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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1장~6장 옮긴이의 글 |
Ernst Theodor Amadeus Hoffma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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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긋 떠오른 햇살에 금빛으로 반짝이는 밭 너머로 훈훈한 아침 바람이 향긋한 숨결을 불어 보냅니다. 비좁은 마차가 답답해서 견딜 수 없는 당신은 마차에서 내려 아담한 숲으로 들어갑니다. 마차를 타고 계곡으로 내려올 때 숲 뒤편에 작은 마을이 있는 걸 보았거든요. 그런데 이 작은 숲에서 별안간 키가 크고 비쩍 마른 남자가 마주 걸어오고 있습니다. 행색이 유별나서 절로 눈길이 가네요. 남자는 칠흑 같은 가발에다 작은 회색 펠트 모자를 쓰고 있습니다. 모자만이 아니었지요. 저고리와 조끼, 바지는 물론이고 양말과 신발까지 전부 다 회색이고, 심지어 들고 있는 아주 기다란 지팡이마저도 회색 칠을 했네요.
--- p.11 안나 양이 당근에서 반지를 빼내자 이상하게도 당근이 손가락 사이로 주르륵 미끄러져 내리더니 그만 땅속으로 사라져 버리고 말았어요. 하지만 하녀와 안나 양은 둘 다 그러거나 말거나 당근에는 신경도 쓰지 않았어요. 화려한 반지에 푹 빠져 넋이 나갔거든요. 안나 양은 망설임 없이 오른손 새끼손가락에 그 반지를 꼈어요. 반지를 낄 때 손가락 뿌리에서 손끝까지 찌르는 듯한 통증을 느꼈지만, 아픈가 싶은 순간 곧바로 통증은 사라져버렸지요. --- p.41 “아까는 내가 정령 놈의 머리통을 밟는 바람에 녀석이 화가 나서 날 넘어뜨린 거란다. 물론 진짜 이유는 내가 반지의 비밀을 못 캐도록 훼방을 놓은 것이겠지. 안나야. 내 말 잘 들어라. 내가 보니 정령 놈이 너에게 눈독을 들였다. 반지의 성분으로 판단해 볼 때 돈이 많고 지체 높고, 무엇보다 교양이 넘치는 남자일 거야. 충실한 안나야. 사랑하는 내 딸아. 무엇이건 그런 정령과 관계를 맺으려면 무시무시한 위험을 감수해야 해.” --- p.53 인사를 마친 남작이 손뼉을 치자 곧바로 귀를 찢을 듯 요란한 어린이 악단의 연주가 시작되었습니다. 마차와 말에서 내린 수백 명의 난쟁이가 아까 혼자 왔던 그 기사처럼 먼저 물구나무를 섰다가 이어 발로 서서 강약, 강강, 약강, 약약, 약약강, 약약약, 약강강, 강강약, 강약약강, 강약약, 박자를 맞추어 앙증맞은 춤을 추었어요. --- p.68 그런데 이상하지요. 다우쿠스 카로타 1세로 바뀐 순간부터 난쟁이 코르두안슈피츠가 전처럼 그렇게 흉측해 보이지 않았거든요. 왕관과 왕홀, 어의도 정말이지 그와 참 잘 어울렸어요. 그의 기품 있는 태도와 결혼하면 자신에게 돌아올 재산까지 셈에 넣자, 안나 양은 졸지에 왕의 신부가 된 자신보다 결혼을 잘할 시골 처녀는 이 세상에 없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마음이 무척 흐뭇해진 안나 양은 신랑에게 지금 당장 이 아름다운 궁전에서 살 수 있는지, 내일 결혼식을 올릴 수는 없는지 물었지요. --- pp.99-100 안나 양은 선물 받은 무를 얼른 씻어서 아버지의 아침 식탁에 올렸습니다. 답술 폰 차벨타우 씨는 무 몇 개를 집어 이파리를 싹둑 자르더니 소금 통에 콕 찍어 맛있게 먹었습니다. 마침 남작이 안으로 들어왔어요. “아, 오커로다스테스 님, 이 무 좀 드셔보세요!” 답술 폰 차벨타우 씨가 그에게 외쳤어요. 접시에 크기도 큰 데다 유난히 잘생긴 무 하나가 남아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 무를 보자 코르두안슈피츠의 눈에서 분노의 불꽃이 일기 시작했어요. 그가 무서울 정도로 큰 목소리로 고함을 질러댔어요. “아니, 이 비열한 공작 놈이,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발을 들여놓았느냐!” --- p.111 그대, 놀라지 마세요. 난쟁이 코르두안슈피츠 님은 일개 코르두안슈피츠 씨가 아니라 막강한 권력을 가진 왕이고 이름은 다우쿠스 카로타 1세랍니다. 거대한 채소 왕국 전체를 다스리는 왕이신데, 그분이 저를 왕비로 간택했어요! 게다가 진짜 신분을 밝히고 나니 그분이 훨씬 더 멋있어졌네요. 이제야 저는 아버지의 말씀이 옳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아버지께서 머리는 남자의 자랑이므로 크면 클수록 좋다고 말씀하셨거든요. --- p.116 그런데 세상에! 이게 무슨 일이란 말입니까! 안나 양의 눈에 들어온 광경이 어땠을까요? 풍성한 채소밭, 당근 친위대, 케일 귀부인, 라벤더 시종, 양상추 왕자, 그토록 훌륭해 보였던 그 모든 것이 있던 자리에 무엇이 있었을까요? 깊은 웅덩이에 무채색의 구역질 나는 진흙이 잔뜩 들어차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진흙에는 흙에 사는 온갖 흉측한 생물들이 꿈틀대고 있었고요. 살진 지렁이들이 느릿느릿 꿈틀거리며 서로 뒤엉켰고, 다른 쪽에선 딱정벌레처럼 생긴 벌레가 짤막한 다리를 내뻗으며 아등바등 기어가고 있었습니다. --- pp.125-126 다우쿠스 카로타는 귀를 찢을 듯한 새된 비명을 내지르며 아주아주 작은 당근으로 변했고 안나 양의 품에서 미끄러져 땅속으로 들어가더니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답니다. 그와 동시에 밤사이 잔디 벤치에 딱 붙어서 자란 것 같은 회색 버섯이 불쑥 솟아났어요. 알고 보니 그 버섯은 다름 아닌 답술 폰 차벨타우 씨의 회색 펠트 모자였답니다. --- pp.149-1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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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호프만인가?
호프만의 작품은 수 세기가 지난 지금도 무대와 스크린에서 끊임없이 되살아난다. 호프만 원작 〈호두까기 인형〉이 매해 겨울 관객을 불러 모으고, 〈모래 사나이〉에서 출발한 발레 〈코펠리아〉와 오페라 〈호프만 이야기〉가 여전히 레퍼토리로 살아 있다는 사실은 그의 상상력이 시대를 넘어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환상과 기괴함, 유머와 서정이 교차하는 그의 서사는 단순한 낭만적 장식이 아니라, 불안정한 현실을 살아가는 인간의 심리를 정밀하게 비추는 거울로 기능한다. 더욱이 법관·작곡가·지휘자·화가·비평가로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며 쉼 없이 살았던 그의 이력은 오늘날의 ‘N잡’ 시대와 기묘하게 맞물린다. 특히 동화 〈왕의 신부〉처럼 사랑스럽고 환상적인 이야기조차 욕망과 선택, 내면의 동요를 은근히 비추고 있다는 점에서, 호프만의 문학은 현시대의 작품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지금 호프만을 읽는다는 것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흐려진 시대에 인간 마음의 복잡성과 예술적 상상력의 힘을 다시 확인하는 일이다. ■ 시리즈 소개 니케북스 문학 큐레이션 니케북스 문학 큐레이션은 ‘단숨에 읽는 손 안의 고전’을 지향합니다. 고전을 통해 오늘을 이해하고, 오늘의 감각으로 고전을 새롭게 만나는 경험이 되길 희망합니다. 이 기획은 큐레이션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서로 다른 주제 아래 작품을 선별한 하위 시리즈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시대를 초월해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고전의 깊이는 놓치지 않되 부담 없이 펼칠 수 있는 만듦새까지 고려했습니다. 니케북스는 오래된 이야기들이 다시 살아나는 순간을 독자와 함께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니케북스의 ‘환상과 마법’ 시리즈 잃어버린 상상력을 되찾고 경이로움을 선물할 신비로운 이야기들 ‘환상과 마법’ 시리즈는 인간의 상상력과 예술적 상징이 만나는 지점에서 태어난 고전들의 모음집이다. 이 시리즈는 현실을 넘어서는 세계, 보이지 않는 진실, 그리고 영혼의 비밀스러운 움직임을 탐구한다. 별과 별 사이를 건너는 여정, 꿈과 각성의 경계, 우연과 운명의 마주침 속에서 우리는 인간 존재의 근원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 환상은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며, 마법은 단지 신비한 힘이 아니라, 세상을 새롭게 보는 눈이다. ‘환상과 마법’은 바로 그 거울과 눈을 독자에게 건넨다. 시공을 초월해 이어지는 이 이야기들은, 이성으로 다 헤아릴 수 없는 삶의 깊이를 언어 반복을 통한 리듬감, 상징의 언어로 드러내어, 삶에 쫒겨 잊고 살아가는 상상과 환상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