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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무덤 위에 놓인 단어 모든 것과 아무것도 아닌 것 구부정한 숨을 쉬는 구부정한 사람 연기를 모으는 섬의 주인 더 나은 선택을 위한 선택 허공을 떠도는 끝과 시작의 인사 눈물에 대해 하는 전부 기도의 무게 새하얀 새 한 마리 변하지 않는 건 없다는 걸 알지만 악어가 나오는 작은 연못 태어나고 또 사라지는 일 세 종류의 기다림 곳 8개의 굳은살 사이와 사이 사이의 간격 길 위에 누운 차가운 몸 햇빛 한 뼘 당신은 무엇을 봤어요? 사슴과 사탕 사바아사나 어쩔 수 없는 포개진 계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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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들 사이로 새 한 마리가 보인다. 새의 고향은 동그라미다. 동그라미의 끝자락에는 갈 곳을 잃은 단어들이 수북이 포개져 있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새들. 아직 어둠에서 나오지 못한 말들. 바스락거리는 단어들은 우리와 마주할 적당한 때를 찾는다.
--- p.14 시간의 틈 사이 뾰족하게 튀어나와 나를 간지럽히는 장면들. 철봉에 거꾸로 매달려 봤던 학교 운동장, 강당에서 앞구르기를 하며 봤던 친구들의 뒤집힌 얼굴, 엄마의 무릎에 누워 바라본 반대로 된 눈. 거꾸로였던 세상을 생각하며 구부정한 숨을 쉰다. 나는 점점 구부정한 사람이 된다. --- p.26 곧 떠나려는 친구를 붙잡고 삶에서 되돌려지지 않는 부분에 관해 이야기한다. 시간을 사냥하고, 우스운 농담을 기록하는 습관. 섣부른 판단은 항상 몇 걸음 더 앞서간다. 열 개의 조각으로 작게 나눠진 케이크를 함께 나눠 먹는다. 오늘 같은 날에는 태어나고 또 사라지는 일이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느껴진다. --- p.92 무거운 발자국을 옮기는 사람의 손가락은 유난히 투명하다. 손가락과 손바닥이 만나는 지점에는 양손을 합쳐 모두 8개의 딱딱한 굳은살이 있다. 그는 자신의 굳은살을 만지며 생각한다. 언젠가는 나무가 될 수 있을까? 나무가 된다는 건 흐르는 바람을 단단하게 만들어 품 안에 고이 접어놓는 일과 다르지 않다고 했어. 그래서 나무에서는 바람의 냄새가 난다고 했어. --- p.114 한 뼘의 햇빛 안에 옳고 그름의 문제는 없다. 모든 것이 맞을 수도 또 틀릴 수도 있는 네모난 공간. 그 안에 웅크려 누워 남에게 난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생각한다. --- p.13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