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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공포, SF를 넘나들며 인간을 들여다보는 『비누 인간』 삼부작 두 번째 『진화 인간』“사람. 나는 진화된 사람이다.”2020년에 출간된 『비누 인간』은 우리나라 어린이 문학에서 강렬하고 음습한 분위기, 소름이 돋을 만큼 사실적이고 치밀한 묘사, 공포와 판타지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장르적 색깔로 독보적인 세계를 구축해 온 방미진을 대표하는 작품이라 불릴 만하다. 이 작품은 재난, 공포, SF를 넘나들며 인간을 들여다보는 ‘비누 인간’ 시리즈의 첫 이야기이다. 투명한 피부, 어색한 몸짓과 말투, 비누처럼 뭉개지는 살과 하얀 피를 가진 정체를 알 수 없는 비누 인간이 등장하는데,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까지 작가는 비누 인간의 정체를 알려 주지 않는다. 대신 평범한 마을 사람들이 외부와 고립된 상황에서 낯선 존재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공포에 휩싸여 비누 인간을 몰살하는 모습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며, 사람의 정의에 대해, 사람다움에 대해, 차별과 편견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2년 만에 독자들을 찾아온 ‘비누 인간 시리즈’ 삼부작 두 번째 이야기 『진화 인간』에서는 비누 인간을 실험하던 프로젝트 마을에서 유일하게 빠져나온 다엘을 통해 비누 인간의 놀라운 정체를 드러내며 독자들을 다시 한번 충격에 빠뜨린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비누 인간이 모든 인류가 꿈꾸는 가장 완벽한 육체를 지닌 진화 인간임이 밝혀지면서 진화를 향한 멈추지 않는 욕망이 초래할 암울한 미래를 예언적으로 보여 준다. 하지만 평범한 인간을 꿈꾸는 진화 인간 다엘과 아프지 않는 하루하루를 꿈꾸는 인간 유주의 연대를 통해 사람에 대한 따뜻한 희망을 선사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2023년에 인간의 욕망이 탄생시킨 복제 인간에 관한 이야기 『도플 인간』이 출간되면서 시리즈의 막을 내릴 예정이다. “거인처럼 몸이 커져도 넌 사람이야.그것도 가장 완벽한 사람.”드디어 밝혀지는 비누 인간의 정체와가장 완벽한 인류, 진화 인간 이야기프로젝트 마을에서 비누 인간을 모두 없애기로 결정한 밤, 유일하게 마을을 빠져 나온 다엘은 반신반의하면서 연구소 직원이 알려 준 곳으로 도망간다. 동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평범한 가정집에 인상 좋은 아줌마가 사는 곳. 다엘은 오랜만에 긴장을 풀고 하루하루를 보낸다. 하지만 아줌마의 딸 유주는 이상하리 만큼 다엘을 경계하며 집에서 쫓아내려고 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태도를 바꿔 염분이 든 음식을 먹으면 중요한 정보를 알려 주겠다고 속삭인다. 프로젝트 마을에서 소금을 맞고 쓰러진 비누 인간들에 대한 기억이 생생한 다엘은 두려워하면서도 이 집에 머물렀던 다른 비누 인간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싶어 음식을 먹고 만다. 그런데 경험했던 것과는 달리 염분에 대한 이상 반응은 그리 심하지 않다. 유주는 이런 결과를 예상했다는 듯 말하며 이 집 곳곳에 감시 카메라와 도청 장치가 있다는 걸 알려 준다. 다엘이 아줌마의 정체를 의심하자 아줌마는 기다렸다는 듯이 태도를 바꿔 자신도 연구소의 일원이었던 메이슨임을 밝힌다. 그러면서 다엘이 모든 인류가 꿈꾸는 진화된 몸을 가진 ‘진화 인간’이라는 사실을 알려 준다. 메이슨은 다엘에게 몸이 아픈 유주를 살리기 위한 연구에 협조해 주면 평범한 인간으로 살 수 있게 돕겠다고 제안한다. 다엘은 자신이 이미 인간이라는 사실에 감격하면서 보통 인간으로 살아갈 날들을 꿈꾸며 메이슨의 실험에 협조한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이상 식욕이 다시 시작되면서 다엘의 몸은 점점 더 거대해진다. 유주는 다엘의 몸이 커질수록 안절부절 못하며 다엘을 막으려고 하고 다엘도 인간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다른 자신의 몸에 겁을 집어 먹는다. 그런데 메이슨은 다엘에게 몸을 두 배 가까이 키워야 한다고 말한다. 도대체 메이슨이 진화 인간에 대해 숨기고 있는 비밀은 무엇일까? 진화 인간이 같은 인간임을 알면서도 원하는 걸 얻기 위해 온갖 비윤리적인 실험을 하는 연구소 사람들은 욕망만 좇아가는 과학이 어떤 희생자와 어떤 참혹한 결과를 낳을지 암시적으로 보여 준다. 또한 문제 소지를 없애기 위해 비누 인간을 몰살하는 연구소와 자신의 가족을 위해서라면 타인의 죽음도 불사하는 메이슨과 달리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다엘과 유주를 통해 다시 한번 사람의 정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한다. 이 작품은 비누 인간에서 진화 인간으로 이어지는 독창적인 세계관과 묵직한 울림을 선사하는 주제, 눈을 뗄 수 없는 흡입력으로 어린이 문학의 경계를 넓히는 문제작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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