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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1부 2부 옮긴이의 글 |
Albert Cam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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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제였을까, 모르겠다. 양로원에서 전보가 왔다. “모친 사망. 내일 장례. 삼가 조의를 표함.” 이것만으로는 전혀 알 수 없다. 아마 어제였을 것이다.
--- p.10 우리가 옷을 다 입었을 때 그녀는 내가 검은 넥타이를 맨 것을 보고 깜짝 놀란 것 같았다. 그녀는 혹시 상중이냐고 물었다. 나는 엄마가 죽었다고 말했다. 그녀가 언제 상을 치렀는지 알고 싶어 해서 나는 어제라고 대답했다. 그녀는 살짝 멈칫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건 내 잘못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사장에게 그 말을 했던 기억이 떠올라 그만두었다. 그런 말을 해봐야 무의미한 일이었다. 어차피 사람은 누구나 조금씩 잘못을 저지르고 산다. --- p.42 그녀는 자기가 나를 사랑하는 건지 고민해 보는 것 같았다. 나는 그 점에 대해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또다시 짧은 침묵이 흐른 뒤, 그녀는 내가 이상하다고, 자기는 아마도 그래서 나를 사랑하는 것 같다고, 하지만 언젠가 같은 이유 때문에 나를 싫어하게 될지도 모르겠다고 중얼거렸다. 내가 덧붙일 말이 없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그녀가 웃으며 내 팔을 잡고 나와 결혼하고 싶다고 말했다. 나는 그녀가 원한다면 언제라도 바로 하자고 대답했다. --- p.84 나의 온 존재가 팽팽히 긴장했다. 나는 권총을 단단히 그러쥐었다. 방아쇠가 당겨졌다. 권총 손잡이의 매끈한 아랫부분이 느껴졌다. 그리고 거기서, 메마르면서도 귀를 멍하게 하는 그 소리 속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나는 땀과 햇빛을 떨쳐냈다. 내가 그 하루의 균형을, 행복감을 느꼈던 해변의 그 예외적인 고요를 깨뜨려 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움직이지 않는 그 몸뚱이를 향해 네 번 더 방아쇠를 당겼다. 총알은 흔적도 없이 박혀 들어갔다. 그것은 마치 불행의 문을 두드리는 네 번의 짧은 노크 같았다. --- p.115 그는 화가 치밀어 오른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세상에 신을 믿지 않는 인간은 없고, 심지어 하느님을 외면하는 사람들조차도 하느님이 계신다는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자신의 신념이며, 만일 그 신념을 조금이라도 의심해야 한다면 자신의 삶은 더 이상 의미가 없을 거라고 했다. “당신은 내 삶이 무의미해지기를 바랍니까?” 그가 소리쳤다. 그것은 나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인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그렇게 말해주었다. 하지만 그는 책상 너머에서 내 눈앞에 십자가에 매달린 그리스도를 들이밀며 이성을 잃은 목소리로 외쳤다. “나는 그리스도인이다. 지금 나는 너의 죄를 용서해 달라고 그분께 빌고 있단 말이다. 그분께서 너를 위해 고통받으셨다는 것을 어떻게 믿지 않을 수 있지?” --- p.130 그런데 그와 동시에, 몇 달 만에 처음으로 내 귀에 내 목소리가 똑똑히 들렸다. 그것은 이미 기나긴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 이후로 계속 내 귀에 울려 퍼지고 있던 바로 그 목소리였다. 나는 그동안 내가 혼자 말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 엄마 장례식에서 간호사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랬다, 벗어날 길은 없었다. 그리고 감옥 안에서 맞이하는 저물녘이 어떤 것인지는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것이다. --- p.153 그 순간, 검사가 나를 향해 몸을 돌리더니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며 계속해서 몰아붙였다. 하지만 나는 정작 그가 왜 그렇게까지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분명히, 그가 하는 말이 옳다는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내 행동을 별로 후회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렇게까지 집요하게 몰아붙이는 검사의 태도에 나는 놀랐다. 나는 그에게 진심으로, 아니, 거의 애정을 담아 말해주고 싶었다. 나는 단 한 번도 진정으로 무언가를 후회해 본 적이 없다고. --- p.189 그는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그러면 아무런 희망도 품지 않고, 죽으면 그것으로 모든 게 완전히 끝나버린다는 생각으로 살고 있는 겁니까?” “예.” 나는 대답했다. --- p.2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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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리로 가득한 세상 속 거짓된 삶과 진실한 죽음에 관하여
알베르 카뮈의 질문, 인생이란 살 만한 가치가 있는가? ‘이방인’의 탄생 소설은 어머니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주인공 뫼르소는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슬픔을 드러내지 않고, 다음 날 곧바로 바다로 나가 연인과 시간을 보낸다. 그는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는, 자신의 감각과 현재의 상태에 충실한 인물이다. 연인과 직장, 가까운 이웃 같은 삶의 주요한 요소에도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이 거짓 없는 태도는 사회를 살아가는 다른 이들에게 낯설고 이질적으로 다가온다. 이 낯섦이 바로 이 작품이 던지는 질문의 출발점인 셈이다. 아랍인 무리와 마찰이 있는 이웃 레몽과 가까워지고, 그의 지인에게 초대받아 해변에 놀러 가는 삶의 우연 속에서, 그는 ‘태양’ 때문에 아랍인을 총으로 쏘아 죽인다. 이후 진행되는 재판은 살인의 경위를 밝히는 과정이라기보다 뫼르소라는 인간을 심판하는 무대다. 재판 과정에서 문제 삼는 것은 살인 자체보다도, 어머니의 죽음을 사회적 맥락에서 애도하지 않았던 그의 태도다. 사회는 그를 이해할 수 없는 존재, 즉 ‘이방인’으로 규정하고 단죄한다. 진실을 고집하는 인간은 죄인인가 이 작품이 드러내는 핵심은 ‘부조리’다. 인간이나 세계 자체가 부조리하다기보단, 의미와 합리를 추구하는 인간과 이를 돌려주지 않는 세계 사이의 대립이 부조리한 셈이다. 뫼르소는 이 아무런 답도 주지 않는 세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는 자신을 구하기 위해 거짓된 감정을 연기하지 않고, 사회가 요구하는 방식으로 슬픔과 두려움을 표현하지도 않는다. 이러한 태도는 그를 고립시키지만, 동시에 끝까지 진실을 왜곡하지 않는 인간으로 남게 한다. 그는 무감각한 인물이 아니라, 현재 자신의 감각과 경험에 충실한 존재로 읽힌다. 다만 그는 그것을 사회가 요구하는 언어로 번역하지 않기 때문에 타인이 이해할 수 없는 존재가 될 뿐이다. 카뮈가 이 작품에서 제시하는 것은 단순한 허무나 절망이 아니다. 소설의 마지막에서 뫼르소는 죽음을 앞두고 삶이란 부조리를 받아들이며, 이를 통해 역설적인 해방에 이른다. 존재하지 않는 삶의 의미를 찾는 대신, 주어진 조건을 인정하고 감당하는 태도, 그것이 카뮈가 제시하는 인간의 존재 방식이다. 왜 지금 알베르 카뮈인가? 우리는 여전히 사회가 요구하는 방식으로 감정을 표현하고, 그 기준에서 벗어난 사람을 쉽게 배제한다. 감정의 표현부터 판단의 방식까지 사회가 요구하는 틀에 맞추려 할수록, 무엇이 스스로 진실한 선택인지 묻는 일은 뒤로 밀려난다. 이 작품은 묻는다. 우리는 과연 얼마나 진실하게 살아가고 있는가. 그리고 우리는 타인의 진실을 얼마나 견딜 수 있는가. 결국 《이방인》은 단순히 한 시대의 의문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유효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기준으로 타인을 판단하는가. 이 소설은 그 질문에 명확한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다만 그 질문을 끝까지 회피하지 않고 마주하도록 만든다. 그것이야말로 이 작품이 오랜 시간 독자 곁에 남아 있는 이유다. 시리즈 소개 니케북스 문학 큐레이션 니케북스 문학 큐레이션은 ‘단숨에 읽는 손안의 고전’을 지향합니다. 고전을 통해 오늘을 이해하고, 오늘의 감각으로 고전을 새롭게 만나는 경험이 되길 희망합니다. 이 기획은 큐레이션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서로 다른 주제 아래 작품을 선별한 하위 시리즈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시대를 초월해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고전의 깊이는 놓치지 않되, 부담 없이 펼칠 수 있는 만듦새까지 고려했습니다. 니케북스는 오래된 이야기들이 다시 살아나는 순간을 독자와 함께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니케북스의 ‘실존과 경계’ 시리즈 불확실한 시대를 사는 현대인에게 20세기 문학이 답하다 니케북스 20세기 문학선 ‘실존과 경계’는 20세기 문학이 던진 근본적인 질문에 주목한다. 이 시대의 문학은 인간 존재의 불안과 자유, 고독과 책임이라는 실존의 문제를 전면에 드러냈다. 삶과 죽음, 자아와 타자,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탄생한 이 작품들은 문학이 감당해야 할 저마다의 몫을 지고 있다. 내면의 독백과 사회를 향한 목소리가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질 때, 문학은 개인과 세계를 연결하는 통로가 된다. 여기 실린 작품들은 시간이 흐르며 퇴색되는 그저 그런 고전이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 말을 거는 살아 있는 문학이다. 삶을 감각하게 하고, 질문을 유예하지 않으며, 우리 안의 경계를 흔든다. 서사보다 질문에, 해답보다 모순에 집중한 20세기 문학의 통찰이 여전히 유효한 이유다. 각 언어권 전문 번역가들의 원문에 충실한 번역과 21세기의 시선으로 풀어낸 역자 해설은 독자와 작품의 거리를 좁혀 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