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下 ……………………… 178 해설 …………………… 3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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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어머니. 저것 보아…….” 하면서 제일 앞선 이숙자가 대경실색한다. “그것이 무엇이여. 왜 이리 놀라느냐…….” 하면서 앞선 숙자의 말만 듣고 같이 놀라는 김숙경과 심미자는 이숙자의 옆으로 바싹 들어섰다. 숙자가 가리키는 곳으로 삼 인의 시선이 바로 향해 모였다. “아이고, 참 저것 보아. 그 아마 자결을 하려는 것이지. 어떤 사람이 저같이 절박한 일을 차마 행하는가.”
--- p.26 때는 벌써 3~4시가 지났는데 은은한 새벽 달빛은 서산으로 넘어가고 동방의 계명성은 반듯반듯 비치고 원촌의 닭소리는 새벽을 재촉하며 까우까우 까마귀 울음과 찍찍찍찍 벌레 소리는 처창하고 쇠락한 남산공원에 등불이 번쩍번쩍하며 찌걱찌걱, 철걱철걱하는 구두와 군도 소리가 굉장하게 떠드는데 경성지방재판소의 검사와 예심판사, 재판소 서기며 남부경찰서장, 경찰의원, 순사 등 칠팔 인이 속히 들어오더니 바로 목매 죽은 시체 있는 곳으로 향해 가서 시체를 검시한 후 방금 시체를 수습하려 할 때에 어디서 얼굴이 길쯤하여 오동테 안경에 중절모자를 숙여 쓰고 아주 날렵하게 어떤 사람이 들어왔다. 이 사람인즉 경성 내에서 탐정으로는 유명한 남부경찰서 형사 순사 방규일이다. --- p.65 안동 전보의 소문을 듣고 조금 마음을 놓고 앉았던 세 영양은 또 별 살옥이 났다는 말에 다시 깜짝 놀라 함께 윤 순사를 향하여 “그, 그 무슨 살옥이…….” “네, 다른 일이 아니라 한 승지가 총을 맞아 죽었습니다.” “한 승지라니요? 아니, 우리 집에 종종 오는 그 한동열 씨 말씀이십니까?” 숙자는 놀라면서 말을 하니 윤 순사 그 말을 따라 “네, 그렇습니다.” “그 참 큰 변입니다. 무슨 일인 줄 몰랐습니까?” 윤 순사의 대답이 미처 나기 전에 숙경은 놀라는 말로 “아니, 그 사람을 나는 알지 못하되 근일 남산공원에 칼이며 총이며 살인이 자꾸 일어나니, 그것 어찌 된 일이에요? 그 무슨 큰 도적이 붙었는지 별일입니다그려.” --- p.142 “오전에 편지한 바와 같이 이제부터 전고미증유한 희한하고 복잡한 범죄사건의 말씀을 하겠습니다. 사실이 매우 장황하오니 조금 가쁘시겠지마는 자세히 들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19년 전에 발생한 사실로 마치 진실로 재미있는 소설과도 같습니다. 만일 이 사실로 소설을 만들 것 같으면 경성서 종이 값이 당장에 오를 것입니다.” --- p.2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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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공원에서 벌어지는 연쇄 살인사건
의문의 사건을 추적하는 조선의 탐정들 깊은 가을밤 남산공원, 나뭇가지에 목을 맨 남자의 시체가 발견된다. 잇따라 남산공원에서 의문의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남부경찰서 형사 순사 방규일과 윤석배는 사건의 단서인 피 묻은 가사, 찢어진 편지 조각 그리고 가장 최근에 살해된 정 남작의 손에 쥐여 있는 머리카락을 가지고 수사에 매진한다. 머리카락의 주인이 이 협판 댁의 영양 이숙자의 것이라는 증언을 확보한 방규일은 살인사건의 범인을 이숙자로 보고 그녀를 체포하려고 하나, 윤석배는 그와는 다른 주장을 내놓고 숙자를 보호한다. 한편, 이러한 일이 있기 3년 전에 이 협판의 딸 숙자는 남산공원에서 목을 매 죽으려던 권중식을 우연히 발견하여 그의 목숨을 구한 바 있다. 숙자와 권중식은 서로 연정을 느끼며 지내 오던 중에 권중식은 아버지 병구완을 위해 안동으로 내려가게 된다. 숙자의 어머니 김 씨는 숙자를 호색한 정 남작에게 억지로 시집보내려고 하던 터였다. 한편, 미궁에 빠진 남산공원 연쇄 살인사건은 조선 제일의 탐정 김응록에게 맡겨진다. 그는 이 모든 일의 근원이 1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하는데… 사건의 근원을 밝히려면 1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야 한다! 책으로 다시 만나는 일대(一大) 기담 [한국근대대중문학 총서 틈]의 네 번째 시리즈는 박병호의 소설 『혈가사』이다. 이 책은 남산공원에서 잇따라 벌어지는 의문의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진범을 밝히고자 하는 순사와 탐정의 활약, 출생의 비밀을 품고 있는 이숙자의 이야기가 얽혀 있다. 저자인 박병호 스스로 ‘탐정소설’이라고 밝히고 있는 이 작품은 채만식의 『염마』(1934), 최독견의 『사형수』(1931)와 함께 ‘한국 최초의 추리소설’ 자리를 놓고 자주 거론되어 왔다. 1920년, 불교 잡지 《취산보림》과 《조음》에 분재되다가 중단된 후 1926년 단행본으로 처음 출판된 『혈가사』는 그간 일반에 알려지지 않았다가 2002년 국립중앙도서관 서고에서 발견되었다. 2003년 《계간 미스터리》 겨울호를 통해 현대 독자들에게 소개되었고, 이후 한 권의 책으로 다시 묶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틈 총서]에서는 현장에서 한국문학을 연구하는 문학연구자의 철저한 고증을 거친 후 『혈가사』 저본 고유의 분위기와 말맛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현대 어법이나 표현으로 적절히 다듬어 일반 독자들도 몰입하여 읽을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한자어가 빈번하게 쓰인 저본의 특성을 고려하여 뜻풀이가 필요한 곳에 상세한 각주를 달아서 독자들의 이해를 도운 점이 특징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의 수가 적지 않고, 19년의 시간을 거슬러 오르며 사건의 전모를 밝히는 과정 또한 방대하고도 복잡다기하기에 장황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사건 해결을 위해 기발한 침투 능력을 보여주는 탐정들의 활약상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박진감을 선사하며 소설 곳곳에 감춰진 은근한 암시를 발견하는 재미는 이 소설의 묘미라고 할 수 있다. 얽히고설킨 사건들이 마치 정교한 퍼즐처럼 들어맞는 짜임새 있는 구성은, 단숨에 책장을 넘기게 한다. 또한 자기 파괴적으로 보일 만큼 악마적인 욕망을 지닌 악인 캐릭터의 전말이 드러나는 순간, 그 끝을 짐작한 독자이건 그렇지 않은 독자이건 다면적인 악인의 모습에 혀를 내두르게 될 것이다. 일제강점기, 식민지의 역사를 갓 빠져나와 새 나라에 들어선 시대 대중에게 가장 필요했던 카타르시스 대중소설만이 해낼 수 있는 순진하고 과감한 상상력 [한국근대대중문학총서 틈]은 그간 한국 문학사에서 제대로 다뤄지거나 거론된 적이 별로 없었던 대중소설을 주로 소개할 계획이다. ‘본격문학’의 큰 흐름들 사이에서 그간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잊혔던 작품들 중 오늘날 독자들에게 소개할 만한 것을 가려 재출간함으로써 근대문학사의 군데군데 빈틈을 채워 넣으려 한다. 특히 일제강점기와 그 전후를 아울러 민중들에게 읽히고 상상력을 자극했던 작품들을 발굴한다. 과학소설, 탐정소설, 연애소설, 무협소설 등 그 장르도 다양하게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작품들이다. 일찍이 학교에서 배우거나 들어 본 적 없는 소설들이지만 당대 대중들의 정서에 가장 가까운 욕망과 상상력을 생생하게 드러내는 이야기들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본 총서를 통해 근대 독서공동체의 모습이 조금 더 실체적으로 드러나리라 기대한다. 또한 [틈] 총서는 다양한 시각자료를 통해 당시의 사회상을 친절히 소개하고자 한다. 소설의 배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도판을 본문 사이사이에 배치하고, 또한 별도의 화보로도 구성한다. 시대사적 의의를 짚어 주는 해제 작업 또한 본 총서의 중요한 부분이므로 책의 후반에는 문학연구자의 해설이 함께한다. 현장에서 한국문학을 연구하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연구자, 교육자들로 구성된 기획편집위원회가 선정부터 해제, 주석 작업까지 책임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