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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작품 해설
헤르만 헤세 연보

저자 소개 2

헤르만 헤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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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mann Hesse

1877년 독일 남부 칼프에서 선교사 부부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신학교에 입학했으나 기숙사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망쳐 나왔으며, 서점과 시계 공장에서 일하며 작가로서의 꿈을 키웠다. 첫 시집《낭만적인 노래》가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인정을 받았고, 1904년《페터 카멘친트》가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1906년 자전적 소설《수레바퀴 아래서》를 출간했고, 1919년 필명 ‘에밀 싱클레어’로《데미안》을 출간했다. 가장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한 1920년에는《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클라인과 바그너》《방랑》《혼란 속으로 향한 시선》을 출간했다. 1946년《유리알 유희》로 노벨문학상과 괴
1877년 독일 남부 칼프에서 선교사 부부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신학교에 입학했으나 기숙사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망쳐 나왔으며, 서점과 시계 공장에서 일하며 작가로서의 꿈을 키웠다. 첫 시집《낭만적인 노래》가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인정을 받았고, 1904년《페터 카멘친트》가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1906년 자전적 소설《수레바퀴 아래서》를 출간했고, 1919년 필명 ‘에밀 싱클레어’로《데미안》을 출간했다. 가장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한 1920년에는《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클라인과 바그너》《방랑》《혼란 속으로 향한 시선》을 출간했다. 1946년《유리알 유희》로 노벨문학상과 괴테상을 수상했다. 1962년 8월 9일 세상을 떠날 때까지 전 세계인들에게 사랑받는 소설과 시, 수많은 그림을 남겼고, 평생을 통해 진정한 자유와 행복의 의미를 찾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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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3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독문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강사를 역임했다. 1953년 [문예]에 시 「소녀상」이 추천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은 작품으로는 시집 『너와 나의 목숨을 위하여』가 있고, 옮긴 작품으로는 괴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릴케 『말테의 수기』, 『어느 시인의 고백』, 『릴케 시집』, 헤세 『데미안』, 『게르트루트』, 『지와 사랑』, 『수레바퀴 아래서』, 『헤르만 헤세 시집』, 힐티 『잠 못 이루는 밤을 위하여』, 쇼펜하우어 『삶과 죽음의 번뇌』, 레마르크 『개선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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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8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408쪽 | 140*210*30mm
ISBN13
9788931027167

책 속으로

· 나르치스는 어둡고 야위고 음울한 편이었으나 골드문트는 꽃처럼 눈부셨고 맑은 얼굴을 지니고 있었다. 나르치스가 사색가요 분석가라면, 골드문트는 몽상가요 동심의 소유자였다. 그러나 이들의 차이를 이어주는 공통점이 있었다. 두 사람 다 고귀한 성품을 가진 인간이었다. 두드러진 재능과 특징으로 다른 어떤 사람보다도 뛰어났으며 동시에 둘 다 운명의 신에게 특별한 경고를 받고 있었다.
---p.25~26

· “진심으로 하는 말이네. 해와 달이, 바다와 육지가 서로 가까워질 수 없듯이 우리 둘이 서로 가까워지지 않는 게 우리 둘에게 주어진 과제라네. 이봐, 우리 두 사람은 해와 달, 바다와 육지라네. 우리의 목표는 결코 하나로 결합하는 게 아니야. 오히려 서로를 인식하고 상대방에게 그 사람의 무엇인가를, 즉 상대방에게서 자신과는 다른 점을 보고 그것을 서로 보완하고 존경하는 법을 배우는 거지.”
---p.59

· “자네가 참다운 골드문트일 때는 자넬 진지하게 받아들일 거야. 하지만 자넨 자네가 아닐 때가 있어. 난 자네가 완전한 골드문트가 되기를 바랄 뿐이야. 자넨 학자도 아니고 수사도 아니야. 아주 못난 녀석도 학자나 수사는 될 수 있어. 자넨 그저 자기가 그만큼 학문이 모자라고 논리에도 밝지 못하고 신앙도 없다고 생각하고 있을 뿐이야. 말도 안 되는 생각이지. 자넨 지금 ‘자네 자신’이 너무나 부족할 뿐이야.”
---p.60

· “내가 자네보다 우월하다는 것은 단지 한 가지뿐이네. 자네는 눈을 지그시 감고 졸고 있거나 때로는 완전히 잠이 들어 있을 때도 나는 깨어 있다는 점이야. 지성과 의식을 가지고 자기 내부에 잠겨 있는 비이성적인 충동이나 약점을 알고 그것을 헤아려낼 수 있는 상태를 나는 깨어 있다고 부른다네. 우리 둘 만남의 의의는 자네가 나한테서 그 방법을 배우는 데 있다고 생각하네. 골드문트, 자네의 내부에서는 정신과 자연, 의식과 꿈의 세계가 아주 멀리 떨어져 존재하고 있어. 자네는 자신의 유년 시절을 잊어버리고 있지만 영혼의 내부에서는 자네를 소유하려고 움직이고 있어. 그것은 자네가 굴복할 때까지 계속 자네를 괴롭힐 거야.”
---p.61

· “우리들 정신적인 인간이 가끔 다른 사람들을 인도하고 지배하는 것같이 보일지는 모르지만 충실함 속에 살고 있다기보다 메마른 삶을 살고 있는 셈이지. 충실한 삶과 즙이 흐르는 과실, 사랑의 화원, 아름다운 예술의 나라는 자네들의 거네. 자네들의 고향은 대지이지만 우리들의 고향은 관념이야. 자네들의 위험은 진공의 공간에서 질식하는 거네. 자네는 예술가이며 나는 사색가야. 자네는 어머니의 품속에서 잠들지만 나는 황야에서 눈을 뜨지. 나의 머리 위에는 해가 비치고 있으나 자네의 머리 위에는 달과 무수한 별이 비치고 있어. 자네의 꿈에는 소녀가 보이지만 내 꿈에는 소년이 보여…….”
---p.62~63

· 생생하게 현실로 존재하는 것은 그의 내부에 있는 생명, 심장의 불안한 고동, 아픈 가시 같은 그리움, 자신의 꿈이 가져다주는 기쁨과 불안뿐이었다. 그는 그것들에 속해 있었고 거기에 몸을 맡겼다. 책을 읽거나 공부하는 도중에도, 학생들 사이에 있으면서도 그는 자신의 내면으로 침잠해 들어갔고, 온갖 것을 망각한 채 자신을 싣고 가버리는 내면의 흐름이나 소리에만 몸을 맡겼다. 그 흐름과 소리는 그를 어두운 멜로디로 출렁이는 깊은 샘물과 동화 같은 세계로 가득한 알록달록한 심연 속으로 이끌었다. 그 소리는 모두 어머니의 목소리처럼 울렸고 무수한 눈은 모두 어머니의 눈이었다.
---p.94

· “오늘 당장에 갈 거예요. 아아, 뭐라고 말할 수는 없어요. 갑자기 모든 것이 결정되고 말았어요.”
“아버지가 오셨나? 아니면 아버지한테서 소식이 온 건가?”
“아뇨. 그렇진 않아요. 인생 그 자체가 내게로 왔어요. 아버지의 허락 없이 나는 부끄러운 일을 하려고요. 나는 탈출하겠어요.”
---p.103

· “그럴지도 모르죠. 나는 여태 그런 생각은 못했지만, 목적지가 없다고 내가 말했듯이 그 여인이 나한테 아무리 잘해주더라도 내 목적지는 아니에요. 그 여인한테 가기는 하지만 그 여인 때문에 가는 건 아니에요. 가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그 부름을 들었기 때문에 가는 거예요.”
---p.105

· 여인들은 그를 탐내고 아름답다고 생각하지만 건초 더미나 이끼 위에서 짧은 순간만 말없이 도취되기 바랄 뿐, 그 이상은 함께하려 하지 않았다. 어쩌면 자신이 그런 존재로 운명지어져서일까? 그가 방랑자의 삶을 살고 있어서일까? 정착한 이들은 집 없는 자를 두려워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오롯이 그의 내면에 있는 무언가, 인간 골드문트 자체 때문일까? 여인들은 그를 예쁜 인형처럼 원해서 품에 꼭 껴안았다가도, 결국 매질이 기다리고 있는데도 왜 남편에게로 돌아가버릴까? 그는 알 수 없었다.
---p.132

· “당신은 정말 멋있고 명랑하게 보이지만 당신의 두 눈 속에는 조금도 밝음이 없어요. 뭔가가 있다면 슬픔만이 있을 뿐이에요. 마치 당신의 눈은 행복 같은 건 존재하지도 않고, 아름다운 것도 사랑하는 것도 모두 오랫동안 우리 곁에 있지 않을 거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아요. 당신의 눈만큼 아름다운 눈은 없을 테지만 당신의 눈만큼 슬픈 눈도 없을 거예요. 그것은 당신이 고향을 가지지 못한 탓인가 봐요.”
---p.150

· 등불 아래서 해산의 진통으로 괴로워하며 비명을 지르는 여인의 얼굴은 뜻밖에도 어떤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고통으로 비명을 지르는 뒤틀린 여인의 얼굴은 그가 껴안은 여자들이 애무의 무아경에서 보인 순간의 얼굴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얼굴에 나타난 고통의 표정은 가장 큰 쾌락의 표정보다 훨씬 더 심오해 보이기는 했으나 훨씬 더 흉해 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본질적으로 같았다. 얼굴의 변화도 같을뿐더러 얼굴에 나타난 명암도 같았다. 쾌락과 고통이 오로지 똑같다는 사실은 그에게는 비상한 놀라운 발견이었다.
---p.170

· 죽음에 대한 공포가 모든 예술의, 그리고 모든 정신의 기저를 이루는 게 아닐까라고 골드문트는 생각했다. 우리는 죽음을 두려워한다. 생명의 무상에 몸서리친다. 꽃이 시들고 나뭇잎이 지는 것을 슬프게 바라보며 우리들 자신도 또 그렇게 되리라는 것을 느낀다. 우리가 예술가로서 형상을 만들어내거나 사상가로서 법칙을 찾아내고 사상을 형성하는 것은 이 그칠 줄 모르는 죽음의 춤에서 무언가를 구해내서 우리 자신의 존재를 영속시키기 위함이리라.
---p.202

· 우수 또한 사랑이요 더할 수 없는 쾌감이었다. 애정이나 환희의 순간이 가장 지고한 것이라 해도 다음 순간에는 사라져 다시 사멸해버리듯이, 고독과 우수에 몸을 맡기는 것도 인생의 밝은 면으로 새롭게 마음을 향하게 하는 근원이었다. 죽음과 쾌락은 하나였다. 생명의 어머니를 사랑이나 혹은 환희라고 부를 수 있듯 무덤과 부패라고도 부를 수도 있었다. 어머니는 이브요 행복의 원천인 동시에 죽음의 원천이었다. 어머니는 영구히 낳는 동시에 영구히 죽는다. 어머니에게 사랑과 무자비는 하나이며, 그가 어머니의 자태를 마음속에 오래 간직하고 있으면 있을수록 비유가 되고 거룩한 상징이 되었다.
---p.219

· 그가 복종할 것은 스승도, 장래도, 삶의 필수품들도 아니었다. 바로 예술 그 자체였다. 그런데 얼핏 봐서는 매우 정신적인 여신 같은 이 예술도 얼마나 많은 보잘것없는 것을 수없이 필요로 하는가. 예술도 비바람을 막는 지붕, 연장, 통나무, 점토, 물감, 돈 등이 모두 필요했다. 노동과 인내가 필요했다. 그는 예술을 위해 야성적인 숲속의 자유를, 허허벌판의 도취를, 위험의 쓰디쓴 쾌감을, 비참함 속의 긍지를 희생하고 말았다. 그는 거듭 고뇌했고 이를 악물면서 거듭 새로운 희생을 견뎌야 했다.
---p.221

· 아아, 모든 것이 흘러가버렸다. 모든 것은 그렇게 피었다가 이내 덧없이 시들고 다시 그 위에 눈이 덮이고 마는 것을. 몇 년 전 예술에 대한 열망과 니클라우스 스승에 대한 깊은 경외심을 억누를 길이 없어 이 도시를 찾아왔을 때, 그의 가슴속에서 세상 모두가 얼마나 아름답게 꽃피었던가! 하지만 지금 그중 무엇이 남아 있단 말인가?
---p.231

· 그는 언제나 소유한 인간이나 정착한 인간의 반대자이며 동시에 원수였다. 소유하고 정착한 인간은 방랑자를 미워하고 멸시하고 두려워한다. 모든 존재의 허무함이라든지, 모든 생명의 끊임없는 쇠퇴라든지, 우리를 삥 둘러싸고 온 누리에 가득 차 있는 얼음장같이 차디찬 무자비한 죽음 같은 것을 상기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p.248

· “하긴 그래요. 세상이 죽음과 공포로 뒤덮여 있기 때문에 나는 계속 나의 마음을 위로해주고 이 지구의 한가운데 피어 있는 아름다운 꽃을 꺾으려 하는 거요. 쾌락을 얻게 되면 잠시는 공포도 잊어버리죠. 그렇다고 해서 공포가 감소되는 것은 아니지만.”
“사뭇 그럴듯한 말이군. 말하자면 자네는 이 세상이 죽음과 공포로 가득 차 있어서 거기서 도망치기 위해 쾌락 속으로 뛰어들지만 쾌락은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세상 사람들은 자네를 다시 황무지로 쫓아버린다는 말이군.
---p.340

· “천만의 말씀. 자네는 ‘원형’에 대해 이야기했네. 말하자면 창조적인 정신 분야 외에는 아무 데도 존재하지 않지만 물질 안에 실현되고 구체화될 수 있는 형상에 대해 언급했네. 예술의 형태는 구체화되고 현실성을 갖기 전에 이미 예술가의 영혼 속의 형상으로서 존재하고 있지! 그 형상, 즉 ‘원형’은 옛날 철학자들이 ‘이데아’라고 명명한 것과 일치하네.”
---p.342

· “여보게, 자네가 어렸을 적에 나한테 왔을 때부터 나는 계속 자네 내부에 있는 그 정신에 호소해온 걸세. 자네 속에 깃든 그 정신은 사색가의 정신이 아니고 예술가의 정신이네. 그것은 감각 세계의 혼란과 쾌락과 절망 사이에 있는 영원한 딜레마에서 탈출하는 길을 자네에게 제시하는 걸세. 여보게, 골드문트, 자네한테서 그런 고백을 듣다니 기쁘네. 나는 그것을 기다리고 있었네. 그전부터 말이야. 자네가 선생 나르치스를 떠나 자네 자신이 되기로 용기를 냈을 때부터 말일세. 우리는 다시금 새로운 친구가 될 수 있네.”
---p.343

· 그의 일생도 이랬었다고 생각했다. 이별을 고하고, 도망치고, 잊어버리고, 빈주먹에 떨리는 가슴으로 서 있는 일, 그것뿐이었다. 종일 그는 그런 생각에 쫓겼다. 그는 한마디 말도 없이 음울한 얼굴로 말을 달렸다. 나르치스는 그런 그를 그냥 그대로 놔두었다.
---p.346

· “우리에게는 완전이라든지 완전한 존재라든지 하는 게 존재하지 않아. 잠재력에서 행위로, 가능성에서 실현으로 나아갈 때 우리는 진실한 존재에 참여하고 완전한 것, 신성한 것에 조금이라도 다가갈 수 있네. 그것이 자신을 실현하는 길이네. 자네는 그 과정을 자신의 경험으로 틀림없이 알고 있을 거네. 자네는 실제로 예술가인 데다가 여러 조각상도 직접 만들었지. 그러한 상이 정말 진실된 것으로서 인간의 상이 우연적인 요소에서 해방되어 순수한 형태로 나타나게 되었다면 자네는 예술가로서 그 인간상을 실현한 셈이야.”
---p.353

· “맞아요. 이 조각상은 썩 잘 만들어졌죠. 하지만 나르치스, 내 말 좀 들어주겠소! 이 조각상이 이 정도 완성되는 데 내 모든 청춘이, 내 방랑이, 사랑이, 수많은 여인에게 한 구애가 필요했다오. 그 우물에서 퍼올린 거지요. 이 우물은 곧 말라버릴 겁니다. 마음은 이내 황량한 벌판같이 되겠죠. 나는 이 성모상을 완성하고 나면 잠시 휴가를 얻으려고 해요.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어요. 내 청춘을, 한때 내가 사랑했던 모든 것을 다시 찾아 나설 거요. 이해하겠어요?”
---p.373

· “나는 사람들에게 부당하게 대한 적 없고, 사람들에게 인내하며 바르게 대하려고 무척 애써왔네. 하지만 결코 사람들을 사랑하지는 않았네. 수도원 안에 두 학자가 있다면, 박식한 쪽을 나는 좋아한다는 식이야. 한쪽 학자가 학식이 부족할 때 부족함에도 그를 사랑한 적은 여태 없었네. 이런데도 내가 사랑이 무엇인지 안다면 그건 자네 덕택일세. 모든 사람 가운데서도 유독 자네를 나는 사랑할 수 있었네.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자네는 상상할 수 없을 걸세. 그건 사막 속에 있는 오아시스이자 황량한 들판에 피는 꽃을 의미하네. 내 마음이 마르지 않고 하느님의 은총을 받아들일 수 있는 공간이 내게 남아 있다면 그건 오직 자네 덕일세.”
---p.387

· 병자는 다시 한번 눈을 뜨고 친구의 얼굴을 한참 동안 물끄러미 쳐다보면서 눈으로 친구와 이별을 고했다. 고개를 저으려는 듯한 몸짓을 보이더니 이렇게 소곤거렸다. “하지만 나르치스, 당신은 어머니가 없는데 도대체 어떻게 죽을 작정이오? 어머니가 없이는 사랑할 수도 죽을 수도 없소.”

---p.394

출판사 리뷰

가장 멀리 떠났기에 가장 깊은 곳에 닿을 수 있었던
헤르만 헤세의 가장 뜨겁고도 지적인 영혼의 해부도

““하지만 나르치스, 당신은 어머니가 없는데
도대체 어떻게 죽을 작정이오?
어머니가 없이는 사랑할 수도 죽을 수도 없소.”

이성과 본능, 정신과 삶 사이에서 인간은 어떻게 완성되는가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는 헤르만 헤세가 1930년에 발표한 장편소설로, 인간 존재를 이루는 상반된 두 본성을 가장 깊이 있게 탐구한 대표작이다. 수도원이라는 고요한 공간에서 시작되는 이 작품은 학문과 이성의 길을 선택한 나르치스와 예술과 감각, 사랑과 방랑을 선택한 골드문트의 삶을 교차시키며 인간의 본질이 무엇인지 질문한다. 헤세는 인간을 어느 한 방향으로 완성되는 존재가 아니라, 서로 다른 가치가 끊임없이 충돌하고 화해하는 과정에서 성장하는 존재로 바라보았다.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는 이러한 철학을 가장 선명한 이야기 구조로 구현한 작품이다. 두 주인공은 서로 정반대의 삶을 살아가지만, 상대를 통해 자신에게 부족한 세계를 발견하며 인간 이해의 폭을 넓혀간다. 작품은 결국 어느 한 삶이 옳다고 결론 내리지 않는다. 오히려 이성과 감성, 질서와 자유, 정신과 육체가 모두 인간을 이루는 필수적인 요소라는 사실을 보여주어 독자에게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헤르만 헤세 문학의 중심을 이루는 작품

헤르만 헤세는 평생 인간의 내면과 자아의 성장, 정신적 자유를 문학으로 탐구한 작가였다. 『데미안』이 자아의 탄생을, 『싯다르타』가 깨달음의 여정을, 『유리알 유희』가 정신세계의 궁극을 보여준다면,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는 그 모든 문제의식을 가장 인간적인 형태로 풀어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헤세 자신 역시 엄격한 종교 교육 속에서 성장했으며, 예술가적 기질과 현실 사이의 갈등을 오랫동안 경험했다. 이러한 삶의 경험은 『나르치스와 골드문트』에 깊게 녹아 있다. 나르치스는 정신과 사유의 세계를 상징하고, 골드문트는 자연과 예술, 사랑과 감각의 세계를 상징한다. 이 둘은 단순한 인물이 아니라 인간 내면에 공존하는 두 가능성을 형상화한 존재이다. 이 작품은 심리학자 카를 융의 분석심리학과도 자주 함께 논의된다. 인간 안에 존재하는 의식과 무의식, 남성성과 여성성, 이성과 감성의 조화를 문학적으로 구현했다는 점에서 헤세 문학의 철학적 깊이를 보여주는 대표작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인간을 선과 악, 성공과 실패 같은 단순한 이분법적 기준으로 구분하지 않고, 서로 다른 삶의 방식이 지닌 의미를 끝까지 존중하는 태도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깊은 울림을 준다.

시대를 넘어 읽히는 이유, 삶의 정답보다 삶의 가능성을 말하는 소설

『나르치스와 골드문트』가 발표된 지 거의 한 세기가 지났지만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꾸준히 읽히는 이유는 이 작품이 특정 시대의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 존재 자체를 다루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는 빠른 성취와 효율, 경쟁 속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삶을 증명해야 하는 시대를 살아간다. 그러나 이 작품은 성공보다 중요한 것이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일이며, 타인의 기준이 아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용기라고 이야기한다. 골드문트는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사랑하며 방황하고 실패한다. 그의 삶은 안정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 경험 하나하나가 예술과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로 이어진다. 반대로 나르치스는 수도원의 질서를 지키며 평생 사유하는 삶을 선택하지만, 골드문트를 통해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세계의 가치를 이해하게 된다. 헤세는 두 사람의 관계를 통해 삶은 하나의 정답을 선택하는 일이 아니라 서로 다른 가능성을 이해하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는 현대 독자들에게도 새로운 의미를 던진다. 자신의 길을 고민하는 청년에게는 성장 소설로, 인생의 방향을 돌아보는 독자에게는 철학적 성찰의 책으로, 예술과 인간을 이해하고 싶은 독자에게는 깊은 문학적 경험으로 다가온다.

인간을 이해하는 가장 아름다운 문학적 대화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는 두 인물의 우정을 그린 소설이면서 동시에 인간 존재를 향한 하나의 긴 사유이다. 헤세는 극적인 사건보다 인물의 내면과 변화에 집중하며, 삶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선이 어떻게 서로를 완성해가는지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이 작품이 오늘날에도 세계문학의 고전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인간을 단순한 하나의 모습으로 정의하지 않기 때문이다. 누구나 삶의 어느 순간에는 나르치스처럼 이성을 따르고, 또 어떤 순간에는 골드문트처럼 자유를 갈망한다. 헤세는 그 두 모습 모두를 인간의 진실한 얼굴로 인정하며, 서로 다른 삶을 이해하는 순간 비로소 인간은 더 넓은 세계를 만날 수 있다고 말한다.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는 삶의 방향을 잃지 않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대신 자신의 내면을 끝까지 마주할 용기를 건네는 작품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시대가 변해도 여전히 새로운 독자를 만나며, 인간을 이해하려는 모든 이들에게 깊은 사유와 오래 남는 감동을 선사하는 고전으로 자리하고 있다.

추천평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는 내가 가장 원숙해진 시절의 작품이다. 정신과 삶, 아버지의 세계와 어머니의 세계라는 이원성을 고통스럽게, 그러나 사랑으로 이어보려 한 시도였다. - 헤르만 헤세 (소설가)
독특한 매력을 지닌 시적인 소설이다. - 토마스 만 (소설가)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를 빨리 다 읽어버리는 것이 두려워 천천히 음미하고 있다. - 앙드레 지드 (소설가)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는 예술가에게 깊은 감명을 주는 책들 중 하나다. 책 속에는 독특한 매력과 위대한 지혜가 담겨 있다. 이 소설은 예술의 형이상학에 대한 하나의 카덴차라고 할 수 있다. - 헨리 밀러
낭만주의와 사실주의가 융합된 이 작품은 독일 중세를 풍부한 색채로 그려낸 그림과도 같다. - 에른스트 쿠르티우스
헤르만 헤세의 최고 걸작 소설! - 뉴욕 타임스
헤르만 헤세의 걸작 중 하나. 의심할 여지 없이 위대한 소설이다. - 옵서버
청소년기의 정수를 담은 책. 이 아름다운 소설은 현대 문학에서 보기 드문 성숙함과 지혜를 지니고 있다. - 텔레그래프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청소년기의 강렬한 감정에 충실하다. 사람들이 자기 자신이 되고자 하는 욕구와 그 어려움에 고뇌하는 한, 그는 살아 있는 존재로 남을 것이다. - 뉴요커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동화 같은 분위기를 지닌다. - 이브닝 스탠다드
우리 시대에 출간된 가장 심오하고 마법 같은 소설 중 하나. - 커커스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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