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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기수
소년 기수 38회 신간평 일제 강점기의 〈어린이날 노래〉 해설: 일제 강점기 조선 소년운동의 문학적 기록 『소년 기수』(염희경, 한국방정환재단 연구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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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듣기 싫다. 명호는 오늘 낮에 학교에서 네 동생 놈과 다른 세 놈에게 뭇매를 맞아 앓아누웠다. 더 길게 말할 것 없이 상전에게 공손하지 않고 상전을 때리는 불상놈의 집안에는 내 땅을 주어 농사시키지 않겠으니 너 그리 알아라.”
이 말을 들을 때 노마는 눈앞이 캄캄하였습니다. --- p.52 한창신에게 얻어맞아 뒤통수가 터지고도 “점잖은 양반 때렸다” 하여 두 주일 동안이나 찬 마루방에서 고생을 하고 나온 노마는 집안 식구를 살리기 위하여 어느 목상에게 고용이 되어 하루 몇십 전 버는 돈으로 근근이 살림을 지탱하여 나가게 되었습니다. 노마가 일하고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고 난 뒤 밤만 되면 낯 서투른 젊은 사람들이 날마다 찾아와서 건넌방으로 들어가 수군수군 무슨 이야기인지 밖에서 들리지 않을 만치 나지막하게 속살거리다가 밤 열한 시나 넘어서야 헤어져 돌아갔습니다. --- p.57 피대 소리와 함께 돌고 있는 기계 소리는 우렁차며 그 요란한 소리에 섞여 들리는 기침 소리는 참으로 듣기에 끔찍끔찍하였습니다. 그 위에 조그마한 아이들이 쇠를 녹여 실은 차를 밀고 가며 이글이글한 화로 옆에 앉아 불꽃을 자르는 것은 틀림없는 지옥으로 아니 생각할 수가 없었습니다. 형님을 찾아 서울에까지 와 악착한 학대를 받는 철마는 날이 갈수록 분함이 늘었습니다. 그 지옥의 한 달 삯전이 삼 원! --- p.82 지나가는 여학생의 한 떼가 그 옆을 지나면서 껄껄거리며 저희끼리 무엇이라고 수군거렸습니다. “흥, 시골서 갓 올라온 촌색시로구나.” 명순이는 귓결에 이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의 얼굴은 홍당무 빛같이 빨개졌습니다. 그들이 명순이와 같은 탈을 벗은 지가 얼마나 된다고 그런 모욕을 하겠습니까? 명순이는 벌써 이것으로써 서울이 주는 쓰린 경험의 첫 페이지를 표하였습니다. --- p.128 명석이는 어머니가 주신 오 원을 철마의 손에 꼭 쥐어 주었습니다. “명석아, 대단히 감사하다. 더 말하지는 않으련다. 서로 몸 건강히 있다가 우리 조선의 소년으로서 새 조선의 ‘싹’이 트도록 모든 풍파와 싸워 나가자. 소년회를 잘 키우는 것이 즉 그것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한 달에 한 번씩 계속 개최하던 동화회며 유명하신 선생님들이 만드신 책을 항상 사다가 여러 동무에게 읽히던 것을 너는 끝끝내 계속하여 다오. 그래서 우리 소년회에서 조선을 위하여 일하는 사람이 많이 나오도록 힘쓰자.” “오냐, 걱정 말아라. 우리는 조선 소년의 앞길을 인도하는 소년의 기수(旗手)가 되자. 우리는 조선의 새로운 새싹이 되도록 결심하자.” --- p.166 김노마 외 여러 혁명 투사를 태운 형무소의 자동차가 달리는 것을 바라보게 된 명순과 철마 두 어린 남매는 미친 듯이 군중을 헤치고 자동차가 달리는 방향을 따라 쫓아가면서 “노마 형님!” “노마 오빠!” “이놈들아, 우리 형이 무슨 죄가 있기에 저렇게 가둬서 데리고 가느냐.” 하며 서로 손을 잡고 자동차의 뒤를 바라고 달리고 있었습니다. --- p.180 “중지-.” 소리가 청천의 벼락과 같이 운동장을 울리며 식사를 하던 대표 위원은 경계하던 경관에게 끌려 내리었습니다. 그러나 어찌할 도리가 없었습니다. 살았어도 자유 없는 조선 사람인 까닭에-. 이런 일을 처음으로 당하는 철마는 온몸의 피가 끓어오르는 듯하였습니다. ‘오냐-, 참아라. 우리 조선은 반드시 광명을 보게 될 것이다. 우리는 장래가 있다. 내 힘만을 굳세게 기르자 -.’ 이렇게 철마가 결심하고 있는 동안에 식은 어느덧 끝나고, 다음에는 어린이들의 시가 행렬이 시작되었습니다. --- p.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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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소작농의 자식이었던 노마, 명순, 철마 삼 남매가
조선의 앞길을 인도하는 소년의 기수가 되기까지 『소년 기수』는 강원도 김화군 근동면 산골 하소리에 사는 김화보통학교 사 학년 김철마를 중심으로 형 노마, 누나 명순의 이야기를 그린다. 가난한 소작농 집안의 자식들인 삼 남매는 땅과 부모를 잃고 하나둘 고향을 떠나 서울로 향한다. 신념을 실현하려고, 형제를 찾으러, 서울에 머물 돈을 마련하기 위해 이들은 제각각의 이유로 서울살이를 시작한다. 그 와중에 갖은 고초를 겪고 노마는 민족운동에 투신하며, 철마는 도시 공장 노동자가 되고, 명순은 인정 넘치는 고향과는 전혀 다른 도시의 냉혹함을 경험한다. 이렇게 삼 남매는 점차 조선과 민족의 참담한 현실을 깨닫고 계급 의식에도 눈뜬다. 소설의 마지막은 오월 첫째 일요일, 조선소년총연맹의 깃발 아래 어린이날 기념식을 갖는 장면을 담아낸다. 어린이날 기념식에서 대표는 연설을 중지당하고, 철마가 높이 든 어린이날의 커다란 대표기를 선두로 어린이날 노래를 부르며 어린이들이 시가 행진을 한다. 이때 철마는 마음속으로 ‘우리 조선은 반드시 광명을 보게 될 것이다. 우리는 장래가 있다. 내 힘만을 굳세게 기르자-’라고 굳게 다짐한다. 『소년 기수』는 바로 민족의 갱생을 도모하는 전체 민족 운동 중에서도 근본 운동인 어린이 운동, 즉 소년운동을 기록하고자 집필되었다. 특히 서로 다른 사상과 조직을 기반으로 소년운동을 펼쳤던 5인의 소년운동가이자 아동문학가들이 연작 소년소설이라는 새로운 실험으로 당대 어린이들 앞에 놓인 삶의 이야기를 통해 각자가, 혹은 자신이 몸담았던 조직이 꿈꾸던 어린이 해방의 미래를 야심 차게 그린 작품이라는 데 큰 의의와 가치가 있다. * 〈한국근대대중문학총서 틈〉 소개 한반도에서 한국어를 사용하며 살아가는 우리는 언어공동체이면서 독서공동체이기도 하다. 우리는 같은 작품을 읽으며 유사한 감성과 정서의 바탕을 형성해 왔다. 그런데 한편 생각해 보면 우리 독서공동체를 묶기가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다. 누군가는 『만세전』이나 『현대 영미시선』 같은 책을 읽기도 했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장터거리에서 『옥중화』나 『장한몽』처럼 표지는 울긋불긋한 그림들로 장식되어 있고 책을 펴면 속의 글자가 커다랗게 인쇄된 책을 사서 읽기도 했다. (…) 그중에는 우리 문학사에서 한 번도 거론되지 않았던 소설책들도 적지 않다. 전혀 알려지지 않은 낯선 작가의 작품도 있고 유명한 작가의 작품도 있다. 본격문학으로 보기 어려운 이 소설들은 문학사에서는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던 것들이다. ― ‘발간사’ 중에서 발간사에서 이렇게 밝혔듯 〈틈〉 총서는 그간 한국 문학사에서 제대로 다뤄지거나 거론된 적이 별로 없었던 대중소설을 주로 소개할 계획이다. ‘본격문학’의 큰 흐름들 사이에서 그간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잊혔던 작품들 중 오늘날 독자들에게 소개할 만한 것을 가려 재출간함으로써 근대문학사의 군데군데 빈틈을 채워 넣으려 한다. 특히 일제 강점기와 그 전후를 아울러 민중들에게 읽히고 상상력을 자극했던 작품들을 발굴한다. 과학소설, 탐정소설, 연애소설, 무협소설 등 그 장르도 다양하게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작품들이다. 일찍이 학교에서 배우거나 들어 본 적 없는 소설들이지만 당대 대중들의 정서에 가장 가까운 욕망과 상상력을 생생하게 드러내는 이야기들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본 총서를 통해 근대 독서공동체의 모습이 조금 더 실체적으로 드러나리라 기대한다. 또한 〈틈〉 총서는 다양한 시각자료를 통해 당시의 사회상을 친절히 소개하고자 한다. 소설의 배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도판을 본문 사이사이에 배치한다. 시대사적 의의를 짚어 주는 해제 작업 또한 본 총서의 중요한 부분이므로 책의 후반에는 문학연구자의 해설이 함께한다. 현장에서 한국문학을 연구하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연구자, 교육자들로 구성된 기획편집위원회가 선정부터 해제, 주석 작업까지 책임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