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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그와 그녀 다락방이 있는 집 사랑에 관하여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옮긴이의 글 |
Anton Pavlovich Chekhov,Антон Павлович Чехо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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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이 사악한 여자를 왜 사랑하냐고 묻습니다. 사실 이 여자는 사랑받을 만한 존재가 아닙니다. 미움받을 가치조차 없습니다. 그저 무관심과 무시의 대상이 되어야 마땅할 겁니다. 그녀를 사랑하려면 제가 되거나 미친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사실 둘은 같은 얘기죠.
--- p.18 「그와 그녀」 중에서 처음으로 팔을 들어 올리고 입을 열 때 그 찢어진 작은 틈새는 커다란 눈동자로 변하고 광채와 열정으로 가득 차게 됩니다. 이토록 매력적인 눈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을 겁니다. 제 아내인 그녀‘가 노래를 시작할 때, 첫 음절이 공기 중에 울려 퍼질 때, 그 신비로운 소리가 제 어지러운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힐 때, 그때 제 얼굴을 봐주십시오. 그러면 제 사랑의 비밀이 드러날 것입니다. “정말 아름답지 않나요?” 저는 옆자리의 사람들에게 묻습니다. 그들은 “네,”라고 답하지만 저한테는 그걸로 부족합니다. 혹시라도 이 놀라운 여성이 제 아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다 없애버리고 싶죠. 저는 이렇게 과거를 모두 잊고 오로지 현재만을 살아갑니다. --- pp.22-23 「그와 그녀」 중에서 제가 저 사람을 사랑하냐고 물으셨죠? 네, 가끔은 그렇습니다. 그 이유는…… 신만이 아시겠죠. --- p.25 「그와 그녀」 중에서 벨로쿠로프는 ‘에에’ 소리를 길게 끌면서 세기의 질병인 비관주의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확신에 찬, 마치 논쟁을 벌이는 듯한 말투였다.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한 사람의 말을 그렇게 듣는 것보다는 황량하고 단조로운, 불타버린 초원을 한없이 걷는 편이 덜 우울할 것 같았다. “문제는 비관주의나 낙관주의가 아니네. 백 명 중 아흔아홉 명에게 지혜가 없다는 거야.” 내가 짜증스럽게 말했다. 벨로쿠로프는 이를 자기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고 화를 내며 가버렸다. --- p.55 「다락방이 있는 집」 중에서 나는 이 분 정도 제냐가 달리는 소리를 귀 기울여 들었다. 집에 가고 싶지 않았고, 가야 할 이유도 없었다.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겨 서 있다가 조용히 되돌아섰다. 제냐가 사는 집, 사랑스럽고 소박하고 오래된 그 집을 다시 한번 보고 싶었다. 다락의 창문들이 다 이해해 주는 눈처럼 나를 바라보는 곳 말이다. 나는 테라스를 지나 테니스장 옆의 벤치에 앉았다. 어둠 속, 오래된 느릅나무 아래에서 집을 바라보았다. 제냐가 사는 다락방 창문에서 밝은 빛이 번쩍이다가 평온한 녹색 빛으로 바뀌었다. 램프에 갓을 씌운 것이다. 그림자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부드러움, 고요함, 그리고 자신에 대한 만족감이 차올랐다. 누군가에게 빠지고 사랑할 수 있다는 데서 오는 만족감이었다. --- pp.72-73 「다락방이 있는 집」 중에서 사랑에는 개인의 행복이 중요한 법이니 모든 걸 다 밝혀내기란 불가능하고 나름대로 해석해야 할 겁니다. 지금까지 사랑에 대해 알려진 확고한 진실은 딱 하나, ‘그 비밀이 크도다’이겠지요. 이외에 사랑에 대한 글이나 말은 모두 해답이 아니라 질문, 지금까지도 답이 나오지 않은 질문을 제시한 것에 불과합니다. 한 사례에 맞아떨어지는 것 같은 설명이 다른 열 개 사례에는 맞지 않죠. 그러니 일반화하려 하지 말고 각 사례를 개별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 pp.81-82 「사랑에 관하여」 중에서 저는 불행했습니다. 집에서도, 들에서도, 헛간에서도 그 부인을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젊고 아름답고 총명한 여자가 이미 마흔 살이 넘어 노인이나 다름없는 따분한 남자와 결혼해 아이를 낳고 사는 비밀을 이해하려고 애썼습니다. 선량하고 따분한 그 남자, 건전한 상식만 늘어놓고 무도회나 파티에서는 명망 있는 이들 곁에서 아무 관심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만 끄덕이는 남자. 마치 팔려온 사람처럼 축 처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그럼에도 부인에게서 자녀를 얻고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고 믿는 그 남자의 비밀을 이해하고 싶었습니다. 어째서 그 부인이 제가 아닌 그 남자를 만났는지, 어째서 우리 삶에 그런 끔찍한 실수가 일어났는지 알아내고 싶었습니다. --- p.94 「사랑에 관하여」 중에서 근처에 아무도 없을 때 그는 네거리 광장이나 정원에서 갑작스레 부인을 끌어당겨 열정적으로 입을 맞추었다. 완벽한 여유로움, 누가 볼까 주위를 둘러보며 대낮에 나누는 짜릿한 입맞춤, 더위와 바다 내음, 좋은 옷을 갖춰 입고 한가하게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그를 완전히 변화시켰다. 그는 부인이 얼마나 아름답고 매혹적인지 말해주었고 참을 수 없는 열정에 사로잡혀 한 걸음도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부인은 종종 생각에 잠겨 그가 자기를 존중하지 않고 전혀 사랑하지 않으며 추악한 여자로 여긴다는 점을 인정하라고 요구했다. --- pp.121-122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중에서 어느새 기억은 소망이 되고 과거가 미래와 뒤섞였다. 안나 세르게예브나는 꿈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그림자처럼 그를 따라다녔다. 눈을 감으면 바로 앞에 있는 듯 부인이 보였다. 전보다 더 아름답고 젊고 부드러운 모습이었다. 그 자신도 얄타에 있던 때보다 더 멋있어진 듯했다. 저녁마다 부인은 책장에서, 벽난로에서, 방구석에서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부인의 숨소리와 옷자락 사각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거리에서는 혹시 부인과 비슷한 여인이 없는지 찾느라 바빴다...... --- pp.127-128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중에서 도대체 이 여자는 왜 이토록 자신을 사랑하는 것일까? 전에 만난 여자들은 있는 그대로의 그가 아닌, 상상 속에서 만들어내 평생 애타게 찾아 헤맸던 그런 모습을 사랑했다. 그리고 실수를 깨달은 후에도 여전히 사랑했다. 그와 함께 있어 행복했던 사람은 그중 단 한 명도 없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만났다가 사귀고 헤어지기를 반복하면서 그 역시 단 한 번도 사랑한 적이 없었다. 뭐라 이름을 붙이든 사랑은 절대 아니었다. 그리고 머리가 세기 시작하는 지금에야 그는 난생처음으로 진짜 사랑을 하게 된 것이다. --- pp.144-145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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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체호프인가?
체호프가 포착한 인간의 감정과 관계의 본질은 백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거의 변하지 않았다.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은 공감하기 어려운 영웅이 아니라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로, 사랑 앞에서 흔들리고, 사소한 선택에 망설이며, 고백하지 못한 감정에 오래 머문다. 그의 단편 문학은 거대한 서사 대신 일상의 작은 균열을 통해 인간의 깊은 감정을 드러내고, 그 속에서 현재의 우리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 불확실성과 관계의 피로가 깊어진 시대, 체호프의 섬세한 시선을 통해 삶을 다시 이해해 본다. 니케북스의 ‘불멸의 연애’ 시리즈 이룰 수 없었기에 시공을 초월해 살아남은 얻은 100년 전 사랑 이야기 연애는 시대마다 다른 얼굴을 하고 나타나지만, 인간의 가장 보편적이고 근원적인 경험으로서 문학 속에서 늘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니케북스 ‘불멸의 연애 시리즈’는 고전과 근대문학에 담긴 사랑의 모습들을 현대의 독자와 다시 마주하게 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이 시리즈는 연애를 단순한 낭만이나 감정의 발현으로 한정하지 않고, 사회적 제약, 개인의 욕망, 자유와 억압, 행복과 상처가 교차하는 장으로서 조명한다. 19~20세기의 작가들이 남긴 사랑의 서사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그 속에서 사랑의 빛과 그림자, 그리고 연애를 둘러싼 인간 존재의 복합성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특히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문학 속 불멸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 스스로의 감정과 관계를 성찰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