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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며
Gate1 - SPACE 공간은 상호작용의 범위 당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곳 - 미술관과 영화관 불멸의 면세 구역 공간의 근원 - 극장 유령 공간의 출몰 - 리미널 스페이스 저격수의 골목 - 공간과 기억 역사의 대기실 - 크라카우어를 통해 완전히 자동화된 화려한 공간 건축 vs 정치 - 문다네움 어페어 상상으로서의 관광 Gate2 - EXODUS 거대 식물카페의 습격 보통 사람들의 밤 - 아파트와 단지들 대구는 지방이 아니다 - 어느 지방의 예 부산 가는 길 Shape of Gyeonggi - 수도권의 심리지리학 어떤 작위의 도시 - 서울을 아십니까 내 모터를 통해 나는 더 이동적이 될 것이다 - 출퇴근에 대해 Gate3 - DIMENSION 나는 그것이 환영임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자동화된 화려한 극장 주 코멘터리 찾아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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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건축의 문외한이지만 도시의 거주민으로서, 한국의 아파트나 주택에 사는 사람으로서는 전문가다. 건축가도 건축주도 아니지만 사용자로서는 누구 못지않은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이 책을 읽는 사람 누구나 마찬가지다.
--- p.6 도시는 계획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자라나는 것이다. (...) “도시의 질서는 다른 질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다. 그것은 어떤 결정으로 만들어지는 질서가 아니다. 미리 설계할 수도 없고 평면도에 그려 예측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수백, 수천 명이 삶과 내면의 힘을 펼치며 만들어낸 살아 숨 쉬는 증거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마침내 완전함이 서서히 부상한다.” --- p.7 일반상대성이론은 시간과 공간을 상대적인 것으로 규정한다. 가장 최신의 물리학 이론들, 이를테면 고리양자중력이론은 공간을 실재하지 않는 것으로 본다. “공간은 존재하는 것들을 제외하면 아무 의미도 없다.” 공간은 입자들의 관계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란 없으며 선험적으로 존재하는 경계 역시 없다. --- p.14 그러나 작품이 그렇게 중요한가. 진짜? 내게 화이트 큐브는 거리의 거실이었고 블랙박스는 거리의 침실이었다. 작품을 뒤로 밀어놓을 때 비로써 공간의 다른 가능성이 열린다. --- p.22 세금에서 자유로운 공간은 시간에서도 자유롭다. 듀티 프리(duty free)는 시간의 제약을 포함한 모든 의무에서 벗어나는 것을 뜻하며 결국 부자들이 원하는 건 돈도 명예도 미술품도 아닌 시간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다(구글이 노화 극복을 목표로 하는 생물공학 자회사 칼리코를 설립한 사실을 기억할 것). --- p.28 위어드 코어가 건드리는 것은 “미지의 장소에서 느끼는 노스탤지어”다. 가보지 않은 장소에 대한 그리움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건 말이 되지 않는다. 그리움, 노스탤지어는 기억에 기반을 두는 감정이다. 그런데 어떻게 가보지 않은 곳을 기억할 수 있을까. --- p.38 당신은 얼마나 정확하게 기억할 수 있을까. 매일 지나다녔던 골목의 건물이 어느 날 사라지고 없다면, 당신은 그 건물이 몇 층이었는지, 입구는 어땠고 용도는 무엇이었는지 기억할 수 있을까. 공간의 기억을 되짚을 때 당신의 머릿속에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무엇일까. --- p.44 고통은 사람들이 사는 장소와 연관된다. 데이비드 실즈의 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여행을 떠난다. 자신의 슬픔을 몽땅 흡수한 듯이 보이는 장소, 사물들로부터 달아나기 위해서 말이다. --- p.45 우리는 가던 곳만 간다. 가끔 추천받은 식당이나 숍을 위해 새로운 동네를 가지만 큰 결심이 필요하다. (...) 지도 앱이 핸드폰에 저장되고 SNS와 연동된 현실의 구석구석이 개발되고 을지로, 성수, 연희의 숨은 가게들까지 찾아낼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도와 현실 사이의 공백은 여전히 존재한다. 물론 그곳들이 실제로 텅 비어(空白) 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바로 옆에 있음에도 평생 존재하지 않는 곳이 있다. --- p.68 한국에서 서울과 지방은 특별한 위상을 지닌다. 그런데 이 지방 중에서도 부산과 대구는 유독 특이한 점이 있다. 그건 스스로가 서울 못지않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이다. 또는 스스로를 지방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 p.89 공항은 가장 노골적인 계급 사회의 공간이다. 다른 곳에서는 격차가 적거나 은밀하게 작동하는 계급이 공항에서는 천연덕스러울 정도로 적나라하게 얼굴을 드러낸다. 물론 당신이 퍼스트 클래스나 미국 국적의 백인이라면 문제는 다르다. --- p.95 장소는 역사가 있고 사회적 관계가 형성되며 개인의 정체성에 준거를 제공하는 곳이다. 반면 비장소는 이동과 소비를 위한 공간으로 일반적으로 고속도로, 역, 공항, 주유소, 휴게소 따위를 말한다. 그는 당대를 초근대성이라는 말로 특징짓는데 이는 정체성을 이루는 요소들이 불안정해지고 세분화, 다원화됨을 뜻한다. 그리고 그러한 양상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이 바로 비장소다. --- p.103 사라져야 할 것들은 사라지지 않고 사라지지 말아야 할 것들은 사라졌으며 오지 말아야 할 것들은 이미 왔고 왔어야 하는 것들은 지연되는 지금, 현재를 동시대라고 할 수 있을까. 모든 동시대는 동일한 종류의 동시대성을 담지하고 있는 걸까. --- p.125 고급 예술의 첫 번째 특징. 자발적으로 스스로를 희생하라. 쉽게 말해 불편한 여건에 신체를 구속하라는 말이다. 고급 예술은 주도권을 예술가가 갖는다. 반면 저급 예술은 주도권을 소비 자가 갖는다 --- p.146 인공지능이 인공지능을 프로그래밍하기 시작했고 3D프린터가 3D프린터를 생산했으며 기계가 기계를 관리하고 생산했다. 답이 안 나올 것 같던 환경오염과 자원 고갈, 고령화, 빈곤, 불평등이 해소됐고(이 부분은 논쟁의 여지가 있다), 무엇보다 인간 배우가 사라졌다. 그 때문에 h는 꿈을 잃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지금 시대에 직접 신체를 가지고 연기를 한다 니… 인간문화재라도 될 셈인가. --- p.1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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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 마티의 온(on) 시리즈에 대하여
○○○에 대해 생각하고 쓰다 ○○○에 대해 관찰하고 생각하고 쓰다 ○○○에 대해 주저하면서도 열려 있는 상태로 관찰하고 생각하고 쓰다 ○○○에 대해 주저하면서도 열려 있는 상태로 다시 사유의 가능성을 찾아 관찰하고 생각하고 쓰다 온(on) 시리즈, 첫 번째 『스페이스 (논)픽션』 소설가 정지돈이 건축 전공자라고 넘겨짚는 이들이 제법 있다. 2015년 그의 등단작인 「건축이냐 혁명이냐」는 모더니즘 건축에서 가장 유명한 문장 중 하나고, 이 소설 속 등장인물인 건축가 이구는 한국 건축역사에 밝은 이가 아니면 알기 힘든 이름이었다. 또 그가 쓴 소설의 윤곽은 대체로 공간에 의해 드러난다. 도시 또는 비도시, 골목 또는 대로, 낡은 건축물과 습하거나 어둑한 3층 등. 그의 공간은 수시로 기억 또는 시간의 이동과 연관되며 기억의 가지마다 사건과 인물이 얽혀든다. 『내가 싸우듯이』의 한 장면을,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기억에서 살 것이다』의 스토리를, 『농담을 싫어하는 사람들』의 첫 문장이 순식간에 떠오르는 독자들이 있을 테다. 꽤 오래 건축을 탐하고 즐겨온 탓 혹은 덕에 어느 샌가 건축 비평서에 글을 청탁받게 되었는데, 2018년 베네치아 건축 비엔날레 한국관 작가로 초청되어 글을 쓰고 낭독회를 갖은 후로 그는 건축계에 일이 생기면 초청되는 주요 작가가 되었다. 건축 전문잡지 『스페이스』가 소설가의 에세이를 잡지의 첫머리에 배치한 것은 1966년 창간 이래로 처음이었다고 하는데, 정지돈의 애독자와 건축계의 이슈 사이에 서로 닿는 지점들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뜻일 것이다. 총 3부로 이루어지는 구성 중 1부 ‘스페이스’는 ‘공간은 어떻게 정의될까’로 시작한다. “일반상대성이론은 시간과 공간을 상대적인 것으로 규정한다. 가장 최신의 물리학 이론들, 이를테면 고리양자중력이론은 공간을 실재하지 않는 것으로 본다. 공간은 존재하는 것들을 제외하면 아무 의미도 없다. 공간은 입자들의 관계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란 없으며 선험적으로 존재하는 경계 역시 없다. (?) 공간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므로 “공간은 상호작용의 범위”다. 말하자면, 공간은 그곳을 채우는 관계들이 만들어나가는 것이라는 뜻. 그렇다면 영화관, 미술관, 극장 등 익명의 사람들이 자유롭게 전유하는 공적 공간이라면, 그런 곳들도 공간의 다른 가능성이란 것이 가능할까? “인체공학적으로 만들어진 멀티플렉스의 푹신한 좌석에 앉아 콜라를 한 모금 마시면 평온함에서 비롯한 한숨이 나온다. 영화가 시작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잠이 든다… 잠에서 깬 후에는 화장실에 다녀온다. 이쯤이면 러닝타임이 한 시간 정도 남는다. 중간 중간에 핸드폰을 보며 영화가 끝나길 기다린다. 영화가 끝나면 텅 빈 거리를 천천히 거닐며 집으로 돌아온다. 포털에서 영화에 대한 리뷰를 찾아보기도 한다. 이 영화 안 본 눈 삽니다(별 하나). 쯧쯧… 그러게 뭐하러 봤어(혼자 중얼거리는 나). 나의 영화 감상기를 들은 친구 역시 같은 말을 한다. 쯧쯧… 그러게 뭐하러 봤어. 나는 대답한다. 콜라 마시려고. 콜라는 집에서 마셔도 되잖아? 음… 좀 걷고 싶어서. 그냥 산책하면 되잖아. 음… 잠깐 자고 싶어서? 그것도 집에서… 잠깐만, 너 대체 극장은 왜 가는 거야?” 코웃음이 나는 에피소드를 통해 작가는 공적 공간에 대한 담론을 유쾌하게 비튼다. 극장, 미술관 등에 대한 담론 가운데 공간에 대한 담론은 없다는 것. 모두 작품이 재현되는 방식, 작품이 경험되는 방식에 대한 것이지 공간을 둘러싼 맥락은 담론화되지 않는다는 것. 작가는 “내게 화이트 큐브는 거리의 거실이었고 블랙박스는 거리의 침실이었다. 작품을 뒤로 밀어놓을 때 비로써 공간의 다른 가능성이 열린다”며 비공식적인 공공생활의 즐거움을 고백하는데, 이런 공간들을 이용할 때 불합리한 상황을 통해 공간의 우연적인 성격을 드러내 평면적인 기능과 요구로부터 분리 또는 재탄생시킬 수 있다면 새로운 사유의 가능성을 증명하는 것이 아닐까 제안한다. 작가는 서문에서 “나는 건축의 문외한이지만 도시의 거주민으로서, 한국의 아파트나 주택에 사는 사람으로서는 전문가다. 건축가도 건축주도 아니지만 사용자로서는 누구 못지않은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이 책을 읽는 사람 누구나 마찬가지다”라고 쓴다. 그동안 우리가 보아 온, 들어 온, 읽어 온 건축, 도시, 공간 이야기는 모두 그것을 짓거나 짓도록 하거나 혹은 짓는 과정을 속속들이 아는 비평가 또는 학자들의 이야기였다. “사용자가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작가는 꼬집는다. 그렇다고 정지돈이 꺼내는 공간이야기가 비단 사용자의 경험에 머물지는 않는다. 그는 공간과 도시, 공간과 기억, 공간과 역사, 공간과 테크놀로지, 공간과 자본, 그리고 동시대 예술의 풍경까지를 훑으며 독자들을 야릇한 고민과 코믹의 세계로 지구 중력처럼 강력하게 끌어당긴다. 예의 그렇듯 무수한 클립들이 그 자장을 독자에게 전달한다. 히토 슈타이얼의 『면세 미술』을 포함한 현대예술을 둘러싼 통찰들,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의 영화, 퀑탱 메이야수의 비평, 유령처럼 떠도는 리미널 스페이스, “역사는 대기실”이라고 명명한 크라카우어, 역사적이면서 불명예이기도 했던 르 코르뷔지에의 문다네움 어페어 사건, 아즈마 히로키의 문제적이면서 유의미한 제안. 이뿐인가! 대구, 부산, 경기도를 찍고 서울까지, 아파트와 아파트 단지들, 출퇴근과 이동, 기차와 비행기, 전철과 버스를 둘러싼 작가의 감상은 온갖 영화와 책, 공연 예술과 이슈들과 연결되어 뭔가를 더 찾도록 만드는, 독특한 2차 행동을 끝없이 유발하고 만다. 책을 읽으며 검색창을 놓지 못하게 하고 끝없이 서점의 장바구니를 들추게 만든다. 책의 말미에는 「코멘터리」가 붙었다. 특히 3부에 등장하는 두 편의 소설에서 도시와 건축이 테크놀로지와 시각성을 어떻게 매개로 삼는지에 관한 작가의 상상력이 팽팽하게 확장된다. 『스페이스 (논)픽션』은 책 안으로 빠져드는 읽기보다 끝없이 책 밖으로 나가게 이끈다. 작가가 풀어놓는 생각들은 2차, 3차의 행동을 야기한다. 독자는 검색창을 열거나 더 많은 정보를 찾아보거나 그다지 대중적이지 않지만 알고 나면 분명 매력적일 듯한 작가가 언급한 온갖 콘텐츠를 찾아 리미널 스페이스의 한 장면에 빠져들 듯 끝없이 문을 두드릴 것이다. 그는 “해석은 언제나 또 다른 해석을 필요로 한다”고 말한다. 공간 사용자로서 독자들 모두가 자신만의 경험을, 새로운 사유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이야말로 이 책의 효용일 것이다. 온(on) 시리즈 출간 예정작 - 도서관은 살아 있다 / 도서관여행자 - 미묘한 가난: 차이와 불편 사이를 훑었다 / 안온 - 박물관 소풍 / 김서울 - 수선하는 삶 / 복태와 한군 - 패션의 시대 / 박세진 - 큐레이팅 다이어리 / 정다영 - 작가 피정: 번역가 노시내의 어떤 체류기 / 노시내 - 영화를 쓰는 태도 / 정지혜 - 미술 사는 이야기 / 유지원 - 힘을 가진 옷 / 염미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