저자 소개9

Djuna

1990년대 초, 하이텔 과학소설 동호회에 짧은 단편들을 올리면서 경력을 시작했다. 이후로 각종 매체에 소설과 영화 평론을 쓰면서 왕성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1994년 《사이버펑크》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제목의 공동 단편집에 몇몇 하이텔 단편들이 실렸고, 그 뒤에 단독 작품집인 《나비전쟁》, 《면세구역》, 《태평양 횡단 특급》, 《대리전》, 《용의 이》,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 《아직은 신이 아니야》 등을 발표하면서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SF 작업과는 별도로 영화 칼럼을 쓰고 있고, 《옛날 영화, 이 좋은 걸 이제 알았다니》, 《장르 세계를 떠도는 듀나의 탐사기》, 《가
1990년대 초, 하이텔 과학소설 동호회에 짧은 단편들을 올리면서 경력을 시작했다. 이후로 각종 매체에 소설과 영화 평론을 쓰면서 왕성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1994년 《사이버펑크》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제목의 공동 단편집에 몇몇 하이텔 단편들이 실렸고, 그 뒤에 단독 작품집인 《나비전쟁》, 《면세구역》, 《태평양 횡단 특급》, 《대리전》, 《용의 이》,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 《아직은 신이 아니야》 등을 발표하면서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SF 작업과는 별도로 영화 칼럼을 쓰고 있고, 《옛날 영화, 이 좋은 걸 이제 알았다니》, 《장르 세계를 떠도는 듀나의 탐사기》, 《가능한 꿈의 공간들》 등의 논픽션을 썼다. 2021년에 장편소설 《평형추》로 SF어워드 장편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2024년 데뷔 30주년을 기념하여 초기 단편집 《시간을 거슬러 간 나비》를 출간했다.

듀나의 다른 상품

2011년부터 현재까지 출판사 민음사에서 일해온 문학편집자이자, 201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비평 활동을 시작한 문학평론가이다. 초대형 베스트셀러 『82년생 김지영』을 편집했다. 현재 격월간으로 발행되는 문학잡지 《릿터》의 편집장이다. 비평집 『언더스토리』와 서평집 『이제 그것을 보았어』를 출간했으며, 2018년 젊은평론가상, 2022년 현대문학상 평론 부문, 2023년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표창, 2024년 김종철시학상 평론상 및 한국출판편집자상 특별상을 수상했다.

박혜진의 다른 상품

경상남도 진주에서 태어났다. 2020년 대산대학문학상과 202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에 당선하며 본격적인 글쓰기를 시작했다. 영문학을 공부하면서 시바견 호두와 함께 남산 아래에서 살고 있다. 이십 대의 많은 시간을 병원에서 보냈고 덕분에 남들과 약간 다른 삶을 살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삶은 온통 불확실한 것들로 가득하며 그것들이 결국은 우리를 더 나은 곳으로 데려다준다고 믿는다. 비록 그것이 지금은 힘들고 나쁜 것처럼 보일지라도 말이다. 사람은 사람에게 가장 큰 상처를 받지만 구원 또한 사람에게서 받는다고 생각한다. 햇빛이 가득한 공원 벤치에 앉거나 누워서 읽고 쓰는
경상남도 진주에서 태어났다. 2020년 대산대학문학상과 202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에 당선하며 본격적인 글쓰기를 시작했다. 영문학을 공부하면서 시바견 호두와 함께 남산 아래에서 살고 있다. 이십 대의 많은 시간을 병원에서 보냈고 덕분에 남들과 약간 다른 삶을 살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삶은 온통 불확실한 것들로 가득하며 그것들이 결국은 우리를 더 나은 곳으로 데려다준다고 믿는다. 비록 그것이 지금은 힘들고 나쁜 것처럼 보일지라도 말이다. 사람은 사람에게 가장 큰 상처를 받지만 구원 또한 사람에게서 받는다고 생각한다. 햇빛이 가득한 공원 벤치에 앉거나 누워서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한다.

전승민의 다른 상품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 비교문학 협동과정을 졸업했다. 영화 전문지 《키노》, 《필름2.0》, 《씨네21》과 장르문학 전문지 《판타스틱》, 온라인 서평 전문지 《프레시안 books》에서 10여 년간 기자 겸 편집자로 일했다. 지은 책으로 『문학소녀: 전혜린, 그리고 읽고 쓰는 여자들을 위한 변호』 『범죄소설: 그 기원과 매혹』이 있으며 『지금 다시, 문예지』 『귀신 간첩 할머니: 근대에 맞서는 근대』 『다시 동화를 읽는다면』에 공저자로 참여했다. 옮긴 책으로 『코난 도일을 읽는 밤』, 『그럼피캣』, 『죽이는 책』이 있다. 현재 미스터리 전문지 《미스테리아》 편집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와 같은 학교 대학원 비교문학 협동과정을 졸업했다. 영화 전문지 《키노》, 《필름2.0》, 《씨네21》과 장르문학 전문지 《판타스틱》, 온라인 서평 전문지 《프레시안 books》에서 10여 년간 기자 겸 편집자로 일했다. 지은 책으로 『문학소녀: 전혜린, 그리고 읽고 쓰는 여자들을 위한 변호』 『범죄소설: 그 기원과 매혹』이 있으며 『지금 다시, 문예지』 『귀신 간첩 할머니: 근대에 맞서는 근대』 『다시 동화를 읽는다면』에 공저자로 참여했다. 옮긴 책으로 『코난 도일을 읽는 밤』, 『그럼피캣』, 『죽이는 책』이 있다. 현재 미스터리 전문지 《미스테리아》 편집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용언의 다른 상품

작가, 영화 평론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영상 이론을 전공했다. 미디어버스에서 ‘약간의 논픽션’ 총서 시리즈를 기획하고, 영화 팟캐스트 ‘회랑’을 진행하고 있다. 『익사한 남자의 자화상』, 『밀레니얼의 마음』을 쓰고, 『사탄 박사의 반향실』을 우리말로 옮겼다.

강덕구의 다른 상품

서강대학교 영문학부 강사. 셰익스피어부터 현대 희곡까지 다양한 연극 텍스트를 가르치고 있다. 뉴욕시립대학교에서 근세 영국 희곡의 여성과 복화술에 대한 연구로 영문학 박사 학위를 받고, 기졸업자 우수 논문상을 수상했다. Money and Magic in Early Modern Drama, Adaptation, 《미스테리아》 《영어영문학》 등에 논문과 에세이를 발표했다.
EBS 다큐멘터리팀에서 작가로, 여성신문에서 기자로 일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정치학을 공부했으나 문학과 더 가까이 지내며 번역을 시작했다. 영문학을 공부하면서 영미권 문학을 번역하는 한편, 동네 책방에서 독서모임과 북토크 등을 열며 낭독극과 글쓰기 등 창작 작업도 이어가고 있다. 지은 책으로 『밤이 아닌데도 밤이 되는』이 있고, 옮긴 책으로 『벌들의 음악』 『아무도 우리를 구해주지 않는다』 『Y/N』 『수영 그만두기』 『당신의 소설 속에 도롱뇽이 없다면』 『멀고도 가까운 노래들』 『해달별』 등이 있다.

최리외의 다른 상품

장르 비평가, 문화 연구자, 작가. 한양대학교 국문학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2006년 『마왕성 앞 무기점』으로 데뷔한 이래 현재까지 꾸준히 장르문학을 창작하고 있다. 청강문화산업대학교 웹소설 창작학과 조교수로 재직했으며 장르 비평 동인 텍스트릿의 창단 멤버이자 팀장으로 다양한 창작?연구?교육 활동에 참여했다. 현재 콘텐츠 제작 기업 지티이엔티 콘텐츠제작본부 소설 파트에서 웹소설 기획, 제작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웹소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판타지 #게임 #역사』 『비주류선언』(공저) 『악인의 서사』(공저) 등을 썼다.

이융희의 다른 상품

비평가. 2020년부터 ‘공식적인’ 비평 활동을 시작했다. 대중문화와 시각예술을 주로 다루며, 주체성과 현실 감각을 문제시하는 문화 비평에 관심이 있다. 현재 영화평론 팟캐스트 〈영화 카페, 카페 크리틱〉과 작업실 겸 상영공간 키니마의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뭔가 배 속에서 부글거리는 기분》, 《영화 카페, 카페 크리틱》(공저), 《악인의 서사》(공저) 등이 있다.

윤아랑의 다른 상품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8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320쪽 | 428g | 140*210*20mm
ISBN13
9791198380906

책 속으로

· 듀나 | 악인보다 선인의 이야기에 집중할 것
- [한니발] 렉터가 주인공이 되는 순간, [토머스] 해리스는 이 인물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감을 잃어버린다. 더 불쾌한 악인도 등장시켜본다. 스탈링과의 관계도 발전시켜본다. 하지만 무엇을 해도 『양들의 침묵』만큼 재밌지는 않은데, 구경하기엔 재밌어도 온전히 공감할 수 없는 악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이야기를 끌어가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 p.38

- 문제는 시시한 인간들의 목소리가 나날이 커지는 지금과 같은 시대엔 이 자유로움이 종종 독이 된다는 것이다. ‘유독한 팬덤toxic fandom’은 이를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인데, [……] 「스타 워즈」 팬덤에서 가장 심각하게 나타나고, 한국에서도 주류적 인기를 얻고 있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도 예외는 아니다. 이들 팬덤은 어느 모로 보나 자신들보다 평균적으로 유능한 창작자들이 이전과 다른 방향으로 시리즈를 진보시킬 때마다 창작자와 배우, 캐릭터를 향해 끔찍한 공격을 퍼붓는다. ‘나의’ 「스타 워즈」는, ‘나의’ 마블은 이렇지 않다며 불만을 잔뜩 품은 채로
--- pp.43~44

· 박혜진 | 악이 동굴에서 나올 때: 오늘의 한국 소설 속 살인자들
- 이야기의 기본 속성이자 이야기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가 공감이라는 사실을 부정하기는 힘들다. [……]여전히 우리가 악을 말하는 방식이 ‘사실상 모순’의 상태에 머물러 있다면, 공감이라는 강력하고도 불완전한 기준에 의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악에 대해 말하는 우리의 방식이 모순에 갇히지 않기 위해서는 공감의 유무에서 벗어난 악의 서사들이 필요하다.
--- pp.57~58

- [정유정의 『완전한 행복』의] 모티프는 2019년 한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고유정 전남편 살인 사건이다. [……] 고유정을 연상시키는 소설 속 ‘신유나’는 전남편의 죽음과 의붓아들의 죽음을 비롯해 과거 아버지와 대학 시절 교제한 남자의 죽음에도 연관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악인이다. [……]『완전한 행복』은 한순간도 신유나의 시점으로 전개되지 않는다. [……] 악은 벗어날 수 없는 ‘힘’이다. [……] 그러한 힘이 어떻게 행사되는지를 피해자들의 심리 상태를 통해 복원하는 『완전한 행복』은 ‘피해자 중심 서사’의 전범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 pp.63~66

· 전승민 | 조명등, 달, 물고기: 나르시시스트의 선한 얼굴은 어떻게 악이 되는가
- 악의 부재는 선을 재현하는 한 가지 방식일 수 있는가? 적의 얼굴을 마주하며 갈등에 뛰어드는 대결 하나 없이 그저 악이 없는 세계를 미리 상정하며 선을 구현하는 작업은 오히려 위선이지 않을까?
--- pp.80~81

- 선의 손을 들어주고자 하는 이는 구체적인 악의 얼굴을 고의적으로 표백하는 일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피해자성으로 함몰시키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이는 작가와 독자를 포함해 텍스트를 둘러싼 모든 존재자들이 주의해야 하는 지점이다.
--- pp.82~83

-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자기연민의 망망대해에서 허우적대던 나르시시스트 화자가 독서를 통해 자신의 껍질을 뚫고 나오는 데 한 단계 성공하는 이야기다.
--- p.110

· 김용언 | 범죄의 기술(記述): 선정주의를 넘어선 범죄 논픽션
- 『살인자들과의 인터뷰』는 좀 더 건조한 톤으로 범죄자들의 유형을 체계화하고 이론적 배경을 설명하려 노력했다. [이 책의 저자 로버트 레슬러는] FBI 행동과학부의 활약이 토머스 해리스, 메리 히긴스 클라크 같은 유명 작가들에게 직접적인 영감으로 작용했으며 TV 실화 범죄 프로그램의 뜨거운 인기를 불러왔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대중문화의 첨병들이 연쇄 살인과 범죄자에 지나치게 많은 매력을 부여했다는 데 염려를 표하기도 했다.
--- pp.125~128

- 악을 아예 다루지 말아야 한다, 혹은 악인에게 목소리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결론을 쉽게 내리고 싶진 않다. [……] 다만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우리 같은 범인(凡人)들이 감히 상상하지 못하는 어떤 ‘경계’를 쉽게 돌파해버린 범죄자들에 대한 매혹, 알고 보면 저런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에게도 그런 상황으로 내몰린 가슴 아픈 비밀의 이유가 있었다는 관대한 이해, 범죄의 과정에서 빚어지는 공포와 불안을 최대한 잘 전달하겠다는 이유로 범죄자의 1인칭 시점에서 피해자를 ‘사냥’하는 과정을 집요하게 고수하는 태도 같은 것들이다.
--- p.149

· 강덕구 | 나쁜 놈도 눈물 흘려야 할 이유: 서부극, 공동선과 윤리를 탐구하는 악인 서사
- 서부극에서 법적 질서는 결코 선악을 구분하는 척도가 아니다. 선악은 개인의 모럴에 의해 좌우된다. 어쩌면 오늘날 서부극을 다시 봐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을지 모른다. 서부극은 법적 규범과 개인의 모럴, 달리 말하자면 추상적 질서에 저항하는 얼굴을 그리기 때문이다.
--- p.169

- 「루이」에선 게이 인물을 향해 날아든 ‘패곳’이라는 멸칭을 지우지 않는다. 단지 그 멸칭이 현실에서 사용된다는 이유로 그런 것은 아닐 테다. 진짜 이유는 바로 우리 인간이 허구를 통해 자신을 비춰보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드라마에서 들리는 혐오표현, 악행에 정당화를 부여하는 서사가 허구임을 간과해선 안 된다. 때로 불편하거나 역겨울 수 있는 거짓말은 우리가 사는 공동체의 기원에 담긴 폭력의 정체를 따져 묻게 만들기도 하고, 우리 세계의 잔혹성을 고발하기도 한다.
--- p.185

· 전자영 | 현실의 낙인, 무대 위의 매혹: 목소리를 빼앗긴 마녀가 무대 위에서 던지는 물음
- 버나드 쇼의 해석에 따르면, 베토벤은 악덕에 고귀한 음악을 부여해서는 안 된다고 단언한다. 악덕은 아름다워서는 안 된다. 돈 조반니는 사기꾼에다 법규를 모독하고 질서를 어지럽히는 난봉꾼이다. 모차르트는 그런 그에게 화려한 선율의 노래를 부여해 지위를 드높이고, 주인공이 될 기회를 준다.
--- pp.189~190

- [17세기를 대표하는 여성 빌런인] 마녀는 악역으로 낙인찍힌다. 그런 그가 연극에서 마땅히 기대되는 도덕성을 초과하는 모습으로 무대 위에 존재한다면, 이 초과된 것들을 어떤 감정과 규칙으로 이해해야 할까?
--- pp.223~224

· 최리외 | 응징할 수 없는 악에 관하여: ‘빌런’이 득시글거리는 모녀 서사
- 문학은 첨예한 윤리적 문제를 제기하면서도 응징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응징은 적어도 문학의 역할은 결코 아니며 [……] 당위를 한껏 부여해 ‘내가 옳으며 선하다.’고 주장하는 장르도 아니다. 오히려 응징할 수 없는 악이 있음을 인정하는, 손쉬운 비난을 넘어서는, 날카롭고도 섬세한 성찰이 깃든 작품을 우리는 은밀하게 사랑하게 된다.
--- pp.232~233

- 수많은 여성 작가들이 어머니의 삶과 죽음에 관한 자전적 작품을 남겼다. 비비언 고닉의 『사나운 애착』에는 말 그대로 ‘사나운’ 모녀 관계가 여실히 드러나고, 한국계 이민자의 딸인 미셸 자우너가 쓴 『H마트에서 울다』에는 ‘죽었을 때나 우는 것’이라며 딸을 훈육하는 냉엄한 어머니의 모습이 빼곡하다. 아니 에르노는 어떤가. [……] 그의 자전 소설에서 어머니는 경멸 또는 연민의 대상(‘어머니는 나보다 약하며 불쌍한 존재’라는 온정주의적 정의감), 서로를 적극적으로 모욕하거나 질투하는 대상으로 드러난다.
--- p.248

· 이융희 | 웹소설의 악인이라는 가짜 쟁점: 연대이자 사회운동으로서의 웹소설을 향하여
- 웹소설의 악인은 대개 [……] 고유의 배경과 서사를 지닌 독자적·입체적 인물이라기보단 주인공의 전지전능함을 방증하는 일회적·기능적 도구로 이용될 때가 많다. [……] 이렇듯 웹소설이 악인을 다루는 방식은 일견 악인에게 서사를 주지 말라는 일부 독자의 메시지와 매우 잘 부합하는 것처럼 보인다. 연민하고 동정할 여지는 일절 주어지지 않은 채 부정적이기만 한 존재로서 납작하고 단순하게 묘사되다가 곧장 권선징악의 대상이 돼 초라한 최후를 맞이하기 때문이다.
--- pp.260~261

- 제목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주인공이 힘을 숨김』이나 『나 혼자만 레벨업』 같은 작품에는 주인공이 겪어나갈 시련과 고난이 존재하지 않는다. 5000자 분량으로 잘게 쪼개진 이 세계에는 주인공이 연속적으로 밀어닥치는 사건들을 얼마나 유능하게 극복하는지가 등장할 뿐이다.
--- pp.268~269

· 윤아랑 | 악(당), 약동하는 모티프들
- 오카자키 교코의 만화는 (도덕의 구축 자체는 존중하면서도) 도덕이 세상을 대하는 태도의 전부가 되려는 것에 대한 나름의 저항으로서 숭고한(그리고 그만큼 황당무계한) ‘조작’이다. 도덕이 결코 충분히 이해하고 포괄할 수 없는 삶의 방식이 있다고, 혹은 도덕 바깥에서도 삶은 계속되고 있다고 반론을 제기하기. [……] 그 속에서 우리는 ‘악’과 ‘악당’과 ‘부정적인 것’이, [……] ‘부정적인 통일’, 즉 중층적이고 역동적인 관계로서의 삼각형을 이루고 있다는 걸 생생히 느끼게 된다.
--- pp.313~314

- 우리는 N번방 범죄자들을 경멸하면서도 살인마 캐릭터의 행보를 응원할 수 있다. 같은 말이지만, 도덕에 한쪽 발을 담그는 한편 ‘악’을 다루는 픽션에 다른 한쪽 발을 담글 수 있다. 이는 해소될 수 없는, 아니 결코 해소되어서는 안 될 역설이며 오히려 우리가 기꺼이 쟁취하고 유지해야 할 역설이다. 그것이야말로 불통합적(이라서 통합적)인 주체인 우리가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이기 때문이다.

--- p.316

출판사 리뷰

K-드라마에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나아가 세계 문학 고전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작품과 장르의 사례로 들여다본 창작물 속 악인의 서사


『악인의 서사』에 수록된 많은 글들은 실제 작품의 사례를 통해 독자들이 악인의 서사라는 문제를 매우 구체적으로 고찰해보도록 유도한다. 기존에 악인의 서사를 두고 벌어진 논쟁은 지극히 일반론적이고 당위적인 차원에서 창작자의 윤리 법칙을 논하거나 실제 범죄를 넘어 허구의 창작물에서까지 악인의 서사를 배제하는 게 옳으냐는 물음을 중심으로 벌어졌다. 하지만 『악인의 서사』는 지금껏 추상적 차원에서 되풀이된 논쟁에 매몰되기보다 온갖 시대, 장르, 매체를 아우르는 유명 작품 속 악인의 사례를 소환해, 창작물에서 악인 또는 악이 어떤 효과와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지를 묻고 답하는 데 주된 초점을 맞춘다.

아홉 명의 저자가 논의의 대상으로 삼는 작품과 인물은 그야말로 동서고금을 넘나든다. 스펙트럼의 한쪽에는 주로 대중문화의 영역에서 널리 알려지고 사랑을 받은 작품들이 있다. tvN의 「작은 아씨들」 같은 한국 드라마, 『주인공이 힘을 숨김』 『나 혼자만 레벨업』 등의 인기 웹소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어벤저스」 「블랙 팬서」 「변호사 쉬헐크」 등)와 DC 코믹스(『왓치맨』, 배트맨 시리즈의 조커)의 슈퍼히어로 프랜차이즈, 영화로 더욱 널리 알려진 범죄 스릴러(『양들의 침묵』 『리플리』 『미저리』 등), 또 해리 포터 시리즈, 「베터 콜 사울」, 수정주의 서부 영화 등 오랜 세월 동안 막대한 팬층을 형성해온 시리즈와 장르가 논의의 대상이 된다. 그 밖에도 『완전한 행복』(정유정) 『재수사』(장강명) 『제2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처럼 지극히 최근에 발표돼 많은 사랑을 받은 한국 소설과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H마트에서 울다』 같은 논픽션 베스트셀러가 주요하게 다뤄지고, 스펙트럼의 정반대편에는 셰익스피어, 『레 미제라블』 『죄와 벌』 『제인 에어』 등 일찍이 정전의 자리를 꿰찬 세계 문학 고전이 자리한다. 이렇듯 실로 다종다양한 장르와 매체를 가로지르는 논의는 악인의 서사에 관해 한결 심화된 이해와 입체적 고민을 나눌 수 있게 한다.

역사를 가로지르는 무수한 작품을 통해 독자들이 여러 장르에 대한 배경지식을 자연스레 습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악인의 서사』는 그 자체로 교양서로서의 면모 또한 두루 갖추고 있다. 각 원고 말미에는 저자들이 논의한 작품에 관한 정보를 목록으로 정리해 실었다. 책에는 국내에 잘 알려진 창작물이 다수 등장하지만, 워낙 다방면의 논의가 다뤄지는 만큼 독자 개개인의 관심사에 따라 새롭게 접하게 되는 작품도 있을 것이다. 또 『악인의 서사』를 읽은 뒤 각 저자들이 언급한 작품들을 직접 입수해 감상하며 고민의 폭과 깊이를 확장해보길 희망하는 독자들도 존재할 텐데, 글에 등장하는 모든 작품의 매체·장르, 창작자·출연자, 제작사·출판사, 발표 연도 등을 일목요연하게 제공함으로써 독자들의 파생적 감상 및 독서가 한층 수월할 수 있도록 했다.

취소 문화, 정치적 올바름, 해시태그 운동, 피해자 중심주의,
그리고 예술가의 도덕성과 범죄에 대한 고발이 보편화된 시대
불매, 분서갱유, 단죄로 종결되지 않는 심층적 감상 문화를 위한 제안


“악인에게 서사를 주지 말라.”라는 말이 그토록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게 된 배경에는 오늘날 소위 ‘취소 문화’라 일컬어지는 문화적 풍토 등이 직간접적으로 뒤얽혀 있다. 근년에는 예술가의 도덕성과 범죄에 대한 고발이 본격화되면서 ‘윤리적이지 않은’ 작품을 들추어 불매를 유도하는 것이 창작물에 대한 대중적 수용의 방식으로서 어엿이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창작자 개인이 아니라 창작물 자체가 윤리적 검증의 대상이 될 때, 작품의 어떤 요소를 근거로 윤리와 비윤리의 구분할지 우리는 충분히 섬세하고 소상하게 살피고 있을까? 『악인의 서사』에는 악인의 서사를 배제하라는 단호한 요구에 깔린 집단 정서에 관한 논의도 부분적으로 담겨 있다. 특정한 창작물을 단죄의 대상으로 지목하기에 앞서, 우리는 그 작품의 면면을 얼마나 다양한 각도와 층위에서 살펴보고 있을까? 『악인의 서사』는 창작물을 감상하고 수용하는 과정에서 악인의 서사를 불매와 분서갱유의 구실로 섣불리 고착시키기보다 이 문제를 차근히 숙고해보길 권한다. 이 긴요한 논의의 장을 마련하는 데 『악인의 서사』가 기꺼이 임시방편의 불쏘시개가 될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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