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작가 소개
로마 열병 기도하는 공작 부인 옮긴이의 글 |
Edith Wharton
이디스 워튼의 다른 상품
김혜림의 다른 상품
|
“뭐라고 했어?”
“아, 아무것도 아냐. 그저 네 딸 바버라가 어떻게 그렇게 모든 일을 자기 뜻대로 이끌어 가는지 궁금해하는 중이었어. 그 캄폴리에리 집안 아들은 로마에서도 손꼽히는 신랑감이잖아. 모른 척하지 마. 너도 다 알면서. 그래서 말인데, 이렇게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너와 호러스같이 점잖은 부부에게서 어떻게 저렇게 활동적인 아이가 나왔는지 참 궁금해.” 슬레이드 부인은 약간 날이 선 웃음을 지으며 덧붙였다. 로마 열병, --- p.30 “맞아, 해리엇 할머니. 해가 진 후에 여동생을 포럼으로 내보내서 자기 앨범에 꽂을 ‘밤에 피는 꽃’을 꺾어 오라고 했다는 분이지. 우리 할머니 세대는 모두 말린 꽃을 모아놓는 앨범을 가지고 계셨거든.” 슬레이드 부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은 둘이 같은 남자를 사랑해서 동생을 밖으로 내보냈다고 했지?” 로마 열병, --- p.35 “더는 못 참겠으니까!” 앤슬리 부인이 휙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은 크고 창백했다. “못 참겠다니, 뭘?” “왜……나는 처음부터 그날 밤 네가 거기 왜 갔는지 알고 있는데, 너는 내가 알고 있는 걸 모르잖아.” “내가 왜 갔는지……” “그래. 지금 내가 거짓말한다고 생각하지, 그렇지? 하지만 넌 내 약혼자를 만나러 갔던 거잖아. 너를 나가게 만든 그 편지 내용을 나는 토씨 하나 빼지 않고 다 말할 수 있어.” 로마 열병, --- p.38 그는 내가 지금껏 본 사람 중 가장 나이가 많았다. 너무 먼 과거로 빨려 들어가 있는 듯, 살아 있는 존재라기보다 차라리 하나의 기억처럼 보였다. 그 노인을 실재하는 세계와 연결해주는 유일한 징표는, 내가 들어올 때 문지기의 아이에게 리라 한 닢을 꺼내주었던 주머니를 집요하게 바라보는 그의 파충류 같은 작은 눈빛뿐이었다. 그는 주머니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기도하는 공작 부인, --- pp.55-56 공작 부인은 황홀경에 잠긴 듯했다. 천상에서 부는 바람결에 레이스가 하늘거리고 하얀 두건 밑으로 흘러내린 애교머리가 날리는 것 같았다. 천재 조각가는 갸웃하게 기울어진 그녀의 머리와 부드러운 곡선을 이루는 어깨선을 절묘하게 표현했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 얼굴을 들여다보니……그것은 공포에 얼어붙어 있었다. 이토록 강렬한 증오와 반발, 그리고 고통이 담긴 얼굴은 처음이었다. 기도하는 공작 부인, --- p.64 공작은 학자였어요. 그가 책을 든 모습으로 초상화에 그려져 있는 것을 보셨지요? 글을 읽을 줄 아는 사람들은 그 속에 온갖 놀라운 것들이 가득하다고들 합니다. 마치 산 너머 장터에 다녀온 이가 집에 돌아와선 늘, ‘그곳은 당신들이 평생 볼 수 없는 세상’이라고 자랑하듯이 말이지요. 그에 비해 공작 부인은 음악과 연극, 젊은 손님들과 어울리는 것을 무엇보다 좋아했어요. 기도하는 공작 부인, --- p.74 아스카니오는 빼어난 청년이었어요. 마치 성 세바스티아누스를 옮겨놓은 듯 아름다웠고, 보기 드문 음악가였답니다. 그가 직접 만든 노래를 류트에 맞춰 부르면 제 할머니는 마음이 녹아내리고 따뜻하게 데운 포도주처럼 노래가 온몸을 적셨다고 합니다. 또 누구에게나 살갑게 말을 건넸고, 언제나 세련된 프랑스식 옷을 입고 다녔으며, 콩밭의 풋향기처럼 달콤하고 싱그러운 냄새를 풍겼답니다. 그래서 저택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를 반갑게 맞이했지요. 기도하는 공작 부인, --- pp.77-78 침구실에서는 저택의 앞마당이 보였는데, 할머니는 갑자기 이상한 광경이 다가오는 것을 목격했답니다. 먼저, 모두가 로마에 있다고 알고 있는 공작의 마차가 길을 따라 다가왔고, 그 뒤로 노새와 소가 긴 줄로 연결된 수레를 끌고 왔습니다. 수레 위에는 수의 같은 천으로 감싼, 무릎을 꿇은 듯한 형상이 보였습니다. 이 낯선 모습에 소녀는 어안이 벙벙해졌고, 공작의 마차가 문 앞에 다다랐을 때야 비로소 공작의 도착을 알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한편 그 장면을 본 넨시아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방에서 뛰쳐나갔습니다. 기도하는 공작 부인, --- pp.92-93 그곳은 비어 있고 어두컴컴했으나, 앞쪽으로 나아가자 어디선가 낮은 흐느낌이 들렸습니다. 그리고 조각상 앞에 이르렀을 때 그 얼굴을 보았답니다. 전날까지만 해도 그렇게 상냥하게 웃던 얼굴이 지금은 손님도 아는 그 표정으로 변해 있었고, 흐느낌은 그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듯했다는 것입니다. 할머니는 온몸이 얼어붙는 듯했는데, 무슨 이유에선지 소리치거나 비명을 지를 수 없었다고 나중에 얘기하더군요. 기도하는 공작 부인, --- p.115 |
|
니케북스의 ‘불멸의 연애’ 시리즈
이룰 수 없었기에 시공을 초월해 살아남은 얻은 100년 전 사랑 이야기 연애는 시대마다 다른 얼굴을 하고 나타나지만, 인간의 가장 보편적이고 근원적인 경험으로서 문학 속에서 늘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니케북스 ‘불멸의 연애 시리즈’는 고전과 근대문학에 담긴 사랑의 모습들을 현대의 독자와 다시 마주하게 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이 시리즈는 연애를 단순한 낭만이나 감정의 발현으로 한정하지 않고, 사회적 제약, 개인의 욕망, 자유와 억압, 행복과 상처가 교차하는 장으로서 조명한다. 19~20세기의 작가들이 남긴 사랑의 서사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그 속에서 사랑의 빛과 그림자, 그리고 연애를 둘러싼 인간 존재의 복합성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특히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문학 속 불멸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 스스로의 감정과 관계를 성찰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