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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권 |
Avram Noam Chom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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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비밀이라는 게 대부분 국가 안보하고는 상관이 없습니다. 국민들에게 진상을 알리지 말자는 것일 뿐입니다. 많은 기밀문서는 30년이 지나면 비밀해제가 되는데 그 기다란 리스트를 면밀히 살펴보면 국가 안보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 문제로 박사학위 논문을 쓴 스티븐 준스[청중 속에 준스 교수가 있다]가 동의할지는 모르겠는데, 다양한 분야의 기밀문서를 읽어본 내 느낌으로는 그 안에서 국가 안보와 관련된 내용은 사실상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 비밀을 유지하는 주된 목적은 진상을 일반 대중이 모르게 하자는 것, 그것뿐입니다. ---p.42
그런데 모든 정부는 일반 대중을 겁줘야 할 필요가 있는데, 그 방법 중 하나가 정부 활동을 미스터리로 포장하는 것이지요. 정부 활동을 미스터리로 휘감는 방식은 저 멀리 헤로도토스[고대 그리스 역사가] 시대까지 소급됩니다. 헤로도토스의 책을 읽어보면 메데족과 기타 부족들이 투쟁을 통해 자유를 얻고도 다시 자유를 잃어가는 과정을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은 권력 주위에 미스터리의 장막을 쳐서 왕권을 보호하려다가 그만 자유를 잃어버리고 말지요. ---p.44 뉴스와 정보 제공에 관해 살펴볼 때에는 기본 구조를 감안해야 하는데, 이른바 ‘어젠다(의제)를 설정하는agenda-Setting’ 언론이 있다는 겁니다. 주류 언론이 기본 틀을 정하면 작은 언론은 그에 따라야 합니다. 대형 언론사는 중요한 자원을 많이 갖고 있고, 전국에 산재해 있는 작은 언론사들은 그들이 내놓는 틀을 가져다가 써야만 합니다. 가령 피츠버그나 솔트레이크시티에 있는 신문사는 앙골라를 다룰 때 독자적으로 현지에 특파원을 보내고 자체 분석 기사를 쓰기가 대단히 어렵기 때문입니다. ---p.51 물론 세상을 바라보기만 하면서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사실 관계로 나를 헷갈리게 하지 마. 너무 고통스러워.” 또는 “현실은 알고 싶지 않아. 그건 너무 추악해.” 이런 사람들은 뉴스를 더 이상 읽지 않습니다. ‘스타일’ 섹션이나 ‘스포츠’ 섹션만 읽을 겁니다. 하지만 세상일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들의 경우는 다릅니다. ---p.64 한번은 《보스턴글로브The Boston Globe》의 또 다른 편집자에게 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에 대한 보도가 그토록 편파적이냐고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실제로도 편파적이었습니다. 그는 씩 웃더니 이렇게 말하더군요. “아랍인 광고주가 몇 명이나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걸로 대화는 끝났습니다. ---p.67 가령 ‘방어’라는 말을 한 번 봅시다. 나는 공격적 행위를 하고 있다고 시인하는 국가를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늘 국가 방어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심지어 ‘선제 공격에 의한 방어’라는 말까지 있습니다. ---p.104 미국은 남베트남에서 ‘방어’를 한 것이었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내가 면밀히 살펴본 언론 중에서 미국이 남베트남을 방어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 언론은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미국은 남베트남을 방어한 것이 아니라 공격한 것입니다. 역사상 다른 침략이 그러하듯이 미국은 남베트남을 공격한 겁니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간행물 말고 제대로 된 미국 신문에서는 이 공격이라는 단어를 눈 씻고 봐도 찾을 수 없습니다. 그것이 보도 불가不可인 까닭입니다. ---p.110 ‘온건한moderate’은 ‘미국의 명령을 잘 따르는’이라는 뜻이지요. ‘미국의 명령을 잘 따르지 않는’ 경우는 ‘과격한radical’이라고 하고요. ‘과격한’은 좌파나 우파와는 아무 상관도 없습니다. 극우 인사도 미국의 명령을 잘 따르지 않으면 ‘과격한’ 사람이 되는 겁니다. ---p.115 미국의 전반적인 경제 수준이 너무나 낮다는 것은 미국 경제체제의 수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영아 치사율이나 생존율, 기타 다른 척도를 세계 수준과 비교해봤을 때, 미국 사람들의 생활은 그리 유복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미국은 그 리스트에서 한참 하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가령 영아 치사율에서 미국은 20개 공업국가 가운데 20등입니다. 건강 수준은 가난한 제3세계 국가인 쿠바와 같은 수준입니다. 정말로 창피한 일입니다. 미국의 일반 대중은 여러 기준을 놓고 볼 때 다른 나라보다 훨씬 더 나은 삶을 살아야 마땅합니다. 선진국 가운데 미국처럼 자원이 많은 나라도 드뭅니다. 기본 문자 해독률도 높은 편이어서 잘 교육받은 인구를 갖고 있습니다. 미국은 비교적 균일한 인구를 갖고 있어서 전 지역에서 영어를 사용합니다. 세계의 다른 나라들은 그렇지 못합니다. 미국은 엄청난 군사력을 갖고 있고 국경 주위에 이렇다 할 적성국이 있지도 않습니다. 역사상 강대국치고 이런 조건을 가진 나라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이런 것들은 아주 유리한 점인데도 불구하고 미국의 경제체제는 국민 복지와 연결시키지 못했습니다. ---p.154 “제3세계에 대한 미국의 주안점은 민족주의적 정부의 등장을 막는 것이다. 이런 정부는 낮은 생활수준의 개선과 생산의 다변화를 요구하는 민중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이는 곤란한데 그 까닭은 미국 기업의 투자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야 하고 실현된 수익을 서방으로 보내는 것을 허용하는 사업 환경을 조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내용이 미국 고위층의 문서에서 해마다 반복되고 있는데,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국가안전보장회의의 보고서 등이 대표적인 것입니다. 미국은 이런 행위를 전 세계에서 일삼아왔습니다. ---p.164 방 안에 가만 앉아 있어서는 환상을 물리치지 못합니다. 이런 식으로는 성공할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 우리가 사는 세상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회적 세상입니다. 여러분은 종종 그 세상에 개입하고-마땅히 개입해야 합니다-그것을 바꾸려 합니다. 바로 이런 맥락에서 여러분은 배우게 되는 겁니다. 여러분의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그것에 대한 반응을 살피고, 다른 사람들이 그 주제에 대하여 뭐라고 말하는지 알아내고, 프로그램을 작성하고, 그것을 실현시키려고 노력하고, 프로그램 중 어떤 부분이 비현실적인지 살펴보고, 그로부터 경험을 얻고 이렇게 해서 배워나가는 겁니다. ---p.253 미국 사람들이 지닌 중대한 환상 가운데 하나는-물론 이것은 세뇌 시스템의 주요한 부분입니다만-정부가 곧 권력 그 자체라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정부는 권력 그 자체가 아닙니다. 정부는 권력의 한 부분만을 담당할 뿐입니다. 진정한 권력은 사회를 소유한 사람들 손에 있고, 국가 관리자들은 통상적으로 공무원에 지나지 않습니다. ---p.289 청중 1: 우리가 비판하고 건설적인 비평을 계속해나가면 시스템을 바꿀 희망이 있다는 겁니까? ─ 건설적인 비평이 대규모 대중운동을 이끌어내는 지점에 도달하면 그때는 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뭔가가 생겨납니다. 그러면 희망이 있는 거지요. 만약 미국 식민지 사람들이 팸플릿이나 쓰고 그 이상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면 미국혁명(독립전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청중 2: 그럼 건설적 비평을 계속하면서 포기하지 않는 요령은 뭐죠? 많은 사람들이 그걸 필요로 하는 것 같은데. ─ 그 요령은 ‘고립되지 않는 것’입니다. ---p.297 언론은 나중에 자기를 뒤집어엎을지도 모르는 민중을 교육하는 데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설령 그 과정에서 이익을 올린다고 할지라도 말입니다. 가령 당신이 사회민주적 노선 또는 노동자의 경영 참여를 요구하는 과격한 노선의 신문을 발행하면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루퍼트 머독(미디어 업계의 ‘황제’)을 설득했다 하더라도, 그는 그런 신문을 발행하지 않을 겁니다. 이익보다 더 중요한 것은 권력 시스템을 온전히 유지하는 것이지요. 사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미국 엘리트들은 사회적 지출보다 군사적 지출을 더 선호하는 겁니다. 납세자의 돈을 군사 시스템에 쓰기보다 사회적으로 유용한 목적에 사용하는 것이 더 많은 이득을 올릴 수 있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고 군사적 지출 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겁니다. 사회적 지출은 권력의 기본적인 특혜를 침해하기 때문이지요. 그걸 하게 되면 감시하는 시민 단체가 생겨나고 그러면 가능한 한 피하고 싶은 부작용이 생겨나기 때문이지요. ---p.300 MIT 교수이기 때문에 내 말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난센스입니다. 어떤 연설이 의미를 갖는 이유는 그 연설의 내용 때문이지, 연설자의 이름 뒤에 따라오는 직함 때문이 아닙니다. 상식적인 사안에 대해서 논평하는 데에도 특별한 자격을 갖추어야 한다는 생각은 또 다른 속임수일 뿐입니다. 그것은 민중을 주변화하려는(소외시키려는) 술수이므로 당신은 그런 속임수에 넘어가서는 안 됩니다. ---p.335 매일 저녁 절망을 느끼지요. 정말 절망적인 사람이 되기로 마음먹는다면 이 세상에 절망을 느낄 만한 일은 대단히 많습니다. 인간이 다음 세기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가능성을 객관적으로 측정한다면 그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내 말은, 절망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며 아무것도 안 한다면 그게 무슨 의미냐는 겁니다. ---pp.337-3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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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권력의 ‘성역’과 ‘금기’를 까발리는 촘스키와의 대화, 10년의 기록
“생존하는 가장 중요한 지식인” “인류 역사상 가장 자주 인용되는 여덟 번째 인물” “미국의 양심” “자유주의적 사회주의자” “언어학의 혁명가” … 노암 촘스키, 그 이름 뒤에 따르는 수식어다. 그러나 세상의 권력을 가진 자들(세계 지배 권력과 그 추종자들)에게는 아마도 가장 “귀찮은” 아니 가장 “두려운” 이름일 것이다. 세상은 기업권력을 축으로 그에 기생하거나 끼리끼리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먹고사는 정치권력과 언론권력(이른바 “지식인” 포함)의 프로파간다에 의하여 움직인다. 민주주의나 자유주의는 이미 이들의 구린내 나는 엉덩이 밑에서 질식사한 지 오래되었다. 그 알맹이(내용)는 모두 소멸되고 말(형식)만 남아 프로파간다의 액세서리 노릇만 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신자유주의”를 등에 업은 “세계화” 구호가 요란하다. 그러나 이것들은 아무리 그럴듯하게 포장되더라도 그 실체는 영락없이 “제국주의”다. 촘스키는 이를 “신제국주의”로 규정한다. 신제국주의가 지난 제국주의와 다른 점은 두 가지다. 실익이 없는 영토 점령 대신 교묘한 수단으로 때론 아주 노골적인 협박으로 경제 식민지를 만들어 “합법적으로”(?) 수탈한다는 점이 그 하나다. 전에는 여러 제국이 먹잇감을 두고 각축을 벌였는데, 이제 다른 열강들은 모두 미국을 “큰형님”으로 모시는 군소 제국으로 몰락하고 미국만이 유일한 제국으로 군림하고 있다는 점이 그 둘이다. “세계화”는 권력을 쥔 자들(이른바 선진국들의 거대 다국적기업)의 파괴적인 수탈 음모일 뿐이다. 그동안 “세계화”를 비판하는 듯한 모션을 취했던 지식인들조차 이제는 아예 노골적으로 “세계화는 대세”라며 그에 따를 것을 강요한다. 그러나 아직은 차마 “세계화는 좋은 것”이라고 내놓고 뻥을 치지는 못한다. 세계화는 이미 권력을 선점한 자들 1퍼센트에게는 더없이 좋은 것이지만 나머지 99퍼센트의 삶을 파괴하고 지구를 황폐화하는 치명적인 독소다. 지금 지배 권력이 추구하고 있는 세계화는 지속가능한 발전과는 반대편으로 내달리고 있다. 이런 추세로 가면 머지않아 1퍼센트의 권력자들도 먹잇감이 바닥나는 막막한 사태에 직면하여 공룡과 같은 운명을 맞을 것이다. 촘스키는 바로 그 힘없는 99퍼센트의 권리를 위하여 평생을 외롭게 싸워온 참 지식인이다. 미국을 비롯한 이른바 “민주선진국가”에서 주권재민主權在民은 이미 폐기되었으며, 권력의 99퍼센트는 “달러”로부터 나온다. 촘스키는 바로 99퍼센트의 권력에 맞서 치열하게 싸워왔다. 촘스키 투쟁 10년의 기록이 바로 이 책,『촘스키, 세상의 물음에 답하다』(전3권, 시대의창 펴냄)이다. 이 책에는 촘스키 사상이 농밀하게 집약되어 있다. 그가 10년에 걸쳐 행한 거의 모든 대화를 녹취한 다음 겹친 부분은 덜어내고 주제별로 두서를 잡았으며, 읽다가 막힐 만한 부분에는 간명한 해설을 달아 이해를 도왔다. 게다가 두 명의 탁월한 편집자가 촘스키 제자 그룹의 도움을 받아 본문보다 더 방대한 “온라인 주석”을 작성하였다. 촘스키가 주장하는 바의 논거를 풍부하게 예시하고 있는 이 주석은 더 깊은 공부를 하기에 더 없이 훌륭한 재료다. 이 책은 촘스키 정치사상의 고갱이를 거의 모두 망라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1권에서는 “권력이 여론을 조작하는 방식에 관하여” 답하고 있는데, 주로 권력의 ‘진실’과 여론조작, 현대의 빈곤, 미국의 신제국주의, ‘전쟁과 평화’를 말하고 있다. 제2권에서는 “권력이 세상을 지배하는 방식에 관하여” 답하고 있는데, 주로 세상을 지배하는 제국의 방식, “제한 없는 자본주의”와 시민운동, 지식의 책무를 말하고 있다. 제3권에서는 “민중이 권력에 저항하는 방식에 관하여” 답하고 있는데, 주로 민중의 투쟁 방식과 의미, 시민운동의 새로운 길, 미래의 전망을 말하고 있다. 이 책의 편집자들은 서문에서 “우리의 목표는 촘스키의 정치사상을 일목요연하게 개관할 수 있도록 녹취록을 단행본 형태로 편집하되, 촘스키 학술서의 엄정함과 인터뷰 형식의 친근함을 종합적으로 살릴 수 있는 그런 책을 만드는 것이었다”고 편집의 의미를 밝히고 있으며, 이 책의 역자는 서문에서 “나는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혹시 이런 개인권력에 대한 분노가 촘스키를 움직이는 힘이 아니었을까 궁금해하면서 셰익스피어의『코리올레이너스』에 나오는 ‘분노는 나의 힘(Anger is my meat), 나는 분노를 나의 식사로 삼았으나 그것은 먹으면 먹을수록 더 나를 배고프게 한다’는 대사를 많이 생각했다. 그러나 이 책을 거듭 읽으면서 분노보다는 ‘민중에 대한 사랑’이 그를 움직이는 힘이라고 확신하게 되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