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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며_옆집엔 사냥꾼이 살지만
1. 당연한 시작 절대 버터를 너무 넣을 순 없어요 차별 속에 사는 이의 차별 이야기 그릇이 가득 차면 편식과 취향 사이 비건은 프렌치가 아니라던데 2. 비건 생활의 즐거움 오늘은 뭘 먹을까나 I ♥ 콩 콩 콩! 간결하고 재미있고 강력한 한 방의 파스타 잊어버린 채소를 찾아서 믿고 먹는 렌틸콩 샐러드 프랑스인이라면 늦봄에 쁘띠 뿌와 메디떼하니앙은 먹어야지 3. 신선한 일상 깨끗하고 멋진 순환 그리고 달라진 풍경들 평범한 외식이 그리울 때 어떤 색다른 노엘 비우고 다시 채우는 장바구니 이야기 4. 함께하는 채식 냉장고가 없어도 좋은 삶 아무도 모르면 불법이 아니야 아이들과 채식을 공유하는 법 당신도 비건입니다 이렇게 너그러운 여름이라면 5. 나의 프랑스식 계절 레시피 마치며_나의 세계는 변하고 있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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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 관심을 가지면서 ‘언젠가는 비건이 되어야 할 텐데’라는 생각을 수백 번은 했다. 그렇지만 내가 비건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 수많은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유제품, 특히 버터 때문이었다. 여기까지 와서 프랑스 요리를 배웠고, 프랑스 레스토랑에서 일했으며, 또 앞으로도 프랑스 요리를 하며 먹고 살아갈 내가 비건이라니. 누가 봐도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절대 버터를 너무 넣을 순 없어요」중에서 외국인, 여성, 동물로서 차별을 당하는 이들은 다시 태어나는 방법 말고는 벗어날 길 없는 존재의 고통을 겪는다. 하지만 나를 차별하는 그들과 동물을 차별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바로 차별을 멈추는 것이다. ---「차별 속에 사는 이의 차별 이야기」중에서 잊을 수 없는 콩 요리가 하나 있다. 레스토랑에서 일했을 때 메인 요리에 사이드로 나가던 완두콩 소테saute(서양식 볶음)다. 우선 갓 배달 온 완두콩 껍질을 일일이 손으로 벗긴다. 팔팔 끓는 소금물에 7분 정도 삶고 얼음 가득 넣은 찬물에 식힌다. 올리브유를 두른 프라이팬에 쪽파와 다진 양파를 볶고 소금, 후추 간을 한다. 마지막으로 식힌 완두콩을 넣고 잽싸게 볶으면 완성. ---「I ♥ 콩콩콩!」중에서 프랑스 사람들은, ‘자유, 평등, 박애’라는 자신들의 가치관을 상당히 잘 지키며 사는 편이다. 그러나 ‘비거니즘’에 대해서는 다르다. 세 가지 기본 가치 중 프랑스인 대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첫 번째 가치인 ‘자유’를 위협한다고 여기기 때문에 몹시 예민해진다. 개인의 자유를 평등하게 사랑해주려고 노력하지만 ‘내 자유’, 그러니까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먹을 자유’를 방해하고 비난하는 가치관은 용납하기 힘든 것이다. 그래서 개인주의를 우선하는 프랑스인에 대한 보편적인 이미지와 달리 프랑스에서는 비건이 은근히 공격받고 조롱당하는 경우가 꽤 흔하다. ---「간결하고 재미있고 강력한 한 방의 파스타」중에서 프랑스 전통 시장에 가면 ‘레귐 우블리에legumes oublies(잊어버린 채소들)’라고 분류된 채소를 만날 수 있다. 토삐넘부르topinambour(돼지감자), 빠네panais(야생 당근), 빠띠쏭patisson(톱니바퀴모양 호박), 후타바가rutabaga(스웨덴 순무), 까흐동cardon(아티초크의 일종) 등이 있는데, 먹거리가 부족했던 시절엔 자주 먹었지만, 뭐든 풍족해진 요즘은 사람들이 잘 키우지도 먹지도 않게 된 채소들을 일컫는다. ---「잊어버린 채소를 찾아서」중에서 프랑스에서 요리하고 먹고 공부하며 깨달은 중요한 사실은 바로 ‘무치면 다 맛있다’는 거다. 삶은 콩도, 생양송이버섯도, 심지어 파스타와 밥도 어울리는 소스와 무친다면 맛없는 것이 없다. 프랑스에서 먹어본 충격적인 샐러드 1위는 단연 ‘삶아서 찬물에 벅벅 씻은(!) 밥’과 참치, 통조림 옥수수를 마요네즈에 버무린 샐러드였다. 처음에는 요리하는 모습을 인상 쓰며 봤지만 의외로 꽤 맛있어서 더욱 충격적이었다. ---「믿고 먹는 렌틸콩 샐러드」중에서 푸아그라도 소시지도 굴도 큰 닭구이도 없는 노엘이라니! 그렇다고 바로 마음 놓고 즐길 순 없었다. ‘모두들 진심으로 이런 노엘을 반기진 않겠지. 진짜 노엘이 아니라고 아쉬워하는 건 아닐까’하고 눈치를 봤으니까. 그러던 중 한 조카가 이렇게 말했다. “어제 할머니 집에서 명절 음식 지겹도록 먹고 와서 그런가. 이렇게 색다른 노엘도 좋네!” ---「어떤 색다른 노엘」중에서 소심한 듯 강력한 방법의 정중앙에 소비가 있다. 번거로워도 시장, 유기농 매장, 일반 마트에 일일이 따로 들러서 비건 제품인지를 확인한 뒤 소비한다. 식재료의 생산자, 유통자, 판매자에게 우리 이야기를 한번 들어봐 달라고, 영수증의 형태로 넌지시 쪽지 하나 남기고 오는 일이다. ---「비우고 다시 채우는 장바구니 이야기」중에서 나는 프랑스 여름 특유의 너그러움을 무척 좋아한다. 맑은 날씨 속에서 작물들은 어느 때보다 싱싱하고 사람들은 환한 얼굴로 웃으며 대화하는 여름의 장면들. 그 한가운데 여름 바비큐가 있다. 채소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숯불에 잘 구운 옥수수나 감자를 하나씩 손에 든 채 마당을 뛰어다니고, 특정 재료에 알레르기가 있거나 글루텐을 피해야 하는 사람도 각자 원하는 재료를 골라 먹는다. ---「이렇게 너그러운 여름이라면」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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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을 넘어서는 ‘새로운 맛’
저자가 만난 많은 프랑스인들은 비건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았다. 차이가 차별이 되는 것을 막아주는 ‘똘레랑스’, 즉 관용이라는 사회적 가치도 비건 앞에서는 빛이 바랬다. 비건이 이른바 프렌치 전통 음식 문화와 자유라는 다른 가치를 침범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저자는 ‘이렇게 맛있으면 비건이 되어도 좋겠다’고 여길 만한 요리를 대접하며 이런 생각을 한다. 내 책장엔 어마어마한 크기와 두께를 자랑하는 프랑스 요리 백과사전이 있는데, 난 그 안의 기술과 재료를 3분의 1도 모른다. 대부분의 프랑스 사람들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프랑스 요리를 안다’라고 말하기엔 그 세계는 너무나 거대했다. 지금까지 내가 배운 기술과 재료 중 상당히 많은 부분이 동물성 식품과 연결되어 있다고 해도, 그래봤자 내가 아는 것은 숟가락 하나 정도일 것이다. 〈비건은 프렌치가 아니라던데〉 56쪽 아무리 음식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프랑스 사람이라도 자신들의 전통 요리와 음식 문화에 대해 모두 알기 어려울뿐더러, 과거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만이 전통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일은 아니다. 자신만의 음식 취향이 분명한 프랑스인 남편과 결혼하여 매끼 함께 밥을 먹고, 시댁 식구들과 명절과 휴가를 보내는 오랜 프랑스 생활 끝에, 저자는 오히려 그들에게 다양한 음식을 경험할 기회가 부족했다는 생각을 한다. 논비건 가족과 비건 저자의 일상은 때론 어색하고 불편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운 맛’을 통해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며 어울리는 행복을 누리게 된다. 나아가 프랑스에서는 2021년 학교 급식의 일주일 중 하루를 채식 식단으로 제공하는 법안이 채택되었고 많은 이들이 찾는 대형마트와 패스트푸드 매장에서도 점차 비건 메뉴가 늘어나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프랑스의 맑은 여름을 닮은 프렌치 레시피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폭탄 테러에도 영업을 지속하던 파리의 카페는 텅 비어버렸고, 볼키스와 포옹을 사랑하는 프랑스 사람들의 인사법은 주춤거렸다. 한국에선 미세먼지 때문에 마스크를 착용한다는 저자의 말을 믿지 못하던 프랑스 시골 사람들도 방역을 위해 마스크로 입을 가렸다. 이전에 당연하던 것이 당연하지 않은 상황에서 환경과 건강 그리고 비건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레 일상으로 스며들었다. 다른 이들에게 건네는 저자의 비건 요리에도 더 힘이 실리게 된 것은 물론이다. 프랑스의 겨울은 축축하고 춥고 어둡지만 그 시기가 지나면 장마나 태풍이 없는 유난히 해가 긴 여름이 펼쳐진다.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프랑스의 맑은 여름 한복판에 야외 바비큐가 자리한다. 여름 바비큐는 비건들에게도 축제가 된다. 바비큐에 올라가는 재료만 다를 뿐이다. 저자가 추천하는 메뉴는 가지 캐비어caviar다. ‘사치’라는 뜻의 프랑스 말인 캐비어가 붙는 유일한 채소 요리다. 이 책에는 저자가 경험한 프랑스 음식 문화는 물론이고 비건으로 살며 경험한 일들, 그에 어울리는 다채로운 비건 레시피가 소개되어 있다. 초보자도 쉽게 따라할 수 있으니 독자들도 직접 만들어 한 입 가득 맛보길 권한다. 요리사인 저자가 말로는 다 표현하지 못한 생각과 마음을 하나씩 눌러 담았다. 계절별 레시피에는 차별 없이 건강하고 너그러운 그 어떤 변화의 맛이 배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