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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이반 일리치의 죽음 옮긴이의 글 |
Lev Nikolayevich Tolstoy,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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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건 애석하지만 어쨌든 난 아니니까.’ 겉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모두 내심 이렇게 생각했다. 이와 함께 이반 일리치와 가까이 지냈던 동료들, 이른바 그의 친구들은 하는 수 없이 조문을 가고 유족에게 조의를 표해야 하는, 몹시 지루한 의무를 바로 떠올렸다.
--- p.14 ‘사흘 밤낮 동안 끔찍하게 괴로워하다 죽었다고. 그건 내게도 언제든 바로 닥칠 수 있는 일이구나.’라는 생각에 순간 소름이 끼쳤다. 하지만 다음 순간 이건 이반 일리치에게 일어난 일일 뿐, 표트르 이바노비치 자신에게는 일어날 수도 없고 일어나서도 안 되는 일이라는 지극히 평범한 생각이 그를 구해주었다. 아까 시바르츠가 표정으로 보여주었듯 괜한 울적함에 빠져버릴 필요는 전혀 없었다. 마음이 정리되자 한결 편안해진 그는 이반 일리치의 죽음과 관련해 세세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마치 죽음이란 것이 자신과는 무관하고 오직 이반 일리치만이 겪는 모험이라도 된다는 투였다. --- pp.25-26 하지만 그의 권한으로 직접 좌지우지할 수 있는 사람은 적었다. 출장 가서 만나게 되는 경찰서장이나 분리파 교도 정도에 그쳤다. 그런 사람들을 그는 마치 동료인 양 깍듯하게 대했다. 마음만 먹으면 호되게 처벌할 수 있는 상대에게 그렇게 격의 없는 태도를 보인다는 사실 자체를 즐겼던 것이다. 그럼에도 그런 상대는 적었다. 이제 예심판사가 된 지금, 모두가, 지위가 높고 유력해 아쉬울 것 하나 없는 이들을 포함한 모두가 그의 손아귀에 있는 셈이었다. --- p.37 이반 일리치를 가장 괴롭히는 것은 거짓이었다. 그가 그저 아플 뿐이지 죽어가는 게 아니라는, 잘 쉬면서 치료받으면 다시 건강해질 거라는, 모두가 거짓인 줄 알면서도 아닌 척하는 그 거짓 말이다. 무슨 짓을 하든 나아질 리 없고 결국 고통이 심해지다가 죽음에 이르리라는 걸 이반 일리치는 이미 알고 있었다. 모두가 알고 이반 일리치마저 아는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병세에 대해 거짓으로 꾸며대 환자까지도 그렇게 생각하도록 만들려는 그 거짓, 죽음을 목전에 둔 자신 앞에서 벌어지는 거짓, 이 공포스러우면서도 엄숙한 죽음을 문병이니 커튼이니 철갑상어 요리 같은 사소한 수준으로 격하시켜야만 한다는 생각에서 나온 거짓이 이반 일리치는 너무도 괴로웠다. --- p.104 그는 행복했던 삶에서 최고의 순간들을 떠올려보기 시작했다. 헌데 이상한 일이었다. 그 최고의 순간들이 지금은 전혀 다르게 느껴졌다. 어린 시절의 기억을 제외한 모든 것이 그랬다. 어렸을 적에는 진정한 행복이 있었고 그걸 되찾을 수 있다면 그것 하나만으로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 행복을 느끼던 사람은 이미 사라졌다. 마치 다른 사람의 추억 같았다. --- p.126 그전까지 절대 그럴 리 없다고 부인해 왔지만, 그가 평생 제대로 살지 못했다는 끔찍한 의심이 어쩌면 사실일지 몰랐다. 최고위직 분들이 좋다고 여기는 것에 저항하던 어렴풋한 마음, 어렴풋이 떠오르자마자 그가 밀쳐버린 그 마음만이 제대로인 것이고 나머지는 다 가짜라는 생각이 들었다. 업무도, 삶의 방식도, 가족도, 사회와 직장의 이해관계도 모두 제대로 된 것이 아닐지 몰랐다. 그는 이 모두를 변호해 보려 했다. 하지만 하나같이 별 볼 일 없게 느껴졌다. 무엇 하나도 변호할 수 없었다. --- p.1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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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소개
니케북스의 ‘실존과 경계’ 시리즈 불확실한 시대를 사는 현대인에게 20세기 문학이 답하다 니케북스 20세기 문학선 ‘실존과 경계’는 20세기 문학이 던진 근본적인 질문에 주목한다. 이 시대의 문학은 인간 존재의 불안과 자유, 고독과 책임이라는 실존의 문제를 전면에 드러냈다. 삶과 죽음, 자아와 타자,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탄생한 이 작품들은 문학이 감당해야 할 저마다의 몫을 지고 있다. 내면의 독백과 사회를 향한 목소리가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질 때, 문학은 개인과 세계를 연결하는 통로가 된다. 여기 실린 작품들은 시간이 흐르며 퇴색되는 그저 그런 고전이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 말을 거는 살아 있는 문학이다. 삶을 감각하게 하고, 질문을 유예하지 않으며, 우리 안의 경계를 흔든다. 서사보다 질문에, 해답보다 모순에 집중한 20세기 문학의 통찰이 여전히 유효한 이유다. 각 언어권 전문 번역가들의 원문에 충실한 번역과 21세기의 시선으로 풀어낸 역자 해설은 독자와 작품의 거리를 좁혀 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