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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이 머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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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부 (1~12장)
2부 (13~24장)
3부 (25~28장)

저자 소개 2

이디스 워튼

관심작가 알림신청
 

Edith Wharton

1862년 1월 24일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문학, 철학, 종교 서적을 탐독했고 다양한 독서의 내공으로 1878년 첫 시집을 출간했다. 1885년 열세 살 연상의 에드워드 로빈스 워튼과 결혼했으며 1894년부터 심각한 신경쇠약을 앓았다. 이를 치료하기 위해 유럽으로 이주, 이후 여러 나라를 옮겨 다니며 유럽 지역의 역사, 건축, 미술에 대한 글과 소설을 썼다. 1905년 장편소설 『환락의 집』을 발표하면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고 헨리 제임스, 싱클레어 루이스, 장 콕토, 앙드레 지드 등 유명한 문인들과 교류했다. 이후 발표한 『순수의 시대』(1920)로
1862년 1월 24일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문학, 철학, 종교 서적을 탐독했고 다양한 독서의 내공으로 1878년 첫 시집을 출간했다. 1885년 열세 살 연상의 에드워드 로빈스 워튼과 결혼했으며 1894년부터 심각한 신경쇠약을 앓았다. 이를 치료하기 위해 유럽으로 이주, 이후 여러 나라를 옮겨 다니며 유럽 지역의 역사, 건축, 미술에 대한 글과 소설을 썼다.

1905년 장편소설 『환락의 집』을 발표하면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고 헨리 제임스, 싱클레어 루이스, 장 콕토, 앙드레 지드 등 유명한 문인들과 교류했다. 이후 발표한 『순수의 시대』(1920)로 1921년 여성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평생 소설, 시, 에세이, 여행기, 회고록 등 40여 권이 넘는 책을 남겼으며 1937년 일흔다섯의 나이로 프랑스 파리에서 생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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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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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ers

해밀누리 출판사의 안팎에서 모인 번역팀은, 언어라는 거대한 광산 속에 숨겨진 가장 빛나는 보석을 찾아내는 광부라는 뜻으로 마이너스(Miners)라는 이름을 지었다. 단순히 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바꾸는 데서 멈추지 않고, 글에 담긴 영혼과 맥락, 그리고 저자의 진정한 의도를 찾아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숙련된 광부가 원석의 내면을 꿰뚫어 보듯, 마이너스는 문장이 지닌 고유한 빛을 발견하고, 그것을 섬세하게 다듬어 세상에 선보이는 것을 팀의 사명으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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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10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352쪽 | 378g | 128*188*23mm
ISBN13
9791175052055

책 속으로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이렇게까지 행복할 순 없을 거야.” 수지는 나른한 속눈썹 사이로 달빛을 여과시키며 그렇게 생각했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늘 수지 브랜치의 혐오 대상이었다. 그리고 이제 수지 랜싱에게는 더욱 위험한 혐오의 대상이 될 터였다. 그녀는 그들을 증오했다. 인류의 타고난 적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늘 비위를 맞춰 줘야 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이중으로 증오했다. 인생의 대부분을 그들 사이에서 보냈기에, 그들에 대해 알아야 할 것은 대부분 알고 있었고, 거의 이십 년간의 의존 생활이 낳은 경멸적인 눈으로 그들을 판단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의 적개심은 단지 사랑의 부드러운 효과 때문만이 아니라, 바로 그들로부터 그녀와 닉이 지금까지의 가장 무모한 계획 속에서도 감히 꿈꾸지 못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얻어냈다는 사실 때문에 누그러지고 있었다.
--- p.11

그는 긴 버드나무 의자에 몸을 늘어뜨렸고, 그녀는 보트 쿠션 더미 위에 몸을 말듯이 웅크리고는 그의 무릎에 머리를 기댔다. 눈을 들어 올리면, 날카로운 검은 플라타너스 가지들 사이로 은빛으로 박힌 달빛의 작은 조각들이 보였다. 주위 모든 것은 평화와 아름다움, 그리고 안정감으로 숨 쉬고 있었다.
--- pp.10-11

랜싱은 스트레퍼드의 값비싼 시가 꽁초를 호수에 던져 버리고, 아내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가엾은 아이! 그녀는 어느새 잠들어 있었다…. 그는 몸을 뒤로 젖히고, 다시 은빛으로 가득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정말 이상했다 -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 이 빛이 바로 자신의 허니문 덕분에 비춰지고 있다니! 1년 전만 해도, 누군가 자신이 이런 모험을 감행할 거라고 예언했다면, 그는 증세가 보이는 즉시 감옥에 가둬 달라고 했을 것이다…. 그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이 모험이 미친 짓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수지가 하루에도 스무 번씩 “우리가 이 일을 해냈잖아요 - 그러니 왜 걱정해요?” 하고 상기시키는 것은 좋았다. 그녀의 멀리 내다보는 영리함과 지금 자신이 누리고 있는 행복조차도, 그 미래가 이성적인 판단 아래서 견딜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주지는 못했다. 여름 달빛 속, 아내의 머리를 무릎에 두고 앉아 있던 그는, 자신들이 어떻게 스트레피의 호숫가 별장까지 오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되짚어 보려 했다.
--- pp.20-21

그 모든 과거가 어떤 대가를 치르게 했든, 또 미래가 그에게 어떤 값을 요구하든 간에, 이 고요함과 달콤함 속에서 그녀의 잠든 머리를 무릎에 두고 앉아 있는 지금 이 순간, 그 모든 것이 충분히 보상받고 있다고 그는 느꼈다. 마치 잠든 세상이 달빛에 포근히 안긴 것처럼, 그는 기쁨으로 그녀를 꼭 껴안고 있었다. 그는 몸을 굽혀 그녀에게 입을 맞추었다. “일어나.” 그가 속삭였다. “잘 시간이야.”
--- p.30

수지는 원래 사치를 사랑했다. 화려한 물건들은 언제나 자신을 아름답게 느끼게 했고, 높은 천장은 그녀에게 당당함을 안겨 주곤 했다. 지금껏 부의 증거들에 눌린 적은 없었다. 그녀는 빗을 내려놓고 두 손에 턱을 괴었다. 그제야 다시 생각났다. 대체 왜 시가를 가져왔던 걸까? 그녀는 늘 스스로의 양심적 본능을 중시했다. 이성적으로는 자유분방했지만, 이성으로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일에 대해서는 유난히 집착하는 편이었다. 그런데도 스트레피의 시가를 가져온 것이다! 아니, 중요한 건 그 시가를 닉을 위해 가져왔다는 사실이었다. 그의 생활 속 가장 사소한 부분까지 편안하고 즐겁고 호사롭게 만들어 주고 싶은 열망이 그녀의 마음을 온통 사로잡고 있었던 것이다. 수지는 자신을 위해서는 결코 하지 않았을 비열한 일을, 그를 위해서만큼은 서슴없이 저질렀다. 그런데 닉은 그 차이를 전혀 느끼지 못했으니, 그녀가 그것을 설명할 길은 영영 없을 터였다.
--- p.41

그래, 모든 건 늘 다 있었다. 이제 문이 닫히고 목소리가 사라질 때마다, 그녀의 기억들이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그 기억들은 언제나 거기서, 조용히, 집요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 p.153

수지는 오직 고독 속에 구원이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알았다. 그 어떤 것도 준비되지 않았음을, 그리고 자신이 고독을 견딜 수 없는 사람임을.
--- p.153

수지는 고개를 숙였다. 앞으로 닥칠 긴 세월의 무게가 어깨 위에 납덩이처럼 얹히는 기분이었다. “난 아직 젊어… 인생은 너무 길어. 그렇다면 뭐가 남지?” “아, 네가 너무 어려서 내가 말해도 믿지 않겠지. 하지만 이해할 만큼은 충분히 영리해.” “그렇다면, 도대체 뭐가 남는 건데?” “우리가 없어도 된다고 착각하는 것들이 실제로는 우리를 붙잡고 있는 거야. 습관이지 - 피라미드보다 오래 남는 것. 편안함, 사치, 여유로운 공기… 무엇보다도 지루함과 단조로움, 구속과 추함에서 벗어날 수 있는 힘. 넌 그 힘을 본능적으로 선택했어, 어른이 되기도 전에. 닉도 마찬가지였고. 차이라면 닉은 너보다 조금 일찍 그게 진짜 오래가는 것, 삶의 필수 조건이라는 걸 깨달았다는 점이지.”
--- pp.162-163

수지의 가슴이 조여들었다. 그녀는 물질에 구애받지 않는 삶의 교훈을 배우고 싶어 그레이스를 찾았는데, 돌아온 건 오히려 가난이 얼마나 무겁고 잔혹했는지의 고백이었다. 결국 뉴햄프셔 언덕에서의 빈곤과 싸움은, 그레이스와 내트가 늘 미소로 포장해온 것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그렇다 하더라도….
--- p.174

만약 바로 그 순간 닉이 나타나 두 팔을 벌렸더라도, 과연 자신에게 돌아갈 용기가 있었을까, 수지는 확신하지 못했다.
--- p.191

그 감정 속에는 습관이라는 요소도 크게 작용했다. 무엇보다도 그는 그녀와 함께하는 데 익숙했고, 그녀의 관점, 너그러움, 한계를 잘 알고 있었으며, 지루할 가능성은 거의 없고 오히려 자주 즐겁게 해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불타는 열정은 아닐지라도, 그런 재료들이야말로 오히려 감정을 오래도록 편안하게 유지시켜주는 것인지도 몰랐다. 수지는 이미 열대 같은 사랑을 맛봤고, 이제는 좀 더 온화한 날씨를 원했다. 하지만 앞으로 1년 동안 그의 흥미를 유지시키고, 다른 여자들을 막아내며, 그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은 말로 할 수 없이 우울했다. 그러나 이런 건 차마 그에게 털어놓을 수 없었다.
--- pp.251-252

그 어떤 자기 절제나 철학, 경험이 무슨 소용인가. 그 밑바닥의 제멋대로인 자아가 단 한순간에 그것들을 마른 장작처럼 집어삼켜버릴 수 있다면.
--- p.294

운명은 자신과 맺은 거래를 좀처럼 잊지 않으며, 복리를 붙여 대가를 요구하는 법이다. 그렇다면 때가 온 지금, 기꺼이 값을 치르고, 그 대가를 치를 만치 그 해를 빛나게 만들었던 것들만 기억하면 되지 않는가.

--- pp.315-316

출판사 리뷰

★ 사랑과 조건, 그 불안한 경계 위에서 ★
★ 화려한 사교계의 빛과 그림자 ★
★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사랑과 결혼의 본질에 대한 질문 ★

『달빛이 머문 순간』은 단순한 연애 소설이 아니라, 시대의 공기와 제도의 한계를 담아낸 예리한 사회적 기록이자 문학적 성찰이다. 이 소설은 1920년대 초 미국과 유럽의 상류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제1차 세계대전 직후, 경제적 격변과 사교계의 변화 속에서 사람들은 여전히 전통적인 부와 신분을 삶의 기반으로 삼으면서도, 새로운 자유와 개인적 선택을 꿈꾸고 있었다.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는 작품 곳곳에 스며 있으며, 화려한 사교계의 무도회와 파티는 한편으로는 찬란한 풍요를, 또 다른 한편으로는 불안정한 허무를 드러낸다.

특히 작품 속에 묘사된 결혼 제도는 당시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다. 20세기 초 결혼은 사랑만으로 성립되는 개인적 결합이라기보다, 재산과 사회적 지위를 보장받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기능했다. 수지와 닉의 결혼은 바로 그 제도의 모순을 드러낸다. 사랑을 기반으로 한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부유한 친구들의 도움과 조건부 호의에 기대어 유지된다. 결혼이란 제도가 얼마나 사회적 환경에 좌우되는지, 그리고 그 속에서 개인적 진실과 감정은 어떻게 시험대에 오르는지를 이 작품은 집요하게 보여준다. 수지와 닉이 마주하는 갈등은 단순히 부부 간의 불화가 아니라, 시대가 강요한 결혼 제도의 모순이 투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의 의의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생생하다. 현대의 독자들 역시 사랑과 경제적 조건, 사회적 인정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다. 결혼과 연애를 둘러싼 고민은 시대가 변했음에도 본질적으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사회적 기대와 개인적 선택 사이의 긴장은 더 다양하고 복잡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달빛이 머문 순간』은 바로 이러한 지점에서 지금의 독자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전한다. 사랑이란 현실적 필요와 타협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모든 조건을 넘어서는 절대적 힘인지 여전히 묻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 작품은 20세기 초의 사교계를 배경으로 하지만, 그 속에서 제기되는 질문은 시간을 넘어 현재에도 그대로 살아 있다. 화려한 달빛이 잠시 비추고 사라지듯 덧없지만 강렬한 삶의 순간 속에서, 워튼은 인간이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행복과 헌신의 의미를 묻는다. 『달빛이 머문 순간』은 시대를 넘어선 질문과 성찰을 품은 고전으로, 오늘날 독자들에게도 여전히 빛나는 울림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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