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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경지대 7p
해설 | 백색 광휘로 물든 풍경 131p 제럴드 머네인 연보 139p |
Gerald Murn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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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들이 자아든 인격이든 뭐든, 본인의 내면이라 부르는 것이 자리한다고 여기는 칙칙한 장소들에 비하면 나 자신의 생각과 감정이 빚어내는 그 끝없어 보이는 풍경들은 사실상 천국과도 같다고. 그리하여 나는 오래전, 이론적인 것들에 더는 관심을 두지 않는 대신 실질적인 것들을 탐구하기로 했는데, 내게 실질적인 것이란 내가 행하거나 생각하거나 읽는 모든 것 너머에서 눈에 보이듯 펼쳐지는 풍경을 뜻했다.
---p.25 수년 전부터 나는 독자로서의 경험 가운데 기억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실제로도 고스란히 기억된다고 주장했다. 그 명제의 역 또한 주장했다. 독자로서의 경험 가운데 내가 망각한 것이 있다면 그건 기억할 만한 가치가 없는 것이다. 책들을 처분함으로써 나는 거기서 필요로 했던 건 모두 얻었노라 선언하는 셈이었다. ---p.33 색연필들끼리는 대체로 자기 이웃과 아주 사소한 차이만 있다. 내가 오래전에 진짜 이름을 알아두지 않았으면 그냥 빨강이라 부르고 말았을 색만 최소 여섯이다. 나는 이 여섯 색의, 그리고 그들 양옆 다른 색들의 배열을 하나씩 차례로 바꾸며 여러 가능한 조합들을 만들어보곤 한다. 도저히 안 어울릴 것 같은 어떤 한 쌍 사이의 상상 속 공간에서 내가 오랜 세월 보고 싶어했던 특정 색감을 보게 되길 희망하며. ---p.58 가장 최근에 주도를 방문한 첫날 저녁, 내 친구와 그 아내 집의 앞쪽 방에 자려고 누워 거리에서 들어오는 빛에 부분적으로 빛나는 침대 위 돌출창 상부의 판유리 세 장을 곰곰이 뜯어보면서 나는 남은 생애 동안 애니미즘을 믿는 사람의 세계관을 받아들여볼까 생각했다. 모든 사람과 모든 살아 있는 존재가 내면에 빛나는 본질을 지녔다고 생각하는 것을 넘어, 그런 유리 같은 존재 하나하나를 광원에 차례로 갖다댔을 때 어떤 색을 띨지 종종 사색해볼 수 있도록 말이다. ---p.75 색유리는 더 어두운 쪽 면에서 보는 이에게 모습을 더 잘 드러낸다는 것이다. 유리창 색깔과 도안은 우리 대부분이 참된 빛—미스터리와 불확실성을 최대한 제거할 수 있는 빛—이라 여기는 것을 차단한 관찰자만이 비로소 그 참모습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역설을 반대로도 표현해볼 수 있다. 색유리창의 참모습을 보고 있는 이라면, 적어도 그러고 있는 동안에는 그 창문 너머 이른바 일상 세계는 왜곡된 모습으로밖에 볼 수 없다. ---p.94 아내와 아이들이 아직 잠들어 있는 아침에 몇 번인가 나는 주도 북쪽 외곽 근교에 위치한 집 뒤편 테라스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았다. 두 눈을 감고 깊고 고르게 호흡하려 애썼다. 그러고는 왠지 명상 수련의 다음 단계일 것만 같은 과정을 시도했다. 마음에 늘 들어 있는 회화적 이미지들과 노래나 선율의 단편들을 비워내려 했다. 이 과업을 이루어낸다면 마음 자체만 마주하게 되리라고 나는 생각했고, 그 안에 늘 들어 있는 내용물들이 제거된 마음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내 마음이 궁극적으로 무엇으로 만들어져 있는지 알고 싶었다. ---p.1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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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에 겹겹이 쌓인 이미지들이 곧 우리 삶의 증거이기에
‘이미지 역사’를 기록하며 나의 평생을 되짚는다 한 노작가가 여생을 보내기로 결정한 접경지대의 조그만 마을로 이사한다.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것이라면 시간이 지나도 기억할 것이고, 반대로 잊힌 게 있다면 그건 애초에 기억될 가치가 없는 것이라는 신념에 따라 갖고 있던 책 대부분을 처분한 뒤, 텔레비전도 컴퓨터도 없이 낡은 라디오 하나만 들고 떠난다. 그는 홀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그곳에서 오랜 세월 소망했던 일을 이루고자 한다. 그에게는 인생의 갖가지 경험을 통해 머릿속에 자리잡은 이미지들이 있다. 그간 살아오며 미처 돌보지 못했던 그 이미지들의 역사를 기록하며, 각각이 어디서 유래했고 무엇을 대변하는지를 자유롭게 써내려간다. 나는 시시각각 바글거리며 쌓이는 내면적 이미지들의 총체를 숙고는커녕 관찰할 시간조차 좀처럼 찾지 못하며 인생 대부분을 보냈다. 물론 언젠가는 어떤 개별 이미지 하나가 내가 어떤 시간의 어떤 공간에 살았을 뿐 아니라, 그렇게 살아가고 있음을 자각하고 또 느꼈다는 유일한 증거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종종 했지만. 이제, 그리고 마침내, 접경의 이 조용한 소읍에서 나는 나 자신의 ‘이미지 역사’를 마음껏 기록한다. (본문 25p) 기억이란 실제와 다르지만,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실제 사건이나 사물이 아닌 기억으로 각인된 ‘이미지’다. 노작가는 어린 시절에 하느님, 예수, 마리아에 대해 마음에 품었던 시각적 이미지가 신앙을 잃은 후에도 평생 동안 깊은 영향을 미쳤다고 고백한다. 예컨대 예수의 모습은 밤색 머리칼에 크림색 가운과 진홍색 겉옷을 걸친 젊은 남자의 이미지로 인식되며, 온갖 명화에서 그린 성배와 성물의 이미지에도 의문을 품지 않은 채 자연스레 마음속에 굳어졌다는 것이다. 화자는 진실을 찾기 위해 마음속에 자리한 이미지와 실제 대상의 간극을 추적한다. 예배당의 사제들이 의식을 올리는 모습과 그들의 신심, 유년 시절에 경험한 것들과 그때 즐기곤 했던 몽상들, 빛에 따라 달라지는 색, 기억 속 책의 내용과 실제 작가의 의도, 설명만으로 상상하는 풍경과 실제 풍경 등 그의 삶을 지배한 것들을 톺아본다. 그러나 결국 우리의 삶을 이루는 것은 허구에 가까운, 각자 마음속에 층층이 쌓인 이미지라는 결론에 달한다. 각자의 프리즘을 통해 바라보는 세상에 단일한 의미는 존재할 수 없음을, 우리는 자신만의 ‘이미지’ 속에 모호함을 떠안고 살아가는 존재라고 이야기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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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보적인 문학적 감수성의 여러 요소를 완벽하게 다듬어진 짧은 작품에 응축해냈다. - 호주 총리상 심사위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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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이 들어본 적 없는,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영어권 작가. - 뉴욕 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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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적 확신은 너무도 강렬하고, 침울한 서정성은 실로 감동적이며, 정교하게 다듬어진 문장들 이면의 지성은 자명하다. - J. M. 쿳시 (소설가, 문학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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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케트에 비견할 만한 천재. - 테주 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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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호주 작가 중 영속성에 대해 가장 훌륭한 식견을 가지고 있다. - 시드니 모닝 헤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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