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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서문 1장 두 개의 세상 2장 카인 3장 예수 옆 십자가에 매달린 도둑 4장 베아트리체 5장 새는 알을 깨고 나오려 투쟁한다 6장 야곱의 씨름 7장 에바 부인 8장 종말의 시작 옮긴이의 글 |
Hermann Hes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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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더는 단 하나밖에 없는 인간이 아니라면, 정말 총알로 우리 모두를 완전히 세상에서 없앨 수 있다면 이야기를 쓰는 것도 더는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인간은 그 자신일 뿐 아니라,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고 아주 특수하며 어떤 경우에도 중요하고 독특한 지점이다.
--- p.9 모든 인간의 삶은 자신으로 향하는 길이다. 하나의 길을 가려는 노력이요, 하나의 오솔길이 던지는 암시이다. 어떤 이도 온전히 자신인 적은 없었다. 그래도 모두는 자신이 되려 애쓴다. --- p.11 가장 이상한 점은 그 두 세상이 맞닿아 있다는 것이었다. 둘은 너무도 가까이 있었다. 가령 우리 집 하녀 리나는 저녁 기도 때가 되면 거실문 옆에 앉아서 깨끗하게 씻은 손을 반듯하게 주름을 편 앞치마 위에 올려놓고 낭랑한 목소리로 찬송가를 따라 불렀다. 그럴 때 그녀는 온전히 아버지와 어머니의 세상, 우리의 세상, 밝고 올바른 세상의 사람이었다. 그러나 기도가 끝나자마자 부엌이나 장작 창고에서 내게 머리 없는 난쟁이 이야기를 해주거나 비좁은 푸줏간에서 이웃 여자와 싸울 때는 완전히 딴사람, 다른 세계 사람이 되었고 비밀에 둘러싸여 있었다. --- p.17 “응. 그러니까 카인은 전혀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는 거잖아. 그럼 성경에 적힌 이야기들이 전부 다 사실이 아니란 거야?”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지. 그렇게 오래된 옛날 옛적 이야기들은 늘 사실이야. 하지만 항상 사실대로 기록되지도 않고 항상 사실대로 설명되지도 않지. 한마디로 나는 카인이 훌륭한 놈이었다고 생각해. 다만 사람들이 그를 무서워해서 그에게 이런 이야기를 갖다 붙인 거야. 그 이야기는 그냥 소문이었던 거야. 사람들이 여기저기 떠들고 다니는 그런 이야기 말이야. 하지만 카인과 그의 자손이 실제로 일종의 ‘표식’을 달고 다녔고, 대부분의 사람과 달랐던 것은 분명히 사실이야.” --- pp.63-64 “우리는 말이 너무 많아. 똑똑한 말은 아무 가치가 없어. 전혀 없지. 자기 자신에게서 멀어질 뿐이야. 자신에게서 멀어지는 것은 죄야. 거북이처럼 자신에게로 온전히 기어들어 갈 수 있어야 해.” --- p.133 내 심장은 운명 앞에서 혹한을 만난 듯 오그라들었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오려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이다.” --- p.187 “우리는 늘 개성의 경계를 너무 좁게 그어요. 항상 개인적이라고 구분하는 것, 다르다고 인식하는 것만 자신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우리는 세상의 모든 요소로 이루어져 있어요. --- p.217 피스토리우스가 소리 죽여 말했다. “우리가 보는 것은 우리 안에 있는 것과 같은 것이에요. 우리 안에 있는 현실 말고 다른 현실은 없어요.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이 너무도 비현실적으로 사는 거예요. 바깥의 이미지들을 현실로 생각하고 자기 안에 있는 자기 현실은 한마디도 못 하게 입을 틀어막기 때문이지요. 그래도 행복할 수는 있어요. 하지만 일단 다른 것을 알고 나면 더는 대부분이 가는 길을 선택하지 않지요. 싱클레어. 대부분이 가는 길은 쉽고 우리가 가는 길은 어려워요. 그래도 우린 그 길을 가야 해요.” --- p.233 그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팔은 축 늘어뜨렸고, 손은 무릎에 올렸으며, 살짝 앞으로 숙인 얼굴은 눈을 뜨고 있었어도 죽은 듯 앞을 보지 않았다. 눈동자에는 눈부신 작은 빛이 한 조각 유리처럼 반사되어 생기 없이 번쩍였다. 창백한 얼굴은 자기 생각에 푹 빠져서 완전히 굳었을 뿐 다른 표정이 실리지 않았다. 신전 앞문에 걸린 태곳적 동물 가면 같았다. 숨을 안 쉬는 것 같았다. --- p.312 “꼬맹이 싱클레어, 조심해. 난 떠날 거야. 내가 또 필요할지도 몰라. 크로머를 상대하거나 다른 놈을 상대하거나. 그럴 때 나를 부르더라도 내가 말을 타거나 기차를 타고 단박에 오지는 못할 거야. 그러니까 네 마음의 소리를 들어야 해. 그럼 내가 네 안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거야. 내 말 알아들었어?” --- pp.339-3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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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소개
니케북스의 ‘실존과 경계’ 시리즈 불확실한 시대를 사는 현대인에게 20세기 문학이 답하다 니케북스 20세기 문학선 ‘실존과 경계’는 20세기 문학이 던진 근본적인 질문에 주목한다. 이 시대의 문학은 인간 존재의 불안과 자유, 고독과 책임이라는 실존의 문제를 전면에 드러냈다. 삶과 죽음, 자아와 타자,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탄생한 이 작품들은 문학이 감당해야 할 저마다의 몫을 지고 있다. 내면의 독백과 사회를 향한 목소리가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질 때, 문학은 개인과 세계를 연결하는 통로가 된다. 여기 실린 작품들은 시간이 흐르며 퇴색되는 그저 그런 고전이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 말을 거는 살아 있는 문학이다. 삶을 감각하게 하고, 질문을 유예하지 않으며, 우리 안의 경계를 흔든다. 서사보다 질문에, 해답보다 모순에 집중한 20세기 문학의 통찰이 여전히 유효한 이유다. 각 언어권 전문 번역가들의 원문에 충실한 번역과 21세기의 시선으로 풀어낸 역자 해설은 독자와 작품의 거리를 좁혀 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