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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쥐잡이꾼 I
심장마비
양털 깎는 계절

쥐잡이꾼 II: 국왕
속도를 높여!
납작지붕
마법사들
쥐잡이꾼 III: 새 국왕과 선왕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저자 소개 2

나오미 이시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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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omi Ishiguro

영국 소설가. 1992년 런던에서 태어났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에서 영문학 학사, 이스트앵글리아대학교에서 문예창작 석사학위를 받았다. 서점 미스터 비스 엠포리엄(Mr. B’s Emporium) 에서 서적판매원 및 독서요법치료사로 일했다. 2020년 데뷔작 『탈출로』를 발표하고 문단과 독자의 주목을 받으며 작품세계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그의 아버지는 2017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가즈오 이시구로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사회학을 전공하고 동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번역학과를 졸업 후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탈출로』 『호러북클럽이 뱀파이어를 처단하는 방식』 『마스 룸』 『널 만나러 왔어』 『록우드 심령 회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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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3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60쪽 | 382g | 128*188*18mm
ISBN13
9788954685801

책 속으로

손도끼로 얼굴을 얻어맞은 듯한 표정의 통근자들이 내디디는 걸음을 이리저리 피하며(집에 가고 싶다는 그들의 확신이 내게도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보도와 빌딩들을 드디어 벗어나 하이드공원을 가로지릅니다. 여기는 덜 붐빕니다. 조급한 인파가 약간이나마 더 느긋한 분위기의 행인들로 대체되죠. 목적을 갖고 걷기는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이들은 도시가 승리하도록 내버려두지 않기로 마음먹고 이따금 고개를 들어 장미의 향기를 맡습니다.
--- p.64

각 잡힌 셔츠와 말쑥한 구두 차림의 그는 정신을 가다듬고 가서 직장을 구할 겁니다. 유용하고 평범한 일을 하는 그곳?전면창이 달리고 고무나무가 있는 사무실쯤 될까요?에서 마침내 자신의 삶을 끌어안게 될 거예요. 부여받은 것 자체가 크나큰 행운인 그 삶을요. 그의 몫으로 할당된 듯한 이 세상 속 빈칸에 드디어 자신을 끼워넣을 겁니다. 그의 치수에 딱 맞춰 비워놓은 듯한 공간이군요. 그래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 p.80

제이미는 밑그림을 그리는 동안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려 각별히 노력하며 ‘미지’의 온갖 모순적이고 역설적인 요소들을 동시에 떠올리고 기억했다. 가령 ‘미지’에 관해서는 잘못된 계획이라는 게 존재할 수 없다는 점에서 ‘미지’가 얼마나 자유로운 개념일 수 있는지. 그리고 모두가 존재할 수 없다고 말하는 일조차 아우를 수 있다는 점에서 ‘미지’가 얼마나 크나큰 희망을 가져올 수 있는지.
--- p.115

녀석이라는 존재의 어디가 내게 이토록 극심한 장애를 유발하는 걸까? 단순히 녀석의 근본적인 무용함이 못마땅해서일 리 없다. (…) 혹 내가 저 곰을 질투하나? 그렇지만 녀석의 미소 띤 실밥 입술과 어깨의 해진 이음매를 잔뜩 노려보고 있자니 저리도 무가치한 피조물이 그처럼 격정적인 감정을 부추긴다는 생각 자체가 어이없었다.
--- p.136

대체로는 커피의 씁쓸함이나 강렬함, 혹은 한 모금 넘길 때마다 심장이 콩닥콩닥콩닥 박동을 높이며 온 사물의 색깔이 더 밝아지고 가장자리는 더 예리해지는 듯한 기분을 절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건 뭐랄까, 웬 요정이 내 머릿속 포토샵 프로그램의 레벨을 갖고 놀면서 명암 조절용 바를 위로, 위로, 위로 밀어올리는 것만 같았다.
--- p.191

내가 업무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고 목적을 가늠할 능력이 안 된다는 건 아무 상관이 없었다. 일이라는 건 그냥 수행하고, 의문을 품지 않을 때 쉬워졌다. (…) 커피는 처리되기를 끈질기게 거부하며 내 소화기의 깊숙한 곳에서 요동쳤지만, 나는 이렇게 직장에 있고 런던에 살아서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늘 소망했던 바로 그 기분을 마침내 느끼는 셈이었다.
--- p.194

부모님 앞으로 부치지도 못할 편지나 쓰고 또 쓰는 대신 드디어 입 밖으로 죄다 내뱉을 때의 그 안도감이란. 게다가 얼마나 멋진 일인가. 다정한데다 그녀를 아끼기까지 하고, 톰을 모르는 이들에게 그 얘기를 한다는 건. 그에 대해 그녀가 말하는 모든 것을 온전히 받아들이고도 전과 다름없이 다정하고 이해해주고 따뜻한 이들에게.
--- p.238

그건 방파제였다. 당연히 그거였다! 항만용 방파제. 지리학 시간에 배우는 것 같은. 『태풍의 까마귀』에 나오는 루카스가 ‘스캐로 포인트’에서 본 것 같은. 그리고 이 얼마나 마법 같은 일인가. 글로 읽은 세상이 실제임을 확인하는 이 느낌. 그저 믿음의 영역일 뿐이던 세상이 몹시도 엄연한 사실로 등장해 저 자신을 증명하고 우리 눈앞에서 진실로 확인되는 이 경험은.
--- p.279

앨피는 신발과 양말을 벗고 바지를 무릎까지 걷어올렸다. 종아리에 와닿는 차가움, 그리고 맨발에도! 앨피는 맨발로 다닌 적이 없었다. 엄마는 진드기와 붉은 개미와 풀밭의 날카로운 물건들 혹은 버스 좌석 주변에 도사린 것들을 심히 걱정스러워했다…… 아무리 그렇대도 아아,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몸 밑으로 들이치는 저 바다는.

--- p.285

출판사 리뷰

탈출을 갈망하는 이들의 정체된 일상, 그 속에서 요동치는 내면
「심장마비」 「곰」 「마법사들」


『탈출로』의 등장인물들은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으로부터 탈출, 구원, 새로운 전환을 꿈꾸지만, 막상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며 용기를 내지 못하고 속으로만 요동치는 마음을 품은 채 괴로워한다. 「심장마비」는 대도시 런던에 도저히 적응하지 못하고 아일랜드 바닷가의 고향집을 그리워하는 인물의 이야기다. 그는 런던을 떠나려고 여행가방을 싸고 푸는 일을 매일 반복하지만 정작 공항까지 나서지 못하고, 그저 시가지를 배회하며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는 자신의 이상상태 때문에 아프고 혼란스러워한다.


여행가방을 싸고 다시 싸는 게 몇 번이나 가능할까요? 무엇을 할지, 어디로 갈지, 아니 그보다 애초에 떠날 필요가 정말 있기는 한지 아직도 결론짓지 못했다는 데 번번이 놀라면서, 그저 놀랄 뿐이면서 말입니다. 런던은 나를 미치게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런던의 엄청난 인파도 한몫합니다. 거리를 걷는 일에마저 수반되는 의지의 투쟁. 출퇴근 시간 지하철에서 경험하는 낯선 자와의 육체적 근접성. 그러니까 옆에 있는 여자가 짜증을 내며 쌀쌀맞은 표정으로 당신을 밀치고 자리를 옮기는 건, 조금 전 그녀와 등을 대고 선 키 큰 남자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녀를 배낭으로 내리눌렀기 때문입니다. (59p)

내게 뭔가 불길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가슴 한복판에서 시작해 팔을 타고 손가락으로 이동하고 다리로 전해져 발가락까지 이어지는 불길한 것이요. 하품이나 구토증을 억누르는 사람처럼 지금 이 순간에도 내가 억누르고 있는 이 느낌. 별일 아닐 수도 있습니다. 아무 일도 아닐 수 있어요. 병원에 가서 뭐가 문제인지 설명하라면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모르겠거든요. 그런데도 떨쳐버릴 수 없을 듯합니다. 말하자면 바싹 말라버린 듯한 이 느낌, 내 육신을 이어붙여 온전한 상태로 유지해주는 점토가 어째선지 점점 바닥나는 듯한 느낌을요. (78p)

「곰」은 아내가 원해서 집에 들인 거대한 곰인형을 두고 묘한 감정에 사로잡힌 남편의 이야기를 그렸다. 크기가 비정상적으로 컸지만 한낱 봉제인형일 뿐인 그것이 이상하고도 절묘하게 부부의 일상에서 존재감을 키워나가자 남편은 어째선지 옹졸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고, 그 이유를 찾기 위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거듭하다 아내와 자신들의 부부생활에 대한 작은 진실을 깨닫게 된다. 「마법사들」은 자기 몫을 훌륭히 해내는 어엿한 한 사람으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되는대로 살아가는 듯 보이는 성인 남자와, 자식을 극도로 과잉보호하면서도 자식에게 상처 주는 말 또한 서슴지 않는 부모로부터 얼른 자유로워질 수 있는 날을 고대하는 남자아이의 운명 같은 조우를 그린 작품이다.


그럼에도 돌연 마법처럼 열리는 구원의 순간들에 대하여
「쥐잡이꾼 Ⅰ?Ⅱ?Ⅲ」 「양털 깎는 계절」 「속도를 높여!」 「납작지붕」


『탈출로』에서 특히 눈여겨볼 작품이 있다면 「쥐잡이꾼」 연작이다. 총 3부짜리 작품이 다른 작품들에 섞여 띄엄띄엄 배치되어 또다른 읽는 재미를 준다. 『탈출로』의 수록작 대부분이 현실과 일상에 마법적 색채가 가미된 이야기라면, 「쥐잡이꾼」 연작은 한 편의 그로테스크한 동화 같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쥐가 들끓는 도시에서 실력가로 소문난 쥐잡이꾼이 국왕의 부름을 받고 왕궁의 쥐떼 소탕에 나섰다가 극악한 진실을 마주한다.

휑뎅그렁한 궁에는 실상 새 국왕만이 남아 홀로 살아갈 뿐, 옛 왕조의 고관대작과 그 곁을 어슬렁거리던 시중은 점차 줄어 이제 터무니없이 하찮은 수준이 되었다. 그럼에도 국왕의 웅장하고 유구한 처소 내부를 들쑤시고 다닌다는 데 약간의 호기심도 느꼈음을 굳이 부인하지는 않겠다. 더 나아가 그 일이 도시 업무로부터 떨어져 근사한 휴식이 될 수도 있으리라 생각했다. 쥐떼가 날로 기승을 부리면서 내 노동의 강도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했으니까. 도랑의 쥐떼, 부엌마다 넘쳐나는 쥐떼, 거리에서 행인의 발목 주변을 깡충거리며 도는 쥐떼. 놈들은 음식을 망치고 주부를 놀래고 어린애를 괴롭히고 질병을 퍼트렸다. (12p)

나는 언제나 덫을 만드는 내 기술에 어느 정도 자부심을 가져온 사람이다. 가령 내가 만드는 덫에는 시그니처 기술이 들어간다. 덫에 걸린 쥐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보는 게 별이 빛나는 하늘의 이미지가 되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살아 있는 영혼이 우주를 떠나기 직전에 그 안의 광활한 가능성과 기회를 되새기는 장면, 내 생각에는 그보다 더 시적인 것은 없다. (25p)

「양털 깎는 계절」은 대자연의 섭리와 계절에 맞춰 살아가야 하는 양떼 목장에서 자라왔지만 나중에 커서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품은 소년이 자신의 꿈을 이뤄줄 수 있을지도 모르는 하숙인을 만나 경험하는 신비롭고 충격적인 이야기다. 「속도를 높여!」는 회사 일에 집중하지 못하던 한 인물이 과거에는 싫어했던 커피의 맛을 새로 알게 되면서 슈퍼파워를 얻고 그야말로 폭주하게 되는 날들을 그렸다. 「납작지붕」은 어떤 상처를 아직 극복하지 못한 인물이 매일 납작지붕에 올라 시간을 보내다가 지붕을 찾는 새들에게 위로와 구원을 받는다는 가슴 먹먹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지금 이 자리에 머물러보겠다고 열성을 다하지도
그렇다고 완전히 떠날 마음을 먹지도 못하는
어중간한 일상에서 돌연 우리 앞에
마법처럼 열리는 저마다의 탈출로에 대하여


★ 구병모 색상환의 곳곳을 망설임 없이 넘나들며 누비는 소설들은 때로 기이한 두통을 일으키는 셔벗 같았다가, 어느 순간 강력한 자성을 띤 핀 무더기처럼 의식을 찔러온다. 당혹스러운 블랙유머와 섬뜩하고도 낯선 그로테스크를 양날개로 달고 활주로를 따라 뻗어나가는 작가가 이제 막 이륙한 참이다. 이런 규모와 깊이를 지닌 텍스트의 숲이라면, 그 안을 헤매다가 아무데서든 발을 헛디뎌도 상관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소설을 읽는 이들이 가능한 한 작가의 아버지에 대해 떠올리지 않았으면 한다. 물론 코끼리에 대해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더욱 코끼리만 생각나는 법이기에 애초의 실패를 전제로 하고 있지만, 그런 후광에 가려지기엔 아까운 작품들이다. 미지와 기지 사이의 긴장감을 즐기며 자유자재로 현을 타는 작가에게 사로잡힐 시간이다.

★ 닐 게이먼 정교한 거미줄로 시작해 질긴 올가미로 끝나는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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