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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독자의 말
작가의 말 돌연한 시작 이름의 기원 두 아이 최초의 타이타닉 당신과는 다른 이야기 기다리다 기적의 비용 자발적 오독 여름의 흐름 시외버스 터미널 단 하나의 방 사소한 그림자 첫번째 눈송이 그날의 사랑은 나란히 놓였던 발 세계의 끝, 완벽한 착륙 |
鄭梨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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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애인을 사귀려는 목적으로 전혀 모르는 낯선 사람을 소개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우습고 괴상한 일인지 알 수 있다. 차라리 지하철 같은 칸에 탄 아가씨와 사귀게 되는 일이 쉬울 것 같았다. 아니, 우연히 한입 베어 문 맥도날드 햄버거에서 죽은 생쥐의 꼬리털이 발견되어 수억 원의 보상금을 타는 일이 지금은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아아, 어리석은 희망이여. 그는 자책했다. ---「돌연한 시작」 중에서
그녀에게 결혼이란 ‘개인적인’ 욕실을 갖게 되는 것이었다. 칫솔모가 한껏 벌어진 낡은 칫솔들이 식구 수대로 꽂혀 있는 공간으로부터 벗어나는 것, 그녀가 좋아하는 달콤한 바닐라향의 샴푸를 오로지 혼자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그런 상상을 할 때면 이상하게도 남편이라는 존재는 투명인간처럼 그 실체가 떠오르지 않았다. ---「돌연한 시작」 중에서 그 남자는 더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 그녀 자신의 마음이 어떤지는 어쩌면 중요하지 않은 문제였다. ---「당신과는 다른 이야기」중에서 사랑의 황홀경에 취한 연인의 한없이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오해’의 증후를 작가는 이렇게 요약한다.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젊은 연인에게 한없이 평범해 보이는 매일의 일상, 그 틈새에 숨겨져 있는 치명적인 운명의 조각들을 찾아내는 일은 경이로운 놀이였다. 그 신비롭고 아름다운 우연의 세목들을 하나하나 헤아려보다가 자신들이 마침내 지금 여기 함께 있다는 사실은 진실로 기적이 아닐 수 없다고 그들은 감격했다. ---「기적의 비용」 중에서 한 번뿐인 생을 무임승차하듯 살고 싶어 몸부림치는 건 결코 아니었다. ‘나’도 있고 ‘사랑하는 사람’도 있는 삶이 그녀가 꿈꾸는 삶이었다. 엄마처럼 평생을 종종거리며 살고 싶지는 않았다. 엄마를 실망시키리라는 거의 확실한 예감을 감수하고서, 그녀가 택한 사람이 이준호였다. 그런데 그 남자는 그걸 모르는 듯이 행동하고 있었다. ---「사소한 그림자」 중에서 그들이 무언으로 동의한 부분은, 더 오래 같이 있으면 아무도 행복해지지 않는다는 것뿐이었다. (…) 눈물은 오래지 않아 마를 것이고 그들은 머지않아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것이다. 다시 사소하게 꿈꾸고 사소하게 절망하고 사소하게 후회하기를 반복하다보면 청춘은 저물어갔다. 세상은 그것을 보편적인 연애라고 불렀다. ---「완벽한 착륙」 중에서 아무도 치명적인 상처를 입지 않은 것처럼 행동했다. 그들은 사랑을 지속하는 데에 실패했으나 어쨌거나 이별을 위한 연착륙에는 실패하지 않았음을 알아야 했다. 비행기 동체도 부서지지 않았고 크게 다친 사람도 없다고, 그렇게 믿어야 했다. 그렇다면 목적지에 다다르지 못했대도 충분히 의미 있는 비행이었다는 것도. 한때 뜨거웠던 열정이 느린 속도로 사그라져가는 것을 함께 지켜보았다는 측면에서 그들은 고장난 조종간을 끝까지 지킨 기장과 부기장처럼 서로에게 동지애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도 몰랐다. ---「완벽한 착륙」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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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현 & 알랭 드 보통 공동기획 장편소설
“한국을 대표하는 젊은 작가, 그 독보적 선두”라는 수식으로 요약되는 사랑스럽고 매혹적인 작가 정이현. 위트와 지적 성찰이 결합된 우아하고 예민한 글쓰기로 현대를 살아가는 도시인의 일상과 감성을 정밀하게 포착해내는 작가 알랭 드 보통. 이들 두 작가는 ‘사랑, 결혼, 가족’이라는 공통의 주제 아래, 각각 젊은 연인들의 싱그러운 사랑과 긴 시간을 함께한 부부의 애틋한 사랑을 그린 장편소설을 집필하기로 하였다. 2010년 4월부터 2012년 4월까지 꼬박 2년 동안, 작가들은 함께 고민하고, 메일을 주고받고, 상대 작가의 원고를 읽고, 서울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자신의 원고를 수정하여 마침내 두 권의 장편소설을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 출간과 동시에 큰 관심과 사랑을 받아온 『사랑의 기초』, 2013년 가을, 새 옷 새 느낌으로 문학동네에서 다시 선보인다. “그들은 왼손과 오른손을 잡은 채 밤길을 걸었다. 누가 왼손이고 누가 오른손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정이현이 쓰는 마지막 연애소설 정이현의 『사랑의 기초_연인들』은 21세기의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이십대 남녀들이라면 누구나 겪을 법한 평범한 연애의 풍경을 담은 작품이다. 작가는 이십대 후반의 민아와 준호, 운명이라 믿었던 두 사람의 사랑을, 그 사랑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꿈을, 그리고 그것이 허물어져가는 서글픈 과정을 때로는 바닐라향처럼 달콤하게, 때로는 가슴 아프도록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사랑의 기초_연인들』은 정이현의 세 번째 장편소설이자 마지막 연애소설이며, 생동감 넘치는 현재진행형의 사랑 이야기다. “사랑이 뭐야? 누군가 물은 적이 있다. 느낌표라고 대답했다. 꼿꼿하게 허리를 곧추세운! 두 해 전 일이다. 지금 같은 질문을 받는다면 그런 답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2012년 봄. 사랑을 위한 문장부호로 나는 느낌표 대신 말줄임표를 고르겠다. 지난 이 년 동안 내 마음은 어디론가 천천히 이동했다. 그 길 위에서 이 소설을 썼다.” ?작가의 말 중에서 “…연애란 비현실적인 어떤 것, 구차한 현실의 저 너머에 존재하는 것이었다.” 어디로든 갈 수 있었고 어디로도 가지 않을 수 있었던 그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봄밤 속으로 함께 걸음을 내디딘 두 사람 작가가 포착해내는 감정의 결들은 너무나 섬세하고 미묘해서 우리가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것들이다. 그러나 그것을 문장으로 읽어내려가는 사이 모호했던 감정들은 뚜렷하고 구체적인 실체로 윤곽을 드러낸다. 정이현의 『사랑의 기초_연인들』은 소위 ‘연애소설’이라 일컬어지는 어떤 로맨스서사와도 겹쳐지지 않는다. 여기엔 뜨거운 사랑의 열기도 절망적 위기도 치명적 파국도 없다. 그들의 이야기는 심지어 해피엔딩조차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이 갖는 울림은 길고 깊다. 그것이 보다 현실에 가깝기 때문이고, 누구나 이러한 연애를 한번쯤 해봤기 때문이며,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진짜 연애가 바로 이런 모습이기 때문이다. “사랑, 하면 우리는 두 가지를 기대한다. 피와 드라마, 눈물로 가득한 처절한 비극이거나 혹은 두 연인이 ‘영원히 행복하게 잘살았다’는 해피엔딩의 익숙한 약속처럼 아름다운 것이길 바란다. 하지만 정이현은 어느 한쪽의 상투적 결말을 선택하기엔 매우 영리하고 흥미진진한 작가다. 평범한 남녀의 흔해빠진 사랑 이야기는 그녀의 손을 거쳐 생명을 얻어 그 생생함이 우리 마음에 잔잔한 슬픔의 물결을 불러일으킨다. 모든 뛰어난 작가들이 그러하듯, 정이현은 신문 같은 데에선 찾아볼 수 없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인간의 마음 아래 숨겨진 진실을 찾아내는 정이현의 목소리는 대담하고 독창적이다.” -알랭 드 보통의 추천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