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향일초 …………………… 19
사랑하는 벗에게 ………… 97 물거품 …………………… 149 살아가는 법 ……………… 161 회개 ……………………… 171 해설 ……………………… 193 |
Hong Nan Pa,洪蘭坡, 홍영후永厚
홍난파의 다른 상품
|
나의 예술의 어린싹은 그대의 따뜻한 사랑 속에서 자라나서 잎 나고 꽃피게 될 때까지 사나운 바람과 궂은비에 휩쓸려서 어린 그 싹이 몇 번이나 꺾일는지 모를 것일세. 그러나 그대의 사랑이 아침 해의 광휘와 같이 찬란하게 비칠 때는 밤사이에 얼고 시들었던 어린싹은 반기는 낯으로 고개를 들고 일어날 것일세.
--- p.72~73, 「향일초」 중에서 아, 친우의 편지를 읽음은 소설이나 시를 읽는 것 이상의 맛이 있다 하셨지요? 옳습니다. 그대의 글이야말로 시가(詩歌) 이상의 묘미가 있습니다. 따뜻한 봄날이니, 바이올렛의 새싹이니, 아름다운 향기니, 어여쁜 꽃이니, 또는 작은 새들의 노래니 이것만으로도 벌써 시가 되기에 충분합니다. 그러나 나는 도저히 이 같은 명문을 쓸 수는 없습니다. 나는 시인이나 소설가가 아닌 이상에 시재(詩材)가 될 만한 것은 하나도 생각할 수 없습니다. --- p.103~104, 「사랑하는 벗에게」 중에서 오나가나 실패다. Y는 또다시 낙망했다. 이 사회는 아직까지도 군벌주의로구나, 하고 깊이깊이 느꼈다. 실제 그러했다. 학교 졸업증서를 가지지 못한 Y에게는 중학교 미술 교사라는 싼값의 지위도 주지 않았다. --- p.154, 「물거품」 중에서 인생이란 돌아가는 필름과 같아. 인생의 일생에는 희로애락이 수시로 변하며 날로 거듭하네. 인생 사회에 일어나는 온갖 희비극은 이것이 곧 인생의 생활 방법일세. 그러나 비극의 주인공이라고 모두 불행한 자는 아니요, 또 희극을 연기한다고 모두 행운이 있는 자는 아닐세. --- p.162, 「살아가는 법」 중에서 저는 저의 죄를 절절히 뉘우칩니다마는 저로 하여금 이와 같은 범죄를 하게 한 이 사회의 무도덕함과 몰인정함에 대하여는 죽어서라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제가 죽는 동시에 이 사회도 죽을 것이요, 제 몸이 멸망하는 날부터 이 사회를 멸망시키기에 노력할 것입니다. --- p.191~192, 「회개」 중에서 |
|
우리에게는 〈고향의 봄〉, 〈봉선화〉와 같은 노래의 작곡가로 친숙한 홍난파. 그는 작곡가, 바이올리니스트, 지휘자 등 ‘음악가’란 명패를 지닌 것 외에도 투르게네프, 도스토예프스키 등 세계적인 문호의 작품을 번역했으며 자신의 이름으로 창작집까지 출간한 ‘문학가’였다.
난파는 생전 네 권의 창작집을 기획했지만, 실제로 출판된 사례는 두 번째 창작집인 이 책 『향일초』(1923)가 유일하다. 표제작 「향일초」를 비롯해 「사랑하는 벗에게」, 「물거품」, 「살아가는 법」, 「회개」 등 총 다섯 편의 작품이 묶인 이 소설집을 통해 우리가 미처 잘 몰랐던 난파의 문학가로서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소설집을 여는 중편 분량 작품 「향일초」와 편지글 형식의 구성이 독특한 「사랑하는 벗에게」는 공통적으로 연애 서사를 다룬다. 「향일초」의 주인공인 음악가 H는 기생 N과 처음 음악 연주회에서 처음 만나 명월관에서 재회한 후 사랑을 키워 나간다. H는 자신은 여태껏 접하지 못한 N의 호화로운 생활에 가히 “물질의 세력”이라며 놀라는 한편, H의 예술가적 기질을 드높이고 아끼는 N의 사랑에 힘입어 N과 더한층 깊은 관계로 발전한다. 그러던 중 H는 N에게 다른 사랑이 생겼음을 알게 되고, 불안과 번뇌에 휩싸이면서도 N에 대한 애착심을 버리지 못한다. 「사랑하는 벗에게」는 난파의 형식적 실험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소설 대부분이 경성음악학교 출신의 음악가 H와 도쿄여자미술학교 출신의 미술가 S가 주고받는 연애편지로 이뤄졌기 때문에 독자들은 H와 S가 쓴 편지에 제시된 산발적인 정보만을 토대로 소설 속 사건의 흐름을 추적하며 숨겨진 내용은 유추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읽는 맛을 각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흡사 작가 홍난파를 연상케 하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이 두 편의 연애 소설 외에도 민족운동에 참여한 이력이 있는 방랑 화가 Y의 기구한 일생을 담은 「물거품」, 암흑한 식민지의 분위기를 부조리극의 한 장면처럼 그린 「살아가는 법」, 살인범 김만식의 인생을 통해 냉혹한 세도인심을 질타하고 있는 「회개」 등의 작품도 눈여겨볼 만하다. 다섯 편의 작품을 다 읽고 나면, 난파가 펼쳐 보인 다채로운 작품 세계에 가장 먼저 놀랄 것이고, ‘자유연애’라는 당대 최신 사회 현상을 치밀하게 탐구하면서 식민지 조선의 암면을 날카롭게 꼬집는 그 날카로운 시선에 또 한 번 놀라게 될 것이다. *〈한국근대대중문학총서 틈〉 소개 한반도에서 한국어를 사용하며 살아가는 우리는 언어공동체이면서 독서공동체이기도 하다. 우리는 같은 작품을 읽으며 유사한 감성과 정서의 바탕을 형성해 왔다. 그런데 한편 생각해 보면 우리 독서공동체를 묶기가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다. 누군가는 『만세전』이나 『현대 영미시선』 같은 책을 읽기도 했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장터거리에서 『옥중화』나 『장한몽』처럼 표지는 울긋불긋한 그림들로 장식되어 있고 책을 펴면 속의 글자가 커다랗게 인쇄된 책을 사서 읽기도 했다. (…) 그중에는 우리 문학사에서 한 번도 거론되지 않았던 소설책들도 적지 않다. 전혀 알려지지 않은 낯선 작가의 작품도 있고 유명한 작가의 작품도 있다. 본격문학으로 보기 어려운 이 소설들은 문학사에서는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던 것들이다. ―발간사 중에서 발간사에서 이렇게 밝혔듯 〈틈〉 총서는 그간 한국 문학사에서 제대로 다뤄지거나 거론된 적이 별로 없었던 대중소설을 주로 소개할 계획이다. ‘본격문학’의 큰 흐름들 사이에서 그간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잊혔던 작품들 중 오늘날 독자들에게 소개할 만한 것을 가려 재출간함으로써 근대문학사의 군데군데 빈틈을 채워 넣으려 한다. 특히 일제강점기와 그 전후를 아울러 민중들에게 읽히고 상상력을 자극했던 작품들을 발굴한다. 과학소설, 탐정소설, 연애소설, 무협소설 등 그 장르도 다양하게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작품들이다. 일찍이 학교에서 배우거나 들어 본 적 없는 소설들이지만 당대 대중들의 정서에 가장 가까운 욕망과 상상력을 생생하게 드러내는 이야기들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본 총서를 통해 근대 독서공동체의 모습이 조금 더 실체적으로 드러나리라 기대한다. 또한 〈틈〉 총서는 다양한 시각자료를 통해 당시의 사회상을 친절히 소개하고자 한다. 소설의 배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도판을 본문 사이사이에 배치한다. 시대사적 의의를 짚어 주는 해제 작업 또한 본 총서의 중요한 부분이므로 책의 후반에는 문학연구자의 해설이 함께한다. 현장에서 한국문학을 연구하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연구자, 교육자들로 구성된 기획편집위원회가 선정부터 해제, 주석 작업까지 책임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