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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두기
제1부 노을 장자(莊子) 1980년대에 살았는가 벽돌공장 백두산 안 간다 도리깨춤을 추면서 어머니 친구들 서울 1 대청봉(大靑峯) 수박밭 아프레 걸 속초 처용이 동해 해청(海靑) 야동리 어린 모 거진 생각 마포 노을 보며 경험 십자드라이버 다도해 금호동 백야(白夜) 차의 칼날 79년도 벌판에 와서 난지도 겨울 제2부 사진리 대설(大雪) 우수 산딸기 안 보이는 시 모자(母子) 황지1동을 바람의 신선 아이 달맞이꽃 화곡리 봄에 강원도 백로밤 북(北)설악 미역줄거리 사진리 옛 여자 김상철 죽음 미시령 아래 집 눈망울 마당식사 목비행기 정릉4동 세월 용포동 여름 제3부 리틀보이 제1장 여치 산비둘기 영랑(永郞) 호수 내린천에 띄우는 편지 성에꽃 눈부처 바쁨 속에 가을 하늘을 쳐다보다 정자가 사람이 될 수 있는가 어둠속의 풍악호 중 광양제철소 작은 칼 청제비 울음소리 하류(下流)의 시 나옹 꽃이 올라오는 나이테 다시 비선대 4월 흰 모래의 잠 도문(圖們)의 쥐 달개비들의 여름 청각 육체의 시뮬레이션 가재 나방과 먼지의 시 나는 에르덴조 사원에 없다 너와 나의 밑바닥의 밑에서 조금 비켜주시지 않겠습니까 검은 백설악에 다가서다 제4부 붕(鵬)새 서분序分 붕(鵬)새 태허에 들다 별 지구, 한 컵의 물 눈 오는 산수병풍 또 한번의 밑바닥의 밑바닥에서 한켤레 구두 손의 존재 유리체를 통과하다 비가 그치다 알아들을 수 없는 울음소리가 풍찬노숙 세한목(歲寒木) 대기권 밖에서 고구마 먹기 강설이 시작되는 유리창 속에 구름 얼음을 깨는 남南 시인 평면의 지옥 제5부 풀과 아파트 해니(骸泥)여 어디 있는가 찾아오지 않는 거울이다 황무지 모래톱 덩굴손 잔잎 좀 보세요 장미처럼 발화하는 것 같다 로봇 사이버나이프 다빈치의 고백 지구의 노숙자, 하늘 시인 소켓과 기억 해가 지는 고형렬 땅콩밭 눈물의 종(種)이라는 것 사북(舍北)에 나갔다 오다 비선대와 냉면 먹고 가는 산문시 1 북천은 너무 오래되었기 때문에 외설악 스티코푸스과의 해삼 둥그런 사과 그 여자 기억상실 속에서 아직도 생각하는 사람에 대한 착각 서울 사는 K시인에게 해설|정과리 시인의 말 연보 작품 출전 엮은이 소개 |
高炯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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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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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 저는 이제 바다 속에 살고 있는 나를 그리워하며
철썩이는 해안에서 시달립니다. 영원히 타고 있을 까만 화채봉, 말라붙은 나의 배꼽을 만지면 내 어머님도 어디선가 흙이 되어 있으리. 나를 다시 잉태하여달라고 아주 착하게 장자는 그 때부터 울고 있었다. ---「장자(莊子)」중에서 어두워지던 아침, 파랑에 쫓겨 나는 어디서 살아가고 있을까. 아니면 나만이 이 땅에 없는 것인가. 산과 마을과 바다와 섬과 수목과 그 모든 사상에 부는 바 람, 오고 있는 서일, 무섭게 뜬 달이여 빛과 별이 도는 땅이여, 나는 탄생과 죽음 사이 너무 밝은 꿈이여, 나는, 목숨에 닿는 광선이여, ---「1980년대에 살았는가」중에서 명태만 한 풀을 묶고 싶은 속초 아들은 속초 풀을 묶고 싶어요 어머님 살고 계시며 내 친구들 살고 있는 문전 창파에 햇살 푸른 속초 까닭으로 산에다 하늘 있으니 다른 꿈이 있는가 너는 잘 살아야지 농민과 어민이 잘 살아야 스승도 잘 살고 사십년 고향 못 가고 사는 사람 다 같다 ---「속초」중에서 하아얀 눈이 마당을 여드레 내리고 나니 눈이 정말로 무서워졌다. 아흐레 만에 날이 드니 눈물이 나는 오후였다. 아무리 말해도 듣지 않는 선처럼 해도 우물우물 빨리 서산으로 지려 하고 마을은 오랜만에 빨간 불빛들을 서로 볼 수 있었다. 죽지 않고 살아 있는 친구들의 말소리도 들려왔다. ---「사진리 대설(大雪)」중에서 일월 아침 얼음빛 하얀, 성에꽃 흘러내린다 저 슬픈 마음 네 눈동자 속에서 흐른다 낙화를 슬퍼한 옛 시인들아, 나는 오늘 그 성에꽃들이 물이 되는 소리를 듣는가 ---「성에꽃 눈부처」중에서 풍찬노숙, 이 사회의 길은 영겁으로 열려 있다 그 길 자체가 길, 번쩍이는 얼음길 빛난다, 그 찢어진 발바닥의 길 너의 정의를 위해 권력을 가지려 하지 말라 ---「풍찬노숙」중에서 나의 그가 귀울음한다, 나를 비추는 거울이 어디선가 이렇게 말한 것 같다 정말 자신들을 찾아오지 않는군! 나를 발견하는 데는 죽음 너머 시간까지 필요하겠지? ---「찾아오지 않는 거울이다」중에서 나날이 좋은 어느 날 명쾌한 아침이었다 풀밭의 이슬에 지평선 햇살이 닿을 무렵 변기에 앉은 한국의 한 시인은 문득 그 생각하는 사람을 기억해냈다 치질을 앓는 항문 끝에 수많은 아침과 풀이슬 한줄로 서 있었다 ---「아직도 생각하는 사람에 대한 착각」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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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그리움을 자극하는 보편적인 정서
시대를 보듬으며 미래로 향하는 고형렬의 시 고형렬의 시는 저마다의 그리움을 자극한다. “젖은 눈망울의 물명태들 울멍거리는 속초 바다여/(…)/흐르는 바닷물로 묶고 싶어요/저 산과 사람을 묶고 싶어요”(「속초」)라며 시인이 떠나온 고향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면 독자는 자기가 떠나온 곳을 반추하게 된다. 그의 시에 속초뿐만 아니라 거진, 금호동, 사북, 난지도 등 시인이 거쳐 간 수많은 지명이 들어가는 것도 이러한 그리움의 정서와 맞닿은 대목이다. 그러나 이 그리움은 어느 순간 가상의 세계까지 확장된다. “원산에서 어물점을 차리고 있는 매제가/오는 가을엔 백두산 가자”(「백두산 안 간다」)고 하며 슬쩍 말을 걸어오기도 하는데 이 능청스러움 안에 분단된 조국에 대한 회한을 깊이 숨겨두는 식이다. 그렇기에 독자들은 시의 아름다움을 한껏 음미하다가도 “안 보이는 이름을 찾아내느라/한줄기 목숨을 얻어 끊어진 길 이으려고”(「4월」) 한다는 시인의 다짐, 즉 세월호참사를 두고 쓴 이러한 구절 앞에서 크게 가슴을 두들겨 맞게 된다. 그런가 하면 시인은 미래를 향한 메시지 또한 끊임없이 발산하는데, 「지구, 한 컵의 물」 「대기권 밖에서 고구마 먹기」 「로봇 사이버나이프 다빈치의 고백」 등 생태와 환경을 너른 시야로 살펴보는 시들도 풍성하다. 등단작이 「장자(莊子)인 데다 전부 7권으로 구성된 방대한 산문인 『고형렬 에세이 장자』(에세이스트 2019)를 펴낸 시인이 ‘장자’ 전문가임은 이미 유명한데 이러한 자연 본위의 웅숭깊은 사유가 시선집 곳곳에 샘물처럼 스며들어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시대순으로 구성된 이번 시선집을 첫장부터 끝장까지 읽다보면 이 시인의 시 세계가 파격적일 정도로 갱신되어왔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이번 시선집은 고형렬 시 세계의 총결산이기보다는 중간 점검에 가까우며, 『바람이 와서 몸이 되다』는 앞으로 펼쳐질 그 세계를 제대로 음미하기 위한 필독서라고도 할 수 있다. 끊임없는 발전의 결과물 앞으로도 언제나 푸르를 시의 목소리 “선집을 생각하고 써온 것이 아님에도 결과적으로 이것을 향해 뛰어온 모양새가 되었다”(‘시인의 말’)라며 올해 고희를 맞은 시인은 이번 출간의 의미와 이번 시선집에 대한 애정을 넌지시 보여준다. 지난 44년간 시 쓰기뿐만 아니라 국제적 문학 교류를 이끌고, 출판사를 직접 경영하며 국내 여러 시인들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해온 고형렬은 그러나 ‘시인의 말’에 이렇게 덧붙인다. “시는 오해와 단절로 우리 앞에 서” 있으며 “여전히 시의 길은 멀고 대상은 벅차며 미래는 아득하다.” 그가 이번 시선집 이후에도 시와 시 사이를 연결하는 다리가 될 것이며, 또다른 갱신을 하리라 기대하는 것도 이러한 말 덕분이다. 시를 향유하는 새로운 방법을 거듭 고민 중인 『바람이 와서 몸이 되다』는 늘 푸르른 “저 큰 산” “대청봉”(「대청봉 수박밭」)처럼 젊은 시집으로 오래 기억될 것이다. 시인의 말 시단에 나와서 44년 동안 쉬지 않고 쓰고 발표해온 시가 고작 일천여편에 지나지 않는다. 선집을 생각하고 써온 것이 아님에도 결과적으로 이것을 향해 뛰어온 모양새가 되었다. 선집을 내는 느낌은 시와 삶에 죄지은 자가 선고를 기다리는 피고인의 심정이다. 형량이 얼마가 되든 간에 무엇이 시인가에 대해 한마디는 해야겠지만 시는 작고 어렵고 불편한 가시와 씨앗 같다. 나뭇가지를 스치는 어떤 안개 바람의 이미지 하나를 붙잡고 봄마다 먼 곳으로 떠났음에도 그 꿈의 언어는 멀어졌고 나는 시에서 실종되었다. 벌써 정신이 돌아오는 듯하던 어느 봄날, 시장 앞의 전신거울 속을 지나가는 한 남자와 스친 적이 있었고 이미 십여년 전에 죽은 어느 시인 같았으며 어떻게 사는지 통 알 수가 없는 옆집 남자 같기도 했다. 자신을 찾아가는 길이 자신을 잃는 길이었다. 시는 겉도는 삶보다 난해하고 때론 슬픈 액체로 채워진다. 육체와 현실보다 있지도 않은 언어들의 지시 대상 너머의 가유(假有)를 믿고 저 스스로 조합될 때, 선명한 시간경험이 되곤 했지만 역시 정신머리가 흐려지고 길을 잃을 때 시는 기웃거리며 불행한 자를 방문하곤 했다. 그래서 일찍 망가졌으면 좋았으련만 망가지지도 않았다. 잔설이 밟히던 열여덟에 봄처럼 가출해서 시작된 그 시는 끝나지 못했고 이곳까지 유랑의 혼이 되었다. 그래서 앞에 오는 것이나 뒤에 간 것이나 절나를 잃어버리고 돌아온 어느 시인의 문 앞에서 절망과 희망으로 얼룩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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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정체와 열화劣化한 정치 속에서, 세계는 우울한 기분에 싸여 있다. 고형렬 시인은 그러한 것들에 지속적으로 저항하면서, 결정도結晶度가 높은 시어와 비유로써 우리가 찾아내야 할 본원적인 장場, 희망의 장을 표현해왔다. 여기에 시인의 상상력의 최고봉이 있다. - 시바타 산키치(柴田三吉) (일본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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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유전자를 새롭게 전달하는 고형렬 시인은 자신만의 ‘은유 시스템’을 형성해왔다. 자연과 현실 문제의 굴곡은 그의 시에서 출구를 찾았으며 그는 우리를 도달할 수 없는 곳과 존재하지 않는 시간 속으로 인도한다. - 린 장취안(林江泉) (중국의 시인, 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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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과 죽음, 유년기와 노년기, 인간과 비인간이 하나의 광채 속에서 빛을 발하는 고형렬의 시에서 새롭게 발견된 친밀한 세상이 깨어난다. 명상적이고 예상치 못한 이미지가 풍부한 이 시들은 존재의 경이로움으로 빛난다. - 피터 보일(Peter Boyle) (호주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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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형렬의 시에 집중된 여러 주제는 밝게 빛나는 섬광처럼 느껴질 것이다. 대지에 내리꽂히는 번갯불처럼 순간 밝은 빛을 발하다가 동시에 사라지는, 그러나 끝내 동공(瞳孔) 벽에 잔상을 남기는 빛처럼. - 마만 S. 마하야나(Maman S. Mahayana) (인도네시아의 문학평론가, 인도네시아국립대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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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선집은 고형렬의 44년 창작의 영광스러운 결과물이다. 친절의 빛, 숭고한 이타심, 깊은 슬픔과 유머로 가득 찬 자신만의 시 세계를 창조했다. 베트남 사람들과 인류의 영적 삶을 풍요롭게 해준 고형렬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 마이 반 판 (베트남의 시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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