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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뵈르 박사의 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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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지난 이야기 7
소뵈르 박사의 주말 9
옮긴이의 말 316

저자 소개 2

마리 오드 뮈라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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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e-Aude Murail

1954년 프랑스 아브르, 르 아브르의 예술가 집안에서 태어나, 아버지는 시인이자 화가였으며 엄마는 기자였다. 큰오빠는 작곡가이자 컬럼비아대학 교수이고, 작은오빠와 여동생은 작가이다. 지금은 오를레앙에서 살고 있다. 소르본 대학에서 현대문학을 전공, 공무원 남편과 결혼해 세 아이의 엄마이자 손자들을 둔 할머니이다. 1986년부터 청소년 문학 작품을 쓰기 시작했다. 『바다개』와 『쉬운 네덜란드 어』로 아동서 전문 서점 연합에서 수여하는 소르시에르 상을 연달아 수상했다. 2004년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어린이와 청소년의 책읽기 운동을 열심히 해 왔으며 또한 최근에는
1954년 프랑스 아브르, 르 아브르의 예술가 집안에서 태어나, 아버지는 시인이자 화가였으며 엄마는 기자였다. 큰오빠는 작곡가이자 컬럼비아대학 교수이고, 작은오빠와 여동생은 작가이다. 지금은 오를레앙에서 살고 있다. 소르본 대학에서 현대문학을 전공, 공무원 남편과 결혼해 세 아이의 엄마이자 손자들을 둔 할머니이다. 1986년부터 청소년 문학 작품을 쓰기 시작했다. 『바다개』와 『쉬운 네덜란드 어』로 아동서 전문 서점 연합에서 수여하는 소르시에르 상을 연달아 수상했다. 2004년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어린이와 청소년의 책읽기 운동을 열심히 해 왔으며 또한 최근에는 신분증 없는 난민 어린이 보호 운동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청소년 성장소설부터 판타지, 스릴러, 탐정 이야기, 동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책을 80권 넘게 썼다. 유머러스한 문체와 군더더기 없는 상황 묘사, 빠른 전개에 독자에게 지루하지 않은 독서를 선사한다. 1985년 어른들을 위한 첫 동화집 『동행』과 『여기 루를 보라』를 펴냈으며, 『푸른 등』의 작가 모카의 언니이기도 하다. 지은 책으로 『베이비시터 블루스』 『210프랑짜리 우리 아기』 『열혈아 딩키』 『학교의 암살자』 『미토』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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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프랑스문학을 공부하고 프랑스로 건너가 문화 프로젝트 기획을 공부했다. 다시 서울로 돌아와 번역학을 전공한 다음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KBS WORLD Radio에서 프랑스어 방송을 진행하기도 하고, 번역을 공부하는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한다. 옮긴 책으로 『아나이스 닌 : 거짓의 바다에서』 『지구를 사랑한다면, 바르바라처럼』 『동물들의 머릿속』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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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7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320쪽 | 148*210*15mm
ISBN13
9791162102657

책 속으로

“여기서는…….”
엘라가 한 마디 한 마디를 힘겹게 뱉어 냈다.
“여기서는요…… 혹시…… 여기서만이라도…… 저를 엘리오트라고 불러 주실 수 있나요?”
아이의 요청을 거부하는 것은 잔인한 일이었다. 하지만 아이의 요청을 수락하는 것은 성별정체성을 바꾸고 싶어 하는 아이의 환상을 부추기는 일이었다.
“생각해 보마. 다음 월요일 오후 여섯 시에 볼까?”
엘라는 고개를 들더니 깊은 물속에서 빠져나온 양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네!”
소뵈르는 정문까지 이 사춘기 아이를 배웅했다. 대개는 환자 혼자 복도로 내보냈으니 드문 일이었다. 문고리에 손을 올린 채, 소뵈르가 최대한 자연스럽게 말했다.
“다음 주에 보자, 엘리오트.”
--- pp.16-17

“엄마 눈에 비단원숭이를 어깨에 얹은 남자가 보인대요.”
“플뢰리에서 어머니를 담당하는 정신과 의사와 얘기해 봤어. 환각 증상을 보이는 건 사실이지만 환각이라는 자각은 있으시대. 그 남자를 보긴 해도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계셔.”
“어쩌면 존재하는지도 모르죠.”
“아니야.”
“다른 차원에서라면요?”
“아니야.”
“전에 어디서 읽었는데, 평행 세계가 여러 개 있대요. 똑같은 세계가 수십억 개나 되는데, 딱 한 가지씩만 다른 거죠. 어쩌면 사람들이 전부 어깨에 비단원숭이를 얹고 다니는 세계가 있는지도 모르잖아요.”
“가뱅, 좀.”
소뵈르가 이마를 문지르며 한숨을 내쉬었다.
--- pp.34-35

“색칠 공부가 있잖아요.”
소뵈르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 저도 알아요. 구식이죠.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정말 멋진 방법이에요. 제 아들도 아주 좋아한답니다. 오리기, 스티커 붙이기, 판박이, 색종이 접기 같은 것도 있죠. 사람은 손으로 직접 뭔가를 만들어 낼 필요가 있어요. 그 과정에서 자신감도 키울 수 있고요.”
“하지만 전 너무 시대에 뒤떨어진 것 같아요. 아이들이 저를 할머니처럼 보는 게 느껴지거든요.”
뒤마예 선생님이 한숨을 쉬었다.
“아이들에게 아주 큰 도움이 될 겁니다.”
--- p.114

“라자, 정말 무서웠겠구나.”
소뵈르가 아이에게 말했다.
“엄마 아빠는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어. 힐랄 삼촌도 정말 좋은 사람이었고. 하지만 총을 든 그 사람들은 정말 나쁜 사람들이었단다. 테러리스트라는 말, 무슨 뜻인지 알겠니?”
아이는 엄마 옆구리에 파고들어, 어쩌면 엄마 배 속으로라도 되돌아가고 싶은 듯했다. 수줍음이 많은 거라고? 아니, 아이는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런 사례를 한 번도 접해 보지 않은 소뵈르는 아이를 도울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 p.117-118

재킷 주머니 깊숙이 넣어 두었던 휴대폰에서 문자메시지 도착 알림음이 울렸다. 엘라는 메시지를 읽고도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크로스드레서. 그게 다였다. 크로스드레서. 발신인은 지미였다. 답장을 해 설명을 요구할 마음도 들지 않았다. 하지만 10분 뒤 도착한 메시지는 예사롭지 않았다. 담벼락 확인해. 페이스북에 들어가 보라는 말이었다. 엘라는 호기심이 들면서도 벌써부터 불안한 마음으로 페이스북에 접속했다. 지미의 말투에서 왠지 모를 위압감이 느껴졌던 것이다. 그리고 담벼락에서 지미가 방금 게시한 사진 한 장을 보았다. 바로 자신의 사진이었다. 엘리오트 차림으로 햇살 속에 몸을 맡긴 자신의 모습. 사진 아래에는 이런 댓글이 달려 있었다. 여자는 무슨, 그냥 남자잖아! 예전에 정신을 잃고 쓰러졌을 때처럼 온몸이 차갑게 식어 가는 게 느껴졌다. 빨리, 당장 사진을 없애야 해.
--- p.264

“눈치챘겠지만 나도 정상이 아니란다. 여기선 모두가 미쳐 있거든…….”
“맞아요, 다들 미쳤어요. 어른들은 더 미쳤죠……. 사실 전 별로 어른이 되고 싶지도 않아요.”
“그건 앨리스가 아니라 피터팬인데? 평생 중학교에 다니면서 플루트를 불겠다고?”
“아, 제발, 절대 싫어요!”
블랑딘이 질색하며 소파 깊숙이 몸을 파묻었다.
“그러니까 어른이 되는 게 제일 낫다는 거야.”
“아니면 마르고처럼 하든가요.”
“어떻게 한다는 거지?”
아이는 손목을 긋는 시늉을 해 보였다.
“아하하, 우리 선생님, 겁먹으셨네! 걱정 마세요, 죽고 싶은 마음은 하나도 없으니까. 전 젤리가 너무 좋거든요.”
--- p. 271

“심각한 건 아니지?”
루이즈가 물었다.
“그럼, 아무 문제 없어.”
사뮈엘과의 상담 내용은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이었다. 소뵈르는 메시지의 마지막 문장을 마음속 깊은 곳에서 은밀히 음미했다.
소뵈르…… 덕분에 오늘 밤 저는 누군가를 ‘아빠’라고 불렀어요.

--- p.312

출판사 리뷰

여전히 성황 중인 소뵈르 박사의 심리 상담소
속마음을 털어놓고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시간


프랑스 중부 도시 오를레앙에서 심리상담소를 운영하는 소뵈르 생티브. ‘소뵈르Sauveur’는 ‘구원자’라는 뜻을 가진 이름으로, 백인 가정에 입양되어 고등교육을 받은 흑인 남성의 인종적·역사적 맥락을 뛰어넘는 거창한 의미를 갖는다. 임상심리상담가 소뵈르는 자신의 이름을 예민하게 의식하며 내담자들을 만나는데 특히나 성장기에 갖가지 문제를 겪고 있는 아이들을 만날 때면 상담가로서의 자질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전작 『소뵈르 박사의 상담 일지』에서는 2015년 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건 이후 혼란스러운 사회상을 배경으로 자살 위기에 처한 아이를 구하고 어머니의 정신질환으로 어려움에 처한 고등학생을 데려다 먹이고 재우는 등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마르티니크 출신 흑인들에게 내려오는 흑마술 ‘캥부아’의 저주에 맞서고 열 살짜리 아들 라자르에게 노예주 조상을 둔 백인 엄마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것도 그가 풀어야 할 문제 중 일부였다. 그리고 상담소에서 펼쳐지는 소뵈르와 내담자들의 개성 넘치고 톡톡 튀는 대화는 온갖 정신의학적 문제로 가득한 『소뵈르 박사의 상담 일지』를 따뜻하고 유머러스한 작품으로 만들어 주었다.

후속작 『소뵈르 박사의 주말』에서도 상담소는 여전히 성황 중이다. 성정체성 혼란을 겪는 엘라는 정기적으로 상담 중이고 자살 시도를 감행했던 마르고 대신 여동생 블랑딘이 과잉 행동과 주의력 결핍으로 새로운 고객이 된 참이다. 전작에서 로맨스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루이즈는 이제 어엿한 여자 친구가 되어 소뵈르와 살림을 합치고 가족이 되는 문제로 숙고를 거듭하고 있다. 새로운 가족을 맺는 일은 소뵈르에게 일종의 과제로 다가온다. 루이즈와의 새 삶을 꿈꾸기 위해서는 루이즈의 아들딸과 함께해야 하고, 루이즈의 전남편은 물론 전남편의 새 아내에게까지 연결되는 일이다. 루이즈 전남편의 아내 팽프르넬이 신분을 속이고 소뵈르를 찾아온 건 게중 해결하기 쉬운 문제일지 모른다. 루이즈의 딸 알리스로 인해 빚어지는 전방위적인 갈등에는 이혼가정, 사춘기 여드름, 뉴미디어 과몰입 같은 다채로운 세부 항목과 이어지는 것이다. 비단 이러한 문제는 소뵈르에게만 국한되는 것도 아니다.

어머니의 조현병으로 무기력한 청소년 가뱅이 소뵈르의 집 다락방에 아예 눌러앉고, 외인부대 출신의 노숙자 조바노비크가 합류하면서 소뵈르의 집은 뜻하지 않게 유사 가족 공동체를 구성하게 된다. 반려 햄스터의 번식이 그러하듯 새로 맺어진 관계들은 근심과 짜증을 불러일으키지만 반대로 타인 사이의 애정과 돌봄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지 일깨워주기도 한다. 살다 보면 마음을 다치는 일은 다반사이고, 가장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상처를 받는 일도 부지기수다. 그 과정에서 오해와 서운함이 겹겹이 쌓인다. 하지만 우리가 서로에게 솔직하지 않는다면 과연 어디에서 안식을 찾아야 할까. 그래서 소뵈르가 자신의 상담가를 찾아가 잔뜩 주눅 든 채 속마음을 털어놓는 장면은 아니러니하다. 비록 개운하지 않은 상태로 물러나긴 하지만 소뵈르 역시 어깨에 잔뜩 걸머진 짐을 어딘가에 내려놓을 필요가 있었던 셈이다.

마음을 앓는 사람들이 찾아오는 한
소뵈르 박사의 치료는 계속된다


2015년은 프랑스에서 샤를리 에브도 테러가 일어난 해일 뿐 아니라 유럽의 난민 문제가 최고조에 달한 해로도 기억된다. 다섯 살짜리 시리아 난민 쿠르디의 시신이 지중해 터키 해변에 밀려와 전세계에 충격을 주었던 바로 그 해다. 안데르센상 수상 작가 뮈라이유는 따뜻한 인공조명에 비친 세계를 그리면서도 결코 비극적 현실을 잊지 않는다. 이번에는 이라크에서 탈출한 하다드 가족을 등장시켜 트라우마에 시달리면서도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려는 가족 개개인의 어려움을 그려낸다. 끔찍한 사건을 겪고 고향을 상실한 뒤 새 삶을 시작해야 하는 가족만큼 적극적으로 치유가 필요한 사람들이 또 있을까. 소뵈르는 하다드 가족에게 손을 내밀어 흑백의 세상에 갖혀 지내던 어린 라자를 빛의 세계로 이끌어내고 새로운 문화에 적응해가는 젊은 엄마 디나에게도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한편, 디지털 문화의 부상으로 빚어지는 갖가지 혼란도 중요하게 그려진다. 게임을 하느라 걸핏하면 수업을 빼먹거나 부모의 말보다 유튜브 영상을 신봉하는 아이들, 학생들을 따라잡기 버거워 자신의 낡은 교수법에 대해 회의하는 초등 교사 등은 전세계가 맞닥뜨리고 있는 정신적 위기의 한 축을 보여준다. 그러나 아이들에게서 디지털 기기를 빼앗는 것이 해답일 리 없다. 소뵈르는 아이들이 어른들과 엄연히 다른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전제를 받아들인다. 성정체성 혼란으로 남자아이가 되고 싶은 엘라와 심란한 가족 문제를 어수선한 과잉 행동으로 넘겨보려는 블랑딘은 비교적 진부한 문제 상황에 처해 있는 것 같지만 소뵈르가 찾은 해결책은 결코 뻔하지 않다. 소뵈르는 엘라가 엘리오트라는 남성형 필명으로 소설을 쓰고 블랑딘이 유튜브 인형극을 제작하는 모습을 주의깊게 관찰하며 아이들의 창작 의지가 훌륭한 돌파구가 될 수 있음을 간파한다. 비록 지금은 문제상황에 처해 있지만 창의적인 어린 내담자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문제를 극복해 나갈 것이며 언젠가 근사한 창작자가 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놓지 않는 것이다.

『소뵈르 박사의 주말』에서 주인공 소뵈르가 각각의 내담자들과 나누는 대화를 들여다보면 저마다 다른 상황에 맞는 이야기의 흐름에 감탄하게 되는 동시에, 모든 사람들이 처한 문제들이 얼마나 복잡하고 심란한지 이해하게 된다. 소뵈르와 루이즈의 관계나 레즈비언 커플의 비배우자 인공수정 같은 소재는 꽤나 급진적이라 머나먼 의제처럼 보이지만 여러 질문들을 던져볼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 어딘가 상처 입고 슬픈 마음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일이다. 정체성을 찾아 헤매는 아이들과 이혼이나 재결합 문제로 혼란스러워하는 가족들, 스스로 초래하지 않은 상황에서 고통받는 사회적 약자들, 늘상 존재하면서도 쉽사리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은 소뵈르 앞에서 비로소 이름을 얻고 출구를 찾는다. 부서진 마음을 들여다보고, 스스로 짊어진 ‘구원자’의 역할에 대해 고뇌하면서도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기꺼이 곁을 내주는 소뵈르는 여전히 상담 중이다. 마리 오드 뮈라이유의 이 깊은 휴머니즘이야말로 이 시리즈가 사랑받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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