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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근대대중문학총서 틈

책소개

목차

1회

1. 노화백의 착각
2. 무정한 오뇌(懊惱)
3. 창조의 정열

2회

4. 방황하는 순정
5. ‘금단(禁斷)’과 ‘동경(憧憬)’
6. 마음에 포즈

3회

7. 좁은 문
8. ‘최후의 만찬’
9. ‘동경’의 소묘

4회

10. 심야의 심리
11. 동일한 입장
12. 무서운 시선

5회

13. 의문의 방문객
14. ‘사모(思慕)’의 시
15. 기회와 기회
16. 마(魔)의 한강으로

6회

17. 한강의 이리
18. 이브의 죄
19. 성 수도원

해설: 종교와 예술을 통한 욕망의 승화 - 예술가 소설과 연애 소설 사이에서 『금단의 유역』 읽기(박수빈,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연구교수)

저자 소개 1

鄭飛,본명 : 정서죽(鄭瑞竹)

부담없는 문장으로 관능미를 곁들인 남녀간의 갈등, 소박하고 낭만적인 인도주의의 세계를 그려나간 작가이다. 1911년 평북 의주 출생으로 본명은 서죽이다. 일본 니혼대학(日本大學) 문과를 중퇴하고 귀국하여 창작에 정진하였다. 처음에는 시를 습작하였으나 곧 소설로 전향해 1936년 단편 <졸곡제卒哭祭>가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입선하였으며 1937년 단편 <성황당城隍堂> 로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었다. 한때 『매일신문』 기자(1940), 『중앙신문』 문화부장(1946), 『대조』 편집주간(1947) 등의 일을 하기도 했다. 그의 작품 중 특히 주목을 끌었던 『자유부인』은 한
부담없는 문장으로 관능미를 곁들인 남녀간의 갈등, 소박하고 낭만적인 인도주의의 세계를 그려나간 작가이다. 1911년 평북 의주 출생으로 본명은 서죽이다. 일본 니혼대학(日本大學) 문과를 중퇴하고 귀국하여 창작에 정진하였다. 처음에는 시를 습작하였으나 곧 소설로 전향해 1936년 단편 <졸곡제卒哭祭>가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입선하였으며 1937년 단편 <성황당城隍堂> 로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었다. 한때 『매일신문』 기자(1940), 『중앙신문』 문화부장(1946), 『대조』 편집주간(1947) 등의 일을 하기도 했다.

그의 작품 중 특히 주목을 끌었던 『자유부인』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일부 계층에 풍미하고 있던 퇴폐적 서구 사조를 묘사함으로써 선풍적인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1960년대에도 계속해서 장편 『여성의 적』(1960), 『인간 실격』(1962), 『산호의 문』(1962), 여인백경』(1962), 『욕망해협』(1963), 『에덴은 아직도 멀다』(1964), 『노변정담』(1965~1969) 등을 연재,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현대물보다는 주로 역사물이나 중국 고전을 새롭게 고쳐 쓰는 일에 몰두하게 된다.

1981년 장편『손자병법孫子兵法』을 한국경제신문에 연재 (4권 발행)하였으며 1983년 장편『초한지楚漢誌』를 한국경제신문에 연재 (5권 발행)하였다. 1988년 장편『소설 김삿갓』 발행 (5권)하였으며 1991년 숙환으로 별세하였다. 작가는 생전에 33종 66권의 저서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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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28쪽 | 248g | 128*188*20mm
ISBN13
9791186198810

책 속으로

“아, 이 그림을 어떡하누!” 노화백의 마음은 칡넝쿨처럼 어지러웠다. 이 그림을 도저히 아내로 볼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다고 아내를 그리려고 들었던 붓으로 그냥 딴 여자를 그리기에 노화백의 양심은 너무나 곧았다. 허나 솔직히 말하자면 그는 샘처럼 맑고 정기 있는 순경의 눈을 보자 홀연 새로운 창조의 정열이 부쩍 솟아올랐다. 이대로 그려 나간다면 확실히 새로운 무엇을 창조할 수 있을 것만 같았으나 그러나 그는 지하의 아내의 영(靈)을 짓밟고 싶지는 않았다. 물론 예술을 이해해 주던 아내이긴 하였지만 그렇다고 아내를 그리려던 붓으로 어떻게 딴 여자를……. 노화백은 자기의 흥분을 순경에게 보이지 않으려고 넋없이 팔레트에 조색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고요한 화실에 팔레트 나이프 놀리는 소리는 노화백의 감정, 그것과 마찬가지로 너무나 거칠게 울렸다.
--- p.36

동경과 금단! 그럴 법한 제호였다. 순경이가 노화백에게는 ‘금단’의 구역이라면, 승조에게는 틀림없는 ‘동경’의 세계가 아닐 것이냐? 노화백이 순경을 청교도의 태도로 대하지 않을 수 없듯이 승조는 그를 몽상의 맘씨로 바라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성격 차이일까?’ 노화백은 속살로 그렇게 궁리해 보다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성격의 소치가 아니라 나이의 관계다.’ 노화백은 이렇게 믿었다. 칠십 넘은 늙은이와 삼십 전의 젊은 혈기! 역시 예술도 나이를 초월할 수는 없는 모양이라고 알자 노화백은 속절없이 마음이 서글펐다. 무어 순경을 빼앗긴 듯한 질투심에서가 아니라 ‘정열을 잃어버린 예술가’란 의미에서였다. 대체 정열을 잃어버린 예술가도 예술가일 수 있을까?
--- p.64

“아부지, 승조 씨 성격이 어때요?” “승조 군의 성격? 좀 내약허지. 대같이 곧은 사람이지만 선이 좀 약하지.”
“순경 언닌요?” “찬 사람이지! 차구 말구. 무서운 사람이니라.” (중략)
“그러나 넌 승조 군을 참맘으로 사랑하냐?”
노화백은 강박한 질문이었으나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영옥은 수줍은 듯이 고개를 주억거릴 뿐이다.
“그럼, 그만 아니냐? 너만 사랑한다면 그만 아니냐. 참으로 사랑한다면 질투 같은 더러운 감정을 일으켜서는 안 되느니라. 사랑이란 줄 것이지 받을 것은 아니어든! 그러니까 참으로 사랑만 한다면 그건 벌써 행복이지 그 이상 무엇을 바랄드냐! 그 이상 바라는 건 욕심이지 사랑은 아니어든―”
노화백은 이렇게 타이르는 것이었으나 그러나 그것은 영옥에게 들리기 위해서보다도 차라리 제 자신을 경계하는 말에 지나지 않았다.
--- p.124

그때 공교롭게도 영옥은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화신에 들러 이 층 화장품부에서 물건을 고르고 있었다. 이틀 앞둔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약혼한다는 동무에게 프레센트 하려고 화장품을 고르고 있던 영옥은 우연히도 고개를 돌렸다가 문득 에스카레타 위에 순경을 발견하자 “순경 언니!” 하고 쪼르르 몇 발걸음 그쪽으로 달려가며 불렀으나 그 소리는 사위의 소음 속에 부서져 내리고 말았다. 그래 영옥도 막 에스카레타에 발을 올려놓으려 하며 위층을 쳐다보니 에스카레타에서 내리는 순경의 뒤에 뜻하지 않았던 승조가 따라 내리므로 영옥은 문득 발부리 앞에서 뱀이라도 발견한 듯이 호독히 놀라 뒷발질을 치며 “아!” 하고 소릴 질렀다. ‘승조 씨! 승조 씨다! 틀림없는 승조와 순경이다.’
--- p.135

차가 광화문 네거리에서 머뭇거리자 “한강― 한강으루―” 창건은 지체 않고 운전수에게 명령하였다. 천재에 일우인 이 기회에 영옥을 아예 앗아 버리자는 창건의 심산이었다. 한강이라는 말에 영옥은 발작적으로 고개를 번쩍 들었으나 ‘한강……. 승조와 순경이가 나갔다는 한강― 흥! 내 그 꼴 좀 봐 줄걸!’ 영옥은 이렇게 속살로 부르짖고 나니 어째 갑자기 창건이가 사내답게 믿음직스러워서 영옥은 커브의 동요에 휩쓸리는 척 몸 전체를 창건의 어깨에 떠맡기며 가만한 한숨을 깨물어 버렸다. 간 곳마다 지체받고 업신여김받은 이 몸뚱어리를 반가이 맞아 줄 사람은 역시 창건이밖에 없을 성싶었던 것이다.
--- p.169

그리하여 영옥이가 무아경의 짙은 꿈에서 소스라쳐 깨어났을 때에는 보트는 이미 강심(江心)에 뜬 채 물결을 따라 너울거리고 있고 창건은 노 잡은 손을 쉰 채 유들유들하고 검측스러운 눈시울로 영옥을 마주 보고 있었다. “아!” 영옥은 악몽에서 솟아난 듯 저로 돌아오자 입속으로 부르짖으며 상류를 올려다보았으나 인도는 까마득히 멀어 안개 낀 바닷가에 넘나드는 갈매기처럼 아련하게 가물거릴 뿐이었다. 영옥은 비로소 옆에 앉은 사내가 승조가 아니고 창건이라고 알자 두려운 고독이 뼈에 사무쳐 공포에 찬 눈치로 창건을 돌아보려니 창건은 벌름 웃고 나서 “왜? 두려워?” 하고 말투부터가 육지의 세계에서보다는 동뜨게 능글맞다. 영옥에게는 창건의 웃음이 지금처럼 유들유들해 보인 적은 없었다. “저리로 올라가요.” 영옥은 떨리는 목소리로 야무지게 말했다. 그러나 그 음성에는 애원의 색조가 다분히 섞여 있었다. 육지 먼 바다 위의 꿀렁거리는 보트에 몸을 의탁한 그 한 가지 사실만도 무섭고 두렵고 한데, 육지의 세계에서는 양같이 온순하던 창건이가 강 위에서는 이렇게도 사나운 표범으로 변하였다고 알자 영옥은 두려움이 뼈에 사무쳤던 것이다.
--- p.175

‘왜 저러실까……?’ 순경은 두려웠다. 저 태도가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모르는 바 아니었고 알기 때문에 더욱 노화백이 두려운 그였다. “승조 군과 함께 뚝섬에?” 할 적에 비상히 놀라시던 그 눈―그 눈에는 질투의 빛이 얼마나 번개 치듯 하였던가. 노화백이 두려운 게 아니라 금방이라도 그의 입에서 튀어나올 듯싶은 ‘고백’이 무서웠던 것이다. ‘모델 노릇을 하기가 잘못이었지.’ 순경은 이런 후회까지 해 본다. ‘어떡하면 질식할 이 장면을 고스란히 헤어날 수 있을까?’ 노화백도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고, 순경 자신도 신앙으로 구원을 얻을 수 있는 방도는 없을까? 순경은 고요히 눈을 감고 ‘주여! 광야에 헤매는 이 불쌍한 양을 구원하여 주소서’ 하고 간절한 기도를 올렸다. 순경은 이때처럼 신을 알뜰히 믿은 적은 일찍이 없었던 것이다.
--- p.191

“시체? 그럼 영옥이가 죽었소? 아니, 영옥이가 죽었단 말이오?”
비로소 노화백은 숙였던 얼굴을 번쩍 들어 놀람에 찬 눈으로 의사를 힐문하듯 쳐다본다. 노화백은 정말 영옥이가 잠든 줄로만 알았던 것인가? 혹은 ‘시체’라는 말에 새삼스럽게 죽음을 인식한 것인가?
“…….”
급박하고도 어이없는 질문에 의사는 잠시 아연히 서 있었고 방 안의 모든 사람도 의사와 마찬가지로 노화백의 정신 상태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의사, 그럼 영옥이가 죽었단 말이오?” “매우 슬픈 일입니다만 소생할 가능은 끊어졌습니다.” 하고 의사가 차디차게 대답하자 “영옥이가 죽어? 죽다니 웬 말이냐? 죽다니! 영옥이가 죽다니……!” 하고 엄청나게 웅장한 목소리로 곱씹어 부르짖는 노화백의 전신이 와들와들 떨린다고 보는 순간 그는 몇 발걸음 뒤로 비칠비칠하다가 ‘탕!’ 하고 뒤로 반듯이 나자빠지는 것이었다.
“아앗! 선생님! 선생님!”

--- p.191

출판사 리뷰

1950년대 베스트셀러 『자유부인』의 작가 정비석이 집필한
최초 장편 소설 『금단의 유역』


정비석은 1935년 등단하여 1991년 타계하기까지 우리 문학사에 방대한 작품을 남겼다. 하지만 해방 전 이미 콩트·단편 소설 50여 편과 장편 소설 3편을 발표했음에도, 다수의 문학사에서 정비석은 우리나라 출판 사상 최초로 10만 부를 넘긴 ‘베스트셀러 『자유부인』의 작가’이거나, 1951년 5월 조직된 ‘육군종군작가단 소속 작가’ 정도로 간단히 언급된다. 또한 ‘점차 애욕의 세계로 빠져들어 가면서 애정물 작가로 변화한 작가’, ‘처음에는 수준 높은 소설을 발표했다가 그 후 대중 소설 쪽으로 전향한 작가’로 규정되는 것이 보통이다.

『금단의 유역』은 1939년 『조광』 제5권 7호(통권 45호)부터 제5권 12호(통권 50호)까지 총 6회에 걸쳐 연재되었다. 이 작품은 정비석의 첫 번째 장편 소설일 뿐만 아니라 본격적인 ‘애욕의 작품 세계’를 장편을 통해 처음으로 완성한 것으로, 이후 그의 대중 소설의 기초가 되었다고 평가된다. 따라서 사랑과 연애에 대한 정비석의 관점, 예술에 대한 통찰을 살필 수 있는 작품이다.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관계들을 통해
인간의 깊숙한 욕망, 다양한 구조적 문제를 들여다보다


『금단의 유역』에는 여러 인물이 등장해 애욕을 느끼고 질투한다. 이야기는 주요 인물인 노화백 추강 홍시현으로부터 시작된다. 일흔의 고전파 서양화가인 노화백은 사별한 아내를 그리려 10년 만에 붓을 드는데, 모델이 되어 준 미모의 미망인이자 독실한 가톨릭교도 김순경에게 매혹되어 내적 갈등을 겪는다. 그리고 노화백의 애제자 최승조도 순경을 연모하게 되며, 노화백의 딸로 작곡을 공부하는 여대생 홍영옥은 승조를 마음에 품는다. 그런 영옥에게 김순경의 오빠인 시인 김순환은 ‘사모의 시’를 바치며, 신문 기자 조창건 또한 영옥을 짝사랑해 최승조를 질투한다.

『금단의 유역』은 이처럼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관계들을 통해 인간의 깊숙한 욕망, 다양한 구조적 문제를 보여 준다. 정비석은 “연애처럼 시대에 예민하고 시대를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연애는 인생의 가장 중요한 영원의 과제이므로 이를 비속하거나 저속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연애/소설에 대한 바른 인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연애 소설의 공식을 깬 예술가 소설’이라는
『금단의 유역』의 문학적 의의


『금단의 유역』에는 다양한 인물의 욕망은 있지만, 애초에 서로 사랑하는 인물의 관계가 없다. 이것이 이 소설의 독특한 점이다. 등장인물들에게는 애욕은 있으나 애정이 미약하고, 질투는 있으나 신뢰가 없다. 연애 소설은 일반적으로 사랑하는 남녀가 있고, 그들 사이에 다른 인물이 개입하면서 사건이 만들어지고, 사랑의 장애물이 존재한다. 하지만 『금단의 유역』에서 정비석은 인간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나약한 면과 혼란스러운 감정들을 집중적으로 조명하여 오로지 자기 자신의 욕망 속에서 번민하고 절망하는 인간의 모습을 포착한다. 결론적으로 이 작품은 미완의 연애 소설이라 할 수 있다.

오히려 『금단의 유역』에는 예술가 소설의 면모가 많이나타난다. 예술가 소설은 소설가나 그 밖의 예술가가 성숙 단계를 거치는 동안에 자신의 예술가로서의 숙명을 인식하고 예술적 기법에 통달하게 되는 성장 과정을 그린 것으로, 예술가의 자의식, 삶과 예술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는 소설이다. 『금단의 유역』의 등장인물은 대부분 예술가 혹은 예술가적 자질을 지닌 인물이다. 노화백과 승조는 미술, 순환은 문학, 영옥은 음악과 관련 있다. 순경 또한 종교적 가치를 상징하는 인물임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이처럼 『금단의 유역』은 대중 문학이나 연애 소설이라기에는 예술가 소설에 가깝다. 통속 소설의 문법을 깨뜨리면서 인물들은 생동하고, 내면 깊숙한 욕망을 읽어낼 수 있다. 인간에 대한 뛰어난 통찰력은 인물들이 맺는 복잡한 관계 속에서 다양한 구조적인 문제를 논할 수 있게 해준다. 이것이 『금단의 유역』의 진짜 문학사적 의의라 할 수 있다.

* 〈한국근대대중문학총서 틈〉 소개

한반도에서 한국어를 사용하며 살아가는 우리는 언어공동체이면서 독서공동체이기도 하다. 우리는 같은 작품을 읽으며 유사한 감성과 정서의 바탕을 형성해 왔다. 그런데 한편 생각해 보면 우리 독서공동체를 묶기가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다. 누군가는 『만세전』이나 『현대 영미시선』 같은 책을 읽기도 했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장터거리에서 『옥중화』나 『장한몽』처럼 표지는 울긋불긋한 그림들로 장식되어 있고 책을 펴면 속의 글자가 커다랗게 인쇄된 책을 사서 읽기도 했다. (…) 그중에는 우리 문학사에서 한 번도 거론되지 않았던 소설책들도 적지 않다. 전혀 알려지지 않은 낯선 작가의 작품도 있고 유명한 작가의 작품도 있다. 본격문학으로 보기 어려운 이 소설들은 문학사에서는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던 것들이다. ― ‘발간사’ 중에서

발간사에서 이렇게 밝혔듯 〈틈〉 총서는 그간 한국 문학사에서 제대로 다뤄지거나 거론된 적이 별로 없었던 대중소설을 주로 소개할 계획이다. ‘본격문학’의 큰 흐름들 사이에서 그간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잊혔던 작품들 중 오늘날 독자들에게 소개할 만한 것을 가려 재출간함으로써 근대문학사의 군데군데 빈틈을 채워 넣으려 한다. 특히 일제 강점기와 그 전후를 아울러 민중들에게 읽히고 상상력을 자극했던 작품들을 발굴한다. 과학소설, 탐정소설, 연애소설, 무협소설 등 그 장르도 다양하게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작품들이다. 일찍이 학교에서 배우거나 들어 본 적 없는 소설들이지만 당대 대중들의 정서에 가장 가까운 욕망과 상상력을 생생하게 드러내는 이야기들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본 총서를 통해 근대 독서공동체의 모습이 조금 더 실체적으로 드러나리라 기대한다.

또한 〈틈〉 총서는 다양한 시각자료를 통해 당시의 사회상을 친절히 소개하고자 한다. 소설의 배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도판을 본문 사이사이에 배치한다. 시대사적 의의를 짚어 주는 해제 작업 또한 본 총서의 중요한 부분이므로 책의 후반에는 문학연구자의 해설이 함께한다. 현장에서 한국문학을 연구하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연구자, 교육자들로 구성된 기획편집위원회가 선정부터 해제, 주석 작업까지 책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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