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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어공주: 채워지지 않는 성의 목마름
2. 장미요정 : 여동생을 사랑한 오빠의 엽기적 살인 3. 엄지공주 : 남자를 찾아 해매는 천진난만한 에고이스트 4. 키다리와 작다리 : 악인은 최후에 승리한다 5. 빨간구두 : 욕망의 노예가 된 소녀 6. 외다리 장난감 병정 : 열등감이 빚어낸 복수극 7. 부싯깃통 : 처형하지 못한 강간범 8. 얼음공주 : 끊임없이 뒤쫓는 스토커 9. 성냥팔이 소녀 : 죽음의 환상에 빠져 불을 지른 소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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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는 기둥위에서 정성을 다해 축가를 불렀습니다. 그러나 마음은 슬픔에 젖어 있었습니다. 엄지공주를 좋아했기 때문에 헤어지기 싫었던 것입니다. 왕자가 말했습니다.
'엄지공주는 아름다운 이름이 아니야. 이제부터 마야라고 부르겠어.' '엄지공주, 안녕!' 제비는 작별인사를 하고 따뜻한 남쪽 나라를 찾아 떠났지만 행복에 겨워 춤추고 있는 엄지공주에게는 그 소리가 들리지 않았습니다. 아니, 들렸다 해도 엄지공주는 더 이상 제비에게 아무런 관심도 없었습니다. 엄지공주는 왕자와 '얼마 동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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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충격을 받은 것처럼 차가운 떨림이 온몸을 꿰뚫었습니다. 바로 그 때 차가운 호수로부터 루디의 귓가에 어떤 속삭임이 들렸습니다.
"이제야 널 잡았구나!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 다시는 놓치지 않을 거야!" 바베트는 작은 섬에서 고래를 숙인채 주저앉아 있을 뿐이었습니다. 너무나 슬퍼서 눈물을 흘릴 수도, 비명을 지를수도 없었습니다. "저 깊은 호수 밑에....." 바베트는 중얼거렸습니다. "저 깊은 호수 밑에...빙하 아래에 루디가 있어." 루디가 예전에 했던 이야기가 문득 떠올랐습니다. "얼음공주가 다시 그 사람을 데려간 거야. 그 사람을...." --- 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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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공주는 허리를 굽혀 왕자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습니다.
"왕자님 때문에 나는 모든 걸 잃었어. 가족, 바닷속 인어의 성, 내 목소리까지. 이젠 목숨까지 잃겠지. 날마다 떨쳐버릴 수 없는 미련 때문에 괴로워했지. 그런 내 진심을 조금도 몰라주다니..... 둘다 죽여버리고 말겠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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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공주가 여러 상대로부터 구애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오직 미모 때문이었다. 생각이 깊다든지 마음이 곱다는 등 내면의 아름다움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안데르센은 명성이 높았지만 평생을 독신으로 지냈자. 뿐만 아니라 한평생 동정이었다. 그가 사랑하는 여자는 많았었지만 그를 사랑하는 여자는 한 명도 없었다.
--- p.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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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의 동화의 밑바탕에 흐르고 있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를 한 번쯤 냉정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먼저 동화라는 틀을 벗겨내보자. 무엇이 보이는가? 요즘 유행하는 하드 코어 스릴러가 있다. 예를 들면 엽기적 살인, 폭력, 자살, 변태, 근친상간, 강간, 불륜, 부정, 질투, 배신, 복수, 사기, 돈에 대한 이상집착, 철저한 이기주의, 스토킹, 저주, 원한을 품은 악귀 등이 등장한다.
--- p.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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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더 빨리 나비야! 와, 신난다!'
엄지공주가 탄 연꽃은 쏜살같이 달려나갑니다. 그런데 갑자기 풍뎅이 한마리가 어디서 나타났는지 엄지공주를 낚아채 숲속으로 가버렸습니다. 연꽃잎은 시냇물을 따라 계속해서 흘러갔습니다. '도와줘, 엄지공주!' 하얀나비가 필사적으로 외쳤습니다. 연꽃잎에 묶여서 자유로이 날아갈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엄지공주는 하얀 나비따윈 이제 안중에도 없습니다. --- p. 6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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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 동화를 읽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콩쥐팥쥐」나 「흥부놀부전」, 「장화홍련전」 같은 전래동화에 익숙한 것처럼 우리는 안데르센의 「인어공주」나 「성냥팔이 소녀」, 「빨간 구두」나 「엄지공주」에 매우 친숙하다. 그래서 안데르센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밝고 꿈 많았던 어린시절을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안데르센이 창작한 동화는 그처럼 친숙하게 느끼면서도 정작 작가에 대해서는 대부분 알고 있지 못하다. 그가 쓴 동화들이 세계 곳곳에 널리 알려져 있는 데 비해 안데르센 개인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것이다. 다만 아름다운 동화를 쓴 사람이니 평온하고 행복한 삶을 살지 않았을까 추측할 뿐이다. 이 책을 쓴 안나 이즈미(安奈 泉)는 아동문학 연구가로서 현대인의 광기와 심층심리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데, 그에 의하면 안데르센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행복한 삶을 살지 못했다고 한다. 아니, 오히려 참으로 불행하고 저주받은 인생으로 굴곡진 삶을 살았다고 한다. 우선 그는 지독하게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집안 대대로 유전되는 정신병으로 죽었으며, 어머니 역시 거렁뱅이 생활을 하다가 정신병원에서 사망했다. 부모로부터 이러한 유전자와 불우한 환경을 물려받은 안데르센은 자신이 처해 있는 환경에서 벗어나고자 끊임없이 몸부림쳐야 했다. 또 사랑하는 여성이 있었지만 구애를 거절당해 단 한 번도 사랑을 이루지 못한 채 숫총각으로 일생을 보내야 했다. 그러나 안데르센의 비극은 무의식적인 고통 속에 울부짖던 과거에만 원인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바로 실패를 거듭하는 자신의 현재상황 때문이었다. 과거를 보완할 수 있는 현실을 만들지 못한 것이 그의 삶에서 가장 큰 불행이었던 것이다. 그는 비참하고 불행한 인생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창작의 세계에서 그 도피처를 구했다. 창작이야말로 그의 저주받은 피를 깨끗이 정화시켜 주는 유일한 안식처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의 불행한 인생은 우리가 아름답다고만 여겼던 이야기들 속에 어떻게 녹아들어 있을까? 그리고 그가 쓴 이야기들이 정말 우리들이 생각하듯 아름다운 내용만 담고 있는 것일까? 이 시점에서 우리는 이 책의 저자 안나 이즈미를 통해 안데르센 동화의 밑바탕에 흐르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냉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저자는 안데르센의 많은 동화작품 중 다음 아홉 편을 내세워 안데르센의 인생과 비교분석하고 있다. 첫번째 이야기 「인어공주」는 집필 중 몇 번이나 눈물을 흘리면서 온갖 정성을 기울여 완성한 명작이다. 인어공주의 원작에서 인어공주는 왕자와 새로 맞이한 신부의 행복을 빌며 칼을 바닷속으로 던지고 스스로 바다로 뛰어든다는 아름다운 이야기로 끝난다. 하지만 안데르센은 실제로 한 여성에게 자신의 불행한 과거를 고백하고 동정을 구하면서 마음을 돌려보려고 애쓰다가 거절당하자 큰 충격을 받고 괴로워했다. 이 책에 나오는 인어공주의 모습, 즉 자신의 진심을 몰라주고 다른 여자와 결혼한 왕자와 그의 신부를 죽여 버리겠다고 저주하는 모습이야말로 안데르센의 진짜 마음일 것이다. 두번째 이야기 「장미요정」에서는 질투에 눈이 멀어 사랑하는 여동생과 그 연인을 죽이는 사악한 오빠가 등장한다. 이탈리아 민요에서 제재를 따오긴 했지만,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오누이는 안데르센이 간절히 사랑한 한 여자와 그녀의 오빠를 모델로 삼은 것이다. 그리고 젊은 청년은 안데르센 자신이다. 그는 일방적인 사랑을 쏟으며 열렬한 러브레터를 끊임없이 보냈지만, 언니나 오빠의 검열을 받았다. 상대가 아무 관심도 보이지 않았으므로 결국 그의 사랑은 파국으로 치달았고, 창작이라는 상상 안에서 상처 입은 마음을 치료하면서 혼자만의 사랑을 펼쳐나갔다. 세번째 이야기 「엄지공주」는 안데르센이 알고 지내던 한 여자를 모델로 삼은 것이다. 선천적으로 척추장애가 있어 태어날 때부터 매우 작았는데, 불이 나자 도망가지도 못하고 죽었다는 비운의 여성이다. 외형적인 모습은 그녀에게서 착안했을지 모르지만, 엄지공주 역시 안데르센 자신이며 제비도 안데르센 자신이다. 안데르센은 지독한 추남이었다. 따라서 미(美)에 관해 열등감과 함께 강한 동경을 품고 있었다. 연인을 향한 안데르센의 마음은 엄지공주에 나오는 제비에게서 읽을 수 있다. 엄지공주는 타고난 미모 하나로 세상을 살아나간다. 그러나 제비는 엄지공주에게 이용당하고 버림받는 신세다. 동시에 엄지공주 역시 안데르센의 분신이었다. 지독하게 가난한 생활에서 탈출하려는 것이 그의 가장 큰 희망이었다. 그것은 좀더 나은 생활, 좀더 나은 미래와 상류층을 계속 찾아 헤매는 엄지공주와 닮아 있다. 네번째 이야기 「키다리와 작다리」에는 허영, 물욕, 사기, 협박, 살인, 부정, 살인교사, 자살방조, 사체유기 등 참으로 다양한 범죄행위가 등장한다. 너무나 쉽게 사람을 속이고 간단하게 사람을 죽인다. '한 명을 죽이면 살인자요, 백 명을 죽이면 영웅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그 논리에 비추어 보면 작품에서 보여지는 악의 승리가 오히려 후련할지도 모르겠다. 인과응보가 올바른 생각임에 틀림없지만, 안데르센이 보기에 세상은 정론대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여기는 듯하다. 다섯번째 이야기 「빨간 구두」는 평소 친분이 있던 작곡가의 딸이 음악 소리만 들리면 춤을 춘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것에 힌트를 얻어 창작한 것으로, 주인공 카렌은 안데르센 자신이라고 할 수 있다. 안데르센은 자서전에서 어렸을 때 장화를 선물받은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다. 사람들이 새 장화를 신었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도록 바지 끝자락을 장화 속에 쑤셔넣고 교회에 감으로써 찌부렁찌부렁 소리가 나 예배는 엉망이 되고 말았다. 그는 양심의 가책을 받아 마음속으로 신께 용서룰 구했지만, 곧 다시 장화를 생각했다고 한다. 여섯번째 이야기 「외다리 장난감 병정」의 주인공 또한 안데르센 자신이다. 가장 밑바닥 출신일 뿐만 아니라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2대에 걸친 정신병자로, 사회도 등을 돌린 소외계층이었다. 그런 이미지가 외다리라는 장난감 병정을 탄생시킨 것이다. 외다리 장난감 병정 또한 태어나면서부터 불구자이며 열등감 그 자체다. 무희를 사랑하지만, 그녀의 고귀함과 성장배경에 거리감을 느끼고 단지 멀리서 바라볼 뿐이다. 그러나 자신의 임무는 책임감을 갖고 완수하며 어떤 시련이 닥쳐도 굴하지 않는다. 외다리 장난감 병정이 살아가는 자세는 안데르센에게 삶의 각오를 재확인시켰다. 가정의 따뜻함과 평온함을 누리지 못한 채 가난과 고독으로 얼룩진 시절에서 갈채를 받기까지의 20여 년은 안데르센에게 불운의 연속이었다. 외다리 장난감 병정의 삶도 그런 그의 인생을 적절하게 표현한 것이었다. 일곱번째 이야기 「부싯깃통」은 담담하고 다소 유머러스하게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실제로는 매우 잔인한 내용을 담고 있다. 안데르센은 어렸을 때 사형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교장이 최고학년 수업까지 중단한 채 모든 학생들에게 그 장면을 보도록 했던 것이다. 그 몇 분 동안의 체험은 안데르센에게 죽음의 순간보다 더 무시무시하게 자리잡았다. 이 이야기에서 재미있는 점은 병사가 아무리 많은 돈을 갖고 있어도 여관 신세를 진다는 것이다. 이는 안데르센의 일생과 일치하는데, 그는 한평생을 정처없이 떠돌며 보냈다. 고독했기 때문에 한평생 집을 마련하지 않은 채 하숙집과 여관을 떠돌았던 것이다. 여덟번째 이야기 「얼음공주」에서 저주받은 영혼의 얼음공주는 루디에게 강한 집착을 보인다. 이 밑바탕에는 할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정신이상을 보이다 죽은 아버지의 이미지가 깔려 있는데, 어느 해 겨울 아버지는 창문에 양팔을 뻗은 소녀 모양의 얼음을 보여주며 '얼음공주가 나를 원하고 있어'라고 말한 적이 있었던 것이다. 루디가 얼음공주와 접촉할 때의 소름끼치는 이미지도 안데르센 자신의 체험에서 나온 것이다. 안데르센의 할머니는 남편이 입원해 있는 정신병원에서 정원을 관리했는데, 그곳에 수용되어 있던 여자와 접촉함으로써 초죽음 상태를 경험한 적이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