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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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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h Whar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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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당황스러웠던 짧은 장면을 되새길수록 세상 물정도, 문학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이 그 어느 때보다 무겁게 그녀의 가슴을 짓눌렀다. “이 마을에서 뭘 해보겠다는 건 다 헛짓이야.” 그녀는 베개에 얼굴을 묻은 채 중얼거렸다. 애너벨 볼치보다 더 세련된 옷을 입은 여자들이 루셔스 하니 같은 손을 가진 젊은 남자들과 건축에 관한 이야기를 막힘없이 나누는, 네틀턴보다 훨씬 눈부신 도시의 환영이 어렴풋이 떠오르자 몸이 움츠러들었다.
---p.36 그는 지금껏 그녀가 알고 지낸 누구보다도 꾸밈없는 동시에 공손했다. 때로 그가 아주 솔직하게 행동할 때 채리티는 둘 사이의 거리감을 더욱 뚜렷이 느꼈다. 교육과 기회가 만들어낸 간극은 그녀가 아무리 노력해도 메울 수 없었다. 그의 젊음과 채리티를 향한 찬미가 둘 사이를 가깝게 느끼게 하는 순간에도 하니가 무심코 내뱉은 말 한마디나 무심한 듯 흘리는 암시가 그녀를 다시 심연 너머로 밀쳐버리는 듯했다. ---p.70 어둠 속에서 채리티는 두 손이 자신의 머리를 감싸고 있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 얼굴이 부드럽게 뒤로 젖혀지더니 하니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에 닿았다. 그는 갑작스러운 격정에 사로잡혀 두 팔로 그녀를 감싸안고 그녀의 머리를 가슴에 끌어당겼다. 그녀는 그 품 안에서 그의 입맞춤을 고스란히 받아들였다. 지금껏 알지 못했던 하니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그녀를 지배하는 동시에 그녀가 새롭고도 신비한 힘을 지니게 되었다고 느끼게 했다. ---p.136~137 그녀는 감정을 느끼지 못해 메말라버린 듯한 사람들 사이에서 평생을 살아왔다. 처음에는 하니의 애정 표현보다 그 애정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사랑의 말이 더 놀라웠다. 그녀는 늘 사랑을 당황스럽고 숨겨야 하는 것으로만 여겨왔는데, 하니는 사랑을 한여름의 공기처럼 생기 있고 솔직한 것으로 만들어주었다. ---p.163~164 이런 생각을 곱씹을수록 숙명이라는 무게가 점점 더 무겁게 채리티를 짓눌렀다. 상황에 맞서 싸워봤자 아무 소용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지금껏 환경에 적응하는 법을 전혀 모르고 살아왔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부수고, 찢고, 파괴하는 것뿐이었다. 앨리와의 일을 생각하면 자신이 어린아이처럼 유치하고 난폭하게 굴었다는 사실이 부끄러워 견딜 수 없었다. 하니가 그 광경을 봤다면 어떻게 생각했을까? 하지만 마음이 뒤엉킨 채로 그 일을 다시 생각해봐도 교양 있는 사람이라면 그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그녀는 알 수 없는 힘 앞에 불리하게 맞서고 있다고 느꼈다……. ---p.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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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핏줄을 따라 흐르며 춤추는데
어디에서 태어났든, 누구의 딸이든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폭풍처럼 몰아친 사랑이라는 이름의 열병 여름을 대표하는 바로 그 소설이자 지금, 여기의 여성들이 다시금 발견한 매혹적인 불멸의 고전 『여름』이 독자들을 새롭게 찾아온다. 『여름』은 답답한 시골 마을에서 해방을 꿈꾸는 채리티 로열이 세련된 도시 청년 루셔스 하니를 만나며 겪는 뜨거운 사랑과 성적 각성, 그리고 뒤이어 찾아온 혹독한 현실을 밀도 높게 그린 작품이다. 『여름』의 주인공 채리티는 폐쇄적이고 따분한 시골 마을 노스도머에서 후견인 로열 변호사의 엄격한 통제 아래 무기력한 삶을 살아간다. 채리티는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누구의 딸인지에 대한 근원적인 결핍과 불안을 안고 있다. 특히 ‘산 출신’이라는 배경은 채리티에게 평생 지울 수 없는 낙인처럼 따라붙는다. 그러던 어느 날, 도시의 세련된 문화와 자유로움을 품고 나타난 청년 하니의 등장으로 채리티의 메마른 일상에 거대한 균열이 일어난다. 하니는 채리티에게 처음으로 사랑과 육체적 욕망, 그리고 새로운 삶에 대한 갈망에 눈을 뜨게 한다. 채리티는 그와 함께 있을 때만큼은 자신을 가두고 있던 출신과 계급, 후견인의 억압과 마을의 도덕적 규범에서 벗어난 듯한 자유를 느낀다. 들끓는 여름의 열기 속에서 두 사람은 거부할 수 없는 이끌림에 빠져들고, 채리티는 평생 느껴본 적 없는 해방감을 맛보며 그와 함께 떠날 눈부신 미래를 꿈꾼다. 그러나 계절이 바뀌듯, 여름의 정점이 지나자 채리티에게 차가운 현실이 들이닥친다. 하니가 속한 세계와 채리티가 속한 세계 사이에는 분명한 거리가 존재한다. 하니와의 밀회가 깊어질수록 채리티는 신분의 차이, 교육의 격차, 여성에게만 가혹한 가부장적 사회의 도덕적 잣대를 실감하며 현실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기 시작한다. 결국 채리티는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한 선택의 기로에 서는데……. 한여름의 열기처럼 타오른 사랑, 그 끝에 마주한 차가운 진실 섬세하고 예리한 시선으로 그려낸 사랑이라는 이름의 성장통 『여름』은 이디스 워튼의 작품 가운데서도 여성의 사랑과 열망, 사회적 억압을 예리하게 포착한 소설로 꼽힌다. 워튼은 채리티라는 인물을 통해 당시 여성들이 겪는 한계와 차별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며, 엄격한 가부장제와 신분 사회 속에서 날것 그대로의 욕망을 마주한 여성의 성장통을 세밀하게 담아냈다. 이 작품에서 여름은 단순한 계절이 아니라 욕망을 은유한다. 억눌려 있던 감정이 폭발하는 시간이자, 한 사람이 처음으로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대면하는 순간인 것이다. 뜨겁게 타오르지만 끝내 지나가고야 마는 여름처럼, 채리티에게 여름은 불타오르는 사랑의 계절인 동시에 결코 이전의 자신으로는 돌아갈 수 없는 변화의 계절이기도 하다. 나아가 소설은 사랑의 환상이 걷힌 자리에 남겨진 차가운 상처를 날카롭게 그려낸다. 채리티가 맞이하는 결말이 얼핏 현실과의 타협이나 체념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디스 워튼은 섬세한 심리 묘사와 예리한 통찰을 통해 그 모든 고통을 통과한 뒤에야 비로소 도달할 수 있는 성숙의 과정임을 보여준다. 『여름』이 시대가 변해도 여전히 깊은 사유를 던지며 오늘날 다시금 뜨겁게 읽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금 가장 새롭게 읽는 고전 시리즈, ‘책깃클래식’ 론칭! 한여름 밤의 꿈처럼 달콤하고 들끓는 태양처럼 강렬한, 세기를 넘어 독자들의 가슴을 다시 뛰게 할 고전 로맨스 『여름』, 『푸른 성』.『여름』은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소설 『푸른 성』과 함께 책깃이 새롭게 론칭한 고전문학 시리즈 ‘책깃클래식’의 문을 여는 작품이다. ‘여름’이라는 테마로 선보이는 두 작품은 가부장제와 사회적 규범이라는 거대한 장벽에 부딪힌 여성들이 어떻게 스스로의 욕망을 긍정하고, 삶의 진정한 주인으로 거듭나는지를 보여주며 깊은 울림을 전한다. ‘지금 가장 새롭게 읽는 고전’을 표방하는 책깃클래식 시리즈는 『여름』과 『푸른 성』을 시작으로, 시대를 뛰어넘어 오늘의 독자들에게 여전히 살아 있는 질문과 감동을 건네는 문학적 자산들을 지속적으로 소개해나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