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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잡는 조선의 선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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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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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기획의 말
등장인물 소개

1. 매화음의 밤, 기이한 웃음소리
2. 원한이 깊은 자가 밤에 있어
3. 이태원의 붉은 구름
4. 어깨에 올라앉은 혼령
5. 밤 깊은 나루터의 달걀
6. 노비 소녀가 젊은 장사꾼과 만나
7. 황철이 황천에 가기 전에
8. 수비산 산수화에 그려진 암자
9. 왈패와 선비가 불의 소리를 들어
10. 불꽃이 하는 말
11. 새벽닭이 울고 새 몸으로 본 세상
12. 사람이 요물로 변하기도 하는 인생사
13. 수비산 자락 땅거미
14. 캄캄한 밤의 주인들
15. 나는 더 이상 노비가 아니오
16. 불속으로 뛰어든 호랑이 괴물
17. 백두산 천지의 빙고선비

작가의 말

저자 소개 1

소설가, 40년 역사의 수사 전문지 『수사연구』 편집장,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2005년 장편소설 『수상한 식모들』로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7년 『우리 사우나는 JTBC 안 봐요』로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장편소설 『에어비앤비의 청소부』 『빙고선비』, 청소년 장편소설 『환상박물관 술이홀』 『나의 아메리카 생존기』 등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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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9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78쪽 | 260g | 124*188*20mm
ISBN13
9791197137877

책 속으로

그 이상한 짐승은 김생원을 쏘아보았습니다. 눈에 푸르스름한 귀기가 돌았습니다. 이 세상 짐승 아닌 저 세상 요물이었습니다. 그때 벌렁 넘어져 있던 한 입 거리 선비가 일어났습니다. 역시나 한 쪽 팔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지요. 그는 이를 악물고 호통을 쳤습니다.
“영노! 이 양반 잡아먹는 괴물아. 오늘 너는 이 목멱산에서 최후를 맞을 것이다.”
--- pp.21~22

어느덧 그의 코에 선선한 밤바람이 닿았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보니, 영노는 사라졌습니다. 대신 한 입 거리 선비가 누런 종이 한 장을 들고 서 있었습니다. 그 종이가 바람에 펄럭이듯 꿈틀거렸습니다.
“아까 내 이 종이를 주머니에서 찾다가 그만 공격을 당하였소.”
“그 종이가 왜 자꾸 흔들리는 것이오?”
한 입 거리 선비가 다가와 김생원 앞에서 미소를 지었습니다.
“이 종이에 쓰인 붉은 글씨가 보이시오?:
종이에는 빙(氷)자가 쓰여 있었습니다. 빙자에 눌린 영노는 자벌레처럼 작아져 있었습니다. 꿈틀대는 긴 대가리와 긴 팔다리도 보였지요. 그는 종이를 둘둘 말아 다시 도포의 주머니에 넣었습니다.
“이걸 귀신 잡는 빙지라 하지요.”
“그걸로 귀신을 잡는다고?”
--- pp.24~25

고요한 밤 삼경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고 해시에서 자시가 넘어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김생원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이불 속에서 뒤척였습니다. 이날 그가 잠 못 이룬 까닭은 다른 밤과는 달랐습니다. 그의 나이 열아홉, 관례까지 올렸지만 장가를 들지 못한 총각이어서 밤이면 마음이 산란했지요. 하지만 이날 밤은 달랐습니다. 머릿속에 영노를 때려눕힌 그 순간이 잊히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구미호를 닮은 한 입 거리 선비가 영웅이라 칭해준 것도 은근 기분이 좋았습니다.
“꽃을 보러 갔다, 괴물을 보았다. 그러다 영웅이 되었다. 참으로 기이한 밤이로다.“
--- pp.32~33

김생원이 빠른 걸음으로 쫓았지만은 영노란 놈도 날쌔기가 담비보다 빨랐습니다. 영노는 세월을 날 듯 나무와 나무 사이를 건너뛰며 달렸습니다. 그러면서 세 번 네 번 계속 재주넘기를 했습니다. 재주넘기를 할 때마다 선비의 꼴이 점점 영노의 꼴에 가까워졌습니다. 김생원은 검은 그림자 같던 선비가 몸피 있는 괴물로 바뀌어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갓이 떨어지고, 상투에서 뿔이 자라고, 주둥이가 튀어나오고, 시커먼 두루마기가 펄럭펄럭 나부꼈습니다. 김생원은 돌을 주워 힘껏 돌팔매를 날렸지만 소용없었지요. 김생원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가쁜 숨이 사라지자 어느새 가슴 한구석이 아려왔습니다.
‘저 괴물, 원래 나와 같은 선비였던 것인가?’
--- pp.42~43

그날 밤 오라비와 여동생 사이에 고성이 오갔습니다. 김생원은 여동생이 한낱 무꾸리가 된다는 말에 불같이 화를 냈습니다. 하지만 순덕 역시 고집을 부렸습니다. 굿하고 치성을 드리는 무당이 아니라 귀신도 찾고 돈도 벌 수 있는 일 아니냐며 우겼습니다.
“더구나 알고 보면 가업 아니겠습니까? 제가 방울을 들고 춤을 춥니까, 아니면 엽전을 들고 점을 봅니까? 그저 한양 곳곳에 숨어 귀신이나 괴물을 찾아 돈을 번다는데 그게 그리 못할 짓입니까?”
“양반 가문의 여인으로 그게 할 짓이란 말이냐?”
“다 쓰러져 가는 가문에서, 시댁에서 쫓겨난 여인이 할 일이 있는 줄 아오. 그냥 죽을 때까지 뒷방 신세거나 보쌈으로 팔려가는 게 전부지. 나는 그렇게 살긴 싫습니다.”
--- pp.79~80

“여기까지 왔으니 한번 직접 만나보시겠습니까?”
순덕은 잠시 입을 꾹 다물었습니다.
“천한 망나니의 신령이라 양반가의 아씨께서 만나기가 불편하시려나?”
“아니오, 어쨌든 왜 한양에 영노가 창궐했는지 들어야만 하니까.”
“그치, 그건 우리 망나니 할매나 알 수 있소. 나야 뭐 그냥 괴물하고 귀신만 때려잡던 놈이니 뭘 더 알겠소. 뭐, 영노들이 지독한 놈이란 건 알고 있지만.”
“영노가 뭐가 지독하오?”
김생원이 싸늘하게 물었습니다.
“글공부만 하던 괴물이라서인지, 벽창호에 이기적이고 답답하기까지 하오. 거기다가 또 다른 괴물하고 다르게 머리는 좋아서 잡기가 쉽지 않단 말이지. 물괴나 불가살처럼 좀 큼지막한 괴물이면 싸우는 재미라도 있지, 그냥 벼룩처럼 튀어서 도망 다니는 놈을 잡자니 영 신명도 나지 않고 그렇다고.”
--- pp.161~162

다행히 백두산에 새벽이 올 때까지 호랑이 울음소리나 귀신들이 다가오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세상 무서울 것이 없는 나였지만 조금 겁이 나기도 했습니다. 세상에는 혼령이자, 인간이자, 삯귀인 나도 알지 못하는 무서운 것들이 또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그게 조선의 밤입니다. 또한 조선에 귀신 잡이 빙고선비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죠. 나라님도 무서워서 못 건드리는 것들과 우리는 싸우니까요.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신령한 백두산 천지 앞에 섰습니다. 문득 그 말이 떠올랐죠. 이곳에서 큰 소리로 말을 하면 저승까지 들린다는 황철 영감의 말.
“나 우팡이, 아니 빙고선비입니다. 내가 귀신 잡는 선비가 됐다고요. 내 목소리 잘 들려요? 잘 가요, 황철 어르신, 나를 다시 인간 세상에 살게 해줘서 고맙습니다. 이제 걱정 말고 훠이훠이 떠나세요.”

나는 큰 소리로 그에게 말을 한 뒤 큰 절을 올렸습니다. 내가 발길을 돌려 산을 내려가려 할 때였습니다. 잠시 뒤, 백두산의 미명이 밝아오는 하늘에서 쿠쿵, 노인의 기침 소리 같은 마른천둥이 들려왔습니다. 이제 산을 내려가 다시 사대문 밖 성저십리의 나의 집으로 돌아갈 때였습니다. 귀신 잡이 황철 영감의 집이였으나, 이제는 조선에 하나뿐인 삯귀 괴물 빙고선비의 집으로요.

--- pp.273~274

출판사 리뷰

인물 소개

■ 김순덕 :


“이 다 쓰러져 가는 가문에서, 시댁에서 쫓겨난 여인이 할 일이 있는 줄 아오. 그냥 죽을 때 까지 뒷방신세거나 보쌈으로 팔려가는 게 전부지. 나는 그렇게 살긴 싫습니다.“

김순덕은 가난한 양반집에서 태어나 어렸을 때 어머니를 잃고 백년서생 아버지의 손에 오라비 김성무와 함께 자랐다. 그래도 명망가에 시집은 갔는데 첫날밤 신랑의 목을 조른 죄로 소박맞았다. 사실 순덕은 무관 집안의 피를 이어받아 힘이 장사여서 또래의 소년들은 한 손으로 제압할 줄 알았다. 하지만 신방에서 신랑의 목을 조른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소박맞은 여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는 조선. 순덕은 오라비 성무를 통해 귀신 잡이들과 만나면서 새로운 인생을 맞이하는데, 바로 귀신들과 괴물을 때려잡고 재물도 쌓는 일이다. 게다가 순덕은 이미 아버지와 오라비가 모르는 외가에서 이어진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었다.

■ 김성무 :

‘꽃을 보러갔다, 괴물을 보았다. 그러다 영웅이 되었다. 참으로 기이한 밤이로다.’

순덕의 오라비 김성무는 장군감의 큰 체격을 지녔지만 지금은 조선의 하급 관리로 살아간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것. 김성무는 선배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매화음에 따라갔다가, 수상한 선비 하나를 만난다. 게다가 그날 밤 괴물 영노와 한판 붙게 된다. 이후 김성무는 귀신 잡이들과 엮이면서 이상한 일에 빠져든다. 여동생까지 합류? 김성무는 답답하다. 조선의 선비로서 이렇게 살면 안 될 것 같은데? 하지만 그러면서도 김성무는 운명처럼 귀신 잡이의 삶에 끌려들어 간다.

■ 황철영감 :

“잘 들으시오. 우리 귀신 잡이는 세 가지 힘을 갖춰야 한다 하오. 원귀와 괴물의 위치를 재빨리 찾아내는 매의 눈, 괴물을 때려잡을 수 있는 범의 주먹, 나머지는 괴물을 재빠르게 빙지로 생포하는 원숭이의 손이라오. 하지만 그 세 개를 다 갖춘 술사는 내가 처음이자......”

조선 최고의 귀신 잡이. 젊은 시절부터 귀신 잡이 외길 인생만 걸어왔다. 아내와 자식이 괴물에게 해를 당한 이후 잠시 방황의 길에 빠지기도 했지만 스승 탁발승의 도움으로 다시 이 길에 뛰어들었다. 지금은 이태원에 작은 기와집을 짓고 제자 감돌과 함께 귀신 잡이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 곧 황천갈 날이 멀지 않아 이 직업을 물려줄 이를 물색하는 중이다.

■ 감돌 :

“아씨 저는 황철 어르신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 따라다니는 몸입니다.”

황철 영감의 제자로 미색의 사내. 여장을 해도 다들 미인으로 속을 정도의 아름다움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마음은 꽃뱀처럼 사악하고 냉철하며 욕심도 많다. 미소를 지으면 아름다운 입술에서 독물이 배어날 것 같은 스산한 분위기를 풍긴다. 처음 매화음에서 김생원을 발견하고, 귀신 잡이의 세계로 끌어들인 장본인. 하지만 곧 그를 황철 영감에게 소개한 것을 후회한다.

■ 우팡 :

“그제야 저는 제가 완벽한 인간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밤에는 예전처럼 한양의 밤거리를 떠돌아다니는 혼령으로 돌아가는 팔자였지요. 반 토막 난 사람 병신이 바로 우팡이였던 겁니다.”

황철 영감이 이태원 난전에서 맞아죽은 청년의 사체에 떠돌이 혼을 집어넣어 살려낸 반인반혼. 황철 영감의 손과 발이 되어 영노를 무찌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 태평 :

“아까 이 채찍이 뭔가 물어봤던가요? 이거는 내가 대동강에 나타난 물괴를 잡았을 때, 그 혀를 잘라 만든 채찍이오. 이게 아주 유용합니다.”

한반도 북쪽에서 활약하던 귀신 잡이. 하지만 괴물에게 습격당해 한쪽 팔을 잃고 지금은 기생집 뒷배를 봐주는 건달로 살아가고 있다.

■ 영노 :

“끼끼끼끼”

억울한 선비가 죽으면 괴물 영노로 다시 태어난다. 붉은 얼굴로 원숭이와 새의 중간쯤 되는 외모를 지니고 있다. 양반으로 태어났으나 빛을 보지 못하고 죽은 것이 억울한 지 양만만 골라서 잡수신다.

■ 정난정 :

“잠깐, 어디 뉘 앞에서! 하찮은 귀신 잡이들이 중전마마의 총애를 받는 정경부인의 집에서 이리 행패를 부리는 건가?”

문정왕후 뒤에서 조선 최고의 권력을 누리는 정경부인. 영노의 출현처럼 나라를 뒤흔드는 괴물 사건이 일어나면, 과거 다른 권력자들이 그랬듯 남몰래 귀신 잡이들을 찾는다.

■ 빙고선비 :

“바로 여기서 우리가 모이기 시작했소. 깊은 밤 얼음을 지키느라 졸음에 겨운 나졸들이 일곱 번째 빙고 옆 작은 헛간 안에 들어가 새끼줄을 만지작대며 무서운 이야기를 한 것이 시작이니까. 그리하여 이곳 서빙고 관청의 관리들이 끼리끼리 모여 팔도의 무서운 괴물 이야기를 하나둘 모으기 시작했다오.”

서빙고의 헛간에 모여 귀신과 괴물 이야기를 하며 “이물학‘에 몰두한 선비들. 서빙고의 헛간에 모였기에 스스로를 빙고선비라고 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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