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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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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5
1부 세상의 끝 11
2부 세상의 반대편 89
옮긴이의 말 168

저자 소개 2

미카엘 올리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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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kael Ollivier

1968년 프랑스에서 태어났다. 초·중·고등학교 시절에 피아노와 합창을 공부했고, 영화 학교를 졸업 한 후 텔레비전 방송 제작 일에 몇 년간 종사했다. 스물다섯 살부터는 글 쓰는 데만 주력하여, 텔레 비전과 영화 시나리오 작가, 다큐멘터리 작가로 일했다. 지은 책으로 『나는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었다』 『나는 사고 싶지 않을 권리가 있다』 『이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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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프랑스문학을 공부하고 프랑스로 건너가 문화 프로젝트 기획을 공부했다. 다시 서울로 돌아와 번역학을 전공한 다음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KBS WORLD Radio에서 프랑스어 방송을 진행하기도 하고, 번역을 공부하는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한다. 옮긴 책으로 『아나이스 닌 : 거짓의 바다에서』 『지구를 사랑한다면, 바르바라처럼』 『동물들의 머릿속』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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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11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172쪽 | 248g | 148*210*8mm
ISBN13
9791162102572

책 속으로

나는 사실 마무주가 무서웠다. 우습게 들릴지 모르지만 정말이다. 사람도 너무 많고, 소음도, 색깔도, 냄새도, 고함도, 음악도 너무 요란한 데다, 간선도로만 벗어나면 바로 딴 세상이었다. 어느 날 저녁, 해가 갑자기 지는 바람에 게스트하우스로 가는 길을 착각해 앙주앙 빈민가 한복판을 지나가게 됐다. 흙으로 된 골목길, 허름한 집들, 진흙투성이 개울을 지나는데, 사람들의 눈이 나를 계속 따라왔다. 나이키 운동화에 반바지와 퀵실버 티셔츠를 입은 나는 그 동네에 어울리지 않는 아이였던 것이다.
--- p.29

자이나바는 바로 침대에서 일어났다. 벗은 몸이 아름다웠다. 내게 아들을 돌보러 가야 한다고 말했다.
자이나바는 옷을 입고 나서 내게 키스를 하고는 사랑한다는 말을 남기고 방에서 나갔다. 하지만 내 귀에는 사랑 고백이 들어오지 않았다. 그 고백 전에 들은, 이해할 수 없는 말이 너무나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아까 자이나바의 다리에 매달린 아이가 바로 자이나바의 아들이었던 것이다. (p.70)

“위고 여기서 겪은 일, 하나도 잊으면 안 된다.”
선생님이 내 귀에다 말했다. 부모님과 리디는 뒤쪽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겠어요!”
나는 눈물을 글썽이면서 대답했다.
“알게 될 거야, 위고. 알게 될 거란다…….”
--- p.84

“농담이 아니라, 다 있다니까! 많아서 넘쳐날 지경이야! 아빠, 우리 집에 물건, 장식품, 옷, 전자제품, 다 너무 많다는 생각 안 들어? 봐 봐, 한집에 컴퓨터 세 대, 휴대폰 네 대, 방마다 무선전화기 딸린 유선전화기에, 얼음 나오는 냉장고에! ……세계 인구의 사분의 삼이 식량이랑 물이 없어서 죽어 가는데!”
“아! 본론이 나오는구먼!”
--- p.115

몇 초 뒤에 그 애가 걸음을 멈추더니 물었다.
“네가 개야? 왜 따라오고 그래?”
숨이 차서 단거리 경주자처럼 맥박이 뛰었고, 손이 살짝 떨렸다.
“너처럼 하고 싶어.”
“뭘 한다고?”
“포스터에 낙서하고, 광고를 청소하는 거.”
--- p.146

“대체 왜 이래? 뭐가 문제니, 위고? 불행해? 아빠랑 엄마는 할 수 있는 건 다 해 주잖아, 너도 알지?”
나도 알고 있었다.
“내가 이상한 게 아냐. 세상이 이상한 거라고.”

--- p.165

출판사 리뷰

세상의 끝에서 만난 첫사랑
그러나 끝내 도망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혹은 왕따를 당하지 않기 위해) 특정 브랜드를 고집하는 게 의미 없고 한심하다는 것쯤은 아이들도 알고 있다. 내가 입는 것, 먹는 것, 사는 것을 사진 찍고 SNS에 올리고 자랑하는 일이란 피차 부담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무언가를 구입하는 것 말고 무엇으로 자신을 증명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근거 없는 자신감과 시시때때로 마음을 좀먹는 열패감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데, 문제는 청소년들이 자신감을 드러내거나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동원할 만한 수단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성적이나 외모? 모든 아이들이 1등이 될 수는 없는 일이고, 외모란 언제나 불만족스럽기만 하다. 정신적 자유라거나 인문학적 사유 같은 건…… 당연히 씨알도 안 먹힐 소리다. 그래서 찾은 대안, 혹은 유일한 방법이 바로 소비다. 바야흐로 소비문화를 빼놓고는 십대 문화를 이야기하기조차 어려운 시대다.

이런 상황에서 미카엘 올리비에의 『다 없어져 버렸으면』은 청소년소설로는 보기 드물게 소비주의에 대한 묵직한 문제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첫 번째 장에서 주인공 위고는 아빠와 의견 충돌을 빚고 “앞으로 뭘 하고 싶냐?”는 아빠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기 위해 지난 다섯 해를 회상한다. 엄마 아빠의 직장 때문에 프랑스 본토를 떠나 아프리카의 섬나라 마요트에서 살게 된 위고. 프랑스령 마요트는 원주민인 마오레족이 살고 있고, 여러 모로 낙후된 곳이라 아무래도 낯설고 불편하다. 하지만 위고는 ‘본토에서 온 백인’으로서 정체성을 유지한 채 마요트에서의 생활에 조금씩 적응해 간다.

어느덧 3년의 시간이 흐르고 중학교 2학년에 올라간 위고는 마오레족 소녀 자이나바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부주의하고 무분별하게 사랑을 나눈 나머지 자이나바가 임신을 하고, 상황에 몰린 위고는 모든 일의 뒷수습을 어른들에게 맡겨놓고 허둥지둥 마요트를 떠나게 된다. 위고도 자신이 비겁하고 부끄러운 행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까닭은 위고가 자이나바를 비롯한 마오레족 청소년들처럼 성숙한 삶의 태도를 갖지 못했기 때문이며, 마요트에 충분히 동화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위고는 그저 나약하고 미숙한 백인 소년에 불과했던 것이다. 프랑스행 비행기 안에서 수치심에 휩싸여 눈물을 흘리는 것 말고 위고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어 보인다.

끝과 끝을 오가며 방황하다 발견한 삶의 목표
나는 자유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


이 작품은 1부 ‘세상의 끝’과 2부 ‘세상의 반대편’,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데 마요트에서의 삶을 다룬 1부와 다시 프랑스 본토로 돌아온 이후 겪는 위고의 혼란을 다룬 2부는 아예 다른 이야기처럼 보일 지경이다. 하지만 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마요트와 프랑스는 양 극단에서 서로를 비추는 거울과 같다. 특히 예민하고 고통스러운 성장기를 보내고 있는 위고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게다가 마요트와 프랑스에서의 생활은 나란히 놓고 볼 때라야 그 실상을 있는 그대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프랑스로 돌아온 위고는 죄책감과 자괴감에 시달리는 한편, 본토에서의 적응도 쉽지 않다는 사실에 당황한다. 위고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나 유행하는 잡지 등에 열광하는 또래 애들을 불편해하고, 세일 기간에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들을 사기 위해 미친 듯이 몰려드는 사람들을 보고 진저리를 친다. 엄마 아빠와 여동생 리디는 아무 문제 없이 쇼핑과 사교에 열중하는데 그럴수록 위고는 엇나가기만 한다.

물질만능주의와 소비주의에 넌덜머리를 내면서도 불평불만을 늘어놓고 가족들을 공격하는 것 말고는 방법을 알지 못하던 위고는 어느 날, 대형 광고판에 낙서를 하고 있던 고등학생 샤를리를 만나 한눈에 반한다. 그리고 샤를리를 통해 반소비주의 운동가 그룹을 알게 되면서 새로운 세상에 눈뜨고, 결국 파리까지 가서 광고 반대 게릴라 시위를 벌이다 체포되고 만다. 위고가 마요트와 프랑스 양쪽 모두에서 제자리를 찾지 못한 것은 당연하다. 위고가 찾아야 할 것은 제3의 길이었으므로. 우월감에 사로잡혀 있거나 열등감에 괴로워하거나, 사거나 사지 않거나, 그 사이에는 무수한 선택지가 놓여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위고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 것인가? “대체 뭐가 되려고 이러냐, 위고?” 아빠의 물음에 오랜 시간 고민에 빠져 있던 위고는 마침내 대답을 생각해 낸다. “나중에, 나는 자유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 이때 자유란, 무한정 의미를 확장시킬 수 있는 절대 자유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모든 상황과 분위기, 유행, 무언의 압력, 소비주의의 광풍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이다. 무엇이든 해도 좋고, 무엇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자유. 어쩌면 ‘사고 싶지 않을 권리’일지도 모른다.
위고가 자기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 대해, 자기 자신의 위선에 대해, 혹은 자기 자신이 나아갈 바에 대해 탐색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진짜 어른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깨닫게 된다. 위고는 자신이 처한 위치를 밖에서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고, 그 기회를 붙들고 치열하게 고민한 끝에 나름대로 중요한 결론에 이른다. 어쩌면 자연으로 돌아가자거나, 소비자본주의에 반기를 들자거나 하는 일련의 메시지들은 부차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그보다 작가는 이 작품의 독자들이 울타리를 딛고 선 자로서의 자신의 위치를 깨달아야 한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청소년들이 가져야 할 삶의 태도라는 사실을 힘주어 말하고 있는 것이다. 2012년 출간된 『나는 사고 싶지 않을 권리가 있다』의 개정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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