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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왕관 없는 제후 |
Patrick Pesn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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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로렌초는 그 무엇도 자신의 흔적을 지울 수 없으리라 확신했다. 병마도, 화형대도, 예술과 문화를 탄압하려는 엄격한 수도사도. ‘시대는 되돌아온다’는 것이 그의 신조였다. 르네상스, 라고 장차 사람들은 말하리라. 르네상스는 견줄 데 없이 찬란했다. 피렌체와 피렌체의 건축물, 정원, 팔라초 들은 그 빛 속에서 꽃피었다. 머지않아 르네상스가 전 유럽을 빛내고 그의 이름을 구석구석까지 떨치리라.
--- p.12 “할아버지, 왕들에게 돈을 빌려준 적이 있으세요?” 코시모가 미소를 지었다. “로렌초, 왕들은 세상에서 제일 큰 채무자란다. 그들은 늘 외상으로 살아가지.” --- p.27 “난 너를 잘 안다, 로렌초. 넌 혈기 넘치고 단호하고 열정적인 청년이야. 예술을 사랑하고 아름다움에 민감하지. 내가 그랬듯이 너도 학자들을 보호하고, 화가들과 조각가들에게 일을 맡기고, 이 도시를 아름답게 꾸미고, 귀한 서적과 미술품을 수집해야 한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사업이란 걸 잊지 말거라. 네 야망을 실현하고 욕망을 충족시키려면 사실 누구보다 부자가 아니면 안 되거든. 저녁에는 외국에 파견된 대리인의 공문과 추방된 메디치가의 적들을 감시하는 밀정들의 보고서를 읽어야 한다. 피렌체 구석구석 심어둔 밀정들도 수시로 접견해 갖가지 음모의 싹을 미리 잘라버리는 것도 중요하다.” --- p.65~66 로렌초는 조금씩 왕관 없는 제후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는 메디치가의 팔라초가 예술가, 문인, 상인, 장인을 아우르는 모든 방문객에게 열려 있기를 원했다. 그곳은 선대부터 수집한 예술품으로 넘쳤지만 과시나 허영은 없었다. 호화롭기만 한 것이 아니라 좋은 취미가 엿보이는 메디치가의 팔라초는 원칙적으로 소박함과 단순함을 추구했다. 로렌초 데 메디치는 검붉은 긴 옷만 검소하게 걸치고 소탈하게 사람들을 맞았다. 상대가 귀한 신분이건 아니건 피렌체의 손님 앞에서는 자신도 그들과 똑같다는 것, 아무 특권도 휘두르지 않는다는 것을 상기시켰다. 그러나 상대가 외국의 제후일 때면 ‘일 마니피코’는 대등하게 그 앞에 나섰다. 피렌체의 진정한 주인이 로렌초란 것이 명백한 이상 그의 권위는 자연스럽게 인정되었다. --- p.184~18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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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역사상 가장 강력한 부와 권력을 손에 쥐었던 ‘시민’
르네상스 시대의 〈대부〉, 세계사의 방향을 바꾼 한 가문의 이야기 보티첼리,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를 후원하며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문화운동인 르네상스를 주도한 메디치 가문의 이름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피렌체의 평범한 시민이었던 메디치는 어떻게 피렌체와 이탈리아를 넘어 세계사의 흐름을 바꿀 만한 막강한 힘을 가진 가문이 될 수 있었을까? 파트릭 페노의 장편 역사소설 『메디치』는 누대에 걸친 장대한 메디치의 역사를 우리 앞에 펼쳐놓는다. 총 세 권으로 이루어진 『메디치』는 가문의 시조인 조반니 디 비치에서 시작해 르네상스의 초석을 다진 ‘위대한 로렌초’, 열일곱의 나이에 피렌체의 통치자가 되어 정적들을 냉혹하게 처단하며 토스카나 대공국의 대공 자리에 오른 코시모 1세, 그리고 토스카나의 마지막 군주 잔가스토네까지 이어지는 메디치 가문의 연대기이다. “권력을 행사할 때보다 더 고독한 순간은 없는 법이다.” 메디치 가문은 수많은 예술가들의 후원자로도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들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치러야 했던 대가를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예술을 사랑하고 아름다움을 숭배하지만 그것을 실현하고자 하는 욕망을 위해 누구보다 냉철해져야 했던 메디치는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을 헌정한 막강한 군주이자, 지나치게 커진 권력과 명성에 교황마저 암살을 시도했던 유럽의 패자였다. 350년간 군림하며 4명의 교황과 2명의 프랑스 왕비를 배출한 메디치는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수많은 전쟁을 치러야 했다. 파트릭 페노의 『메디치』는 이러한 메디치 가문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정쟁과 권력암투를 한 편의 누아르 영화처럼 흥미진진하게 그려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