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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직한 연인
비 내리던 밤 회사에서 에이프릴 풀 세상엔 좋은 남자가 가득할 거야 행복은 돌이 되었다 너무 늦은 거야? 개양귀비 사랑 공기 통조림 나이 화장 부르르 씨 나카교 구 오시코지 거리 봄을 알리는 새 옮긴이의 말 |
Seiko Tanabe,たなべ せいこ,田邊 聖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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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긴 하지만 그에게 찰싹 달라붙지는 않았다. 무람없이 굴면 눈치 빠른 여자들에게 금방 들켜버린다. --- p.15
남자들 중에는 팔꿈치만 닿아도 기분이 나빠지는 사람이 있는데 그런 사람하고는 뭘 해도 싫을 게 분명하다. --- p.22 스물다섯 살 여자에게 앞뒤 안 가리는 연애는 이미 어울리지 않는다. 스물다섯 살 여자의 연애는 좀더 상큼하고 여우 같아야 한다. --- p.34 연애라는 건 시작되기 전이 가장 멋진 건지도 모른다. --- p.46 나는 돈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스물여덟 살이 되고보니 돈이란 여자가 스스로를 지키는 무기라는 걸 알게 됐다. --- p.52 그 일 이후 오오쿠라를 신경쓰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었다. 한마디로 말해서 중학생의 첫사랑 같은 기분에 빠지고 만 것이다. --- p.77 그는 조금도 변함없이 유쾌하고 호방한 남자로 보였고 그렇게 행동했지만, 나는 점점 말이 없어졌다. --- p.80 신부수업 같은 걸 하다보면 마음이 저절로 비뚤어지는 느낌이 든다. --- p.84 나는 호감을 가졌던 추억을 그대로 간직한 채 헤어지고 싶었다. “외롭겠는걸. 나 외로워질 거야.” 그는 그렇게 말했다. 그때 그의 목소리는 못되지도 뻔뻔하지도 자기 멋대로이지도 않은, 정말로 그의 좋은 점만을 드러낸 목소리였다. --- p.87 아이고, 또 세상으로 나가는구나. 세상엔 좋은 남자가 가득할 거야. 나는 봄을 맞아 겨울잠에서 깬 것처럼 기뻐했다. --- p.88 눈에서 눈곱이 떨어진 것처럼 나는 돌연 깨달았다. 그 녀석과 살았던 그때가 행복했었다는 것을. 세속의 바람이 불어들어와 그 행복이 돌이 됐다는 것을. 오 년이 지나서야 겨우 알게 됐다. --- p.108 여자란 복잡한 것 같으면서도 단순하고 충실한 법이니까…… 하지만 남자는 다르다. --- p.112 여자는 충전해서 비축하는 일이 없다. 일 년을 함께 있어도 하루 떨어져 있으면 백지상태로 돌아가버리는, 그런 묘하게 제멋대로인 존재가 남자다. --- p.115 결혼과 일을 한 바구니에 빈틈없이 채워놓는 것이 충실한 삶이며, 나는 둘 다 전력투구하며 잘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 p.121 젊을 때는 결벽이 심해서 남녀 간의 응수에 더 민감하니까…… 남녀 사이의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의 교류, 말없이 오가는 시선, 그런 것이 핑핑 아플 정도로 느껴져서 눈을 돌리고 싶어진다. --- p.139 그 사랑은 내 마음속에서 통조림이 되어 있었다. 공기 통조림. 열어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소리도 나지 않는, 뭔가 채워져 있지만 그것이 통조림이 됐다는 사실밖에 알 수 없는 통조림이었다. --- p.168 여자는 이 나이가 되면 자신에게 어울리는 이미지를 설계해서 그 이미지에 가까워지도록 자신을 교정하고 수련해야 한다. 나는 그걸 나만 아는 말로 ‘나이 화장’이라 부른다. --- p.173 서른 넘어서까지 들떠서 지내는 여자는 없다. 서른이 넘으면 무의식중에라도 자신이 안착할 장소를 찾게 된다. 미혼으로 나이를 먹어가는 사이에 자연스레 자신의 등딱지에 맞는 구멍을 파게 되는 것이다. --- p.174 나는 화를 내지 않았다. 화라는 건 예기치 않은 사태, 더구나 그게 나쁘게 돌아갈 때 나는 것이다. --- p.206 나는 하루 지나 다음날에는 슬퍼지리란 것을 알고 있었다. “화내고 싶지만 화낼 수가 없어…… 왜 그런지 화가 나지 않아.” 발끈하고 화를 낼 수 있었던 날은 슬픔을 모르던 날이었다. --- p.2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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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안다,
연애란 시작되기 전이 가장 멋지다는 거! 다나베 세이코 베스트 연애소설 컬렉션 ? 일본 80만부 베스트셀러 스물 이상 서른 미만 여자를 위한 ‘감정 교육서’ 같은 연애소설 열두 편 “공상하기, 들이대기, 헛물켜기, 시작하고 후회하기, 가끔은 시작도 하기 전에 끝내버리기…… 그러니 연애가 잘될 리 없잖아?” 간사이 사투리 연애소설로 유명한 다나베 세이코의 작품들 가운데 최고의 사랑을 받은 단편을 엄선한 『고독한 밤의 코코아』가 출간됐다. 다나베 세이코는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의 저자로 잘 알려져 있으며, 삼십대 여자들의 연애 담화를 신랄한 필치로 그린 『서른 넘어 함박눈』으로 올봄 또다시 국내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고독한 밤의 코코아』는 2010년 복간 이후 일본에서 또 한 차례 다나베 신드롬을 일으키며 80만 독자의 선택을 받은 책이다. 삼십 년도 전에 쓰인 이 소설들이 그토록 사랑받는 것은 특유의 구성진 유머와 단순명쾌한 서사, 감각적인 문체와 더불어 인간과 삶에 대한 다나베 세이코만의 탁월한 묘사와 관조 덕분일 것이다. 다나베 세이코의 소설을 통해 여자들은 연대하고 공명한다. 무겁지 않은 스토리로 무한한 공감을 이끌어내는 능력,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글 몇 줄로 생의 단면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서사를 만들어가는 솜씨, 얼굴이 붉어지고 가슴이 철렁할 만큼 인간 심리를 꿰뚫는 예리함은 이제 다나베 세이코 하면 떠오르는 특별한 아우라가 되어 독자들을 언제나 기대에 부풀게 만든다. 서른 넘어 내리는 눈은 차분하고, 스물 넘은 나의 밤은 언니의 밤보다 고독하다 이 책에는 ‘고독한 밤의 코코아’라는 제목을 단 단편이 등장하지 않는다. 열두 개의 단편은 각각의 주인공들이 보내는 각기 다른 ‘고독한 밤’의 기록들이고, 그 밤의 이야기들은 달콤하지만 뒷맛은 씁쓸한 ‘코코아’의 향기를 품고 있다. 열두 단편의 이미지를 모아 외연을 확장한 이 책의 제목은 아마도 고독한 밤을 보내는 청춘의 그녀들에게 작가가 보내는 따뜻한 위로일 것이다. 와타야 리사는 그녀들의 밤을 “누워도 잠이 오지 않는 밤에 코코아를 마시며 생각에 잠”기는 시간이고, “나는 뭘 위해 살고 있나, 그는 지금 어디서 뭘 할까”를 떠올리는 공간이며, 달콤 쌉쌀하게 입안에 감도는 그 맛이 “인생의 맛”임을 깨닫는 순간이라 말했다. 『서른 넘어 함박눈』이 삼십대 여자들의 로맨스를 그렸다면 『고독한 밤의 코코아』는 아직 많이 어설픈 이십대 여자들의 로맨스를 그린다. 본격적으로 연애다운 연애에 도전하는 ‘스물 넘은 여자들’의 연애는 뭘 좀 알게 된 ‘서른 넘은 언니들’의 연애와는 다르다. 무엇보다 이십대의 연애는 삶의 공기가 뒤바뀔 정도로 심각할 때가 많다. 연애에 대한 몰입도도 언니들보다 훨씬 높다. 나만 좋으면 그만이라는 생각 속에서 홀로 유영한다. 그렇게 주구장창 꽂혀 있다가 어느새 둘러보면 그는 가버리고 혼자 남겨져 있다. 말랑한 심장으로 뛰어든 그녀를 기다리는 건 반성의 밤? 심장은 꼬독꼬독해지고 밤은 더 고독해진다 인생의 쓴맛, 연애의 쓴맛을 모르고 말랑한 심장으로 연애의 바다에 뛰어든 이십대의 그녀는 ‘그’라는 꿈에 빠져 한시도 그에게서 눈을 뗄 수 없다. 아닌 척 새침 떨면서도 뒤에서는 두근두근 야단법석이다. 사랑이라는 마법에 걸리면 여자의 눈에는 시시껄렁한 남자도 페로몬 가득 풍기는 매력남으로, 빈대같이 폐만 끼치는 남자도 다정다감한 남자로, 바람둥이도 그저 외로움 잘 타는 남자로, 감자같이 못생긴 남자도 우수에 찬 남자로 변신한다. 어디가 좋은지 모르겠지만 나는 처음 봤을 때부터 좋았다. 볼 때마다 좋아진다. “그 남자, 별명이 감자야.” “알아.” “그 감자가 좋다고? 어머!”_「공기 통조림」에서 그러나 앞으로가 태산이다. 사귀기 시작하면 그저 행복할 줄 알았는데 머릿속은 점점 복잡해지고 매사가 호락호락하게 굴러가질 않는다. 생각은 많고 경험은 없고 표현력 떨어지고 자기감정조차 아리송하니 문제가 터질 때마다 첩첩수심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곁에 있어 좋기만 했던 남자를 얼떨결에 밀어내버리고(「행복은 돌이 되었다」), 자기 생각만 하다가 남자에게 황당한 어깃장을 놓고(「충직한 연인」), 가끔은 시작도 하기 전에 포기하고 숨어버리는(「세상엔 좋은 남자가 가득할 거야」) 초보다운 우를 범한다. 그는 내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나 역시도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깨닫지 못했다._「충직한 연인」에서 남녀의 차이에 대해선 맹꽁이 수준이다. “나는 여자고 그는 남자라는 사실을 잊고 내가 이러니까 그도 이럴 거”라고 믿고 “컨트롤하려” 들고(「너무 늦은 거야?」), 남자가 괜찮다니까 정말 괜찮은 줄 알고 완전히 마음을 놓아버리기도 한다(「부르르 씨」). 그러고는 파투가 난 다음에야 뒤늦게 문제가 무엇이었는지 찾으려고 전전긍긍한다. 연애의 실패가 거듭될수록 그녀들의 밤은 더 고독해지고, 심장은 꼬독꼬독해진다. 연애는 진짜 재밌지만 고달파! 소녀의 로맨티시즘과 성인의 리얼리즘이 공존하는 다나베 소설의 진수 독특한 유머와 해학, 연애와 현실의 거리에 대한 날선 통찰, 이야기가 끝나면 ‘모두 그렇구나’ 하는 보너스 같은 안도감까지 선사하는 다나베의 소설은 극적이기보다 일상의 풍경처럼 잔잔하고 유머러스하게 전개되지만 이 책에 실린 「개양귀비 사랑」이나 「봄을 알리는 새」 같은 단편은 그 어떤 애달픈 사랑의 글보다 극적으로 소멸의 허무와, 성인의 사랑을 강렬하게 형상화한다. 이렇듯 소녀의 로맨티시즘과 성인의 리얼리즘이 공존하는 다나베 세이코의 연애소설은 노련한 여가수가 관객 하나하나와 눈을 마주치며 부르는 노랫가락과 같다. 이 가수는 때로 장난기 가득한 은밀한 가사로 듣는 이의 얼굴을 붉히게 하고, 절절한 멜로디로 가슴을 무너뜨렸다가 뜻밖의 제스처로 긴장감을 유발하면서 경탄스러운 무대를 만들어나간다. 관객은 사랑을 노래하는 작지만 폭발적인 이 무대를 통해 세상의 관계를 되새김하고 다양한 조화로 가득찬 삶 속에 떠오르는 ‘연애’의 소소하지만 알짜의 재미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