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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토피아
핵 재난의 지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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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한국어판 서문
서론

제1부 서부 핵변경의 감금된 공간

01_마티아스 씨 워싱턴으로 가다
02_달아나는 노동
03_“노동력 부족”
04_나라 지키기
05_플루토늄이 지은 도시
06_노동 그리고 플루토늄을 떠맡게 된 여자들
07_위험들
08_먹이 사슬
09_파리와 생쥐와 사람들

제2부 소비에트 노동계급 원자原子와 미국의 반응

10_잡지 체포
11_굴라그와 폭탄
12_원자 시대의 청동기
13_비밀 지키기
14_베리야의 방문
15_임무를 보고하기
16_재난의 제국
17_아메리카의 영구전쟁경제를 추구하는 “소수의 좋은 사람들”
18_스탈린의 로켓 엔진: 플루토늄 인민에게 보상하기
19_미국 중심부의 빅브라더
20_이웃들
21_보드카 사회

제3부 플루토늄 재난

22_위험 사회 관리하기
23_걸어 다니는 부상자
24_두 차례의 부검
25_왈루케 경사지: 위해危害로의 길
26_테차강은 고요히 흐른다
27_재정착
28_면책 지대
29_사회주의 소비자들의 공화국
30_열린사회 사용법
31_1957년 키시팀의 트림
32_체제 지대 너머의 카라볼카
33_은밀한 부위
34_“게부터 캐비아까지, 우리는 모든 걸 가졌었다”

제4부 플루토늄 장막 해체하기

35_투자 증권이 된 플루토늄
36_돌아온 체르노빌
37_1984
38_버림받은 자
39_아픈 사람들
40_전신 작업복의 카산드라
41_핵의 글라스노스트
42_모두가 왕의 부하들
43_미래들

감사의 말
옮긴이의 글
문서고와 약어
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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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2

케이트 브라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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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te Brown

미국 역사학자로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 과학기술사회 프로그램Program in Science, Technology, and Society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핵역사, 재난사, 변경사 등을 주제로 환경사와 냉전사 관련 강의와 연구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아무것도 아닌 곳의 전기: 종족적 변경에서 소비에트의 중심지로A Biography of No Place: From Ethnic Borderland to Soviet Heartland》(2004), 《플루토피아: 원자력 도시의 핵가족과 미소美蘇 플루토
미국 역사학자로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 과학기술사회 프로그램Program in Science, Technology, and Society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핵역사, 재난사, 변경사 등을 주제로 환경사와 냉전사 관련 강의와 연구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아무것도 아닌 곳의 전기: 종족적 변경에서 소비에트의 중심지로A Biography of No Place: From Ethnic Borderland to Soviet Heartland》(2004), 《플루토피아: 원자력 도시의 핵가족과 미소美蘇 플루토늄 대재난Plutopia: Nuclear Families in Atomic Cities and the Great Soviet and American Plutonium Disasters》(2013), 《디스토피아에서 보내온 편지: 아직 잊히지 않은 장소들의 역사Dispatches from Dystopia: Histories of Places Not Yet Forgotten》(2015) 등이 있다. 《플루토피아》는 미국 역사학계가 수여하는 상 여섯 개를 휩쓸었으며, 《체르노빌 생존 지침서》는 2020년 우수한 러시아사 저작에 수여되는 레지널드 젤닉Reginald Zelnik상과 마셜 슐먼Marshall Shulman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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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디지털인문사회과학부 역사학 및 디지털 역사학 분야 조교수다. 서울대학교 국사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UCLA에서 아시아언어문화학(한국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인 연구자 최초로 ≪The Historical Journal≫에 논문을 게재했고, 모두 7편의 역서 및 공역서를 펴냈다. 냉전사, 환경사, 핵 역사, 디지털 역사학 등의 분야에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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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1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784쪽 | 1104g | 152*224*40mm
ISBN13
9791156122043

책 속으로

이 책은 미국과 소비에트의 지도자들이 엄청난 규모의 핵탄두와 그 중핵인 플루토늄 구球를 비축하기 위해 근로 대중, 특히 사회에서 소외된 구성원들(죄수들, 병사들, 종족적 및 인종적 소수자들)을 어떻게 희생시켰는지를 보여준다. 이 책은 그 모든 비용을 치르면서도 미국과 소비에트 사회 및 풍경이 어떻게 핵무기의 생산에 맞게 재조정되었는지를 기록한다.
--- p.5

이 책은 공포와 모방, 그리고 맹렬한 플루토늄의 생산으로 단합된 두 공동체의 수용에 관한 이야기다. 워싱턴주 동부의 리치랜드Richland와 러시아 우랄 남부의 오죠르스크Ozersk(“호수 골짜기Lakedale”를 의미한다)는 냉전의 적수였으나 상당한 공통점을 지닌 도시였다. 핵무기 복합체는 탄두와 미사일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생산했다. 핵무기 복합체는 새로운 핵가족의 안식처가 된, 수상 경력이 있는 모델 주택단지에서 행복한 유년기의 기억들, 저렴한 주택, 그리고 우수한 학교들을 만들어냈다.
--- p.17

나는 노동자들을 플루토늄 생산과 관련된 위험과 희생에 동의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미국과 소비에트의 원자력 지도자들이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바로 플루토피아plutopia다. 플루토피아 특유의 접근이 제한된, 열망으로 가득한 공동체들은 전후戰後 미국과 소비에트 사회의 욕구 대부분을 충족시켰다. 플루토피아의 질서정연한 번영은 대다수 목격자들이 그들 주변에 쌓여 있는 방사성 폐기물을 간과하게 만들었다.
--- p.20

냉전 기간 동안 선전가와 전문가들은 미국과 소련을 비교하면서 한쪽 혹은 다른 쪽의 부당함이나 과오를 덮어주곤 했다. 대신 나는 플루토늄 공동체를 서로 나란히 배치하여, 플루토늄이 어떻게 냉전의 분열을 가로질러 플루토늄 공동체의 삶을 묶었는지 보여준다. 나는 세계 최초의 플루토늄 도시들이 정치 이념과 민족 문화를 초월하고 핵 안보, 원자력 첩보, 방사능 위험에서 파생된 공통의 특징을 공유했다고 주장한다.
--- p.27~28

『플루토피아』는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이 새로운 “원자력 르네상스”에 관해 논의하는 동안에도 핵 보유국의 많은 시민들이 아직 직면하지 않았고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아직 파악하지 못한 유산에 관한 책이다. 고립된 군사 지대에서 일어난 핵 재난은 은폐하기 쉽다. 이는 체르노빌과 오늘날 후쿠시마가 자주 회자되는 단어인 반편, 핸퍼드와 마야크에서 일어나 플루토늄 재난에 대해 들어본 사람은 거의 없다는 사실을 설명해준다. 세계에서 가장 방사성이 강한 두 지역에서 살았던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 이야기들을 통해 독자들이 핵 과거에 대해 다시 한번 살펴보도록 고무되었으면 한다.
--- p.30~31

마티아스는 세계 최초의 플루토늄 공장 부지를 워싱턴의 핸퍼드로 결정했다. 이곳이 그가 찾던 특징들, 즉 컬럼비아강Columbia River의 풍부하고 깨끗한 용수 공급, 확실한 전력 공급원, 높은 비율의 정부 소유 토지, 그리고 확실한 실패의 기운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 p.40

노동력 부족은 현장의 가장 심각한 문제로 지속되었다. …… 노동자 유치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풍경이었다.
--- p.46

버벤저 경찰서장은 캠프를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무언가 우울하게 하는 곳이었습니다. 거의 교도소에 있는 것 같았지요. 철조망이 쳐져 있고 …… 신경쇠약에 걸린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외로움과 우울함 그 자체였고, 그들은 술을 지독하리만치 마셔댔습니다.” 황량함의 결과로 노동자들은 일을 그만두고 다른 곳으로 갔다.
--- p.56

핸퍼드 사업의 울타리들은 프로젝트를 내부적으로 나누어 각각의 생산 구역 및 집결 구역을 분리했다. 울타리들은 핸퍼드 캠프를 둘러싼 장벽에 단단히 연결되어 있었다. 캠프 내부에는 더 많은 울타리들이 여성과 남성을, 백인과 흑인을, 막사의 독신 노동자와 이동식 주택 주차 구역에 사는 가족을 분리시켰다. …… 차별적 관행은 노동력 부족을 유발하여 공장 건설을 지연시켰다.
--- p.68

듀폰 경영진은 계급과 인종의 (보이지 않는) 구역을 풍경에 넣어 도표로 작성하고 군사 보안과 함께 재정적인 보안을 제공함으로써, 리치랜드가 고등 유형의 백인 남성 노동자들을 위한 폐쇄적 원자력 구역이 라는 인상을 만들지 않고, 다른 맨해튼 프로젝트 시설에서처럼 경비 초소와 신분증과 울타리 없이 여러 목표를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 p.90

듀폰 채용 담당자들은 21세에서 40세 사이의 고등학교 교육을 받은 백인 여성 중 “건강하고 성격이 좋고 기민하고 총명한” 여성을 찾고 있었다. …… 듀폰 경영자들은 공장 제품의 위험성을 직원들에게 공개해야 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 …… 그러나 그로브스는 노동자들에게 위험을 알리는 것에 강하게 반대했다.
--- p.95

방사성 무기에 관한 해밀턴의 탐구는 또한 대량살상이 이뤄지는 전쟁의 한가운데 자리한 맨해튼 프로젝트 의학 프로그램의 본질에 대해 알려준다. 죽음과 파괴에 대한 냉정한 평가, 적국 대중이 “24시간 내에 메스꺼워하고 구토하고 무력화되는” 것에 관한 상상의 과잉, 맨해튼 프로젝트 공장 인근의 미국인들에게도 똑같은 각본대로 전개될 것이라는 상상의 결핍이 바로 그것이다.
--- p.113

1945년 초에 이르러 맨해튼 프로젝트 지도자들은 최초 몇 년 동안의 연구를 통해 상당히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다양한 방사성 동위원소에 피폭되어 손상되는 한도와 그러한 동위원소가 체내로 유입되는 경로를 알고 있었다. 그들은 반감기가 긴 방사성 동위원소들이 가장 큰 문제를 일으킨다는 점과 그것들이 일단 토양과 살아 있는 생명체 내부에 들어가면 감지하거나 제거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연구자들은 그러한 동위원소들이 일단 체내로 들어갔을 경우, 방사능이 세포를 파괴하고 암을 유발하며 면역체계, 소화계, 순환계에 문제를 일으키고 노화와 사망을 가속화하는데 이는 모두 무작위적이고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 p.128

1945년 봄까지 마티아스, 그린왈트, 그리고 플루토늄을 생산하기 위해 배정된 다른 임원들과 기업 관리자들은 많은 일을 해냈다. 2년 동안 그들은 몇몇 공장과 세계 최초의 플루토늄 생산을 위한 산업용 원자로를 건설했다. 그들은 소도시 세 개를 허물고 그 자리에 두 개의 새로운 도시와 노동캠프를 지었다. 더 큰 도시인 핸퍼드 캠프는 1945년 중반까지 이미 불도저로 철거되었다. 그들은 연방 재원의 지원을 받는 새로운 종류의 백인 핵가족 공동체인 리치랜드를 설립했다. 리치랜드는 연방 재원에 의해 보조되고, 계획경제와 세심하게 통제된 접근권을 가진 기업 변호사들에 의해 관리되었다. 그들은 또한 우려스럽지만 비밀스러운 연구를 생성하는 의료 및 환경 감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한편 공공 부문에서는 공중 보건 및 대민 홍보 프로그램이 불안해하는 노동자들을 성공적으로 진정시켰다.
--- p.139~140

극소량의 우라늄, 소수의 과학자, 제한된 자금만으로 소비에트 폭탄은 헛된 꿈이었다. 오직 미국처럼 지구적 산업 통제력을 보유하고 있고, 노동력과 원료가 풍부하고, 자국에서 전쟁이 벌어지지 않은 나라만이 핵무기 제조를 생각할 수 있었다. 자급자족 경제에 갇혀 있고 경화가 부족하고 추축국 군대에 둘러싸인 소비에트는 의지할 곳이 없었다. 전후 핵강대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소비에트 지도자들의 열망이 깊어진 것은 이런 맥락에서였다.
--- p.159

사실 소비에트 지도자들은 전후 잔해 속에서 핵무기 복합체를 지을 능력이 없었다. 황폐화라는 측면에서 추축국은 소비에트 경제를 철저하게 무너뜨렸다. …… 굴라그는 자유로운 소비에트 기업체들보다 더 저렴하고 효율적으로 생산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굴라그에 노동력이 있었다는 것이다. …… 굴라그는 수백만 명의 육체노동자뿐만 아니라 특수 화이트칼라 감옥에 수감되어 있는 물리학자, 화학자, 기술자 및 설계자 등 국가의 지적 자본을 가진 보고이기도 했다. 스탈린과 베리야가 원자로, 화학처리공장, 실험실을 건설하기 위해 굴라그로 눈길을 돌리는 것은 합리적인 모습이었다.
--- p.167~168

누가 소비에트 폭탄을 만들 것인지 결정한 후, 반니코프와 베리야는 어디에서 그것을 만들 것인지를 결정해야 했다. …… 정찰대는 희박한 인구, 자유롭게 흐르는 강들, 정부의 상당한 존재감으로 인해 우랄에 매혹되었다. …… 바로 이곳이 정찰대가 모스크바에 보고한 장소였다. 이것이 바로 소비에트 원자의 청동기 시대가 시작되는 모습이었다.
--- p.169~170

이 최초의 소비에트 플루토늄 정착지는 리치랜드가 아니었다. 그곳에는 기본 계획도, 믿을 수 없는 죄수와 병사를 국가 기밀을 위임받은 강직하고 훈련된 직원과 분리시키려는 계획도 없었다. …… 당대의 증언에 따르면, 플루토늄 현장은 보안상의 재난이었다. 요컨대 굴라그는 소비에트 핵개발 계획을 불복종, 폭력, 절도, 비효율성을 지닌 초라하고 전염성 있는 무질서로 낙인찍었다.
--- p.187

당 회의를 엿보면 봉쇄된 체제 지대, 민감하지 않은 작업에서 죄수와 유형수들의 분리, 잠금장치가 설치된 사무실과 실험실, 노동자들의 신속하고 효율적인 작업이 1948년 초에는 환상이었음을 알 수 있다. 가족들이 왔다 갔다 했다. 직원들은 급여를 받기 위해 비밀 실험실 밖에 줄을 섰고, 노동자들은 친구 및 가족과의 전화통화에서 엿들은 비밀을 누설했다. …… 의심스러운 죄수들의 숫자는 줄어들지 않았고, 작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 1947년 여름에만 16만 명의 기결수들이 도착했다. 금지된 범주의 죄수들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민감한 산업 현장에서 작업을 계속했다.
--- p.202~203

노동자들은 규제와 공포를 참고 견뎠다. 부분적으로는 그들이 갇혀 있었기 때문이지만, 작업에 대한 보상으로 더 나은 배급을 받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것이 플루토피아를 향한 첫걸음이었다.
--- p.215

“녹색”의 고방사성 연료처리공장 인근의 마을, 안전장치 없이 세워진 임시 실험실, 복사輻射된 옷차림으로 귀가하여 오염 경로를 확산시키는 노동자, 방사성 저수지로 바뀐 크질타시 호수에서의 상업용 낚시, 감마선이 일렁이는 마을의 자작나무 잎사귀들이 담긴 이러한 전경은 무지와 성급함, 개인의 안전을 위한 여지를 허용치 않았던 사명감이 낳은 재난이었다. …… 눈 덮인 러시아 숲의 적막에 둘러싸인 작은 마을의 젊은 직원들은 그들의 운명이 이미 피폭되는 방향으로 들어섰음을 알지 못했다.
--- p.239

1946년, 리치랜드 『빌리져Villager』의 편집자 폴 니센Paul Nissen은 리치랜드를 “불안해하고 궁금해하는 공동체”라고 썼다. 주민들은 자신들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하고 불안정한 물질을 생산하는 공장을 끼고 살고 있었다거나 적의 공격 또는 공장 폭발에 취약하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에 불안해했던 것이 아니다. 그들의 두려움은 일자리와 도시의 생존에 대한 불안과 같은 더 평범한 종류였다.
--- p.240

대규모 정부 건설 계획이 진행되지 않았을 때, 컬럼비아 고원의 희박한 생태 및 경제 지형에 서 비대해진 지역 노동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었다. 민족주의와 “애국적 합의” 외에도 실업, 불황, 해고, 경기 침체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워싱턴 동부의 재계 지도자, 정치 대표, 주민들은 폭탄을 비롯해 도로, 다리, 댐, 학교, 공항, 제방, 관개망 등 국방을 지원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는 모든 기반 시설들을 수용해야 했다. 아마도 그것이 리치랜드 사람들이 외부인에게 충격을 안겨준 무모한 방종과 무감각으로 폭탄을 축하한 이유일 것이다. 정부에 의해 활성화된 지역사회를 유지하려는 열망으로 인해 주민들은 갈수록 커지는 번영의 확실성과 방사능 오염의 위험을 분별없이 교환했다.
--- p.256

소수를 위한 훈장과 상보다 훨씬 더 중요했던 이 급속 건설 계획은 모든 주민들의 삶을 향상시켰다. 그 후 수십 년 동안 모스크바, 레닌그라드, 첼랴빈스크에서 훈련을 받은 과학자와 기술자들은 오랫동안 진흙과 먼지로 점철된 마을에서의 삶에서 벗어나기를 꿈꿨던 노동계급 주민들과 함께 소비에트 사회에서 그들이 갖는 중요성에 걸맞은 방식으로 살기 시작했다. 쿠르차토프가 만든 문화와 풍요의 도시는 우랄로의 유배를 애통해한 사람들에게, 자신의 건강을 위험에 빠뜨린 사람들에게, 불확실한 계약의 미래에 동의한 사람들에게 엄청난 의미를 갖게 되었다. …… 쿠르차토프의 비전이 실현되면서 플루토늄 도시의 주민들은 비밀리에, 지도에 표기되지 않고, 오직 하나의 도시에서 마침내 사회주의를 달성할 수 있었다.
--- p.271

선거권을 박탈당하고, 감시당하고, 침묵을 강요당한 리치랜드 주민들은 주차, 애견 산책, 쇼핑과 같은 사안들에 대해서만 자신들의 의견을 안전하게 표출할 수 있었다.
--- p.288

소련이 세계에서 가장 자유롭고 가장 민주적인 나라라고 주장하는 소비에트 이념은 특히 주민들이 공식적인 주장을 현실에 비춰 확인해볼 기회가 없었던 폐쇄 지대에서 정치적 순수함이라는 관념을 강화했다. 요컨대 구분하고 제거했던 공간적 위계는 소비에트 정체正體에 대한 자신감도 불러일으켰다.
--- p.310

1940년대 후반과 1950년대에 초반에 내린 비용절감 설계, 관리, 연구에 관한 결정들은 결코 저렴하지 않았다. 그것들은 수천억 달러의 정화 자금과 미래의 건강 문제 측면에서 후대에 막대한 비용을 치르게 했다.
--- p.325

병사와 죄수들은 지역사회의 경제적 건강뿐만 아니라 신체적 건강을 위해서도 중요한 존재로 거듭났다. 공장이 더욱더 많은 폐기물을 흘려보내면서, 그들은 오염된 땅에서 소모성 노동력의 역할을 했다. 현대 국가의 여러 기능들 중 하나는 부를 재분배하는 것뿐만 아니라 위험을 재분배하는 것이다. 오죠르스크에서는 임시직 노동자들이 위험의 가장 큰 몫을 짊어졌다.
--- p.337

방사성 동위원소는 생물학적 형태와 쉽게 결합하여 별도의 경계가 없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것들은 더 이상 지역 환경, 과학자의 몸, 인간의 진화와 구별되지 않았다. …… 직원들은 자신들을 둘러싼 방사선장放射線場의 크기를 거의 알지 못했다.
--- p.349

냉전 기간 동안 기술자들은 방사성 폐기물을 안전하고 영구적으로 저장하는 방법을 알아내지 못했다. 그들은 아직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 p.359

강을 따라 농학자들은 (방사성) 농수를 공급함으로써 농작물을 개량했고, 지질학자들은 광물 매장지를 찾기 위해 (조사照射된) 테차에 기지를 설치했고, 농부들은 (오염된) 우유, 버터, 곡물을 첼랴빈스크의 창고로 배달했다. 모두 자신의 일을 유능하게 수행하고 있었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오염의 궤적은 확산되었다.
--- p.371

나중에 돌이켜보니 몇몇 체르노빌 연구자들이 방사선 피폭이 중추신경계를 손상시켜 신경 질환과 정신 신경 장애를 유발한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연구자들은 테차강 주민 중 선천적 결함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들의 70퍼센트가 뇌 손상의 징후를 보인다는 것을 발견했다.
--- p.386

역사가들과 회고록 작가들은 종종 원자력 체제 지대를 주민들을 가두고 통제하고 훈육하는 감옥으로 묘사한다. 하지만 이 구역은 내부 사람들에게 법을 어기고 고발을 피할 수 있는 이례적인 자유를 주기도 했다. …… 보안 규정을 엄격히 준수하기 위해 만들어진 원자력 체제 지대는 충격적인 부패를 가능케 했다. 동시에 이 면책 지대는 테차강 거주자들과 오염된 화학처리공장의 젊은 노동자들을 수년간 쇠약하게 만들었다.
--- p.404

체제 지대는 우선 테차로의 불법 폐기를 조장하고, 이후 마을 주민, 죄수, 병사들이 피폭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데 실패하게끔 방조한 부분에서 적지 않은 역할을 수행한 셈이었다. 처음에는 감금이라는 오명을 들었던 그 지대는 수년간 안락한 은둔을 제공했다. 문으로 둘러싸인 도시 안에서 주민들은 자신들의 영역이 그들이 “작은 세상”이라고 부르는 벽을 막는 경계 지대들에서 끝나는 것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동시에 “큰 세상”은 그들의 시야에서, 책임의 영역에서, 행동의 범위에서 멀어져갔다.
--- p.419

리치랜드는 플루토늄 생산의 공식 얼굴이 되었다. 이것은 마음을 진정시키는 이미지였다. 깔끔한 녹색 잔디밭, 부드럽게 굽이진 길, 재고가 갖춰진 상점, 성적이 우수한 아이들로 가득찬 으리으리한 학교들은 자신감과 보호의 감각을 스며들게 했다.
--- p.422~423

소비에트 사회와 대조적으로 미국에서는 방사선, 플루토늄, 그리고 그것들의 위험 가능성에 대해 많은 대화가 있었고, 위험을 최소화하고 일축하고 자연스럽게 하는 권위 있는 전문가들의 풍부한 논의가 있었다. 이러한 정보의 “자유로운 교환”은 열린사회라는 강력할 정도로 확신을 주는 무대를 상연했던 미국의 원자력 전문가들에 대한 신뢰, 자신감, 믿음으로 이어졌다.
--- p.437

비상사태는 오죠르스크에서 종결되었다. 주민들에게 도시의 청결을 보장하는 당의 홍보 노력은 효과가 있었다. 직원들은 점차 떠나는 것을 그만두었고, 두려움으로 도시를 떠났던 많은 가정들은 도시 출입구 너머 “큰 세상”의 상대적 빈곤을 경험한 후 복귀 허가를 요청했다. 그들은 재고를 갖춘 상점, 우수한 의료 서비스, 널찍한 아파트가 있는 폐쇄 도시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요청하는 편지를 썼다.
--- p.451

링올드 연구는 환상이자, 안전성 주장을 뒷받침하는 완화제 역할을 했고, 죄수 연구는 핸퍼드 실험실의 수입원으로 기능했다. 그러나 두 연구 계획 모두 핸퍼드 폐기물이 오염된 풍경 안에 있던 지역의 신체들과 접촉했을 때 만들어진 방대한 역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되지는 않았다. 반대로, 죄수 연구는 더 많은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렸고 더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지형을 만들었다.
--- p.484~485

1960년대에 도시의 유일무이한 풍요로움은 주요 장점으로 거듭났다. …… 한 여성은 다음과 같이 회상했다. “우리는 이미 공산주의 아래서 살고 있는 것 같았다. 상점에는 게부터 캐비아까지 모든 것이 있었다.” 공산주의가 흐루쇼프가 주장했던 것처럼 풍부한 소비재와 그것들을 구입할 수 있는 지갑으로 무장한 노동자들의 융합이라면, 오죠르스크는 실제로 도달했었다.
--- p.492

냉전의 주요 전선인 오죠르스크는 평화와 만족과 평온이 지배하고 있었다. 마치 도시가 플루토늄을 생산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그 반대, 즉 도시의 번영을 보장하기 위해 플루토늄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집단적 의식에서 벗어난 것처럼 말이다.
--- p.512

트라이시티의 사람들은 …… 국가를 지키기 위해 불평 없이 스스로를 희생했지만 연방정부feds, 자유주의자, 생태 운동가들은 그들이 원자력 계약에서 가지고 있는 일부를 파기하고 물러나려 한다고 느꼈다. 지각판이 이동하는 것처럼, 리치랜드는 외롭게 고립되어 미국의 주류 정치에서 바깥으로 떠밀려갔다.
--- p.538

4년 반 동안, 만주로바는 구역에서 20일 일하고 10일 쉬는 식으로 작업했다. …… 만주로바와 그녀의 동료들은 종종 집에 돌아오자마자 오한, 쇠약, 현기증을 느꼈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구토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과학자들은 건망증이 심해졌고 집중하는 데 애를 먹었다. 그들은 면역 체계가 약화되었고 잦은 감기와 감염으로 고통 받았다.
--- p.548

냉전이 끝나고 핸퍼드가 수십 년 동안 숨겨온 비밀이 공개된 후에, 법을 위반한 계약자들이 해고되고 새로운 계약자들이 고용된 후에, 개방성, 지역사회 참여, 환경적 책무라는 완전히 새로운 문화가 핸퍼드에서 시작되었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상황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다. 그 대신 해외에서 무력화된 국제적 냉전이 미국의 심장부로 되돌아와 정착했다. …… 내부 고발자들은 전화기가 도청당하고 미행당하고 집에 누군가가 침입하고 가족들이 위협을 받고 정보원들이 주변을 에워쌌다. 그들은 안전성에 관한 질문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강등되거나 해고되었다.
--- p.564~5

1980년대에 핸퍼드 가족의 구성원들은 성조기를 들고 그들을 비방하는 사람들에 맞서 애국심이 오직 자신들의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수많은 플루토늄 조작자들은 확실히 나라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생명과 건강을 바쳤다. 그러나 플루토늄 장막 안에서 수십 년간 열심히 일하기 위해서는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필요하다. 비록 거의 알려지지 않았고 전반적으로 칭송받지는 않지만, 국민 건강을 지키는 이 사람들 또한 영웅이었다.
--- p.569~70

재난은 자연 질서의 모양새와 느낌을 해체한다. 내 마음속에서 재난은 냄새가 나거나 연기가 나거나 흉한 상처를 내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매력적인 작은 개울 주변에서 어울리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 나는 이보다 더 사랑스럽고 유혹적인 재난, 그 이름에 걸맞지 않은 재난을 만나본 적이 없었다.
--- p.587

시애틀에서 재빠르게 들어온 과학자들은 이 고방사선 구역을 피상적으로만 파악하고 있었다. …… 철저한 역학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주민들에 대해, 단지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이사를 갔거나 사망한 사람들을 친밀하게 알아야 했을 것이다. …… 그러한 유형의 지식을 주간에는 원자력 구역에 외따로 떨어져 있었고 대개는 다른 곳에서 리치랜드로 옮겨져 그곳에서 오만하고 사회적으로 고립된 이들로 여겨졌던 핸퍼드 과학자들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 p.601

전문가들이 오랫동안 영토와 정보를 구획하고 구분 짓는 데 사용한 장벽에 대한 좌절감 속에서, 아랫바람사람들은 지식을 생산하는 대안적인 방안을 창조했다. 자신들의 의학적 비극을 말하고 다시 말함으로써, 아랫바람사람들은 확립된 확실성을 약화시켰고, 과학이 설득력 있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실험실에서 나와 환경, 현장, 그리고 그곳에서 거주하는 신체의 특수성과 복잡성을 파악해야 한다는 새로운 이해를 고무시켰다.
--- p.614

20세기 역사는 풍경에 새겨진 인종과 계급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플루토늄 구역에서 이러한 경계는 국가 기밀을 보장하고 하위 노동자들의 접근이 제한된 도시 내에서 그들에게 부여된 소비자 특권과 사회 복지 혜택을 유지하는 데 점점 더 관심을 갖도록 했다.
--- p.647~648

군비 경쟁이 원자력 공동체를 먹여 살리면서, 그들이 생산한 문화와 삶의 방식은 군비 경쟁에 영양을 공급했다. 보조금을 많이 받는 원자력 공동체는 정치적으로 매우 해체하기 어려운 “만족의 우주”를 구축했다.
--- p.649

2011년 후쿠시마 원자로 세 기의 용융은 플루토늄 지대에서 확립된 양식을 따랐다. 안전에 취약한 군사적 설계, 사고 후 뒤따랐던 부인과 최소화, 마찬가지로 오염된 지대로의 대피 지연, 가장 더러운 작업을 하기 위한 최저 임금의 단기 “임시직” 배치가 바로 그것이다. 민간기업이 원자력 생산으로 이익을 거두는 미국, 러시아, 일본에서 연방정부는 원자력 사고에 대해 원자력 기업에 배상하는 방식으로 원자력 모험의 재정적 위험을 사회화했다.
--- p.653

질문 던지기를 고수하고, 스스로 답을 찾고, 상관이 그들을 침묵시키려 했을 때에도 말을 한 이 용감한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다른 유형의 원자력 선구자를 마음속에 그리게 되었다. …… 자원, 부, 권력을 두고 벌어지는 갈등이 위험, 건강, 안전을 둘러싼 투쟁과 합쳐지면서, 이 사람들은 정치적 권리와 소비자 권리 외에 생물학적 권리를 요구하는 새로운 유형의 시민권을 정의하고 있다. 그들은 욕망으로부터의 그리고 폭정으로부터의 자유와 함께 위험과 오염으로부터의 자유를 주장한다. 다시 말해, 이 결연한 사람들은 우리들 가운데 얼마든지 있다. 우리는 모두 플루토피아의 시민이기 때문이다.

--- p.654~655

출판사 리뷰

냉전기 미국과 소련이 만든 플루토늄 도시
풍요를 제공받았지만 건강을 잃어버린 유토피아
방사능 오염으로 끝나버린 두 도시 이야기


찬핵과 반핵 너머

대선 후보들의 엇갈리는 원전 정책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탈원전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원자력 제로’를 목표로, 신규 원전 건설계획 백지화, 노후원전 수명연장 중단, 월성1호기 폐쇄, 신고리5?6호기 공사 중단 등을 진행하겠다고 했다. 또한 원전 비중을 2030년까지 30퍼센트에서 18퍼센트로 낮추고, LNG는 20퍼센트에서 37퍼센트, 신재생 에너지는 5퍼센트에서 20퍼센트로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2022년 대선 후보로 뽑힌 여야 대선후보의 원전 정책은 엇갈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탈원전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말하는 반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탈원전 정책이 포퓰리즘이라면서 ‘탈원전 폐기’를 외치고 있다.

냉전기 미국과 소련, 플루토늄 유토피아를 꿈꾸다

원자력은 인간에게 전력, 국가 안보를 위한 핵무기 재료 등 여러 가지를 제공한다. 하지만 그에 따른 비용이 만만찮다. 방사선 피폭으로 인한 질병,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에 따른 엄청난 후유증은 원자력이 정말 저렴하고 안전한 평화적 기술인가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플루토피아―핵 재난의 지구사』는 원자력 재난의 비교사를 통해 독자들에게 찬핵과 반핵의 이분법을 넘어 원자력이 인간에게 줄 수 있는 효용(국가 안보를 위한 핵무기, 전력, 플루토피아 시민의 경우 엄청난 복지)이 특정한 사람들에게 개인화되고 비용(저선량 피폭으로 인한 질병과 고통)은 사회화되는 방식을 되돌아보게 도와준다.

『체르노빌 생존 지침서』를 통해 체르노빌 참사의 환경적이고 의학적인 영향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었던 저자 케이트 브라운Kate Brown(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과학기술사회 프로그램 교수)은 ‘플루토늄plutonium’과 ‘장소topia’ 또는 ‘이상향Utopia’의 합성어 ‘플루토피아Plutopia’를 만들어 냉전기 미?소 양국의 지도자들이 “엄청난 규모의 핵탄두와 그 중핵인 플루토늄 구球를 비축하기 위해”(5쪽) 어떻게 비용을 최소화했는지, 어떻게 비판에 반박했는지, 어떻게 핵가족 노동자들의 불만을 잠재웠는지 등을 꼼꼼하게 살핀다.

이 같은 노력을 인정받아 『플루토피아』는 엘리스 홀리상(미국역사학자기구), 알버트 베버리지상(미국역사협회), 조지 퍼킨스 마시상(미국환경사학회), 웨인 부키니치 도서상(슬라브동유럽유라시아연구협회), 슬라브/동구/유라시아연구 분야 최고도서 부문 헬트상(슬라브여성학협회), 로버트 애던상(서양사협회) 등 세계 역사학계의 권위 있는 상 6개를 수상하고 “지난 25년 동안 핵 역사 부문의 연구와 글쓰기에서 최고의 저작”(로드니 칼리슬Rodney Carlisle)이라는 평가까지 받았다. “오늘날 원자력 시설을 관리하는 이들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던지며 주의와 투명성을 요구”(『네이처Nature』)하는 환경사 분야의 명저 속으로 들어가 보자.

새로운 냉전 이야기

냉전은 대결만으로 점철되었을까

관습적으로 냉전은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하는 자본주의 대 사회주의라는 진영 간의 대결로 설명된다. 1945년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미?소 동맹관계가 해체되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유럽 국가들과 소련을 중심으로 한 동유럽 공산정권 사이에 냉전 구도가 발생했고, 미국과 소련이 핵무기 개발에 몰두하면서 강화되었다는 식이다.

하지만 모든 부문에서 대결만으로 점철되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 미?소가 핵무기 개발을 위해 만든 플루토늄 도시는 거의 모든 부분 동일했다. 미국과 소련의 플루토늄 생산 공장 근처 지역사회들은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었다. 바로 워싱턴의 리치랜드Richland와 우랄의 오죠르스크Ozersk이다.

냉전기 미국과 소련은 군사?복지 부문에서 경쟁하면서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공장 주변에 이상향에 가까운 복지 도시 ‘플루토피아Plutopia’를 지었다. 플루토피아 주민들은 조국을 위해 플루토늄을 만들면서 풍요(소비자적 권리)를 제공받았다. 하지만 그 대가로 건강(생물학적 권리)과 자치(정치적 권리)를 포기해야만 했다.

일상적/저준위 원자력 재난의 연대기

원자력 시설에서의 끔찍한 사고와 인근으로의 방사성 물질 유출, 그리고 그에 대한 대비와 감시의 부재는 비교적 많이 알려진 이야기이다. 반면 저준위 방사성 물질의 유출과 그것에 일상적으로 노출되었을 경우 발생하는 재난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이 책은 이 같은 일상적/저준위 원자력 재난의 연대기를 비교사적으로 보여준다.

나아가 저자는 플루토피아 내부의 시민/인민들이 복지 유토피아를 누리는 대가로 자신들의 시민적?정치적?생물학적 권리를 “자발적으로” 내놓았다는 사실을 새롭게 밝힌다. 미국과 소련의 플루토피아 주민들은 지역 자치와 선거, 국가적 행정 제도상의 편입, 구조적으로 피폭되지 않고 건강하게 살 권리를 정부 주택 보조금, 풍부한 재화의 구입, 우수한 치안, 자녀 교육 혜택 등의 편익과 맞바꿨다.

이러한 목소리는 냉전기와 탈냉전기에 이르기까지 국가 안보의 수사修辭를 통한 지역 내 원자력 시설의 유지 강화(리치랜드)와 외부인들의 접근과 거주를 차단하는 폐쇄 도시closed city 선호(오죠르스크)로 나타났다. 그러한 풍경 안에서 원자력 시설 근처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더 큰 피해를 영원히 받게 되었다. 하지만 배상이나 지원보다는 오히려 그들에 대한 편견과 무시만이 강화됐다.

성별화된, 계급화된, 인종화된 노동

책의 전반부에 특히 잘 드러나듯, 플루토피아의 역사는 성별화된gendered 노동의 역사이기도 하다. 미국과 소련을 막론하고 방사성 용액을 증류하고 채집하는 일의 최전선에는 플루토피아에 거주했던 여자 노동자들이 존재했다. 미국의 거대 기업 중 하나인 제너럴 일렉트릭GE과 소비에트의 원자력 산업 공히 조금 더 피폭의 가능성이 높은 일에 여성을 배치했다. 그러한 노동의 보이지 않는 분업은 젠더에 더해 계급적으로 그리고 인종적으로도 진행되었다.

독자들은 책 전반에 걸쳐 계급적 약자인 비백인, 즉 미국의 경우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나 미국 선주민인 인디언들, 소련의 경우 비슬라브계 소비에트인이나 우랄 지역의 무슬림 선주민들, 그리고 미국과 소련 모두에서 죄수 노동력이 플루토피아를 위해 노동하고 봉사하면서도 복지를 누리지 못하고 피폭의 피해를 고스란히 감내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미국 안의 소련, 소련 안의 미국

연구 방법론상의 신기원 개척

이 책은 어느 한 차원의 방법론에 국한되지 않고, 비교사, 도시사, 환경사, 냉전사 등 역사학의 각종 세부 방법론을 절묘하게 배합하며 창의적이면서도 모범적인 역사 연구의 선례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저자는 특히 인간 행위자(설계가, 계획가, 정책결정자 등)가 구획한 인위적인 공간들과 그 사이에 놓인 장벽, 철조망, 관문 등이 얼마나 쉽게 비인간 행위자들(방사성 입자, 피폭된 풀을 먹은 가축의 고기, 공기와 물의 대류 등)에 의해 무시되고 지켜지지 않는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방법론은 피폭의 범위가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전개되는 한편 저선량 피폭의 주된 피해자가 대개 사회적 최약자이자 플루토피아 근처에 사는 “아랫바람사람들”과 “하류사람들”임을 보여주면서 사회사, 재난사, 핵 역사의 통찰도 제공한다. 아울러 폐쇄 도시에 출입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방법을 통해 그 도시 주민들, 주변 거주민들과 진행한 인터뷰는 문서보관소 자료에 쉽게 드러나지 않는 역사상을 보충해주며 때때로는 강화하기도 한다.

미국의 경우 플루토피아는 캘리포니아, 텍사스, 조지아, 아이다호 및 뉴멕시코 등지에서, 소련의 경우 우랄, 카자흐스탄, 시베리아, 유럽 러시아의 일부 지역에서 재현되었다. 이러한 사실은 지구상에서 플루토늄을 생산하는(재처리하는) 공장이 있는 곳 근처 플루토피아의 존재를 합리적으로 의심해 볼 수 있는 하나의 척도 또한 제공한다.

민중의 과학

이 책의 백미는 시민/인민이 수행하는 자체적 연구의 타당성을 문서보관소 자료와의 비교를 통해 보여주는 부분이다. 대개 “과학의 언어”를 구사하는 과학자들은 “학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또는 권력을 가진 이들의 심기를 거슬리지 않게 여러 전술들을 구사하며 보수적으로 학술을 펼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에 나오는 원자력 재난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것도 부분적으로는 이러한 이유에서였다. 그러한 구조적인 힘에 맞서, 책에 등장하는 여러 행위자들은 미국과 소련을 막론하고 자신과 가족, 친구, 주변인들의 건강 영향(저선량 피폭)에 대한 상세한 조사를 수행하고 기록하고 이를 공개하고 정당한 배상을 받으려고 했다. 물론 그러한 시도는 “과학의 언어”를 쉽사리 이길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책은 민중의 과학을 수행하는 이들이 막대한 어려움과 난관에도 불구하고 결코 포기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측면에서 저자가 강조하는 원자력 시대의 “선구자들”의 행동은 원자력 재난사로부터 교훈을 얻으려는 이들에게 영감과 용기, 지지를 건네주고, 원자력 시설을 운영하는 정부와 전문직 계층을 상대로 한 더 많은 민주주의와 투명성에 대한 요구를 불러일으키게 한다.

위험과 오염으로부터의 자유를 꿈꾸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

2021년 4월, 일본 정부의 원전 오염수(처리수) 해양 방류 공식 결정이 있었다. 2023년부터 100만 톤 이상의 오염수를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바다로 방출한다는 것이다. 후쿠시마 제1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원전 오염수를 해양 방출할 경우 환경이나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극히 경미하다”는 내용의 평가를 내놓으면서 그러한 정부의 결정을 뒷받침한다.

이 결정은 일본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뿐 아니라, 원자력 발전 시설이 운영되는 한 생겨날 수 있는 재난(가장 대표적으로 체르노빌, 후쿠시마)과 그 영향이 우리와 얼마나 가깝게 있는지를 다시금 일깨운다. 아울러 이 책은 그러한 자연 환경으로의 방사성 물질 방류 결정과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축소화/안심시키기가 이미 1940년대부터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시작됐고, 방류의 참혹한 결과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현재진행형의 역사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원자력 유산이 가진 진실이 알려져야 한다

문서고를 뒤져 과거 기밀로 분류된 문서들을 폭로하고 해당 도시에 살았던 거주자들을 직접 인터뷰하면서 저자는 다음과 같은 바람을 피력한다. “미래의 언젠가 지구 도처에 존재하는, 장벽으로 둘러싸여 고립되어 있는 핵 생산 현장 근처에서 이러한 장면들이 반복되는 것을 더 이상 보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는 바라건대 여러 나라가 원자력에서 (아울러 핵무기에서) 탈피하여 그것들의 유산이 가진 진실이 알려졌으면 한다.”(11쪽) 저자의 바람이 원전 오염수를 둘러싼 일본 정부의 기밀주의에도 가 닿기를 바라본다.

우리나라는 북한의 핵무기뿐 아니라 주변 강대국들(중국, 일본)의 재무장이라는 관습적인 서사 앞에, 또 “깨끗한” 에너지원이라는 원자력의 서사 앞에 사회적 부의 재분배나 인권, 노동, 탄소 절감을 통한 기후 변화 대응 등과 같은 첨예한 각종 사안들이 좀처럼 제기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냉전적” 분위기에서 저자의 통찰은 원자력이라는 최첨단 고위험 기술의 존재론을 비판적으로 사고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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