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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팅
유령화 시대의 사랑
동녘 2026.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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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서문
들어가며
1장: 로맨틱 고스팅
2장: 가족 및 우정 고스팅
3장: 사회적 고스팅
(미)결론: 마무리 대신
코다: 기계의 고스팅
옮긴이의 말

저자 소개 2

도미닉 페트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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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뉴스쿨의 미디어 및 신인문학 분야 석좌교수이자 자유학예학부 학과장. 멜버른대학교, 제네바대학교, 암스테르담대학교 등에서 교수직을 역임했다. 문화연구, 비평이론, 포스트휴머니즘, 디지털미디어, 동물학, 환경인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강의와 연구, 저술을 하고 있다. 《슬픈 행성들Sad Planets》, 《절정의 리비도Peak Libido》, 《무한 주의 분산Infinite Distraction》 등을 썼다.
번역가, 에세이스트. 《밤이 아닌데도 밤이 되는》을 썼다. 《아무도 우리를 구해주지 않는다》, 《Y/N》, 《팔레스타인 시선집》(공역) 등을 우리말로 옮기고 강혜빈 시인의 《콜드 리딩》을 영어로 옮겼다. 문학과 관계하는 행위로서 낭독에 관심을 두고 다양한 낭독 퍼포먼스에 참여하며, 20세기 영국 여성 작가들의 소설에 재현된 소리의 효과에 관한 박사 학위논문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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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6월 12일
쪽수, 무게, 크기
200쪽 | 216g | 105*185*12mm
ISBN13
9788972972143

책 속으로

1980년대의 어느 날, 삼촌은 우리 가족으로부터 유령이 되었다. 당시 20대였던 아버지의 남동생 고든은 먼저 자신의 새로운 이름이 가브리엘이라고 선언했다. 그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허공 속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남겨진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 후, 우리는 가브리엘이 감행한 탈출 계획의 윤곽을 겨우 그려볼 수 있었다. 그는 애들레이드에서 런던으로 거처를 옮겨 새로운 정체성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했을 것이다. 어쩌면 연극계에서 이름을 날릴 계획과 함께.
--- p.7

설명조차 제대로 남기지 않고 가족이나 친구들로부터 완전히 물러나버리는 것은 강력하고도 충격적인 언명으로, 남겨진 이들에게 고통스럽게 울려퍼진다. 고스팅은 일종의 상징적 자살이다. 실제로 죽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는 자살. 그럼에도 실제와 똑같은 죄책감, 고통 그리고 해소되지 않는 감정을 남길 수 있다. 대체 왜? 누군가가 고스팅했을 때 우리 모두가 뼛속 깊이 느끼는 후렴구다. 우리가 그러한 행위를 정당화하거나 승인하기 위해 무엇을 했단 말인가? 사과하고, 우리의 행실을 고치고, 그에게 배상할 기회가 어째서 주어지지 않는가?
--- p.9~10

사실상 고스팅은 기존의 전통적인 유령 출몰보다 더 나쁘다. 고전적인 유령은 아무리 일렁이고 비물질적이며 심령체 같은 식일지라도 실제 모습을 드러내고 존재하는 예의를 갖춘다. 대부분의 구시대 유령들의 문제는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아도 가까이 있다는 점이다. 존재 자체가 섬뜩하기는 해도 감지할 수는 있다. 이와 달리 오늘날의 유령들은 그저 사라져버림으로써, 애도에 가까운 더욱 미묘하고 복잡한 형태의 잔상을 야기한다. 실제로 죽지도 않은 누군가를 향한 애도, 사실은 죽지 않은 누군가를 위한 애도인 것이다. 전통적인 유령들은 메스꺼울 정도로 투명하게 일렁거린다. 그러나 21세기 유령들은 빛을 흡수해버리는 불투명함으로 자신을 감춘다.
--- p.12~13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우리는 모두 인생 어느 시점에 고스팅을 당한 적이 있기 마련이다. 마찬가지로 누군가를 고스팅한 적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러한 갑작스러운 이별 앞에 움츠러들고 슬퍼한다. 아니면 그저 어깨를 으쓱하며 -가해자든 피해자든-그러한 행위를 과잉 연결된 세계의 불가피한 부작용이라고 합리화할 수도 있다. 옛날 옛적 전형적인 부족 혹은 마을 단위와 비교해 이 시대에 우리가 유지해야 하는 개인적인 관계의 수를 고려하면, 몇몇 관계가 부담스러워지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럴 때 가장 쉬운 선택은 그냥 어떤 관계들을 길바닥에 버리는 것이다.
--- p.15~16

2012년 나온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서 고스팅에 관한 정의는 이렇다. 누군가를 무시하거나 모르는 척하는 행동, 특히 SNS나 문자 메시지 등에서 갑작스럽게 응답을 중단하는 행동. 모든 의사소통을 중단함으로써 관계나 연결을 끝내는 행위. 이 정의에 관해 두 가지 측면이 주목할 만하다. 첫 번째는 기술이 매개된 커뮤니케이션이 핵심에 놓인다는 점이다. 고스팅은 기계 속의 유령인 것이다. 현대판 유령은 인터넷 선 안에 출몰하고, 온라인 세계를 구성하는 실리콘 인프라에서 더 일반적으로 나타난다. 관계의 특정한 코드화, 즉 정보 인프라는 이전 시대와 구별되는 특징이다. 이렇게 가상의 디지털 영역이라는 새로운 영토가 생겨나며, 그에 따라 연이어 새로운 효과들, 정동들도 발생한다.
--- p.26~27

마거릿 대처의 “사회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There is no such thing as society”는 말은 악명 높다. 이는 국민들이 너무도 자명하고 당연하게 여겨 그 지속성조차 한 번도 의문시하지 않았던 ‘사회’ 자체에게 고스팅당하는 시대를 열어젖힌 수행적 발화였다. 그리고 우리는 바로 그 초현실적인 상황, 사회적 관계들이 파편화된 벙커와 임시적인 거래 계약으로 빠르게 철회되는 상황 속에 살고 있다. 20세기를 거치며 급속한 친밀성의 변화는 점점 더 작은 규모의 (특히 이성애 커플의 형태) 관계가 갑자기 작은 마을 규모에서 이루어질 법한 온갖 지원을 떠맡게 되는 식으로 이루어졌다.
--- p.36~37

정말이지 우리는 누군가가 이별을 알릴 수 있는 선택지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이 유감스러운 과잉 때문에 전 연애 상대의 레이더망에서 홀연히 사라질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손을 뻗어 누군가를 만지는 것이 쉬워질수록, 작별 인사도 없이 그 손을 거두는 것도 쉬워진다. 우리가 그런 순간에 마음을 많이 쓴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그리고 우리가 적어도 말 그대로 마음을 내줬다고 느낀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고스팅당했을 때 고통이 깊은 것도 당연하다. 우리는 갑작스레 좌초돼 버려진 채 고독이라는 우울한 해안가에 떠밀려온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 그 이후로 이어지는 불확정적인 시간 동안, 우리는 자책이라는 덤불숲을 헤매며 의심이라는 유령에 시달린다. 왜? 대체 왜? 이것이 고스팅당한 사람의 애절한 후렴구다. 그리고 응답의 부재는 버려지는 행위를 지속적인 것으로, 결별의 순간을 훌쩍 넘어 오래도록 이어지는 것으로 만든다.
--- p.64

실로 사회적 유대가 점점 더 느슨해지는 이 시대에 우정이란 무엇인지, 그 관계가 무엇을 수반하는지에 대한 인식 자체가 변하고 있다. 최근 온라인 공론장과 바이럴 트윗들을 보면 연락을 건네오는 이들의 “곁에 있어주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이 사람들 사이에서 점점 더 강화되고 있는 듯하다. 이제는 곁에 있는 행위가 원치 않는 ‘감정 노동’으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 p.125

고스팅이라는 관습은 전염성이 있다. 연애와 데이트라는 상대적으로 친밀한 세계를 넘어 상업적인 공공 영역에까지 스며든다. 우리는 노동자로서 또는 구직자로서 고스팅당한다. 그리고 점점 더 소비자, 고객, 손님으로서도 고스팅당한다. 상업 세계가 ‘고객 만족도’가 바닥을 찍더라도 수익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더 충격적인 것은 우리가 시민으로서도 고스팅당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구성원들에게 어떻게든 기본적인 사회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려는 사회에서, 자기 자신을 알아서 돌보라며 내버려지는 것이다.
--- p.146~147

주의해야 할 것은, ‘자기 돌봄’을 타인과의 접촉을 전부 끊어내는 지경으로까지 우선시하는 경향이다. 친밀한 관계에 거래하듯 접근해서는 안 되며, 비용-편익 분석에 따라 그 가치가 매겨져서도 안 된다. 가까운 이들과의 싸움, 갈등 그리고 좌절은 그저 진솔한 대인관계의 연결감으로부터 형성되는 질감, 역사, 궁극적으로는 보상의 일부다. 상대가 너무 자신감이 없고 부탁하는 게 많다는 이유로, 또는 그저 따분하다는 이유로 그 관계로부터 자신을 없애버리는 일은 우정, 가족, 연애 관계를 근본적으로 또 상호적으로 개선하려는 책임의 포기다.
--- p.177~178

요컨대, 우리는 다시금 떠난 이들과 대화하는 방법을 알아내야 한다. 서로 대화하는 방법을 기억하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서.

--- p.188

출판사 리뷰

사랑과 우정 속에 내재하는 유령적 본질과
디지털 기술로 인한 “기계 속 유령”의 등장

페트먼은 자신의 삼촌이 가족을 떠나 연락을 끊은 일을 회상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삼촌은 갑작스럽게 이름을 바꾸고 해외로 떠나 사라졌고, 가족들은 오늘날까지 그가 살아 있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과거에는 이렇게 물리적으로 사라지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디지털 기기로 밀접히 연결된 오늘날에는 버튼을 한 번 누르는 행위만으로도 아주 간단히 상대방의 삶에서 사라져버릴 수 있다. 이런 ‘고스팅’이 너무 만연한 나머지, 데이팅 앱에서는 예고 없이 상대방을 차단하거나 데이트 약속에 나타나지 않은 경우 페널티를 받기도 한다.

새로운 기술 환경에서 탄생한 용어이지만, 페트먼은 ‘고스팅’이 먼 옛날부터 유구하고 보편화된 현상이라는 점을 짚는다. 예고나 경고 없이 증발하듯 사라져버리는 고스팅은 죽음을 수반하지 않은 “상징적 자살”과도 같다. 더 이상 연락할 수도, 존재를 확인할 수도 없는 상태의 상대는 죽은 것과 다름없다. 남겨진 사람은 “그 사람은 왜 말도 없이 사라져버렸을까?”라는 질문에 사로잡히고, 스스로를 탓하며 상실감에 빠진다. 애도의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은 고통스러운 시간을 겪기도 한다.

이 책은 2022년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만들어진 우정의 단절에 관한 영화 〈이니셰린의 밴시〉를 비롯해 다양한 문학 작품과 미디어, 철학적 개념과 사회이론을 인용하며 인간이 타인의 부재와 단절에 얼마나 깊은 영향을 받는지를 이야기한다. 찰스 디킨스의 소설 『위대한 유산』 속 결혼식 제단 앞에서 버림받은 미스 해비샴부터 영화 〈그녀(Her)〉에서 AI 사만다와 이별하는 주인공까지, 고스팅의 갑작스러운 충격과 버려진 슬픔은 시대와 상황을 가리지 않는다. 수많은 작품 속 고스팅의 예시를 따라가며 독자는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공감과 위안을 얻을 수 있다.

이토록 많은 단절의 변주를 통해 페트먼은 친밀한 관계 속 타인의 ‘유령성’에 대해 철학적으로 고찰한다. 우리는 절대로 타인을 완전히 알 수 없으며, 상실의 가능성을 품고 있는 타자는 처음부터 어느 정도는 ‘유령’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에 이르러 우리를 갑작스럽게 떠나는 ‘유령’들의 양상에는 변화가 생겨났다. 페트먼은 고스팅은 미디어 커뮤니케이이션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단어이며, 이제 새로운 방식의 “기계 속 유령”이 탄생했음을 이야기한다. 과거에는 물리적 이별이 쉽지 않았지만, 이제는 더욱 쉽고 빠르게 온라인 연결을 끊어버리는 식으로 단절이 일어나며, “21세기 유령들은 빛을 흡수해버리는 불투명함으로 자신을 감춘다”는 것이다.

파편화·기계화된 사회에서 각자 유령이 되는 시민들,
타인과 사회에게서 ‘고스팅’당하는 이 시대에 대한 통찰

책의 1장에서는 낭만적 관계에서의 고스팅, 2장에서는 가족과 친구 관계에서의 고스팅을 다룬다. 페트먼은 고스팅을 개인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의 구조적인 고립과도 연결짓는다. 고스팅은 자본주의 사회의 구조 변화로 발생한 현상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20세기를 거치며 신자유주의 구조가 확산됨에 따라 우리에게는 점점 더 작은 단위의 관계(특히 이성애 커플 형태)에 다양하고 중대한 사회적 역할과 책임이 지워졌다. 과거에는 마을 단위로 이루어졌던 물질적·감정적 돌봄과 지원이 이제는 파트너나 배우자 한 사람의 역할이 된 것이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과도한 역할에 부담감을 느끼고, 자신과 잘 맞지 않는다고 느끼는 관계를 계산적으로 빠르게 끊어내기도 한다. 이렇게 위축된 관계망에서 일어나는 고스팅은 더더욱 끔찍한 사건이 되고는 한다. 파편화되고 개인화된 사회에서 친밀한 연인 혹은 가족과의 단절은 치명적인 사회적 고립을 만들어낸다.

이렇게 고스팅이 오늘날의 “시대정신”이 된 현상에 현대화와 신자유주의라는 배경이 있음을 짚으며, 3장에서는 직업 환경이나 사회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단절과 소외를 다룸으로써 고스팅이라는 개념의 스펙트럼을 넓힌다. 오늘날 개인은 더 이상 사회적 안전망 속에 있지 않으며, 점점 더 스스로를 알아서 돌봐야 하는 각자도생의 환경으로 밀려나고 있다. 이런 세상에서 고스팅은 단순한 ‘잠수 이별’이 아니라, 정치적이고 제도적인 폭력의 은유로 확장될 수 있다. 페트먼에 의하면, 프리랜서·비정규직·소수자 등이 겪는 무응답이나 고립 또한 우리가 사회 시스템으로부터 당하는 ‘사회적 고스팅’이라고 말해볼 수 있다.

시선을 넓혀 보면 다양한 조직, 기관, 플랫폼, 정부는 개개인에게 일일이 응답하지 않음으로써 시민들의 존재를 고스팅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이용자를 소외시키는 디지털 플랫폼, 자동화된 응답, 사라지는 대인 고객 서비스, 개개인으로 고립되는 노동자 등의 양상은 시민들이 점점 더 “사회로부터 고스팅당하고 있다”고도 서술해볼 수 있다. 더불어 수많은 빅테크 기업은 SNS 등을 통해 ‘연결된다는 착각’을 만들어내지만, 실제로는 각자를 고립시키고 디지털 기기에 의존하게 만든다. 페트먼은 결과적으로 우리는 현대 사회 속 “유령화된 시민”이라고 역설한다. 이 책은 이렇게 고스팅의 맥락과 영향의 의미를 넓힘으로써 지금 여기, 우리 사회의 연결 방식과 관계의 문제점을 짚는다.

‘손절’과 ‘회피’가 만연한 세상에서 관계 맺기,
유령화 시대의 사랑에 관하여

‘고스팅’은 디지털 문화로 인해 생겨난 단순한 신조어라기보다는, 관계에 대한 우리 시대의 가치관이 드러나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언제든 단절될 수 있고 또 단절시킬 수 있는 사회에서, 우리가 맺는 친밀한 관계 및 사회적 관계를 다양한 관점으로 비평하고 또 돌아볼 수 있게 만든다. 나아가 ‘손절’과 ‘회피’의 시대에 관계 맺음과 타인에 대한 사회적 책임에 대한 논의를 이끈다. 페트먼은 “서로 대화하는 방법을 기억하기 위해”, 다시금 “떠난 이들과 대화하는 방법을 알아내야 한다”는 말로 책을 마친다. 서정적이고 유려한 페트먼의 문체 속에서 우리는 개인적인 단절과 이별의 경험을 떠올리며 위로를 얻는 동시에, 이 ‘유령화 시대’ 속에서 어떻게 타인과 다시 관계 맺는 방식과 사랑을 이어가는 방식을 회복할 수 있을지 고민해볼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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