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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변신 옮긴이의 글 |
Franz Kaf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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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아침 뒤숭숭한 꿈에서 깨어난 그레고르 잠자는 자신이 흉측한 벌레로 변해 침대에 누워있는 걸 발견했다. 그는 철갑처럼 딱딱한 등을 깔고 누워있었는데, 고개를 조금 들자 아치형의 단단한 마디들로 나뉜 둥그스름한 갈색 배가 보였다. 이불은 금세 흘러내릴 듯 배 위에 간신히 걸쳐져 있었다. 몸뚱이에 비하면 형편없이 가느다란 다리 여러 개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눈앞에서 애처롭게 버둥댔다.
--- p.10 이불을 젖히기는 아주 쉬웠다. 숨을 들이켜서 몸을 조금 부풀리자 이불은 저절로 흘러내렸다. 그러나 그다음이 문제였다. 무엇보다도 그의 몸이 유난히 널찍이 퍼져 있는 탓이었다. 몸을 일으키려면 손과 팔이 있어야 하는데 그가 가진 거라곤 가느다란 다리 여러 개뿐인 데다가, 그것들은 쉬지 않고 제멋대로 꿈틀대며 영 말을 듣지 않았다. 다리 하나를 구부려 보려고 하면 그 다리가 제일 먼저 쭉 뻗어버렸다. 그러다가 가까스로 그 다리를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게 되었지만 그러는 동안 다른 다리들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맹렬하게 법석을 떨어댔다. --- p.19 아무도 혼자 집에 있으려 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집을 아예 비워둘 수도 없었기에 식구 중 적어도 두 사람은 집에 항상 남아 있었다. 사건이 일어났던 바로 그 날, 하녀는 - 그 사건에 대해 무엇을 얼마만큼 알고 있는지는 분명치 않지만 - 당장 해고해 달라며 어머니에게 애걸복걸했다. 그러고는 15분만에 작별을 고하게 되자 눈물을 글썽이며 해고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 p.63 여자들이 옆 방에서 책상에 기대어 잠시 숨을 돌리는 동안 그레고르는 소파 밑에서 기어 나와 네 번이나 방향을 바꿔가며 허둥댔지만, 무엇부터 챙겨야 할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 순간 휑한 벽에 걸린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온통 몸에 모피를 두른 귀부인의 사진이었다. 그는 급히 기어올라가 액자 유리에 몸을 찰싹 붙였다. 뜨겁게 달아오른 배에 와 닿는 액자 유리의 느낌이 상쾌했다. 적어도 이 사진만큼은, 지금 온몸으로 덮고 있는 이 사진만큼은, 그 누구도 빼앗지 못하리라. 그는 거실 쪽 문으로 고개를 돌려서 여자들이 돌아오는지 살폈다. --- pp.85-86 이제 그레고르는 부상으로 인해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을 영원히 잃어버린 것 같았다. 당장은 자기 방을 가로질러 기어가는 데도 늙은 상이군인처럼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고, 천장을 기어오르는 건 꿈도 꿀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레고르는 상태가 이토록 나빠진 데 대한 보상을 너무도 충분히 받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저녁 무렵이면 거실로 통하는 문이 어김없이 열렸기에 그는 한두 시간 전부터 그 문만 뚫어져라 보곤 했다. 문이 열리면 거실에서는 자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끔 어두운 방 안에 누워 불 밝힌 식탁에 둘러앉은 가족들을 바라볼 수 있었다. 예전과는 달리 사실상 모두의 묵인 속에 가족 간의 대화도 들을 수 있었다. --- p.97 이젠 청소부 할멈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이 지긋한 과부인데 오랜 세월 건장한 덩치로 온갖 풍파를 견뎌냈을 것같이 보였고, 그레고르를 전혀 혐오스러워하지 않았다. 호기심도 별로 없었는데 하루는 우연히 그 여자가 그레고르의 방문을 열었다가 그레고르를 보게 되었다. 화들짝 놀란 그레고르는 쫓아오는 사람이 없는데도 이리저리 달리기 시작했다. 반면에 청소부 할멈은 깍지 낀 양손을 배에 얹은 채 그저 놀랍다는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때부터 할멈은 날마다 아침저녁으로 문을 슬그머니 열고는 그레고르를 들여다보기를 거르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를 자기에게 오라고 부르기도 했는데 딴에는 친근하게 군답시고 “이리 와봐! 늙다리 말똥구리야!”, “아이고, 저 말똥구리 좀 보게!”라고 말을 붙였다. --- p.107 “방금 말한 그대로요.” 잠자 씨가 대답했다. 그러고는 양옆의 두 여자와 함께 일렬로 가운데 신사에게 다가갔다. 가운데 신사는 처음에는 잠자코 서서 머릿속으로 이 상황을 새로 재구성하려는 듯 바닥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러시다면 저희가 나가겠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하고는 뜬금없이 비굴하기까지 한 태도로 자신의 결정에 대한 허락을 내려달라는 듯이 잠자 씨를 바라보았다. 잠자 씨는 눈을 크게 뜨고는 신사에게 고개만 몇 번 끄떡였다. 그러자 신사는 곧장 복도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의 두 친구는 말이 오가는 동안 손동작을 멈추고 귀 기울여 듣다가 얼른 그의 뒤를 따라 종종걸음을 떼었다. 마치 잠자 씨가 앞질러서 복도로 가서는 자기들을 대장에게서 떼어놓을까 봐 겁을 내는 듯했다. --- p.1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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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소개
니케북스의 ‘실존과 경계’ 시리즈 불확실한 시대를 사는 현대인에게 20세기 문학이 답하다 니케북스 20세기 문학선 ‘실존과 경계’는 20세기 문학이 던진 근본적인 질문에 주목한다. 이 시대의 문학은 인간 존재의 불안과 자유, 고독과 책임이라는 실존의 문제를 전면에 드러냈다. 삶과 죽음, 자아와 타자,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탄생한 이 작품들은 문학이 감당해야 할 저마다의 몫을 지고 있다. 내면의 독백과 사회를 향한 목소리가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질 때, 문학은 개인과 세계를 연결하는 통로가 된다. 여기 실린 작품들은 시간이 흐르며 퇴색되는 그저 그런 고전이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 말을 거는 살아 있는 문학이다. 삶을 감각하게 하고, 질문을 유예하지 않으며, 우리 안의 경계를 흔든다. 서사보다 질문에, 해답보다 모순에 집중한 20세기 문학의 통찰이 여전히 유효한 이유다. 각 언어권 전문 번역가들의 원문에 충실한 번역과 21세기의 시선으로 풀어낸 역자 해설은 독자와 작품의 거리를 좁혀 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