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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 소개 2

라이오넬 슈라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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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onel Shriver

1957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출신으로 본명은 마거릿 앤 슈라이버였으나 이 이름을 좋아하지 않아 15세 때 스스로 보다 중성적인 분위기의 라이오넬로 이름을 바꾸었다. 버나드 컬리지와 컬럼비아 대학에서 예술학을 공부했으며 1986년 《The Female of the Species》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10여 편의 소설을 발표하였다. 그중 《케빈에 대하여》는 2005년 오렌지 상 수상작이자 2006년 BCA 크라임 스릴러 후보작으로 선정되었다. 모성 이야기와 심리 스릴러가 절묘하게 혼합된 이 작품은 ‘소시오패스 아들을 둔 어머니의 독백’이라는 충격적이고 독특한 설정으로 독자와 평론가
1957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출신으로 본명은 마거릿 앤 슈라이버였으나 이 이름을 좋아하지 않아 15세 때 스스로 보다 중성적인 분위기의 라이오넬로 이름을 바꾸었다. 버나드 컬리지와 컬럼비아 대학에서 예술학을 공부했으며 1986년 《The Female of the Species》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10여 편의 소설을 발표하였다. 그중 《케빈에 대하여》는 2005년 오렌지 상 수상작이자 2006년 BCA 크라임 스릴러 후보작으로 선정되었다. 모성 이야기와 심리 스릴러가 절묘하게 혼합된 이 작품은 ‘소시오패스 아들을 둔 어머니의 독백’이라는 충격적이고 독특한 설정으로 독자와 평론가들 사이에서 수많은 논쟁의 중심에 섰고, 입소문을 통해 큰 성공을 거두었다. 또한 2010년 출간된 《So Much For That》으로 내셔널 북 어워드 최종 후보에 오름과 동시에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명실상부한 스타 작가로 발돋움했다. 저널리스트로도 활동 중인 그녀는 <월스트리트 저널>, <파이낸셜 타임스>, <뉴욕 타임스>, <가디언> 등에 사회 문제와 정부의 역할 등을 날카롭게 꼬집는 글을 쓰기도 하고 영국의 빈민 구호 단체인 옥스팜 활동에도 참여하는 등 지식인으로서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다. 한때 나이로비와 방콕, 벨파스트 등에서 살았으나 현재는 뉴욕과 런던을 오가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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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번역가. 영국 웨스트민스터 대학에서 문학 번역에 관한 논문으로 영어영문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주로 문학을 번역하며 KBS 더빙 번역 작가로도 활동했다. 에드워드 리의 《버터밀크 그래피티》, 다이앤 엔스의 《외로움의 책》, 앤디 위어의 《마션》,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휴머니스트 세계문학), 라이오넬 슈라이버의 《빅 브러더》 《내 아내에 대하여》 《맨디블 가족》, J. K. 롤링의 《해리 포터와 저주 받은 아이》 《이카보그》, 조지 손더스의 《12월 10일》을 비롯해 70권이 넘는 영미 도서를 우리말로 옮겼다. 2018년 GKL 문학번역상 최우수상을 공동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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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12월 09일
쪽수, 무게, 크기
640쪽 | 745g | 153*224*35mm
ISBN13
9788925551685

책 속으로

“고아는 완벽한 곳이었어. 그런데 당신이, 거기 살던 영국인이 자기 집에서 동네 사람한테 살해당한 기사를 읽고부터 너무 위험한 곳이 되었지. 겨우 살인 한 건으로. 뉴욕에선 그런 일이 허다하게 일어나는 데 말이야. 불가리아는 처음에 멋모르고 갔을 때 물가가 거저나 마찬가지였고 좀 빈약하긴 해도 어쨌든 서구 세계에 속하는 곳이었어. 인터넷과 우편, 깨끗한 물도 있었지. 그런데 음식이 너무 밋밋했어. ‘음식’이 밋밋하다니. 그거야 우리가 마늘이랑 로즈메리 따위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을 텐데 말이야. 그 사이 집값이 폭등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너무 늦어버렸지. 에리트레아도 그래. 거긴 상상력을 자극하는 곳이었지. 자랑스러운 신생 국가, 따뜻한 사람들, 어디서든 에스프레소를 만날 수 있는 곳. 1950년대 건축양식은 또 하나의 자극제였고. 이제 에리트레아 정부는 엉망이 됐어. 당신한테는 다행스러운 일이겠지. 모로코는 당신이 아주 마음에 들어했지. 기억나? 계피와 테라코타의 나라. 음식도, 풍경도 ‘밋밋하지’ 않았어. 그 정도면 가능성이 있겠다 싶어서 좀 더 있어보려고 했는데 엄마가 뇌졸중으로 쓰러지셨지. 반나절만 일찍 도착했어도 임종을 지킬 수 있었을 텐데.” (중략)
그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9?11 테러가 일어나면서 갑자기 이슬람 국가들이 전부 고려 대상에서 제외되었어. 터키까지 거기 포함되었다는 건 나한텐 정말 슬픈 일이었지. 아르헨티나의 화폐 가치가 폭락했을 때 우리한테는 환상적인 기회였어. 그 전에 금융 위기에 처한 동남아에선 우리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살 수 있었고. 하지만 이젠 그런 나라들도 전부 경제가 회복되어 우리가 가진 돈으로는 30, 40년을 버틸 수 없게 됐어. 쿠바는 샴푸와 화장지 없이는 살 수 없어서 싫다고 했지. 크로아티아는 거주권 발급 절차가 너무 까다롭다, 케냐는 빈민가를 보면 너무 우울해진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백인이라는 사실이 너무 미안하다. 라오스, 포르투갈, 통가, 부탄…. 이런 나라들은 뭐가 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아. 하지만… (그의 빈정거림은 최고조에 달했다) 당신은 틀림없이 기억하겠지.”
지나치게 온화한 글리니스는 그 순간을 즐기고 있는 듯했다. 그녀가 상냥하게 말했다.
“프랑스를 제외시킨 건 당신이잖아.”
“그랬지. 세금 때문에 버틸 수 없을 테니까.”
“항상 돈이었어, 셰퍼드.”
--- 본문 중에서

“글리니스랑 나는 늘 빠듯하게 살았어. ‘두 번째 삶’을 위해 종잣돈을 마련한다는 이유로 말이야. 샴푸는 두 개 사면 하나 끼워주는 행사를 할 때까지 기다렸다 샀어. 화장지는 값싼 홑겹으로 열두 개들이를 사다 썼고. 스테이크가 먹고 싶어도 칠면조 버거를 할인하면 그걸 사다 먹었지. 그런데 이젠 한 번에 500달러, 5천 달러씩 나가. 게다가 얼마인지 미리 알려주지도 않고. 맘먹고 돈 쓰러 나온 것처럼 가격표도 없는 물건들을 카운터에 잔뜩 쌓아놓은 것 같아. 본인 부담 비율은 20퍼센트밖에 안 되지만 5천 달러의 가입자 우선 부담금을 낸 후부터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거잖아. 검사 비용 하나만 해도 화장지를 엄청나게 살 수 있는 돈이라고.”
(중략) 셰퍼드가 다시 말했다.
“최근에 온 청구서 더미를 해결하려면… 내가 계좌를 따로 갖고 있었잖아. 만물 수리상 넘긴 돈에서 세금 떼고 넣어놓은 거 말이야. 그건 ‘두 번째 삶’에 쓸 돈이라 손대지 않고 놔뒀거든. 그런데 우리 당좌예금으로 모자라서 그 메릴린치 계좌를 건드렸어. 그 계좌로는 한 번도 수표를 쓴 적이 없었는데. CT 검사비로 첫 101번 수표를 발행했다고.”
(중략) 잭슨은 큰 소리로 웃었다. 셰퍼드는 멍청하진 않았지만 괴로울 정도로 협조적일 수 있는 친구였다. ‘사회 의료보장 제도’의 망령은 194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영국처럼 무상 국민 보건 서비스를 도입하고 싶어 했다. 그러나 의사들이 더 이상 큰돈을 긁어모으지 못할까 봐 겁이 난 미국의사협회는 이처럼 사회주의를 연상시키는 ‘사회 의료보장 제도’라는 냉전 시대 선전 구호를 날조해냈고, 그 후로 그것은 자국민들의 마음에 영원히 공포로 남았다. 천재적인 이름 붙이기 수법이었다. 슈퍼마켓들이 ‘노 프릴’ 제품 라인을 내놓은 것과 비슷했다. 그들은 완벽히 기본적인 질 좋은 제품을 아무 장식 없는 흑백 포장지에 싸서 내놓았고, 웬만한 사람들은 브랜드 제품의 절반 가격을 주고 그런 제품을 사려 들지 않았다. 그것은 정말 효과가 있었다. 잭슨의 어머니는 늘 돈에 쪼들리면서도 ‘노 프릴’ 화장지를 카트에 담는 모습은 들키고 싶어 하지 않았으니까.
“이 나라의 사십 몇 퍼센트가 메디케이드나 메디케어 혜택을 받고 있는 거 알아?”
잭슨은 이렇게 운을 뗐다. 역사를 들먹이면 셰퍼드는 늘 지루해했기 때문이다. 그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우린 ‘사회 의료보장 제도’를 원치 않네 어쩌네 떠들어대잖아. 하지만 전체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사회 의료보장 제도를 누리고 있어. 그래서 나머지 절반이 두 배의 돈을 내고 있는 거라고. 쪼다들은 몰수에 가까운… (약 일 년 전에 ‘몰수’라는 유식해 보이는 말을 알게 된 잭슨은 기회가 될 때마다 그 말을 사용하려 들었다) 엄청난 세금으로 찐드기들의 CT 검사비를 내주고 자기네 CT 검사비도 또 내는 거야. 빌어먹을.”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가 못마땅한 거야? 노인들과 빈곤층이 의료보장을 받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얘긴 아니지?”
잭슨은 한숨을 쉬었다. 그런 대사가 나올 줄 알았다. 셰퍼드는 A급 쪼다였다. 현실에 안주하며 늘 속고 사는 계급. 안타깝게도 잭슨 역시 거기에 속했다. 하지만 셰퍼드 내커는 그 계급의 마스코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잭슨이 말했다.
“그래, 그런 얘긴 아니야. 내 말은, 의료보험 가입자들은 자기가 자기 의료비를 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는 거야. 회사에서 들어준 귀중한 의료보험이 엄청난 사은품이라도 되는 줄 알지. 하지만 그건 공짜가 아니야! 빌어먹을 의료보험만 아니면 월급을 1만 5천 달러쯤 더 받을 수 있다는 걸 왜 모르냐고! 좆나게 슬픈 일이야.”
--- 본문 중에서

지친 글리니스는 일찍 잠자리에 들기로 했고 셰퍼드는 자신도 곧 가겠다고 했다. 아내가 위층으로 올라가자 셰퍼드는 현관 앞 베란다로 나갔다. 어둠 때문에 그 깔끔함을 잃어버린 길 건너 골프장은 황무지라고 해도 믿을 것 같았다. 춥고 맑은 날씨였다. 그는 외투도 없이 온몸으로 추위와 맞선 채, 별들 사이를 쏜살같이 가로지르는 비행기를 지켜보았다. 희미한 기계음이 사라지고 더 이상 빨간 미등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런 다음 집안으로 들어가 문단속을 하고 살금살금 위층 서재로 올라갔다. 아직 자크의 방문 틈으로 빛이 새어 나왔으므로 서재 문을 닫았다. 책상 맨 아래 서랍에서 비행기 표를 꺼내어 폈다. 오늘 날짜가 찍혀 있었다. 그는 그것을 한 장씩 문서 분쇄기에 넣었다. 그 주둥이가 꾸르륵 소리를 내며 종이를 분쇄했다. 아래쪽 통에 ‘두 번째 삶’의 조각들이 꼬불꼬불 말려 떨어졌다. 그는 신원 도용을 막으려고 그 분쇄기를 샀는데, 이제 그 기계가 자신의 예전 정체성, 예전 신원을 훔치고 있다니 기묘한 일이었다.
마침내 그는 컴퓨터 앞에 앉아 그 사이트로 들어갔다. 이제 검색 엔진에서 자판 세 개만 누르자 자동으로 그 사이트의 주소가 떴다. ‘생존율’ 앞에서 그는 조금도 지체하지 않았다. 소년 시절 화이트 산맥의 얼음 같은 물에 수영하러 들어갈 때도 그랬다. 망설임 없이 단번에 풍덩 뛰어드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그는 화면을 내려 보았다. 끝까지 꼼꼼하게 읽은 다음 다시 한 번 읽었다. 컴퓨터를 끄고 난 후 그는 아내가 깨지 않도록 숨죽여 울었다.
--- 본문 중에서

그는 끊임없이 위로가 될 만한 말을 떠올려보았다. 수술이 대성공할 거라며 아내를 안심시키고 싶은 충동을 몇 번이고 억눌렀다. 정말 장담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가짜 투시력조차 발휘할 수 없는 그는 글리니스에게 사과 주스를 과하게 가져다주는 것 말고는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어젯밤의 떠들썩했던 모임이 이제는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오늘 셰퍼드와 그의 아내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따뜻한 손길로 아내의 목을 만져주는 게 가장 효과적인 것 같았다. 지금은 몸의 시간이었다. 몸으로 소통할 시간.
셰퍼드는 자신의 생각들을 아내에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 자꾸 이기적인 생각으로 돌아갔지만 시간이 남아돌아서 어쩔 수가 없었다. 빈 공간이, 숨 막히는 침묵이 너무도 많았다. 그래서 자신이 고대할 만한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희망을 가질 만한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하고 끊임없이 생각해보았다.
--- 본문 중에서

“오래전부터 계획하신 것 있잖아요. 외국으로 나가는 거… 당분간 보류하셔야겠네요.”
셰퍼드의 옆에서 루비가 말했다.
“그쪽 식구들은 처음부터 말도 안 되는 계획이라고 생각했잖아요.”
셰퍼드가 말했다.
“백 퍼센트 이해하진 못했죠.”
루비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이해하지 못한 게 아닐 텐데. 모두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지.”
“좀 ‘별나다’고 생각하긴 했어요. 어딘가에 다른 나라가 있을 거라는 생각, 어딘가에 발할라가 있을 거라는 생각, 꼭 장소를 말하는 게 아니라 다른 직업이나 완벽한 결혼 생활이 될 수도 있죠. 혹은 아이를 가질 수만 있다면 뭔가 답이 나올 거라고 생각하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끌리긴 하죠. 하지만 정말 답이라는 게 있을까 싶어요. 지난달에 템플 오브 뮤직 앤드 아트에서 안톤 체호프의 [세 자매] 공연을 봤거든요. 시골에 가게 된 세 자매는 다시 모스크바로 돌아갈 수 있기를 갈망하죠. 하지만 관객들은 모스크바에 가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어떤 면에선 그들이 모스크바에 가지 못한 게 다행인 거죠. 형부도 그럴지도 몰라요. 그냥 꿈으로 갖고 계세요. 어딘가에 해결책이 있다는, 마지막 수단이 있다는 꿈으로 간직하시라고요.”
“하지만 내가 계획한 건 완전히 다른 나라예요.”
셰퍼드는 병원의 이중문 안으로 들어가면서 유쾌하게 말을 이었다.
“어떤 나라들은 우리와 경제 규모가 달라서, 서양에선 클립 한 통 살 수 있는 돈으로 한 달 동안 생활할 수도 있어요. 바꿔 말하면 거기서 한 달 내내 일해도 여기서는 겨우 클립 한 통밖에 살 수 없는 거죠.”

--- 본문 중에서

줄거리

내가 꿈꿨던 어떤 두 번째 삶은 죽을 때까지 일하지 않고도 버틸 수 있는 새로운 세상으로의 도피였어. 하지만 당신은 어떤 이유를 들어서든 가고 싶지 않아 했고 난 혼자라도 떠날 심산이었지. (물론 그렇게까지 하면 당신이 날 따라오리라 생각했어.) 그때 갑자기 당신이 복막중피종인지 뭔지 하는 병에 걸렸다고 했고 우린 아무 데도 갈 수 없게 됐어. 거기다 성실하게 한평생을 살았던 당신과 나였는데 정작 가장 도움이 필요할 때 사회는 아무런 도움도 안 돼.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초라하게 만드는 걸까? 어디서부터 단추가 잘못 채워진 걸까? 우리 목숨의 가치는 얼마인 걸까?

출판사 리뷰

“모두를 위한 복지를 위해 내가 냈던 세금을
왜 아내의 불치병 치료에는 쓸 수 없을까?”
내셔널 북 어워드 픽션 부문 최종 후보작


누구나 생각했지만 아무도 꺼내지 못했던 이야기, 가장 시니컬하고 강렬하게 사회를 비판하는 작가
라이오넬 슈라이버가 미국 의료제도의 모순과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가치에 대해 파헤친다


모성을 모독하듯 아기를 낳기 싫어하는 엄마, 그에 대한 복수라도 하듯 태어나면서부터 엄마와 주변인들에게 고통을 주는 것을 즐기는 아들, 돌이킬 수 없이 끝없는 평행선을 달리는 모자(母子)의 이야기를 다룬 충격적인 소설 《케빈에 대하여》로 2005년 최고 권위의 여성 문학상인 오렌지 상을 수상한 저널리스트 출신 작가 라이오넬 슈라이버. 2011년 동 작품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 역시 전 세계 유수의 영화제를 휩쓸며 원작자 라이오넬 슈라이버에 대한 많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누구나 생각해왔지만 차마 아무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사회적 이슈와 함께 담아 써내는 라이오넬 슈라이버의 독특한 주제의식은 작가의 다른 작품에서도 역시 빛나 왔는데 2010년 내셔널 북 어워드 픽션 부문 최종 후보작이었던 《내 아내에 대하여》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소위 돈 있는 사람들의 의료 서비스는 자유 시장 경쟁 체제에 맡기는 미국의 의료제도에서 국민의 대다수는 민간의료보험에 의존해왔다. 그러나 각 민간의료보험마다의 가격과 혜택의 차이로 인해 대부분의 서민들은 제대로 된 진료를 받지 못해왔고 이로 인해 2013년, 오바마 정부는 의료보험의 부담을 정부와 기업이 나누자는 취지로 건강보험개혁안 ‘오바마케어’를 발의했다. 그러나 공화당과 민주당이 이러한 제도 개선에 대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연방정부의 강제휴무, 이른바 셧다운이 17년 만에 시행되기도 했다. 라이오넬 슈라이버의 2010년작 《내 아내에 대하여》는 평범한 중산층 부부가 아내의 병으로 인해 심적, 경제적으로 서서히 붕괴되는 과정을 통해 이러한 미국 의료제도의 모순을 신랄하게 꼬집는다.

정신이 아닌 육체를 쓰는 일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한평생 성실하게 수리공으로 일해 이제는 엄연한 집수리 회사 경영자의 위치에 오른 50대의 셰퍼드 암스트롱 내커는 인생의 후반기이자 자신의 ‘두 번째 삶’을 제3세계에서 새로 시작할 꿈을 꾼다. 미국에서는 클립 한 통 사지 못할 돈으로 한 달을 보내고 경쟁을 하지 않고 서로 공존할 수 있으며 일을 하지 않고도 정신적으로 여유롭게 보낼 수 있는 삶. 자신의 회사를 100만 달러에 팔아 심적,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셰퍼드에게 그것은 어렵지 않은 일로 보였다. 그러나 아내 글리니스의 불치병 진단은 가정을 한순간에 위기로 빠뜨린다. 꿈꿔온 펨바 섬으로의 이민은 물론이거니와 비교적 여유가 있었던 경제력조차 아내의 치료비로 물이 새듯 모두 소진된다. 아내를 돌보는 것 역시 자신이 성실히 해내야 할 의무라고 생각하는 셰퍼드는 경제적 어려움과 가족들의 외면, 그리고 이루지 못할 자신의 꿈 사이에서 갈등을 겪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오히려 아내와의 사이가 더욱 돈독해지는 것을 느낀다.

《케빈에 대하여》의 주인공 에바가 작가 라이오넬 슈라이버를 그대로 반영했다고 할 만큼 냉소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사회에 대한 시각을 보여주었다면, 《내 아내에 대하여》의 주인공 셰퍼드와 글리니스 부부는 성실하고 모범적인 중산층의 모습을 투영한다. 대신 이 작품에서 작가의 시각을 대변하는 것은 주인공 셰퍼드의 친구이자 이웃집 주민인 잭슨이다. 그 역시 서른 살을 넘기기 힘든 불치병 FD를 앓고 있는 딸 플리카가 있는 아버지인 잭슨의 입을 빌려 슈라이버는 (“이 나라의 의료비 가운데 ‘30퍼센트’는 소위 ‘행정에 들어가는 거야.”, “회사에서 들어준 의료보험이 엄청난 사은품인 줄 알아? 빌어먹을 의료보험만 아니면 월급을 1만 5천 달러쯤 더 받을 수 있어.”, “우린 애들이 뭐라도 배우게 하려고 꽤 많은 돈을 내고 있어. 그런데 학교에선 애들 비위만 맞추려 들잖아.”) 미국 복지제도와 사회의 모순을 여과 없이 꼬집는다.

염세주의적이고도 사회주의에 가까운 라이오넬 슈라이버의 독특한 주제의식은 클라이맥스보다 그 결말에서 오히려 더 큰 충격과 감흥을 준다. 작가는 독자들이 전혀 상상하지도 못한 방식으로 셰퍼드와 글리니스 부부, 그리고 잭슨 부부와 플리카의 미래를 그려낸다. 이미 예상된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아내와 눈물의 이별을 할 것이라는 독자의 기대와는 달리, 그들의 이별과 새로운 삶은 씁쓸함과 슬픔이 아니라 진일보한 희망과 의연함으로 다가온다. 특히 사회의 절대 순응자인 셰퍼드가 아내의 죽음을 앞두고 50대가 넘어서야 비로소 진정한 자아를 찾고 마음이 이끄는 대로 행동하는 과정은 책의 중후반에 이르기까지 그의 심리를 보아왔던 독자들에게 충격적일 정도로 큰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기존 제도권하의 문학작품에 비해 《내 아내에 대하여》의 아름답고도 시크한 결말은 인생의 여러 가지 방향에 대한 다양한 제시라는 측면에서도 훌륭하며 독자에게도 잊을 수 없는 긴 여운을 남긴다.

사회적 이슈와 가족을 독특한 시각으로 다뤄온 라이오넬 슈라이버는 신작 《Big Brother》를 통해 초고도 비만 환자인 오빠를 돌보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선보였다. 실제 극심한 비만으로 사망했던 오빠와 자신의 이야기를 투영한 슈라이버의 신작 역시 2014년 초 알에이치코리아를 통해 선보일 예정이다.

언론사 추천평

“통찰력과 패기가 넘치는 소설. 슈라이버의 문장은 솔직하면서도 아름답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의 미묘한 뉘앙스와 그 속에 담긴 설득력도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_뉴요커

“라이오넬 슈라이버의 글은 소위 공공(公共)의 신경을 긁는다.”_버밍엄 포스트

“내장을 침범하는 듯한 깊고도 인상적인 이야기, 병이 인간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주며 죽음과 씨름하는 인간의 노력이 남아 있는 사람들의 삶에는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 설명하는 이야기다. 슈라이버는 작품 속에서 인물들이 이 고통에 열성을 다해 임하면서도 이성적인 판단을 잃지 않는 것으로 묘사한다.”_미치코 카쿠타니(뉴욕 타임스)

“라이오넬 슈라이버는 용감하고 대담한 페이지 터너다. 독특한 재미와 뛰어난 플롯을 자랑하는 이 작품은 슈라이버가 염세주의자 중의 최고임을 증명하기도 한다. 사악할 정도로 똑똑한 작가.”_메리 폴스(타임)

“조디 피콜트가 시대정신을 담은 손가락으로 글을 쓴다면, 라이오넬 슈라이버는 직접 소리 내어 작품을 써내려가는 듯한 작가다. 업톤 싱클레어(미국 소설가 겸 사회비평가, 사회고발 소설을 위주로 씀-편집자)처럼 슈라이버는 소시지를 어떻게 만드는지 우리에게 강제로 보여주는 식인데 《내 아내에 대하여》의 세상은 《정글》(미국 도살장 환경과 노동 현실을 폭로한 업톤 싱클레어의 소설-편집자)보다 더 잔혹하다. 나는 감상주의가 없는 슈라이버의 작품을 존경한다. 그렇다, 이 작품은 날카롭고 현학적이며 까마득할 정도로 길긴 하다. 그러나 이 작품 속의 분노는 전염성이 강하다. 만약 당신이 이 이야기의 소름 끼치는 디테일과 모든 것을 꿰뚫는 듯한 작가의 신경질적인 통찰력을 감당할 수 있다면, 이 작품은 당신에게 충격을 주고 당신을 변화시키는 진귀한 소설이 될 것이다. 온전히 현실적이고 연민이 가는 캐릭터들과 함께, 라이오넬 슈라이버는 이 나라의 현대 보건 의료 시스템하에서 우리의 삶과 끔찍한 불치병을 어떤 식으로 받아들여야 할지에 관해 가장 실존주의적인 질문을 던진다.”_론 찰스(워싱턴 포스트)

“아주 맛있는 소설. 있음직하지 않을 것 같은 기분 좋은 블랙 코미디인 《내 아내에 대하여》는 꼼꼼하고 다이내믹한 산문들로 이루어져 있다. 작품의 클라이맥스는 의료 서비스의 미래에 대한 그 어떤 논문보다 재미있고 순수한 분노를 내뿜으면서도 완전한 유연성을 보여준다.”_엘라 테일러(LA 타임스)

“불치병을 선고받은 한 가족의 현실감 있는 자화상과 미국 의료 보건 시스템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함께 보여주는 작품.”_크리스틴 퍼킨스(라이브러리 저널)

“라이오넬 슈라이버는 경험 많은 저널리스트의 흔적을 자신의 소설에 그대로 투영한다. 세계적으로 중요한 사회적 이슈들을 자기화시켜 쉽게 설명하는 작가의 장점은 독자들에게도 재미있게 다가온다. 슈라이버의 작업 방식은 교활할 정도다. 불손하고, 똑똑하며, 작가 자신만큼 무례한 캐릭터들을 만든 후, 시기적절하고 유행을 타지 않는 이야기에 배치시킨다. 그녀의 캐릭터들은 남자가 카우치에서 감자칩을 아삭아삭 베어 먹는 것처럼 현실적이다.”_애비 프루흐트(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

“《내 아내에 대하여》는 미국의 의료 시스템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모든 상하원의원과 의사, 보험 설계사들이 필히 읽어야 할 작품이다. 슈라이버는 절대 감상적이지 않다. 대신, 그녀는 TV 영화 같은 익숙한 설정으로 독자들의 접근성을 높이면서 미국 의료 시스템의 폐단을 더할 나위 없이 강하게 비난한다.”_엘린 카너(마이애미 헤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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