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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오! 비움이여, 산책이여
-완벽한 산책이 불가능해진 현대인을 위한 씁쓸한 위로 7 ----------------------------------------------- 제1장 인간의 새로운 정의 27 제2장 누구나 다 산책할 수 있는가 35 제3장 자칭 산책자이지만 영 산책자가 아닌 자들 45 제4장 산책자보다 더 도덕적인 자가 있을까 57 제5장 무위도식자 67 제6장 외지 구경꾼 77 제7장 부랑자 87 제8장 완벽한 산책자 99 제9장 군인 산책자 109 제10장 파리의 양아치들 119 제11장 산책의 작은 행복들 129 제12장 산책의 작은 불행들 141 제13장 파리의 파사주 155 제14장 센 강변, 튈르리 공원, 샹젤리제 167 제15장 산책 초심자들을 위한 조언 187 |
Louis Hu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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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후아르트는 관찰자 또는 탐정처럼 그의 눈앞에 펼쳐진 도시라는 무대 공간과 그곳을 활보하는 인간 부류들을 ‘산책자’로 우선 명명한다. 그리고 이들을 자세히 관찰하고 염탐하며 범주화하고 분류한다. 겉보기에는 모두 한가로운 산책자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모든 것이 상품화되어 가는 도시 공간 속에서 일정 부분 위협과 공포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 pp.14~15 만일 인간이 다른 동물보다 우위에 있다면, 그 이유는 산책할 줄 알기 때문이다. 바로 그 점에서 인간에게 사회적 우월성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인간이 창조의 왕이 된 것은, 온갖 날씨와 기후에도, 또 가능한 계절이면 어느 때든 나가서 자신의 시간과 청춘을 잃어버릴 줄 알았기 때문이다. --- pp.29~30 진정한 산책자란 유유자적의 경지를 보여주는 자여야 하는데, 특히나 아주 존경할 만한 자여야 한다. 그저 어쩌다 산책하는 자들도 “뭐 하십니까” 하고 물으면 “산책 중입니다”라고 대답하는데, 적어도 이런 자는 최고의 산책자라 할 수 없다. --- pp.45~46 산책은 공무원이나 연금 생활자나 변론 없는 변호사나 군인들, 한마디로 여가를 누릴 수 있는 사람들이나 하는 거라고 생각하는가? 사실 산책은 모든 사람이 다 할 수 있다. 기분 전환을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시간을 소비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거라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이건 우리 산업화 시대의 특성을 몰라서 하는 말이다. 동료 시민의 지성을 모욕하는 말이다. 우리 같은 선진국의 도시에서는 물, 공기, 불, 땅, 사랑, 명예, 정신, 물자 그 모든 게 사고 팔리고 임대되고 임차된다. 한마디로 모든 게 다 활용된다. 산책 역시나 어떤 방식으로든 활용되어야 한다. --- p.87 친근하고, 생글거리고, 빈정거리고, 게으르고, 식탐 많고, 고대 로마인처럼 구경거리 좋아하고, 특히나 산책을 좋아하는 오! 사랑 가득한 산책자여! --- p.119 진정한 산책자는 그리스어, 라틴어, 수학, 아니면 초유동 과학 같은 것은 몰라도 된다. 대신 모든 길을 알아야 한다. 파리의 모든 상점을 알아야 한다. 더 나아가 어떤 모자 가게에서 어떤 예쁜 모자를 파는지, 어떤 정육점에서 어떤 맛있는 고기를 파는지, 어떤 카페에서 어떤 맛있는 레모네이드를 파는지 등은 알아야 한다. 마술꾼, 요술꾼, 호객꾼, 노점상, 점포상 등을 꿰고 있어야 한다. 파리 수도의 광고 벽보라면 거의 다 외우고 있어야 한다. --- pp.197~198 다음과 같은 자질을 소유하지 않은 자는 산책자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소유할 자격이 없다. 어떤 경우에나 명랑할 것. 필요할 때는 성찰할 것. 항상 관찰 정신을 지닐 것. 독창성은 그닥 없어도 됨. 유연한 사유. 약간의 피로와 훈련. 특히, 자신을 쉬게 할 줄 아는 의식 상태. 그래도 다들 산책자가 되길 원한다면, 놀라운 일이다! --- p.2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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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자를 향한 유쾌한 듯 쓰디쓴 풍자
좀스럽지만 어쩐지 친근한 모습들 저자는 당시에 유행했던 풍자 문학 장르인 ‘생리학Physiologie’의 틀을 빌려 당시 파리의 산책자 군상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동식물을 분류하고 그 생태를 분석하듯이, 당시의 다양한 인물상을 각각의 인물 유형으로 분류하고 분석하는 것이 생리학 장르의 특징이었다. 과학 연구의 탈을 썼지만 실은 풍자적이고 유머러스한 어조의 풍속 연구였다. 해부대 위의 동물이 메스를 피하지 못하듯, 기자부터 의사, 공무원, 부르주아까지 누구도 날카로운 풍자의 칼날을 피해 가지 못했다. 산책자들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인간이 동물보다 우월한 이유는 산책이라더니, 바로 다음 문단에서 저자는 태도를 바꾼다. 산책은 자신의 시간과 청춘을 자발적으로 잃어버리는 행위라고. 도시의 산책자와 숲속의 원숭이의 차이는 지팡이의 유무뿐이란다. 이렇게 산책자를 향한 유쾌한 듯 쓰디쓴 풍자와 예찬의 탈을 쓴 조롱은 마지막 페이지까지 계속된다. 책 속 파리 산책자들의 천태만상을 살펴보자. 너무 잘 먹어 비만해진 산책자는 겨우 몇백 보 걷고 지쳐서 헉헉대며 가까운 카페로 들어가 쉰다. 말이나 마차를 타고 다니는 부유한 산책자들은 양옆으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공원 풍경을 감상하지 않고 그저 스쳐 지나가 버린다. 딱히 살 것도 없으면서 진열장에 있는 물건은 하나도 빠짐없이 살펴보는 산책자들도 있다. 일요일이 되면 오락거리가 없는 가족들이 산책을 나와 지난주와 똑같은 풍경을 바라보고 또 바라본다. 교통수단이 말이나 마차에서 자동차, 지하철로 바뀐 것만 제외하면 21세기 대도시의 산책자들과 다를 것이 없는 모습이다. 좀스럽지만 어쩐지 친근하지 않은가. 완벽한 산책이 불가능해진 시대 진정한 산책자가 되는 법 어떤 것이 완벽한 산책일까? 천천히 걸으면서 자신을 완전히 비우고 분주한 삶에 여백을 만들어내는 것이 완벽한 산책일 것이다. 불행히도 그런 산책은 『산책자 생리학』 속 산책자들에게나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나 허용되지 않는다. 그때나 지금이나 대도시를 산책하는 사람들의 눈과 귀에 상품과 이미지가 홍수처럼 쏟아지기 때문이다. 산책을 나왔다 눈에 띄는 물건에 혹해 목적이 산책에서 쇼핑으로 바뀌어 버린 사람, 상품을 욕망하지만 살 돈이 없으니 그저 주위를 맴도는 사람, 물건 하나를 보고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사람까지, 누구도 현대 대도시의 자본주의적인 삶에서 벗어날 수 없다. 후아르트는 말한다. 진정한 산책자는 외국어나 수학, 과학은 몰라도 되지만 어떤 모자 가게에서 예쁜 모자를 파는지, 어떤 정육점에서 맛있는 고기를 파는지, 어떤 카페에서 맛있는 레모네이드를 파는지는 알아야 한다고. 생각은 많이 하고 말은 적게 하고, 혼자서도 잘 놀면 된다. 피곤할 때는 쉬어 갈 줄 아는 사람이면 된다. 그렇게 어려운 조건들은 아니지 않은가! 당신의 산책은 어떠한가? 건강을 위해 만보기 앱을 확인하거나 스포츠맨처럼 늘 강박적으로 걷지는 않는가. 저자는 다음과 같은 자질을 소유하지 않은 자는 산책자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소유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어떤 경우에나 명랑할 것 필요할 때는 성찰할 것 항상 관찰 정신을 지닐 것. 책을 읽다 보면 19세기 산책자들과 함께 파리 곳곳을 어슬렁거리며 걸어 다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파리 산책자들의 모습을 유쾌하게 스케치한 삽화와 당시 파리의 시대상을 꼼꼼히 설명해 주는 각주도 놓치지 마시라! 진창길에서의 피난처가 되어준 인도들과 산책자들, 모두에게 은총 가득하시길. 내 금발 청춘 시절의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길 위에서 흘러갔다. 포석, 화강암, 타르, 아스팔트, 그 어떤 포장도로든! 나는 정말 오랫동안 산책했고, 앞으로도 정말 오랫동안 산책하기를 희망한다. - 본문 129쪽, 「산책의 작은 행복들」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