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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서문 첫 번째 수기 두 번째 수기 세 번째 수기 후기 옮긴이의 글 |
Dazai Osamu,だざい おさむ,太宰 治,츠시마 슈지津島修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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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죽음의 냄새가 나는 얼굴’이다. 그런 얼굴에도 어떤 표정이나 인상이 있을 텐데, 인간의 몸에 짐 끄는 말의 머리를 붙여놓으면 이런 느낌일까. 어디가 딱히 그렇다기보다는 어쨌든 보는 사람을 소름 돋게 하고 기분 나쁘게 만든다. 나는 지금까지 이런 이상한 얼굴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pp.14-15, 서문」 중에서 이렇듯 저는 인간의 일상적인 삶의 방식이라는 것을 아직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야 할 듯합니다. 저의 행복에 대한 관념과 다른 모든 세상 사람들의 행복에 대한 관념이 완전히 어긋나 있는 것 같은 불안감. 그 불안감 때문에 저는 밤마다 뒤척이고 신음하고, 거의 미쳐버릴 뻔한 적도 있습니다. 저는 과연 행복한 사람일까요? 어릴 적부터 정말 자주 행운아라는 말을 들어왔지만, 정작 저는 항상 지옥에 있는 것 같은 심정이었으며, 저를 행운아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도리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더 행복해 보였습니다. ---「p.23, 첫 번째 수기」 중에서 ‘그래, 그 말이 맞겠지. 하지만 인간의 마음속에는 그런 걸로는 설명되지 않는, 훨씬 더 이해할 수 없는 무서운 것이 있어.’ 욕망이라 해도 부족하고, 허영이라 해도 모자라며, 색욕과 탐욕이라는 두 가지를 나란히 놓고 봐도 여전히 부족합니다. 정확히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인간 사회의 밑바닥에는 경제로는 설명되지 않는, 어딘지 괴기스러운 무언가가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pp.80-81, 두 번째 수기」 중에서 그러다 갑자기 기침이 나왔습니다. 저는 소맷자락에서 손수건을 꺼내다 손수건에 묻어 있던 피를 보고, 이 기침도 무슨 도움이 될지 모른다는 비열한 속셈으로, 손수건으로 입을 가리고 쿨럭, 쿨럭, 두 번쯤 거짓 기침을 과장되게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검사 얼굴을 힐끗 본 그 찰나, “진짜인가?” 차분한 미소였습니다. 식은땀이 날 만큼 몹시 부끄러웠습니다. 아니, 지금 생각해도 당황스럽습니다. 중학교 시절, 그 바보 다케이치가 “그거. 일부러 그런 거지?” 하며 등짝을 찔러 지옥에 떨어졌던, 그때의 기분보다도 더 비참했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닐 겁니다. --- pp.119-120 어차피 들킬 게 뻔한데도,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게 무서워서, 반드시 뭔가 일을 꾸며내는 것이 저의 슬픈 습성 중 하나였습니다. 그것은 세상 사람들이 ‘거짓말쟁이’라며 경멸하는 습성과 비슷해 보이는 것이긴 하지만, 저는 저 자신에게 이익을 주려고 그렇게 일을 꾸민 경우는 거의 없었고, 다만 분위기가 한순간에 싸늘하게 변하는 것이 숨막힐 정도로 무서워서, 나중에 불리해질 것을 알면서도, 예의 그 ‘필사적인 봉사’, 비록 왜곡되고 보잘것없고 어리석은 봉사라 하더라도, 그 봉사의 마음에서, 그만 한마디 꾸며서 말해버리곤 한 것 같습니다. ---「pp.136-137, 세 번째 수기」 중에서 불행. 이 세상에는 이러저러하게 불행을 겪는 사람들이 있고, 아니, 세상은 불행한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만, 그러나 그 사람들의 불행은 소위 세상을 향해 당당히 항의할 수 있는 불행이며, 세상 역시 그들의 항의를 쉽게 이해하고 동정해 줍니다. 하지만 저의 불행은 전부 저 자신의 죄악에서 비롯된 것이라서, 누구에게도 항의할 길이 없습니다. 게다가 더듬거리며 한마디라도 항의 비슷한 말을 꺼내려고 하면, 넙치뿐만 아니라 세상 사람들 전부가, 네가 어떻게 뻔뻔하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냐, 하고 기막혀 할 게 분명합니다. 나는 과연 세간에서 말하는 ‘제멋대로인 사람’인 건지, 아니면 반대로 너무 소심한 인간인 건지, 저 스스로도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죄악 덩어리인 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그렇게 자초해서 자꾸만 불행해질 뿐 이를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pp.205-206, 세 번째 수기」 중에서 “그 사람의 아버지가 나쁜 거예요.” 마담이 무심코 그렇게 말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요짱은 무척 순수하고 재치 있고, 술만 마시지 않으면, 아니, 마셨을 때라도…… 하느님처럼 착한 아이였어요.” ---「p.229, 후기」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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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된 기록’ 형식을 취한 문제적 고백
작품은 세 편의 수기와 이를 둘러싼 서문·후기로 구성되어 있다. 작품 내부의 설정상 세 수기는 주인공의 1인칭으로 전개되고, 서문과 후기는 이름 없는 화자의 시선으로 쓰였다. 이러한 설정은 요조라는 인물의 삶을 타인의 손에 ‘발견된 기록’처럼 제시한다. 이 독특한 구조는 인물의 고백에 사실성과 거리감을 동시에 부여하며, 독자로 하여금 그를 연민하면서도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사회적인 웃음과 익살 뒤에 숨은 고독과 몰이해, 관계 속에서 번번이 실패하는 인물의 초상은 어쩌면 현대인의 또 다른 초상일지도 모른다. 개인의 파국에서 동시대의 질문으로 《인간 실격》은 작품 바깥 작가의 삶과 유난히 강하게 맞닿아 있는 소설이다. 작가 다자이 오사무는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어린 시절부터 가족과의 갈등, 반복된 유학 생활, 정치 운동 가담과 좌절을 겪으며 일찍이 소외감을 체화했다. 수차례의 자살 시도와 약물 의존, 불안정한 인간관계는 그를 사회의 주변부로 밀어냈고, 그 경험은 고스란히 이 작품의 정서적 토양이 되었다. 《인간 실격》은 단순한 자전 소설이라기보다 작가가 자신의 삶을 하나의 문학적 형식으로 정제해 낸 결과물에 가깝다. 무너짐과 수치, 실패의 기억을 서사로 재구성함으로써 그는 개인적 고뇌를 동시대 청춘의 초상으로 확장해 보였다. 타인의 시선과 사회적 역할의 압박은 시대가 지나가도 가벼워지지 않았다. 그 안에서 어딘가 뿌리내리지 못하고 방황하는 요조의 고백은 도리어 정직하게까지 느껴진다. 우리는 과연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이렇게 행동하고 있는가? 이 작품은 한 인간의 일생을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일 수 있는 자와 인간일 수 없는 자의 경계를 되묻는다. 어쩌면 우리는 요조를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든 체면을 내려놓은 진실한 고백을 읽고 나면 그를 싫어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왜 지금 다자이 오사무인가? 불확실한 미래와 삶의 방향성은 여전히 우리 모두의 난제다. 과잉된 자기표현과 비교, 인정 욕망이 일상이 된 사회에서, 그의 인물들이 느끼는 소외와 불안은 더 이상 과장된 고백으로 읽히지 않는다. 끊임없이 실패하고 무너지는 인간을 그려낸 그의 문장은 오히려 불편하리만치 솔직하다. 작품 속에 스며 있는 무력감과 공포는 한 시대의 감정을 넘어, 오늘을 사는 우리의 정서와도 겹쳐진다. 그의 소설은 단지 한 개인의 파국을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불안과 경쟁, 위선이 뒤엉킨 현대 사회를 비추는 문학이다. ■시리즈 소개 니케북스 문학 큐레이션 니케북스 문학 큐레이션은 ‘단숨에 읽는 손안의 고전’을 지향합니다. 고전을 통해 오늘을 이해하고, 오늘의 감각으로 고전을 새롭게 만나는 경험이 되길 희망합니다. 이 기획은 큐레이션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서로 다른 주제 아래 작품을 선별한 하위 시리즈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시대를 초월해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고전의 깊이는 놓치지 않되, 부담 없이 펼칠 수 있는 만듦새까지 고려했습니다. 니케북스는 오래된 이야기들이 다시 살아나는 순간을 독자와 함께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니케북스의 ‘실존과 경계’ 시리즈 불확실한 시대를 사는 현대인에게 20세기 문학이 답하다 니케북스 20세기 문학선 ‘실존과 경계’는 20세기 문학이 던진 근본적인 질문에 주목한다. 이 시대의 문학은 인간 존재의 불안과 자유, 고독과 책임이라는 실존의 문제를 전면에 드러냈다. 삶과 죽음, 자아와 타자,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탄생한 이 작품들은 문학이 감당해야 할 저마다의 몫을 지고 있다. 내면의 독백과 사회를 향한 목소리가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질 때, 문학은 개인과 세계를 연결하는 통로가 된다. 여기 실린 작품들은 시간이 흐르며 퇴색되는 그저 그런 고전이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 말을 거는 살아 있는 문학이다. 삶을 감각하게 하고, 질문을 유예하지 않으며, 우리 안의 경계를 흔든다. 서사보다 질문에, 해답보다 모순에 집중한 20세기 문학의 통찰이 여전히 유효한 이유다. 각 언어권 전문 번역가들의 원문에 충실한 번역과 21세기의 시선으로 풀어낸 역자 해설은 독자와 작품의 거리를 좁혀 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