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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당허고 지옥이 그만큼 칭하가 날라나?
최현숙
이매진 2013.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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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젠더 top20 27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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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소녀 표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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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편집자의 말_삶이라는 바다를 표류해온 ‘웃는 여자들’
추천의 글_그 여자들의 목소리가 돌아오고 있다 | 김영옥
추천의 글_말해준 사람도 들어준 사람도 다 고맙다 | 김진숙

머리말

김미숙

김복례

안완철

연표

저자 소개 1

구술생애사 작가, 소설가. 2000년부터 약 10년간 진보 정치에 몸담았다. 이후 요양보호사와 독거노인 생활관리사로 노인 돌봄노동을 하며 개인의 역사를 생생히 기록하는 구술생애사 작업을 해왔다. 2020년부터는 홈리스 현장에서 활동하며 주로 늙음과 죽음, 빈곤에 대해 관찰하고 느낀 바를 글로 써오고 있다. 구술생애사 저서로 『천당허고 지옥이 그만큼 칭하가 날라나?』 『막다른 골목이다 싶으면 다시 가느다란 길이 나왔어』 『할배의 탄생』 『할매의 탄생』 『억척의 기원』, 산문 『삶을 똑바로 마주하고』 『작별 일기』, 소설 『황 노인 실종사건』 등을 펴냈고, 공저로 『이번 생은 망원시
구술생애사 작가, 소설가. 2000년부터 약 10년간 진보 정치에 몸담았다. 이후 요양보호사와 독거노인 생활관리사로 노인 돌봄노동을 하며 개인의 역사를 생생히 기록하는 구술생애사 작업을 해왔다. 2020년부터는 홈리스 현장에서 활동하며 주로 늙음과 죽음, 빈곤에 대해 관찰하고 느낀 바를 글로 써오고 있다. 구술생애사 저서로 『천당허고 지옥이 그만큼 칭하가 날라나?』 『막다른 골목이다 싶으면 다시 가느다란 길이 나왔어』 『할배의 탄생』 『할매의 탄생』 『억척의 기원』, 산문 『삶을 똑바로 마주하고』 『작별 일기』, 소설 『황 노인 실종사건』 등을 펴냈고, 공저로 『이번 생은 망원시장』 『코로나 시대의 페미니즘』 『마스크가 답하지 못한 질문들』 『힐튼호텔 옆 쪽방촌 이야기』 등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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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11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383쪽 | 510g | 153*223*30mm
ISBN13
9791155310250

책 속으로

세 여성 노인의 생애사는 ‘口述史’라기보다 ‘口述辭’다. ‘史’를 둘러싸고 사실 관계와 객관성을 시비할 수 있지만, ‘辭’는 주관성이 재료이자 힘이며, 인지와 기억이 왜곡될 가능성도 전제한다. 부분성과 주관성은 기록되지 않은 서사敍事, narrative들의 진실이자 실재다.--- p.15

그때 여자들 스무 살까지 시집을 안가면 ‘덴시따이’라구, 그래 그 정신대. 그거에 뽑혀나가니까 허겁지겁 시집들을 보낸 거야. 나도 곧 그 나이가 되는 거지. 그래서 덴시따이 뽑혀갈까봐 겁이 나 가지고, 허겁지겁 시집을 보낸 거야. 열여덟 때야. 아무리 급해도 혼인이니까 골라서 간다고 간 게, 시골로 갔어. 평양서 오십 리 정도 들어가는 시골이야. 외아들에 시어미만 있는 간단한 집으로, 골라 골라 보낸 거지. 내가 성격이 좀 쎄고 안 차분하니깐, 시집살이 안 할 거 같은 편한 집으로 고른 거지.--- pp.40-41

댄스홀 나가면서랑 미군들이랑 살면서, 애를 수도 없이 떼었어. 낳은 적은 없어. 생긴 거 같으면 병원 가서 진찰해서 떼구, 떼구 그랬지. 하나 있는 아들 키우기도 그렇게 힘든데, 아닌 말로 내 인생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어떻게 애를 또 낳냐구? 더구나 혼혈아를. 살림하는 미군한테 말도 안 하고 혼자 가서 뗐어. 하긴 결혼할 작정한 그 싸진하고는 애를 낳을 생각을 했어. 근데 그 사람이 원래 자식이 둘 있어서 그런가, 좀 피하더라구. 같이 산 게 길지 않아서 그런가, 안 생겼어. 뱃속에서 죽은 것들한테야 그것도 생명인데 생각하면 불쌍하다 싶지만, 길게 보면 안 낳는 게 훨씬 나은 거지. 난 좀, 거기 여자들로는 나이가 든 축이었거든.--- p.78

지들 생각에 내 회개가 뭐겠어? 뻔~하지. 언젠가 아들이 나 붙들고 조용히 말도 하더라구. 미군 부대 근처에서 몸 함부로 굴린 거랑 낙태 많이 한 거랑 그런 거를 회개를 하래는 거야. 지랄을 하고 자빠졌어. 다른 회개래면 할 거 많아두, 난 그 회개는 안 나와. 나도 예수 믿지만, 난 그런 게 별루 죄라고 생각이 안 돼. 여자 혼자 벌어먹고 사느라 한 일인데, 내가 도둑질을 했어 살인을 했어? 그리고 그렇게 임신된 거를 다 낳았어 봐. 그걸 누가 책임지고 키울 거야? 거기서도 미군이랑 살림하던 여자들은 많이들 낳았어. 남자 붙잡아놓을래니까, 남자가 낳자 그러면 낳는 거지. 그러다가 백이믄 아흔 다섯은 남자 혼자 미국 들어가든가, 안 나타나든가 하구, 그 새끼는 여자 혼자 책임이 되는 거야. 그렇게 혼혈아 낳아서 많이들 결국에는 미국으로 입양 보내고 하는 거지. 붙들고 키운 사람들 보면, 어린 것들이 손가락질당해서 학교도 못 가고 직장도 못 다니고, 그러드라고. 나 하나로 끝나면 될 걸 왜 애까지 낳아서 그 설움을 또 만드냐구? 그걸 회개하라니 말이 돼?--- p.101

근데 약이 하도 독해서 뱃속 아그가 지워진다고들 하잖여. 그래서 아그를 죽일 수는 없응게, 그 약을 사다만 놓고 먹지를 않은겨. 아그 낳고 두 살이나 돼서 아직 친정 살 때 그 구전단을 썼어. 먹기도 하지만 태워서 연기를 쬐기도 하거든. 방에 들어가 문이란 문은 다 꽉꽉 막고는, 구전단을 화로에 넣고 불을 피워서, 그 연기를 코랑 목구멍으로 들이마시는데, 얼마나 독한지 입과 목이 나무통처럼 부어서 물도 못 넘기겠더랑게. 구전단이 얼마나 독하냐면 그게 살에 닿으면 살이 패여. 그려서 그걸 먹으려면, 구전단을 으깬 다음 밥에 싸서 씹지를 않고 삼키기도 했다니께. 그렇게 먹어도 몸서리치게 쓴 약이야. 그런데 그렇게 해도 부스럼이 낫지 않자 묘량서 순경질하던 큰오빠가 손가락만 한 페니실린 한 병을 가져와서 그걸 주사로 맞고는 입이랑 코 근방 곪은 살들이 쑥쑥 빠지고 떨어지면서 코 둔덕이 없어지더랑게. 당시 페니실린 한 병 값이 통보리 한 말 정도라고 그러드먼. 그때부터 콧구멍 하나만 이렇게 얼굴 가운데 흉터가 돼서 남고, 목젖도 없어진 거고 이도 빠지기 시작한 거여.--- p.133

맨 땅에 다 큰 여자 키 하나나 되게 땅을 파고, 위에다는 나무판하구 각목들을 얼기설기 얹고, 비닐을 씌우고 그 위에 까만 먹지 같은 걸 얹어. 그게 루핑이래는 거야. 그리고는 방이 어두우니까, 손바닥만 한 유리를 천장에 냈지. 밤에 잘 때 그 유리 천장으로 하늘을 보면 별이 다 보였어. 동상은 낮에는 한양공고에 수위로 나가고, 퇴근하고 와서는 나랑 동상댁이 낮에 주워다 놓은 나무토막이나 못대가리들로 밤새 그 땅굴집을 짓는 거여. 쉬는 날이면 하루 종일 거그 붙어 일을 혀서 집을 지은 거지. 그 화원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쓰레기장이 있었어. 온갖 쓰레기는 다 버리는 곳인데, 그래도 그땐 비닐봉투 같은 게 별라 없어서 태워도 그리 독하진 않드만. 그 쓰레기장을 뒤져 쓸 만한 나무뿌시레기를 주워오고, 그 나무에서 못을 빼서 펴 갖고 다시 쓰고, 그렇게 해서 동상네 집 한 칸 우리 집 한 칸이 생긴 거지. 비록 땅굴집이지만 너무나 좋았어. 우리 집이 생겼다는 게 얼마나 좋았는지…….--- pp.193-194

나 어려서부터 내 몸종이 따로 하나 있어서 늘 나를 챙겨주고 세수도 씻겨주고 그랬지. 세수하러 마당으로도 안 나가. 몸종이 놋쇠 대야에 세숫물 떠다 방으로 갖다 주고, 세수하는 동안 수건 받쳐 들고 있다가 건네주고 그랬어. ‘판동이’라는 머슴 이름도 기억나네. 아버지가 일 미터가 넘는 담뱃대를 길게 늘여 놋재떨이에 땅땅 재를 떨면서 “판동아~” 하고 크게 부르던 기억도 나. 아침에 “판동아~” 하고 부르는 그 소리가 어떻게 들리냐가 그날의 아버지 기분이었고, 또 그날의 집안 분위기였지. 그 소리가 고함 소리면 그날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하게 하루가 지나갔어. 그래도 나는 막내딸이라서 그런 분위기랑 상관이 별로 없었지.--- p.245

인공 때랑 전쟁 때 우리는 한 집안에 우익 대장급하고 좌익 대장급이 한데 있는 거잖아. 속으로는 어쩐가 몰라도, 어쨌든 형제 간 우애는 좋았어. 아무래도 춘섭 오빠가 많이 서글펐겠지만, 그걸 마음에만 담지 밖으로 앙갚음을 할 사람은 아니니께. 그러니까 인민군 오면 춘섭 오빠가 나서서 막아주고, 국방군 오면 이번에는 균섭 오빠가 나서서 막아주고 해서, 우리는 어느 쪽으로도 별 피해가 없었어. 동네 사람들도 우리 아버지 덕 안 본 사람이 없응게, 지주 집이라고 해코지하는 사람도 없었지.--- p.272

그 약국 앞에 약국집 테레비를 내놓고 동네 사람들이 의자에 돗자리들까지 펴고 둘러앉고, 서고 해서 그걸 봤지. 그때는 세계 최초의 달나라 우주선이라고 난리들이 나서 테레비 장사가 아주 잘 됐지. 그 직전에 나는 내내 있던 테레비를 도둑을 맞았던 거야. 노량진 살 때부터 우리는 테레비가 있었어. 아마 서울 와서 얼마 안 되고부터 있었을 거다. 내가 보고 싶어서 일찍부터 산 거지. 테레비 도둑도 대여섯 번은 맞았을 거 같아. 생각해보면 어떤 거는 누가 가져갔는지 뻔한데, 내가 잡을 사람이 아니어서 안 잡은 거야. 그때 연속극들하고 노래들, 쑈프로들이 생각나네. 〈눈은 나리는데 산에도 들에도 나리는데〉, 〈사화산〉, 〈너도 사나이 나도 사나이 우리는 사나이다〉, 〈태양은 늙지 않는다〉, 〈아씨〉, 〈조선노동당〉……. 한번은 뭔 특집방송을 보는 중에 자막으로 “오늘 노동당은 쉽니다”라고 나왔는데 애들이랑 그 자막을 보고는 한바탕 웃었지. ‘후라이보이’ 곽규석이 사회 보는 〈쇼쇼쇼〉를 하는 토요일 두 시면 동네 사람들이 우리 집에 모여 와서 그걸 보고 가기도 했었지.

--- p.317

출판사 리뷰

우리, 웃는 여자들은 다 이쁘다!
일제 강점기 평양에서 출발해 팔순에 마련한 ‘자기만의 방’으로
해방, 전쟁, 독재, 개발의 틈바구니에서 사라진 그 여자들의 목소리가 돌아온다!


“최현숙을 만난 저 할매들이 미주알고주알 털어놓은 마음들을 알 것 같기도 하다. 자식에게도, 며느리에게도 쉽게 꺼내지 못할 사연까지 내놓으신 건 마음으로 들어주고 함께 울어주던 그 깊은 공감 때문이 아니었을까. 말해준 사람도 들어준 사람도 다 고맙다.”
― 김진숙(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

“너의 목소리가 들려” ― 보편적 역사의 뒤안길에서 여성들의 이야기로 듣는 한국 현대사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승자 또는 패자가 돼볼 기회조차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보편적 역사’라는 미명 아래 잊히거나 지워진, 숨겨진 이야기들이 있다. 한 번도 역사의 전면에서 조명된 적 없는, 평범한 여성들의 이야기다. 귀기울여 듣지 않으면 들리지 않을 ‘낮은 목소리’들이다.
‘15소녀 표류기’는 한국 사회 여성들의 목소리로 한국 현대사를 다시 읽어보려는 시도로 출발했다. 다양한 여성들의 개인사를 묻고 들으며 남성들의 역사, 거대 서사 중심의 역사에 가려온 여성들의 새로운 역사를 발굴하려 했다. 한국 현대사를 아우르는 시기를 살아온 할머니들, 역동적인 산업 사회에 태어난 베이비부머 세대의 여성들, 이른바 ‘386 세대’로 불려온 40대 여성들, ‘88만원 세대’ 또는 ‘삼포 세대’로 불리며 악전고투 중인 20~30대 여성들, 그리고 동시대에 성장하고 있는 10대 여성들까지, ‘15소녀 표류기’는 모두 다섯 권의 책으로 구성된다. 지은이들은 각 세대별로 세 명씩, 열다섯 명의 여성들을 인터뷰했고, 그 여자들이 살아온 인생 이야기를 생생한 육성 그대로 실었다. 각자 조금씩 시차를 두고 같은 시대를 다르게 살아나간 여성들의 이야기가 흘러가고 겹쳐지는 과정에서 우리는 모자이크처럼 한국 사회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천당허고 지옥이 그만큼 칭하가 날라나?》는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지금까지 지난한 세월을 살아온 할머니들의 구술 생애사로, ‘15소녀 표류기’의 포문을 여는 이 책과 더불어 2권에서 베이비부머 세대의 여성들을 인터뷰하기도 한, 커밍아웃한 여성 정치인 최현숙은 세 명의 “흔해빠지고 사소한 늙은 여자들”을 만나 그 삶을 재료로 우리의 인생과 사회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밝힌다. 너나없이 누군가의 어머니로, 할머니로 불러온 그 여자들의 이름은, 김미숙(89세), 김복례(87세), 안완철(81세)이다.

“내 하느님은 창녀와 세리와 죄인들의 하느님” ― 세 여성 노인의 구술 생애사
김미숙은 1920년대 평양에서 태어나 해방 무렵 이른 나이에 우연한 계기로 서울에 왔다가 그대로 발이 묶여버린 채 지금까지 살아왔다. 일제 강점기 정신대 징용을 피해 결혼하기 전 평양에서는 전매국, 공장 등에서 직장 생활을 하며 아쉬울 것 없이 살았지만, 서울에 발이 묶이면서 아편 중독자인 남편 대신 하나밖에 없는 자식을 키우느라 갖가지 노동에 종사한다. 그중에서도 미군 부대 부근에서 양색시를 상대로 장사를 하거나 댄스홀 댄서로 일하며 미군들과 살림을 산 이야기는 나중에서야 지은이에게 털어놓게 된다. 미군 부대 부근에서 벌어먹고 산 일과 미군들과 살림을 살다 낙태를 한 일 등을 회개하라고 종용하는 아들네를 두고, “내 하느님은 딱 나 같은 사람을 위해 있는 하느님이야. 창녀와 세리와 죄인들을 위해 오신!”이라고 일갈하는 대목은 무척 인상적이다.
다음으로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는 할머니는 전남 옻방굴 출신의 김복례다. 김미숙처럼 김복례도 정신대 징용을 피해 젊은 시절 이웃 동네 한 남자와 눈속임식 동거를 했다. 남자가 징용으로 끌려간 뒤 친정으로 돌아왔지만 그 남자한테서 옮은 매독으로 안면 장애를 얻게 된다. 그 뒤 김복례의 인생은 스스로 한 말처럼 “새끼들 안 굶길라고 안 해본 거 없이 다 하며” 살아온 세월이다. 남편은 새장가를 든 뒤 이렇다 할 가장 노릇을 하지 않았고, 김복례는 오로지 자기 힘으로 아이들을 키워야 했다. 날품팔이와 행상으로 한 푼 두 푼 벌어 아이들을 먹여 살리다 상경해 쪽방촌 곁에서 땅굴집을 짓고 살다가 자리를 잡기까지, 김복례의 인생은 어디에도 집계되지 않은 ‘비공식 노동’으로 연명하며 빈농에서 도시 빈민으로 이동해온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김복례의 이야기는 큰딸과 둘째가 함께한 자리에서 집단 구술의 성격을 띠고 진행됐는데, 세 사람은 주거니 받거니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한국 사회의 격변기를 함께 헤쳐나간 한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지은이 최현숙의 어머니이기도 한 안완철의 인생사가 펼쳐진다. 안완철은 양반집 막내딸로 태어나 남부럽지 않은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천덕꾸러기 신세가 돼 가족 중 아무도 자신을 더 돌보고 교육시키지 않은 한을 품고 사는 인물이다. 양반이라는 굴레에 머리로는 평생을 갇혀 살면서도, 가장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한 남편 곁에서 자식들을 키우면서는 집 장사, 피엑스 물건 장사부터 사채놀이까지 ‘양반’을 벗어던지고 손닿는 대로 쉼 없이 일해왔다. 모녀지간이라는 관계의 특성상 지은이는 안완철을 인터뷰하면서 가장 많이 개입하고 함께 이야기를 풀어간다. 가정 폭력이라는 같은 그늘을 이고 살아온 억척스러운 엄마와 별난 딸이 서로 이해해가며 자신의 기억과 경험을 재구성하는 과정은 여성주의 구술사 작업이 가진 힘을 보여주는 동시에 사뭇 깊은 감동을 전해준다.

‘웃는 여자들’의 낮은 목소리로 다시 쓰는 우리의 역사
“천당허고 지옥이 그만큼 칭하가 날라나?” 안완철은 하루아침에 뒤바뀌어버린 어린 시절 자신의 신세를 떠올리며 몇 번이고 이렇게 회고한다. 세 여성 노인의 인생은 이렇듯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며 흘러왔다. 한 번도 노동이라 불리지 못한 노동을 하고, 가부장제에서 순종을 강요받으며 어머니로, 한 가계의 가장으로 ‘뼈 빠지게’ 살아왔다.
그렇게 시대의 조류에 휩쓸려 살아온 평범한 여성들이다. 그러나 그 여성들이 풀어놓는 여러 겹의 이야기 사이사이에서, 시대와 역사가 강요한 조건에 순응하지 않은, 때로는 맞서 싸우고 때로는 협상하며 삶의 전략을 세워온 비범한 모습들도 발견하게 된다. 이 ‘웃는 여자들’이 자기 삶을 되돌아보고 재구성해가는 과정을 따라가며, 우리는 여성들의 삶을 틀 지어온 한국 사회의 모습을, 그러나 그 틀 안에 다 담길 수 없던 여성들의 욕망과 투쟁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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