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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적인 삶아, 물러가거라. 씩씩하게 헤쳐 나가리라!
곤궁한 삶을 헤쳐 나가는 주체적인 여성을 그리다 『장끼전』은 판소리 12마당 중에 하나인 [장끼타령]에서 나온 한글소설입니다. 조선 중기에 만들어져서 조선 후기 여성들을 중심으로 즐겨 읽혔던 소설입니다. 『장끼전』은 아내 까투리의 만류를 무시하다가 죽은 장끼를 다룸으로써 가부장적인 허세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습니다. 또한 동물의 형태를 통해 인간 세계를 풍자적이고 현실적으로 묘사하여 『토끼전』과 함께 우화 소설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원본 『장끼전』에서의 백미는 크게 두 가지로 그려집니다. 하나는 장끼가 죽는 대목이고 나머지 하나는 까투리가 여러 동물들의 청혼을 거절하는 대목입니다. 어느 날 굶주린 장끼 부부가 먹이를 찾아 헤매다가 콩 한 알을 발견합니다. 굶주린 장끼가 먹으려 하니 까투리는 지난밤의 불길한 꿈을 말하며 먹지 말라고 말립니다.그러나 장끼는 자기가 집안의 가장이라고 고집을 부리며 그 콩을 먹으려다 덫에 치어 죽습니다. 죽으면서도 까투리에게는 다시 시집가지 말라고 유언을 남깁니다. 권위적인 가장으로서 장끼의 모습에 저절로 쓴웃음이 나옵니다. 장끼가 죽은 후 아내인 까투리에게 까마귀와 두루미, 물오리 등 여러 동물들이 청혼을 합니다. 하지만 까투리는 모두 거절하다가 홀아비 장끼의 청혼을 받아들여 재혼하게 됩니다. 재산, 권세보다는 자신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동류, 혹은 같은 신분을 배우자로 택한 것을 결혼의 예로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원본에서는 다시 결혼한 꿩 부부가 아들딸을 모두 혼인시키고 경치 좋은 곳을 찾아다니며 구경하다가 큰물에 들어가 조개가 됐다고 전합니다. 장끼전은 이렇게 “남편이 죽은 아내는 다시 시집갈 수 없다.”라는 남성 위주의 완고한 유교 도덕을 비판, 풍자하고 있습니다. 당시 매우 앞선 생각으로 권위적인 사회를 비판하고, 여성도 남성의 부속물이 아니라 스스로 잘 살 권리가 있다는 주장을 드러낸 작품입니다. 『장끼전』은 조선 중후반, 18세기 무렵 상업 경제의 발전으로 인해 신분 사회가 해체되고 빈부 격차가 심해지면서 일반 백성들이 유랑민으로 떠돌게 된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까투리가 여러 번 재혼했던 것도 결혼을 통해 생계를 꾸려가는 것이 필수적이었던 삶의 곤궁함을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되기도 합니다. 또한 까투리의 여러 남편이 자연사가 아닌 사냥꾼에 의한 사고사로 소개되는 것도, 생활고를 면하고자 떠돌다 목숨을 잃기 쉬웠던 삶이 단적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