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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피, 열
향연 혀들 천국을 잃다 적들의 심장 배의 바깥에서 스노우 필요한 몸들 물보다 진한 색다른 것들 뼈들의 연감 저자의 말 옮긴이의 말 |
Dantiel W. Mon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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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일어서며 느릿느릿 말하는 키라가 혼란스러워 보인다. 듬성듬성 흩어져 있는 옥상들을 바라보더니 마치 무언가를 봤지만 그게 무엇인지는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이다. 그러더니 들고 있던 종이접시를 난간 밖으로 날린다. 에바도 따라 접시를 날린다. 둘은 접시들이 둥실둥실 느리고도 아름답게 땅으로 내려앉는 모습을 지켜본다. 에바가 다시 내려가려고 돌아선다. 그때 등 뒤에서 키라가 말한다.
“옥상에서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 에바의 머릿속에 이미지가 스쳐간다. 공기가 거세게 밀려나고, 뼈가 부러지고, 덩어리들이 시뻘겋게 철퍼덕. 끔찍해. 키라에게 이 말을 하려고 몸을 돌리는데 눈앞에는 그 흉측한 건물들 뒤로 파랗게 펼쳐진 하늘뿐이다. 진정한 신의 파랑. 아래에서 누군가가 비명을 지른다. ---「우유, 피, 열」중에서 나는 마치 몸의 열기와 샤워기의 수증기에 데워진 아기가 날것인 생명의 색으로 떨어져 나왔던 바로 그때처럼 애원한다. 간처럼 검붉은 색깔의 줄무늬가 있고 샴페인을 만드는 포도알 크기로 응어리진 붉은 핏덩어리들. 다음으로 나온 건 미끈한 은빛의 동전만 한 주머니. 조각조각 난 내 아가, 검붉은 무화과 빛으로 반짝이는 내 아가. 텅 비어버린 채 샤워기 아래 웅크리고 앉아서 물이 차가워지게 내버려두기 전에, 그 주머니를 지퍼백 안으로 미끄러뜨리기 전에, 히스가 나를 병원에 데려가기 전에, 내가 내 아기를 집어 들고 흔들어 어르며 내 안에 있던 그 이질적 풍경 속에서 얼굴이나 아주 작은 무릎을 알아볼 수 있는지 확인해보려 애썼던 그때. 나는 손 안의 아기를 흔들며 다 괜찮아질 거라고 말해 주었다. 엄마가 해야 하는 일을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향연」중에서 제이는 목사가 하는 말을 듣고 그 이면에 감춰진 뜻을 이해한다. 자신은 머리에는 털이 있어도 되지만 겨드랑이에 있어서는 안 되고, 팔에는 털이 있어도 되지만 다리에 있어서는 안 되며, 다리 사이의 털은…… 남자 취향에 달려 있다는 것. 구경당할 수는 있어도 구경할 수는 없다는 것. 그의 굴을 쳐다보려니, 제이의 눈에 눈물이 점점 차오르고 심장은 목구멍에서 쿵쿵거린다. 제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목사가 움직이기 전까지는 움직일 수도 없고, 면전에서 는 울지 않을 생각이다. 결국 제이는 시선을 떨구었고 목사는 뒤로 기대어 앉으며 무릎을 놓아준다. 그러고는 제이가 나갈 수 있게 문을 연다. 하느님은 너를 축복한단다, 꼬마야, 목사가 말한다. ---「혀들」중에서 드디어 더크가 입을 연다. 그만할 수는 없는 거야? 제이는 그 말뜻을 짐작해본다. 내가 달라진 것, 못되게 구는 것 말이겠지. 제이는 동생의 보드랍고 덥수룩한 머리에 손을 넣고 머리카락을 이리저리 꼰다. 동생을 이해시킬, 마음이 놓이게 할 만한 그 어떤 말도 찾을 수가 없다. 환히 비추는 것이 빛의 속성이며, 많은 이들이 그랬듯 제이는 이미 본 것을 잊을 수는 없으니까. 제이는 이 정도 유대의 순간으로 충분하기를 바라지만 더크가 아직 기다리고 있으니 뭐라도 대답하기는 해야 한다. 진실은 아름다운 거야, 에머슨의 말을 인용하여 동생에게 답을 해본다. 하지만 거짓말 역시 아름다운 것. ---「혀들」중에서 프레드는 글로리아가 자신을 벌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글로리아가 말하지 않는 모든 것들, 자신의 모든 질문에 “괜찮다”라고 대답하며 자신이 가까이 다가서지 못하게 막는 그 모든 것들을 떠올리기만 해도 프레드는 위장이 콱 옥죄어드는 느낌이었다. 프레드는 어쩐지 글로리아가 자신의 모든 것을 꿰뚫어보고 있다고 확신했다. 암 덩어리가 글로리아의 몸을 끊임없이 갉아먹으며 무언가를 빼앗아가는 대가로 글로리아에게 일종의 신성한 앎을 선사한 것이 틀림없었다. ---「천국을 잃다」중에서 어른들은 주지 않을 답을 찾는 기분으로. 나는 묻고 싶었다. 자기 전에 트위트가 두 손을 모을 때면 부모님의 구원을 위해 기도하는지 아니면 그들이 죽인 남자를 위해 기도하는지. 그리고 무엇에게 기도했는지. 트위트가 믿는 하느님은 트위트를 닮은 두 얼굴에다 청바지 허리춤에 권총을 숨기고 있었을까? 샤일라의 하느님은 전당포의 금붙이와 2달러 위조범들의 하느님이었을까? 금방 돌아올게, 약속해놓고는 영영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 그자들의 하느님? 그렇다 해도 나는 트위트가 찬송가를 부르듯 내 귀에 그 답을 들려주었으면 했다. 하지만 이 주제는 “어른들 이야기”였고 우리끼리도 금지된 것이어서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또다시 돌을 던졌지만 여전히 빗나갔다. ---「배의 바깥에서」중에서 빌리는 어쩌면 그 어떤 것이든, 어떤 블랙홀, 어떤 몸, 어떤 선택 모두 하나의 관문이 될 수도 있으며, 관측되지 않는 다른 어디에서든 택하지 않은 모든 길이 이어지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 대신 노래를 만드는 빌리가 있고, 서울에서 영어를 가르치며 혼자 사는 빌리도 있고, 지금에 있는 빌리와는 평행으로 존재하는 또 다른 빌리는 악몽이 손짓하는 어둠 속에서 엄마의 그 직감으로 손에 따뜻한 우유 잔을 들고 있다. 무수한 또 다른 빌리들은 잃어버린 존재가 아니라 단지 닿지 않는 다른 세상에 있다. 어딘가에서는 어떤 아이가 그를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빌리가 그들을 볼 수는 없어도 그 잉어들은 아직 헤엄을 치고 있지 않을까? 빌리는 눈을 감았다. 자신을 둘러싼 밤의 맥박을, 빌리라는 물질에게 다시 말을 거는 암흑 물질을 느꼈다. ---「필요한 몸들」중에서 12월의 마지막 정찬의 밤에 우리는 식탁 위에 크리스털 잔을 올려놓고 아치형 입구 위를 겨우살이로 장식하다가 문득 부엌에서 들려오는 졸음 섞인 칭얼거림과 요리사들의 쉿! 쉿! 하는 소리를 들었다. 자장가 소리도 들었다. 우리가 옛날에 들었고 지금은 우리가 부르는 그 자장가들, 그 선율이 우리의 뼛속으로 파고들었다. 우리는 분노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우리는 이런 걸 바란 게 아니었다고. 도저히 용납할 수 없어. 그런데 우리가 뭘 할 수 있지? 우리는 접시들을 식탁으로, 관능에 가까운 기대감으로 헐떡이는 숨소리들 앞으로 가져다주고는 뒤로 물러나 시선을 떨구었다. 보지 않으면 계속 못 본 척할 수 있었다. 그들의 은식기가 방 안을 음악으로 채웠다. 하느님 맙소사, 카나리아가 양손으로 입을 가리며 양에게 말하는 걸 우리는 들었다. 우리는 알았다. 그들은 먹을 수만 있다면 그분까지 먹어치울 사람들이라는 것을. ---「색다른 것들」중에서 |
『우유, 피, 열』은 우리가 지금까지 읽었던 모든 책을 정의하는 말에서 벗어나 있다. 단편들은 하나같이 시각과 후각, 촉각 등의 감각을 생생하게 자극한다. 단순하게 문장으로 다가오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빨갛고 하얀 컬러가 뒤섞여 눈앞에 아른거리고 후끈하고 끈적한 공기가 몸을 감싸며 퀴퀴하고 야릇한 냄새가 콧속을 파고든다. 이 특별하고 기이한 독서 경험은 강렬하고 색다른 정서적 경험으로 이어져 책을 읽기 전과 다른 세상을 우리 눈앞에 펼쳐놓는다.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세상에 흡수되기 위해, 그러한 세상에서 더 잘 살아남기 위해 등장하는 인물들이 던지는 질문은 공중을 헛돌다 추락하기도 하고 목적이 아닌 방향으로 날아가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은 절망하지 않고 그 자리에 남은 물음표를 거두어 다시 일어선다. 그렇기에 모니즈의 작품들은 인물들이 살아가려고 애쓰는 이야기라 봐도 무방하다. 정교하고 관능적인 문장들로 어느 누구도 본 적 없는 세상으로 독자들을 초대하는 이 이야기들은 색다르고 전복적인 여성 서사에 목말라 있는 이들의 머릿속을 오랫동안 지배할 것이다. 젊고, 뜨겁고, 육체적이고, 선명하고, 눈부시고, 기운차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이상한 여자들에게 바치는 이 찬가를 많은 독자들이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읽어준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 옮긴이 박경선 만일 여자들에게 궁금해할 자유가 더 많이 허락되었더라면 세상은 지금 어떤 모습일까? 생을 감각하게 만드는 강렬하고 경이로운 단편집 최근 해외 문단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예 작가인 단시엘 W. 모니즈의 첫 소설집에 실린 열한 편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독특함과 짜릿함을 선사한다. 살아 있는 듯 힘차게 박동하는 문장들은 읽는 이를 생각지도 못한 발견의 순간으로 이끌어, 세상에 대한 감각을 자극하고 또 깊어지게 만든다. 표제작인 〈우유, 피, 열〉은 열한 편의 단편들 중 가장 감각적인 순간이 날카롭게 터져나오는 이야기다. 키라와 에바는 다르지만 닮아 있는 자신들이 순순하지 않은 세상과 어떻게 조응할지를 끊임없이 질문한다. 그리고 결국 어떠한 선택 앞에서 십대 소녀들은 각자 경험해보지 못한 기분을 만난다. 평행선을 걷는 듯한 모녀의 관계를 다룬 〈적들의 심장〉은 엄마의 부적절한 행동 때문에 어린 소녀가 느꼈을 수치심을 탐색하는 것으로 시작해 성폭력 교사에 대한 엄마의 복수로 마무리된다. 엄마는 딸에게 말한다. “누가 너를 괴롭히거든 걔네한테 말해. 우리는 적들의 심장을 먹는다고.” 이렇듯 추측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흘러가는 모니즈의 모든 이야기들은 황홀할 정도의 통쾌함을 맛보게 하고 가슴 아픈 사건을 읽는 이의 경험으로 확장시킨다. 저마다 인생의 파고를 헤치는 인물들을 탐색해나가며 힘을 북돋우기도 하고 일말의 낙관을 보여주는 『우유, 피, 열』은 필시 강렬하고 아름다운 단편집으로 독자들의 기억에 오래 남을 것이다. “옥상에서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 에바의 머리속에 이미지가 스쳐간다. 공기가 거세게 밀려나고, 뼈가 부러지고, 덩어리들이 시뻘겋게 철퍼덕. 끔찍해. 키라에게 이 말을 하려고 몸을 돌리는데 눈앞에는 그 흉측한 건물들 뒤로 펼쳐진 하늘뿐이다. 진정한 신의 파랑. 아래에서 누군가가 비명을 지른다. ―〈우유, 피, 열〉 중에서 소녀들의 피로 시작해 보름달 아래 여자들의 숲으로 끝나는, 치밀하게 직조된 열한 편의 이야기 어떤 장르로도 규정하기 어려운 단시엘 W. 모니즈의 『우유, 피, 열』은 그 배치부터 치밀하게 구성되었다. 이를 파악하려면 각 단편의 내용과 메시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야기는 하얀 우유가 담긴 그릇에 두 소녀가 손바닥을 그어 새어나온 피를 떨어뜨리는 표제작 〈우유, 피, 열〉로 시작한다. 이어 배 속에서 사산된 아이의 조각을 일상 곳곳에서 발견하는 〈향연〉, 하느님을 두려워하는 어리고 착한 여자아이가 되기를 거부하며 눈을 치켜뜬 채 버티는 〈혀들〉, 암에 걸린 아내를 두고 술집에 드나들며 공허함을 달래려는 〈천국을 잃다〉, 딸의 청바지 주머니에서 학교 교사가 보낸 성적인 내용의 쪽지를 발견하는 〈적들의 심장〉, 한낮의 바다에 배를 타고 나가 바닷물에 뛰어들었다가 생사의 갈림길에서 처절한 삶의 의지를 보여주는 〈배의 바깥에서〉, 남편과의 권태로운 결혼생활을 견디는 과정에서 미스터리한 인물을 만나는 〈스노우〉, 임신한 몸으로 엄마를 이해하려 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필요한 몸들〉, 아빠의 유골을 뿌리러 가는 여정에서 과거의 상처를 직면하는 〈물보다 진한〉, 상상도 못 할 무언가를 먹어치우는 모임의 서빙을 맡은 〈색다른 것들〉로 이어졌다가 세계를 여행하다가 가끔 돌아오는 엄마에 대한 감정을 대면하면서 숲에서 모닥불 파티를 여는 〈뼈들의 연감〉으로 끝난다. ‘피’로 시작해 ‘불’로 끝나는 이 뜨겁고 강렬한 이야기들의 화자는 대부분 다양한 방향에서 삶의 가능성을 붙잡아보려는 여자들이다. 단짝 친구를 떠나보내고 혼자 남은 소녀가 겪는 혼란과 슬픔, 거기에 존재하는 피와 열기, 생의 감각부터 “네 자신으로 있는 법을 배우라”는 충고로 엄마라는 존재를 인정하고 스스로를 받아들이는 마지막 작품까지, 겪고 느끼고 깨닫고 받아들이는 구조로 치밀하게 짜인 『우유, 피, 열』은 〈타임〉지가 극찬한 대로 “선명하게 도드라지는 내밀한 순간들이 서로 얽히며 완성해낸 한 장의 멋진 태피스트리”다. 감각적인 읽기 경험으로 현장과 인물, 사건 속으로 독자들을 유인하다 『우유, 피, 열』의 가장 큰 특징은 생생한 감각적 독서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빨강과 하양, 분홍 등의 컬러는 작품 전반에 시각적인 모티브를 제공해 ‘우유, 피, 열’이라는 제목에서 오는 분위기를 고스란히 전달한다. 친구와 우유를 담은 그릇에 피를 떨어뜨리고 그것을 나눠마시는 장면(〈우유, 피, 열〉), 태아가 사산할 때의 핏덩이를 묘사하는 부분(〈혀들〉) 등이 강렬한 컬러 감각을 눈에 보일 듯 그려낸다. 또한 자신을 놀리고 동생을 괴롭힌 소년을 불러내 주요 부위를 움켜쥐는 장면(〈향연〉)이나 오랫동안 수집한 동물의 뼈를 더듬는 순간(〈뼈들의 연감〉)은 읽는 이에게 직접 만지는 것처럼 생생한 촉감을 선사한다. 작품 안으로 당장이라도 발을 디딜 수 있을 만큼 감각적이고 선명한 풍경 묘사 또한 저자가 페이지 밖으로 걸어나와 우리의 손을 잡아끌고 다음 장면으로 데려갈 것만 같은 기분에 휩싸이게 한다. 여성으로 살기와 여성으로 살지 않기 연령도, 피부색도, 직업도, 성격도, 경험도, 상상도 모두 다른 여성들. 우리가 이 작품을 읽으면서 이 책에 등장하는 플로리다의 여성들에게 교감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까닭은 결국 ‘여성으로 살기’라는 보편적인 주제가 장소와 시대를 뛰어넘어 전달되기 때문이리라. 이 책에 등장하는 소녀들을 비롯한 여자들은 무언가 거대한 것 되기, 다시 말해 어른 되기, 엄마 되기, 사랑과 상실, 죽음의 아슬아슬한 날 위에 위태롭게 걸터앉아 있다.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두고 포기하지 않고 고심하는 다양한 처지의 여성들은 복잡하고 혼란스럽고 절대 친절하지 않은 사회에서 성별 그대로를 받아들이며 여성으로 살기와 동시에 사회에서 여성에게 부여된 역할을 거부함으로써 여성으로 살지 않으려 노력한다. 자신감 넘치게 자신의 등장인물들을 꿰뚫어 보는 모니즈는 자신이 만든 여성들을 방황하게 만들면서도 끝까지 목적지로 이끈다. 한편 『우유, 피, 열』은 자살 사고思考, 강간, 성폭력, 유산, 우울증 등 성인 독자들이 공감할 만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각 인물과 우리 사회의 여러 압력에 대한 가감 없는 묘사에 십대 청소년들 역시 매료될 것이다. 강렬한 이미지의 표지 그림과 한국어판만의 또 다른 읽을거리 역자 후기 이 책의 표지 그림은 작품이 지닌 이미지를 경쾌한 색감과 독특한 질감으로 구현해내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이는 이빈소연 일러스트레이터의 작품이다. 빨강, 하양, 분홍이라는 컬러를 활용해 뼈와 심장, 피를 구현하고 이를 통해 단절과 흐름, 유연한 힘과 단단한 믿음을 동시에 표현하고자 한 이빈소연 작가의 그림과 함께 『우유, 피, 열』의 단편들을 읽어나가는 것은 이 책을 즐기는 또 다른 재미다. 한편 책의 말미에 실린 역자 후기는 이 책의 단편들을 모두 읽고 난 후 미처 깨닫지 못한 주제와 메시지를 파악하도록 돕는다. 추천글 짜릿하다. 모니즈의 물러서지 않는 탄탄한 문장들 속에서 선명하게 도드라지는 내밀한 순간들이 서로 얽히며 한 장의 멋진 태피스트리를 완성해낸다. ─타임 단 한 글자도 낭비되지 않았으며, 모든 문장이 아름답게 쓰여졌다. 필터 없는 스릴러이자, 가장 훌륭한 픽션이다. ─프랭크 매거진 햇살 가득한 플로리다에 내린 눈처럼 어쩐지 배신감 같은 것을 느꼈달까. 다른 곳도 아니고, 플로리다인데 감히 계절을 바꾸려 들다니, 하는 식으로. 모니즈가 세상에 첫선을 보이는 이 단편들은 놀라움의 연속이다. 모니즈는 꾸밈없고 직감적인 문장들 속에서 플로리다의 ‘끈적한 냄새’를 배경 삼아 여성으로 살면서 끊임없이 겪는 내적, 외적 배신을 더듬는다. ─오프라매거진 오 단시엘 W. 모니즈의 이 강렬한 데뷔작의 가장 저변에 흐르는 것은 죽음의 가능성mortality이지만, 죽음이 있는 곳에는 삶의 활기도 있다. 모니즈의 단편을 읽는 일은 물속에 가라앉아 숨을 참으며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에 닿는 소금기에 쓰라림을 느끼는 일과도 비슷하다. 들뜬 기분이면서도 충격적이고 한편으로는 치유되는 느낌이다. 이 단편들의 힘은 진실성veracity, 생명력vitality, 취약성vulnerability에서 나온다. ─워싱턴포스트 작가는 이야기 속의 소소하면서도 보편적인 인생의 변곡점들을 통해 플로리다의 유색인종들의 삶을 집중 조명한다. 그러나 모니즈의 단편들 속에서 여성으로 살기라는 평범한 경험에는 일종의 매혹도 얽혀 있다. 모든 이야기가 따스한 빛에 흠뻑 물들어 있는 느낌이다. 우리는 사랑과 분노에 동시에 달아오를 수도 있는 것이다. ─뉴욕타임스 모니즈의 작품 속 인물들은 살아남은 자들이다. 그들은 내내 자기 주변의 여러 상실을 견디고 빨아들인다. 플로리다가 넉넉히 베풀어주는 만만한 즐거움에는 대가도 따른다. 다른 이들은 그냥 지나칠 법한 그 대가에 모니즈는 주목한다. 말보다 행동이 더 많은 것을 의미하지만 작가로서 모니즈는 저버리지 말아야 할 믿음이 되는 결합조직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말임을 알고 있다. 솔직하고 단단한 언어를 통한 사유는 그 자체로 마술과도 같음을 보여준다. ─보스턴글로브 관능적이고 예측불허인 플로리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열한 편의 이야기들이 소녀들 그리고 여자들의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복잡하고 깊고 영민하고 고약하고 유쾌하고 거칠고 다정하고 강인한 여자들이다. ─미즈매거진 모든 이야기가 불같다. 데뷔작인 이 단편들에는 끈기가 있다. 단편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즐거움을 음미할 만한 작품들이며, 앞으로도 우리가 계속 이야기하고 가르치고 되풀이해 읽어야 할 단편집이다. ─시카고 리뷰 오브 북스 이 어둠침침하고도 감정적인 이야기들은 각자의 삶에서 결정적인 순간을 맞은 다양한 인물들을 보여준다. 특히 소녀시절의 기로에 선 이들에게 초점을 맞춘 모니즈의 이야기들은 단정하게 정돈된 결말을 거부한다. ─북라이어트 본능적이고 육감적이며 도발적인 이야기들이 어딘가 불편하면서도 위로가 되는 느낌이다. 형제자매, 사촌, 엄마, 딸 들이 서로 사랑하거나 혹은 사랑하려 애쓰는 엉망진창인 수많은 방식을 담아내는 섬세하고도 관능적인 문장들이 음미할 만한 맛을 낸다. ─숀더랜드 모니즈의 글은 가족, 결혼, 계급, 상실, 인종에 관한 이야기를 현명하고도 친밀하게 풀어내고 있으며 각각의 이야기마다 온전히 독립된 이미지들과 문장들로 가득하다. 모든 이야기가 대담하고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럼퍼스 이 단편집의 모든 이야기는 모니즈의 적확하고도 근사한 문장들 속에 단단히 뿌리내리고 있다. 지리적 배경이나 주제 면에서 공통되는 부분들이 있지만 이야기들의 관점이나 등장인물들은 꽤나 다양하다. 그들을 하나로 연결하고 독자로 하여금 페이지를 계속 넘겨가며 비극과 자기발견, 배반과 화해, 트라우마와 행위로 이뤄진 여러 장면들을 통과하게 만드는 힘은 바로 각 인물을 끌고 가는 하나의 목소리다. 모니즈는 거의 모든 단락마다 새로운 생각을 펼쳐놓고는 그것들이 독자의 머릿속에서 마치 찻잎처럼 우러나와 가만히 자리 잡은 뒤 각각의 이야기가 하나의 응집되고 강력한 정서적 경험이 되게 만든다. 작가의 뛰어난 재능이 느껴지는 마술 같은 감각이다. ─북페이지 엄청난 작품이다. 단시엘 W. 모니즈는 사랑과 상실을 우아하게 탐색한다. ─일렉트릭리트러처 |
마침내 탄생했다. 얼음 같은 이성과 활화산 같은 감성을 동시에 갖춘 매혹적인 신인 작가가 마침내 우리 곁에 나타난 것이다. 데뷔작 《우유, 피, 열》은 롤러코스터를 타고 에베레스트를 쾌속 질주하는 듯한 스릴로 가득하다. 냉정한 관찰자의 시선과 경이로운 공감 능력을 모두 갖춘 모니즈의 이야기에는 날카로운 아픔과 뜨거운 열정이 동시에 살아 숨 쉰다. 소설 속 인물이 상처 입고, 다치고, 죽고, 눈물 흘릴 때마다 내 가슴도 함께 무너지고, 피 흘리고, 고꾸라진다. 정말 신예 작가가 맞나 싶을 정도로 능수능란한 스토리텔링과 아직 세상의 풍파에 닳지 않은 싱그러운 문체가 독자의 가슴을 고동치게 한다. 단시엘 W. 모니즈, 이 이름을 가슴 깊이 새겨두자. 온 세상을 놀라게 할 무궁무진한 이야기의 보물창고가 이제 막 독자를 향해 힘찬 날갯짓을 시작했으니. - 정여울 (『문학을 사랑한 시간』 『우리가 사랑한 유럽 top10』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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