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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만으로는 상상을 충족시킬 수 없다
---p.5 “이상화된 사랑의 이미지에서 반드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해요.” ---p.30 여느 여자들처럼 힘 앞에 굴복했다면 좋았으리라. 하지만 이미 늦었다. 준을 사랑하게 되면서 내 안의 남성성이 깨어났다. 굴복한다 한들 진심이 아니다. ---p.61 내 욕망은 정숙한 아내의 욕망이라기에 너무 강하다. 내가 남자였다면... 난교를 꿈꾸기도, 여자와의 관계를 꿈꾸기도 한다. 육신과 정신을 남김없이 불사르고 싶다. ---p.81 난 한 역할에서 다른 역할로 옮겨가는 데 능숙하다. 하지만 순수하다고 느낀다. 내 거짓말과 화려한 옷은 곧 내 자유다. 내 손으로 나만을 위한 세상을 만들지 않으면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세계에서 숨 막혀 죽고 말겠지. 더 이상 거짓이 두렵지 않다. ---p.116 이제 나와 남자를 동등하게 사랑할 수 있다. 연인이자 창작자로서, 나 역시 창작자가 되려 한다. 나는 결코 완벽하지 않을 것이다. 결코 유일한 여자, 혹은 한 남자만의 연인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여러 삶을 살고, 내 존재의 무수한 측면을 탐구하고, 열정적으로 온 힘을 다해 살 것이다. 아름다움과 사랑과 창작을 위해. ---p.181 결코 남자처럼 쓰지 않을 것이다. 여자처럼 쓰고 싶다. 형언할 수 없는 것들, 직관, 전율을 쓸 것이다. 내 삶을 예술 작품으로 만들고 그 이야기를 들려줄 언어를 만들고 싶다. 내 마법을 믿는다. 나는 죽지 않는다. ---p.182 처음으로 내가 외부인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더 이상 도망치거나 숨고 싶지 않다. 나는 내 자리에 있다. 나는 지는 줄도 미처 몰랐던 태양이 떠오르는 것을 보았다. ---p.189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내 삶의 모든 여성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 ---p.19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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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거짓말과 화려한 옷은 곧 내 자유다
예술가들은 광기를 깊이 파고들어 그 안에서 다른 삶들을 발견하지 레오니 비쇼프는 보색을 과감하게 겹쳐 쓰는 색연필화를 통해 아나이스 닌의 혼란스럽고 침울한 분위기를 인상적으로 표현하는 한편, 스페인 춤을 추는 모습이나 다양한 자세와 구도를 드러내주는 성애 장면 등 역동적인 움직임도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그려 보여준다. 오뚝한 코가 강조된 주인공은 충분히 만화적인 이미지인데도 실제 아나이스 닌의 모습을 정확하게 포착해내고 있어 위화감 없이 실존인물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든다. 파도처럼 머리를 풀어헤친 판타지적인 분신이 닌의 곁을 맴도는 것도 그래픽노블만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아나이스 닌의 책들은 지극히 사적이고 내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만큼 난해하고 맥락을 따라가기 어려운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아나이스 닌 : 거짓의 바다에서』가 그래픽 노블이라는 새로운 형식을 통해 한 여성 예술가의 삶에 접근하는 것은 그 자체로 도전적인 과제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작가는 그 과업을 무사히 해낸다. 『아나이스 닌 : 거짓의 바다에서』는 내면에 뜨거운 불꽃을 담고 있는 젊은 여성 예술가가 결혼과 가족 제도, 모성 신화, 성적 억압과 가부장주의 같은 다양한 속박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다룬다. 헨리 밀러와의 문학적 교류와 성애적 관계가 문제를 해결해 가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되기는 하지만 사실은 오랜 세월 닌을 사로잡고 있던 아버지의 그늘을 깨닫고 벗어나는 일이 무엇보다도 긴요하다. “무슨 생각으로 사람들 앞에 나선 게냐 창녀도 아니고.” 어린 시절 떠난 아버지를 그리워하고 기다리며 성장하는 동안 아나이스 닌의 내면에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깊숙이 뿌리박히고, 이후 닌은 자연스럽게 자신이 만나는 남자들의 욕망과 환상에 부응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허락된 삶 속에서 살아가는 일은 숨이 막힐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아나이스 닌이 구축한 타락하고 거짓된 삶은 그 자신을 지키는 갑옷이나 다름없다. ‘남자들의 욕망을 비추는 거울’이 되고, 기꺼이 뮤즈가 되어 주겠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모른 채 이용당하지만은 않겠다는 다짐들. “내 거짓말과 화려한 옷은 곧 내 자유다”라는 말에는 남성 중심적 세계에서 자신을 지키며 살아남은 한 여성의 강인한 선언이 담겨 있는 셈이다. 오늘날 우리는 복잡한 남성 편력과 거짓말, 불륜과 근친상간 등 상식과 윤리에 도전하는 아나이스 닌의 삶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아나이스 닌의 실제 이야기에는 초현실주의 예술가 그룹이 상주하던 1930년대 파리와 아나이스 닌의 일기가 출판되어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불러일으키던 1960년대 뉴욕의 풍경이 겹쳐 놓여 있다(외설시비로 오랜 세월 금서로 지정되었던 헨리 밀러의 『북회귀선』이 미국에서 정식 출판된 것도 1960년대이다). 무한한 자유와 해방, 페미니즘과 히피 운동 등 보수적인 사회 질서에 반기를 내거는 저항정신이 단지 한 시대에만 유용한 것일 리는 없다. 예술과 문학이란 본질적으로 ‘죽어라 말을 안 듣는’ 청년 정신을 추구해야만 하고, 그래서 언제나 우리에게는 진지하게 쌓아올린 현실의 감옥을 허물어뜨리는 ‘한 방’의 예술이 필요하다. 그러한 예술이야말로, 그런 삶의 태도야말로 진실로 우리를 구원할 테니까. 이것이 바로 거짓의 바다에서 비로소 자신의 삶을 구축해 나간 아나이스 닌에게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 아닐까. 추천사 섬세하고 우아하게 그려 낸, 카멜레온 같은 여인의 놀라운 초상화.텔레라마 (T ELERAMA) 레오니 비쇼프가 탁월하게 재해석한 아나이스 닌엘르 (ELLE) 만화로 표현한 ‘악마적’ 작가의 숭고한 초상.프랑스 앵포 (FRANCE INTER) 아르 데코의 걸작처럼 아름답고, 고풍스러운 보석처럼 섬세하며, 닌이 남긴 에로틱한 글과도 같이 관능적이다. 『아나이스 닌』은 이번 가을 최고의 책 중 하나이다. 코제트 (CAUSETTE) 뛰어난 그림, 인상적인 초상. 프랑스 앵테르 (FRANCE INTER) 올가을 가장 생생히 표현된 그림 전기. 레쟁로큅티블 (LES INROCKUPTIBLES) 미국 예술가의 삶에 대한 열정을 만화로 훌륭히 그려 낸 『아나이스 닌』. 르피가로 (LE FIGAR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