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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v Nikolayevich Tolstoy,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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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론스키는 차장의 뒤를 따라 열차로 들어가다가 객차에서 나오는 부인에게 길을 내주기 위해 멈춰 섰다. 사교계 인사들의 감이 몸에 배인 브론스키는 부인의 외모를 보고 한눈에 그녀가 상류 사회에 속하는 사람임을 알았다. 그는 가볍게 인사를 하고 객차로 향했지만, 다시 한 번 그녀를 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녀가 상당한 미인이었거나, 그녀의 온몸에서 느껴지는 우아함과 단아한 아름다움 때문만은 아니었다. 단지 그녀가 그의 옆을 스쳤을 때 어떤 특별한 상냥함과 부드러움이 그녀의 귀여운 표정에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그가 뒤돌아보았을 때, 그녀 역시 고개를 돌렸다. 풍성한 속눈썹 때문에 진하게 보이는 그녀의 빛나는 잿빛 눈은 마치 그를 알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다정하고 주의 깊게 그의 얼굴에서 멈췄다. 그리고 누군가를 찾는 사람처럼 다가오는 군중 속으로 곧바로 눈길을 돌렸다. 이 짧은 시선에서 브론스키는 그녀의 빛나는 두 눈과 붉은 입술을 살짝 일그러뜨린 보일 듯 말 듯한 미소 사이에 감돌고 있는 억제된 활력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넘쳐흐르는 어떤 것이 그녀의 존재를 가득 채우고 있어서 그녀의 의지와 상관없이 눈의 반짝임과 웃음으로 표출되는 듯했다. 그녀는 애써 눈빛을 감추려 했지만 그 빛은 그녀의 의지에 반하여 희미한 미소 속에서 빛나고 있었다. --- p.144~145
안나 아르카디예브나는 작은 손으로 재빨리 모피 코트의 호크에 걸린 소매의 레이스를 풀고는 고개를 숙인 채 자신을 배웅하러 나온 브론스키의 말을 황홀하게 듣고 있었다. “당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거예요. 나 또한 당신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을 겁니다.” 그가 말했다. “하지만 내게 필요한 건 우정이 아니란 걸 당신도 알고 있습니다. 내 삶에서 단 하나의 행복은 당신이 그토록 싫어하시는 한 마디 말……, 그래요, 바로 사랑입니다.” “사랑…….” 그녀는 속으로 천천히 반복했다. 그러고는 갑자기 레이스를 풀면서 덧붙였다. “내가 그 말을 싫어하는 이유는, 그 말은 나에게 너무나 많은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에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그녀는 그의 얼굴을 주의 깊게 바라보았다. “안녕히 가세요! --- p.320 “오늘 당신의 행동이 점잖지 못했다는 걸 말해줘야 할 것 같소.” 그는 프랑스어로 말했다. “어떻게 점잖지 못했다는 거죠?” 그녀는 재빨리 그에게로 고개를 돌리고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큰 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얼굴엔 이전처럼 무언가 숨기는 듯한 밝은 표정이 아닌 결연한 빛이 역력했다. 그녀는 그 결연함 뒤에 지금 느끼고 있는 두려움을 감추고 있을 뿐이었다. “잊지 마시오.” 그는 건너 마부석 쪽에 열려 있는 창문을 가리키며 아내에게 말했다. 그는 몸을 조금 일으켜 유리창을 올렸다. “뭐가 그렇게 점잖지 못했나요?” 그녀는 되풀이했다. “기수 중 한 사람이 떨어졌을 때 당신이 숨기지 못했던 그 감정 말이오.” 그는 아내의 반박을 기다렸으나 그녀는 아무런 말없이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 “난 이미 사교장에서 당신을 놓고 험담꾼들이 왈가왈부하지 않도록 처신해주길 당신에게 부탁했었소. 내적인 관계에 대해 운운한 적도 있었지만, 그 얘기에 대해선 지금 말하지 않겠소. 지금은 단지 표면적인 관계에 대해서 말하는 거요. 당신은 점잖지 못했고, 난 그런 행동이 반복되는 일이 없길 바랄 뿐이오.” 그녀는 남편의 말을 절반도 듣고 있지 않았다. 다만 남편이 두려우면서도 브론스키가 다치지 않았다는 말이 사실일까, 아닐까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기수는 무사하고 말의 등뼈가 부러졌다고 했는데 그에 관한 얘기를 하는 걸까?’ 그가 얘기를 끝마쳤을 때, 그녀는 그의 말을 듣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비웃는 듯한 위선적인 웃음을 지을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 p. 478~47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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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하고 학식 있는 대도시 귀족의 위선적이고 공허한 삶과
인간관계 속에 내재된 모순과 갈등, 사회적 부조리를 들여다보다! 톨스토이는 작품을 통해 당대 러시아 사교계의 위선적인 면모를 비판하고 있다. 그 당시 상류층 사람들의 불륜은 매우 흔한 일이었지만, 안나가 불륜 관계를 공적인 장소에서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는 암묵적인 규칙을 어기는 바람에 안나는 멸시의 대상이 된다. 안나의 불륜보다는 아내가 불륜을 드러냄으로써 자신이 받을 피해를 걱정하는 안나의 남편 카레닌의 태도에서도 보이듯 일단 체면만 지키면 된다는 식의 당대 러시아 상류층의 문화가 여실히 드러난다. 『안나 카레니나』는 불륜이라는 신의 질서를 깨뜨린 안나의 불행한 삶을 보여주지만, 첫 페이지에 톨스토이가 적어놓은 ‘복수는 내가 할 일이니, 내가 갚으리라’라는 로마서 말씀이 보여주듯 어느 누구도 안나를 정죄할 수 없다고 말한다. 톨스토이는 『안나 카레니나』를 통해 화려하고 허울뿐인 도시의 귀족 사회의 안나의 열정적이지만 불안한 사랑과 비극적인 삶, 농촌에서 사랑하는 키티와 성실하게 가정을 꾸리며 살다 신앙을 가짐으로써 진정한 안정과 행복에 다다른 레빈의 삶을 대비함으로써 인간이 추구해야 할 삶의 모습을 완벽하게 구현해 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