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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서문 - 05
1부 - 폭풍의 한가운데 인간의 가장 깊은 욕망과 폭력 앞에 서다 1. 악마 (1889) - 13 2. 하지 무라트 (1904) - 30 3. 세바스토폴 이야기 (1855) - 43 4. 사랑이 있는 곳에 신이 있다 (1885) - 54 5. 폴리쿠쉬카 (1863) - 78 2부 - 한 사람의 자기 응시 도시와 사교계, 그리고 자기 자신을 들여다본 시간 6. 루체른 (1857) - 97 7. 유년 시절 (1852) - 111 8. 가짜 어음 (1903) - 123 9. 가족의 행복 (1859) - 134 10. 두 경기병 (1856) - 146 11. 눈보라 (1856) - 161 3부 - 죽음과 사랑 한 사람이 마지막에 마주하는 가장 무거운 물음들 12. 이반 일리치의 죽음 (1886) - 177 13. 알베르트 (1858) - 206 14. 크로이체르 소나타 (1889) - 220 15. 신부 세르기우스 (1898) - 233 16. 세 죽음 (1859) - 249 4부 - 마지막 빛 한 작가가 평생 다다른 자리 17. 캅카스의 포로 (1872) - 264 18. 무도회가 끝난 뒤 (1903) - 280 19. 알료샤 단지 (1905) - 292 20. 두 형제와 황금 (1885) - 303 21. 코사크 (1863) - 310 부록 1. 톨스토이의 삶 - 323 부록 2. 톨스토이 연보 - 332 |
Lev Nikolayevich Tolstoy,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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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1889년에 쓰였지만 톨스토이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끝내 발표되지 않았다. 그는 이 원고를 자기 책상 서랍 안에 22년 동안 넣어두었다. 세상을 떠난 뒤에야 부인이 그것을 발견했고 1911년에 처음으로 출판되었다. 톨스토이가 청년 시절 자기 영지에서 한 농촌 여인과 관계를 맺은 적이 있었다. 그것은 그가 평생 부끄러움으로 안고 살아간 일이었다는 사실이 이 작품 안에 정직하게 녹아 있다.
--- p.27 「「악마」 편집자 해설」 중에서 더는 빠져나갈 길이 없었다. 하지 무라트가 부하들을 향해 짧게 말했다. “여기서 끝까지 싸운다.” 그는 말에서 내려 늪 가운데에 발을 디뎠고 부하들도 그의 곁에 섰다. 여섯 명과 수십 명의 마지막 싸움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 p.37 「하지 무라트」 중에서 거대한 사건도 결국 한 사람의 일상에서 시작되고 한 사람의 일상에서 끝난다는 것. 영웅이 아니라 한 사람들이 한 시대의 진짜 주인공이라는 것이다. 이 작품을 톨스토이가 스물일곱 살에 썼다는 것이 흥미롭다. 그렇게 어린 나이에 이미 자기 자신의 작가로서의 길을 이렇게 분명히 알고 있었으니, 진실을 영웅으로 삼겠다는 결심을 그 무렵에 한 것이다. 그는 평생 그 결심을 지켰다. --- p.52 「「세바스토폴 이야기」편집자 해설」 중에서 어젯밤 복음서에서 그리스도에 대한 대목을 읽었어요. 그분이 어떻게 고통받으셨는지, 이 세상을 어떻게 다니셨는지. 문득 ‘그분이 나에게 오신다면 나는 과연 어떻게 대접해야 할까’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 생각을 하다가 잠깐 졸았는데, 갑자기 귓가에 이런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내일 길을 내다보아라, 내가 찾아가겠다’ 하고 말입니다. --- p.63 「사랑이 있는 곳에 신이 있다」 중에서 그 돈으로 마님은 영지의 살림을 꾸렸다. 일류시카를 다시 불러올 수는 없었고, 폴리쿠쉬카 역시 되살릴 수 없었다. 부를 수는 없었다. 돈은 돌아왔지만, 사람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 p.90 「폴리쿠쉬카」 중에서 “제가 따질 위치에 있다면 그것은 더 이상 노래가 아닙니다. 거래가 됩니다. 저는 노래하는 사람이지, 거래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 p.102 「루체른」 중에서 이 작품은 톨스토이가 1903년 무렵 쓴 후기 걸작이다. 그가 일흔다섯 살 무렵이었고, 인생의 마지막 시기에 들어서면서 점점 더 사회 구조 자체에 대한 비판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던 시기였다. 살아 있는 동안에는 발표하지 않았고 세상을 떠난 뒤에야 세상에 나왔다. 이 작품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구조다. 한 사건이 다른 사건으로 이어지고 그것이 또 다른 사건으로 이어지는 연쇄 구조를 가지고 있다. --- p.131 「「가짜 어음」편집자 해설」 중에서 이반 일리치는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성실하고 유능했으며 사회가 요구하는 것들을 빠짐없이 갖추며 살았다. 그런데 죽음이 찾아오자 처음으로 자신에게 묻게 된다. ‘나는 제대로 살았는가.’ 그 물음 앞에서 그는 무너진다. 이 작품이 140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한 이유는 이반 일리치가 특별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평범하게 잘 살려고 했던 사 람이고, 우리 대부분도 그렇게 살고 있다. --- p.204 「「이반 일리치의 죽음」편집자 해설」 중에서 무도회에서 자기 딸과 함께 아름다운 춤을 추던 대령이 한 시간 뒤에 자기 부하를 잔혹하게 매질하라고 명령한다. 두 가지 사이에 아무런 갈등도 없다. 두 가지 모두 그에게는 자기 일일 뿐이다. 한 사람이 자기가 무엇을 하는지 묻지 않을 때 그가 어떤 일이든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 p.290 「「무도회가 끝난 뒤」편집자 해설」 중에서 알료샤가 그녀를 보고 짧게 미소 지었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스티니아, 와 줘서 고맙소. 내가 평생 좋은 사람을 한 번 만났던 것에 감사하오. 그것으로 충분하오.” --- p.299 「알료샤 단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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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여든 두 해 동안 이토록 파고든 한 마디. 그 깊은 질문 앞에서 인류는 백 년 동안 멈춰 섰다. 평생을 두고 같은 질문을 들고 다닌다는 것은 어떤 일일까. 톨스토이는 스물네 살의 청년 시절부터 죽음을 앞둔 일흔일곱까지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같은 곳에 머무르지 않으면서도 같은 질문 앞에 다시 서기를 멈추지 않았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람은 무엇 때문에 무너지고 무엇으로 다시 일어서는가. 그가 손에 잡은 펜의 무게는 늘 그 물음의 무게였다. 이 책은 톨스토이가 1852년부터 1905년까지 써내려간 단편과 중편 가운데 청년 톨스토이가 자전적 회상으로 한 작가의 일생이 한 권 안에 흐른다. 1880년대에 톨스토이는 깊은 내면의 위기를 겪었다. 이미 세계가 그의 이름을 알았지만 어느 날 그는 자신에게 묻는다. ‘이 모든 것이 무슨 의미인가.’ 명성도 재산도 가족도 그 물음에 답해주지 못했다. 그때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이 농부들이었다. 배운 것도 가진 것도 없는 그들이 묵묵히 살아가는 방식에서 톨스토이는 자기가 잃어버린 무언가를 본다. 그 이후로 그는 농부처럼 살기로 한다. 직접 밭을 갈고 구두를 짓고, 농부들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온 이야기를 글로 옮겨낸다. 이 책에 실린 작품의 절반이 그렇게 태어났다. 백여 년 전 러시아 한복판에서 솟아난 이야기들이 오늘을 살아가는 한국 독자에게 어떻게 가 닿을 수 있을까. 우리 일상은 톨스토이의 인물들과 다른 속도로 흘러간다. 일과 직책으로 가득 찬 하루가 우리를 정신없이 떠밀고, 한 사람의 죽음을 마주하기 전까지 우리는 자기 인생에 한 번도 정직하게 멈춰 서지 못한다. 그러나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서 한 관리가 마지막 사흘 동안 비로소 자기 삶을 들여다보게 되는 순간은 시대를 건너 그대로 우리에게 도착한다. 「가짜 어음」에서 한 장의 위조된 종이가 사람에서 사람으로 옮겨가며 여러 생을 차례로 무너뜨리다가 한 사람의 회개에서 흐름이 뒤집히는 장면은 우리 손에서 시작되는 작은 결심 하나가 어디까지 닿을 수 있는지를 묻는다. 한 세기를 사이에 두고도 같은 질문이 같은 무게로 우리 앞에 놓인다. 이번 단편선의 작업 방향은 한 가지다. 원전의 호흡과 무게를 그대로 살리되 현대 한국 독자가 한 호흡에 따라갈 수 있도록 문장의 결을 다듬는 일에 공을 들였다. 톨스토이의 문장은 본래 농부의 입말처럼 단단하고 짧다. 그러나 한 세기 전 러시아 농촌의 풍습어, 화폐 단위, 종교적 배경어가 그대로 옮겨질 때 호흡이 한 번씩 끊긴다. 본 책에서는 흐름을 흩뜨리지 않는 선에서 한 줄짜리 괄호 주석을 두어 그 단어 옆에 작은 등을 켜두었고 은자, 물라, 키르기즈, 차르, 이엉 같은 단어들이 본문 위에서 한 호흡도 잃지 않고 그대로 흘러가도록 했다. 한 권의 책이 한 사람의 일생을 통째로 담아내기는 어렵다. 그러나 톨스토이의 단편 스물 한 편이 이렇게 한 권 안에 모일 때 우리는 한 작가가 평생을 두고 한 질문 앞으로 거듭 돌아온 그 발자국을 한 호흡에 따라가게 된다. 그 발자국 끝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것은 결국 우리 자신의 질문이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톨스토이가 평생 손에서 놓지 않았던 이 물음 앞에 이번에는 우리가 한 번 멈춰 설 차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