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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마르탱네 사람들 1∼92 에필로그 옮긴이의 글 |
David Foenkin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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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보라색 쇼핑카트를 끌면서 길을 건너고 있는 나이 지긋한 여인을 보았다. 그 여인은 모르고 있었지만, 그녀는 이제 막 내 소설의 영토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녀는 방금 막 내 신작의 중심인물로 낙점되었다. 나는 그녀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더 많은 영감을 받거나 마음이 끌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무조건 나와 처음 마주치는 사람이어야 했다. 다른 대안은 있을 수 없었다. 나는 이 계획적인 우연이 어떤 가슴 설레는 이야기로 나를 이끌어 가주기를, 아니면 삶의 어떤 중요한 문제들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그런 운명들 가운데 하나로 데려가 주기를 바랐다.
--- p.9 나는 권태와 피로에 진력이 난 한 가정에 스며들어 갔다. 이 가족은 정해진 루틴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함께 살면서도 서로 얼굴을 부딪히는 일 없이 그저 스치듯 지나가는 탑승자들. 아파트의 이런 비극이 흔한 것이라 해도, 흔하다고 해서 고통스럽지 않다는 건 아닐 것이다. 그 삶은 권태와 피로를 느끼는 기계장치에 불과할까? 나는 서로 사랑하고, 사랑을 나누고, 함께 여행하고 미래를 꿈꾸는 발레리와 파트릭, 기쁨으로 가득 찬 두 아이의 행복한 부모인 발레리와 파트릭을 상상해보려 했다. 그 모든 이미지는 다 어디로 갔을까? --- p.52 어쩌면 나는 결국 그 두 사람을 화해로 이끌어주는 중재자 역할을 떠안게 될 것 같았다. 하지만 그들의 관계에 지나치게 휘말려 들지 않도록 조심해야 했다. 그런 식으로 타인들의 고통을 빨아들이는 입장이 되기에 나는 확실히 너무 예민했다. 정신과 의사나 심리학자는 환자들이 겪은 비극이나 고통스러운 고백에 휘말려 들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하는지 궁금했다. 자신의 역할을 분장실에 내려놓고 집으로 돌아가는 배우 같아야 하지 않을까? 나는 마르탱 가족에게 가능한 한 감정 이입되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그들을 관찰해야 했다. 약간 냉담하게, 임상적으로, 일종의 서사적 거리를 유지하면서. 하지만 그렇게 하면서 글을 쓰는 건 불가능했다. 자신이 그리고자 하는 인물을 유기적으로 느끼지 않고는 글을 쓸 수 없으니까. --- p.145 다음날은 아주 특별한 하루였다. 마치 나의 등장인물들이 나에게 작별을 고하는 것 같았다. 소식을 기다렸지만 허사였다. 결국 내가 발레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녀는 짧게 답을 보냈다. ‘나중에 전부 말해드릴게요.’ 나는 한 가지 사실을 분명히 인정해야 한다. 행위를 위한 때가 있고, 서술을 위한 때가 있다. 나는 마르탱 가족을 소설의 챕터들로 변환시키기 전에 그들이 자기 인생을 살아가게 내버려 둘 필요가 있었다. --- p.256 헤어져야 할 시간이었다. 나는 물론 그들의 삶을 계속 따라갈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300쪽이 넘는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건 우리의 관계에 하나의 쉼표를 찍기 위한 충분한 이유였다. 우리는 오히려 화기애애하게 헤어졌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모두가 내게 고맙다고 말했다. 현관문을 나서다가, 나는 되돌아갔다. 이 순간을 사진으로 영원히 남기고 싶었다. 그들은 내 마지막 의지에 순순히 따라주었다. 거실 소파에 나란히 앉아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으려 하는 그들 네 사람, 나는 나의 주인공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마르탱네 사람들을. --- p.3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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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을 때는 슬픔을, 두 번째는 공감을, 세 번째는 치유를 전해주는 책
『안녕하세요, 마르탱네 사람들입니다』에는 소설이라면 으레 등장할법한 모든 것을 바꿀 만남이나 기계장치의 신 같은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저 조금씩 모나고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사람들만이 등장할 뿐이다. 소설 속 인물들의 문제와 변화, 성장의 모습은 독자들이 일상에서 마주하는 문제와 너무 흡사하다. 그래서 독자 스스로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나’가 된 것처럼 이 작품 속에 빠져들고 함께 고민을 나누고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등장인물들은 이런저런 교류 속에서 각자 자신들의 속내를 드러낸다. 소설의 주인공인 ‘나’ 또한 자의든 타의든 간에 자신의 속살을 남김없이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각자에게 내재해 있던 의외의 진실들이 드러나고, 몰이해와 착각은 이해와 화해를 향해 나아간다. 그뿐 아니라 그들이 자신들을 재발견하고 새로 태어나는 것처럼, ‘나’ 역시 그들의 이야기에서 자신의 반영을 보면서 자신을 다시 발견한다. 의외성 즉 소설적인 것은 바로 거기에 있다. 관계를 통해 깨닫고 변화하고 성장하는 것, 그것은 엄청나게 가슴 떨리는 ‘일어날 법하지 않은 일’이다. 우리 모두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부드러움, 고통, 유머, 사랑, 분노, 혼란 모두가 섞인 우리 모두의 이야기 이 소설은 아주 평범한 것 같지만 너무나 극적인 이야기가 숨어 있다. 우리의 이웃 이야기를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풀어내는 이 책에서 마르탱네 사람들뿐 아니라 사장 데주와요나 소년 클레망 등 각각의 인물들은 살아 숨 쉬는 것 같고,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무엇보다 마르탱네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설로 만들어가며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나’의 성장은 의미심장하기까지 하다. 믿고 싶은 대로 믿고, 보고 싶은 것만 보려던 ‘나’는 할머니와의 우연한 만남 이후 좀 더 적나라한 세상의 모습을 만나고 사람과의 관계를 쌓는 법을 깨닫는다. 자신을 유혹하는 줄 알았던 발레리의 진심이나 남편 파트릭이 보인 뜻밖의 용기, 예상 밖으로 똑똑하기도 한 십대들의 반응, 발레리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전 여자 친구가 아직도 ‘나’를 그리워하는 줄 알았지만 결국 임신한 채 새 남자 친구를 소개받는 일화 등 선입견에 빠져 있던 ‘나’의 생각이 전혀 다른 현실과 맞닥뜨릴 때는 웃음이 절로 난다. 결국 마르탱네 가족도 ‘나’도 소설을 통해 긍정적으로 성장하고, 그 장면을 보는 관객도 그러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