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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양반 얘기만 하면 울어
아무튼, 할머니가 아니다 16+16=32 할머니는 꿈을 꾼다 우연히 만난 할머니들 엄마가 할머니가 되어가고 있다 내 꿈은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까치산 할머니 친구들은 나를 할머니라고 부른다 갱스터 할머니 지겨워 지겨워 박막례 할머니의 피드백 농성장의 할머니들 아무튼, 아녜스 바르다 1 아무튼, 아녜스 바르다 2 나는 할머니 꿈을 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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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싶은 건 믿고 싶다. 내 무의식이 할머니를 끌어들이는 것이 아니라 할머니가 날 보러 꿈에 온다는 것, 무당 선생님을 통해 할머니가 나에게 잘 커줘서 고맙다고 한 말, 날 데려온 친구들에게도 고맙다고 한 말, 사후 세계, 쓰레기를 주우면 환경오염이 덜 된다는 사실, 내가 성실히 고민해 만들면 언젠가 누군가에게 가닿을 수 있다는 아직 검증 안 된 이야기 같은 것들.
--- 「그 양반 얘기만 하면 울어」 중에서 할머니들은 잘 묻는다. 모르는 사람의 장바구니부터 잘 안 보이는 작은 숫자까지. 나는 그 질문들에 대답을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아가 질문을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사회는 그 질문들에 대답을 잘 하는가? 김목인의 노래 〈대답 없는 사회〉가 떠오른다. “대답을 못 들은 사람들이, 길 위에 나와 있네.” --- 「우연히 만난 할머니들」 중에서 사회는 눈곱만 한 글씨로 눈곱만큼도 도와주지 않지. 문방구에 가서 확대를 하고, 다시 가위질을 해서 갖다 붙이는 엄마의, 할머니의 수고 비용은 어쩔 셈인가요. 약자는 알아서 하십쇼. 세상에, 엄마에게 노인이라는 한 카테고리가 더 붙어버렸다. 공인인증서, 홈택스, 인터넷뱅킹, 스마트폰. 세상은 점점 바뀌어가고 나도 적응이 힘들다. 그럴 때면 나는 세상 욕을 확 해버리지만 엄마는 자신에게로 활시위를 겨눈다. 무식하고, 이런 것도 못 하는, 할머니가 되어가는 자신을 탓한다. --- 「엄마가 할머니가 되어가고 있다」 중에서 할머니가 되고 싶은데 장애물이 참 많다. 또 당연히 안전한 할머니, 소외받지 않는 할머니가 되고 싶은데 그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여성 노인에 대한 성폭력 사건들을 사회는 어떻게 다루는가. 노인 빈곤에 대해 사회는 얼마나 나 몰라라 하는가. 폐지를 줍는 노인들, 고물상에 가는 노인들이 킬로그램당 얼마를 받으면서 살아가고 있는가. 내가 꿈꾸는 것은 그냥 할머니가 아니었나 보다. 친구들하고 다 같이, 안전하고, 빈곤하지 않은, 빈곤하더라도 혜택을 받아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할머니를 꿈꾼다 --- 「내 꿈은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중에서 “까치산 할머니랑 같이 와야 한대.” 조연출님이 말했다. 아니 ‘까치산 할머니’가 누구지? ‘한예종 어머니’는 들어봤어도. 한예종 어머니라 하면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 제작팀들이 어머님으로 많이 캐스팅하는 배우를 일컫는 말이다. 까치산 할머니는 그냥 까치산에 살아서 까치산 할머니라고 한다. 우리 영화에서는 엑스트라를 맡았다. 역할이 크고 작은 게 중요한가? 명백하게 배우 이름이 있을 텐데 왜 까치산 할머니라고 부르는 걸까. 지금 생각하면 좀 의문인데 그때는 왠지 멋있어 보였다. 그랜마 프롬 까치 마운틴. --- 「까치산 할머니」 중에서 ‘오뉴블’ 속 여자들은 사람을 죽이고, 때리고, 마약을 하고, 폭력적이고, 욱하고, 더럽고, 끔찍하다. 한 스탠드업 코미디언이 이런 말을 했다. “변호사, 의사, 우주 비행사를 떠올려보세요. 그중에 한 명이라도 여성이 있나요? (한두 명이 손을 들었다.) 좋네요. 자 그럼 마약중독자, 쓰레기, 성격파탄자를 생각해보세요. 한 명이라도 여성이 있나요?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제가 부수고 싶은 건 유리 천장뿐만 아니라 유리 바닥입니다.” 정확한 워딩이 다 생각이 나지 않아 다른 부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얘길 들었던 순간의 충격만큼은 생생하다. 맞다, 그러네. 어떻게 보면 여자를 악하지 않게 그리는 것도 납작하게 그리지 않는 방법 중 하나일 수 있겠구나. --- 「갱스터 할머니」 중에서 아무튼, 할머니라고 해서 새로운 것이 싫고 귀찮을 리 있나. 남편 밥, 아들 밥, 가족 밥을 차리는 인생이 지겹고 싫을 수는 있어도 삶 자체가 지겹지는 않을 것이다. 살 만큼 살았다는 말은 거짓말 같다. 배 터지게 밥을 먹어도 몇 시간 지나면 꼬르륵대는 뱃가죽처럼, 삶은 채워도 채워도 끝이 없을 것이다. 나는 재밌게 살고 싶다. 지겨운 것은 정류장도 제대로 표시 안 해놓은 느림보 마을버스뿐인 할머니가 되고 싶다. --- 「지겨워 지겨워」 중에서 농성장, 집회, 데모 참가자 하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는가. 나는 조끼를 입고 머리에 띠를 맨 중년 남성의 이미지가 그려지곤 했다. 그 외의 모습은 잘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현장에 다녀보니 수많은 여성들이, 중노년 여성 노동자들이 투쟁을 외치고 있었다. --- 「농성장의 할머니들」 중에서 〈노래하는 여자, 노래하지 않는 여자〉는 여성들의 연대에 관한 영화다. 이 영화 속 주인공은 여성운동을 이어가는데 낙태죄 폐지 운동을 할 때 외치는 구호가 있었다. “내 몸은 나의 것!(My body, my choice!)” 몇 년 전까지 여성들이 외치던 말과 언어만 달랐지 자막상 토씨 하나 다르지 않은 말이었다. 정말 느리게 변하는구나. 안 변한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아. 정말 정말 느리게 변하는구나. 그리고 정말 정말 정말 오래전부터 먼저 운동을 해온 여성들이 있구나. --- 「아무튼, 아녜스 바르다 1」 중에서 할머니에 대해서 이렇게 마음 놓고 푹 빠져 생각해볼 기회가 없었다. 언제나 너무 깊이 빠지면 그것이 눈물로 이어질까 봐, 더 큰 슬픔으로 이어질까 봐 중간에 차단막을 두곤 했다. 근데 막상 기억을 되짚어 또렷이 생각하려고 노력해보니 슬픔 너머의 감정들이 온다. 나는 이걸 무어라고 부를 수 있을까. --- 「나는 할머니 꿈을 꾼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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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은을 아시나요? 그는 두 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한 싱어송라이터입니다. 주로 홍대를 중심으로 활동하지만, 실은 농성장에서 더 자주 만날 수 있어요. 또 〈마더 인 로〉 〈프론트맨〉 등의 인상적인 단편을 만든 영화감독이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손수현 배우와 함께 비거니즘 에세이 『밥을 먹다가 생각이 났어』를 펴내면서 저자로서 활동 영역을 넓히기도 했죠.
저는 신승은을 뮤지션으로 처음 만났습니다. 그는 제가 아는, 사랑 노래를 가장 잘 만드는 이입니다. 그가 만든 3분의 세계 안에서 사랑은 담담하고 뾰족하게 빛납니다. 그의 정규 2집 타이틀곡인 〈사랑의 경로〉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습니다. “발견하지 않았더라도 우리는 발명됐을 것” 궁금했습니다. 이런 노랫말을 쓰는 사람이 책 한 권에 담고 싶을 만큼 사랑하는 대상은 무엇일까. 『아무튼, 할머니』에는 저자가 자신의 삶에서 ‘발견’한 여러 할머니들이 등장합니다. 사랑은 딸기의 무른 부분을 도려내고 주는 일임을 알려준 외할머니, 트럼프의 세계기후조약 탈퇴 반대 시위에 참여했다가 수갑을 차고 연행된 배우 제인 폰다, 나이 아흔에도 왕성한 작품 활동을 이어간 아녜스 바르다, 멋진 피드백이란 무엇인지 알려준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까지. 뿐만 아니라 일터에서, 거리에서, 마을버스 안에서, 시위 현장에서 만난,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노년 여성들의 표정까지도 생생하게 담아냅니다. 이 책은 언젠가는 할머니가 될 미래의 우리를 ‘발명’하려는 노력이기도 합니다. 무사히 살아남아 할머니가 되는 것이 꿈인 저자는 말합니다. “할머니들은 잘 묻는다. 모르는 사람의 장바구니부터 잘 안 보이는 작은 숫자까지. 나는 그 질문들에 대답을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아가 질문을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요. 계절의 변화가 이토록 아름답다는 걸 새삼 깨닫는 요즘, 『아무튼, 할머니』와 함께 나의 아름다운 변화를 발견, 혹은 발명해보는 건 어떨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